학교폭력

부채에 그린 그림처럼 성적인 낙서나 표현물도 성희롱 학교폭력이 되는지

2026.06.25조회 900
부채에 그린 그림처럼 성적인 낙서나 표현물도 성희롱 학교폭력이 되는지

자녀가 다른 학생의 물건에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했는데 그것이 성희롱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 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보호자는 그림이 객관적으로 성희롱이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아이가 그 그림의 성적인 의미를 몰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본 글은 성적인 그림이나 낙서 같은 표현물이 성희롱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성희롱인지 판단하는지, 그리고 성적인 의미를 몰랐다는 인식과 고의의 항변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실제 판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적인 그림이나 낙서도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성희롱 학교폭력이 될 수 있고, 이때 행위자에게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거나, 상황상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도에 그쳐 성적 모욕의 의도나 인식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아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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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희롱과 학교폭력의 관계

학교폭력예방법은 성폭력을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명예훼손·모욕, 성폭력, 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1.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서 성희롱은 조문에 그 단어가 직접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폭력이 열거된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포함한다고 봅니다. 성희롱은 성을 매개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서, 성폭력에 준하거나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학교폭력으로 인정됩니다. 성희롱이란 상대방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말합니다.

한편 성희롱이 학교폭력의 어느 유형으로 다루어지는지는 행위의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제추행처럼 성폭력범죄에 해당할 정도의 행위라면 성폭력 유형으로 평가되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 성적인 언동이라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 또는 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한 판결은 성희롱이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 별도의 유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된 행위가 성폭력에 이르지 않는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의율해야 한다고 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유형으로 보든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결론은 같지만, 조치의 근거와 무게를 다툴 때에는 그 행위가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가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희롱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심의위원회는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① 심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수 개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 각 조치별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성희롱 해당성의 판단 기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의 주관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성희롱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할 수는 없다

이 판단 기준에서 세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첫째, 성적 언동에는 육체적·언어적 행위뿐만 아니라 시각적 행위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말이나 신체 접촉뿐 아니라 그림·낙서·합성사진처럼 눈으로 보는 표현물도 성희롱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거나 성적인 의미인 줄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성희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객관적으로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행위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성희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 번째 기준이 성립과 불성립을 나누는 실질적인 경계가 됩니다.

이 기준을 객관적으로 세우는 이유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성희롱의 성립을 행위자의 내심에만 맡기면 같은 행위라도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 하나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정작 성적 굴욕감을 입은 피해학생의 보호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법원은 행위자가 속으로 어떤 의도였는지가 아니라, 그 표현이 놓인 상황에서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림이나 낙서 사건에서 그림의 노골성, 그림에 붙은 대상의 이름, 그것을 본 다른 학생들의 반응이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3. 성적인 그림이나 표현물이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례

학교폭력 사안조사에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는 학생의 모습

가. 부채에 그린 성적인 그림

성적인 그림을 그린 행위가 성희롱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원고와 다른 남학생 D는 같은 반 여학생인 피해학생의 부채에 번갈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원고는 부채에 그린 캐릭터에 비키니와 속옷을 그렸고, D가 배꼽과 소변이 흐르는 모습 등을 노골적으로 추가하자, 원고는 다시 부채를 넘겨받아 그 그림에 남성의 가슴 근육과 복근을 그리고, 또 다른 그림의 다리 부분에 피해학생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학교는 이를 성희롱 학교폭력으로 보아 원고에게 학교봉사와 특별교육 조치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그린 그림은 객관적으로 성희롱이 아니고, D가 그린 그림의 의미를 알지 못하였으며, 자신이 그린 그림이 성희롱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원고가 D의 행위에 가담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피해학생의 이름을 그림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피해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성희롱을 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캐릭터에 옷을 입힐 의도로 비키니를 그렸을 뿐이고 D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D와 피해학생의 진술과 배치되고, 일련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원고는 그림을 남성적으로 구체화하고 그 그림이 피해학생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도록 연속적인 행동을 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D가 그린 그림이 노골적이고, 부채를 본 다른 학생들이 웃거나 보이지 않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반응을 보인 점도 근거가 되었습니다. 성적인 의미를 몰랐다는 항변은 이러한 객관적 정황 앞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조치의 무게에 관하여도 법원은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였습니다. 심의위원회는 더 노골적인 그림을 그린 D에게 더 무거운 조치를, 원고에게는 그보다 가벼운 조치를 하여 두 학생의 가담 정도 차이를 반영하였는데, 법원은 원고가 D의 행위의 의미를 알면서 가담하였고 서로의 행위를 부추긴 부분도 있는 이상 이러한 조치가 형평에 어긋나 재량권을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나. 성적인 흉내와 음담패설

말과 몸짓으로 한 성적인 표현이 성희롱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원고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가슴 크기나 성행위에 관한 음담패설을 하고, 성행위 과정이나 성기 모양을 손으로 흉내 내는 등의 행위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성희롱도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이러한 언어적·시각적 행위가 사회공동체의 상식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성희롱의 수단이 말에 그치지 않고 몸짓과 같은 시각적 표현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 주며, 앞의 부채 그림 사건과 함께 표현의 형태가 무엇이든 객관적 성적 의미가 있으면 성희롱이 된다는 점을 확인해 줍니다.

다. 은어로 한 성적 발언과 "몰랐다"는 항변

표현의 성적인 의미를 몰랐다는 항변이 객관적 정황으로 배척된 사례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원고는 같은 반 여학생인 피해학생에게 '건전지'라는 은어를 사용하고, 신체에 관한 성적인 발언을 반복하였습니다. 원고는 '건전지'는 키가 작다는 뜻으로 한 말이고 성희롱의 의미가 없으며 그냥 떠올라서 말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피해학생과 목격학생은 물론, 사정을 전해 들은 다른 학생들까지 그 표현을 성희롱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원고에게 그러한 발언을 그만두라고 경고하기까지 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의 발언이 성희롱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표현이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는 행위자의 해명이 아니라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객관적인 반응과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4. 성적 의미나 고의가 없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은 사례

성희롱 관련 학교폭력 행정소송 결과 분포

가. 게임 중 수동적으로 한 대답

성적인 의도나 인식이 없이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도에 그쳤다고 보아 처분이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원고는 다른 학생 C와 '당연하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 게임은 상대가 '당연하지'라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 대답하지 못하면 지는 방식입니다. C가 원고에게 같은 반 여학생과 관련된 성적인 내용의 질문을 하자 원고는 게임에서 지지 않으려고 "당연하지"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정작 노골적인 성적 발언은 그 자리에 있던 또 다른 학생이 하였고, 피해학생은 나중에 이를 전해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원고의 대답을 성희롱으로 보아 서면사과와 특별교육 조치를 하였습니다.

법원은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원고의 대답에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고는 C의 돌발적인 질문을 억제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수동적으로 대답하였을 뿐이고, C에게 그러한 질문을 교사하거나 유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원고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성적 모욕이나 명예훼손을 할 의도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수동적인 대답을 성적 모욕 행위와 같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성희롱의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성적 모욕에 이르지 못하고 수동적 가담에 그친 경우에는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나. 불쾌감과 성희롱의 경계

앞의 사건들을 함께 보면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성적인 그림을 그리거나 성적인 흉내를 내거나 은어로 성적인 발언을 한 경우처럼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을 줄 만한 행위는, 행위자가 그 의미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성희롱으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수동적인 대답처럼 객관적으로 성적 모욕에 이르지 못하는 행위는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더라도 성희롱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대로,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을 느낄 만한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굴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5. "성적 의미를 몰랐다"는 항변의 판단

성적인 그림이나 낙서 사건에서 가장 흔한 항변은 그 성적인 의미를 몰랐다거나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항변은 앞에서 본 대법원의 기준에 따라,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로 판단됩니다.

같은 취지에서, 성적인 합성사진 등을 만든 사건에서 법원은 행위자에게 성적인 의도가 있어야만 학교폭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객관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표현물을 만든 이상 성희롱의 성립을 좌우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부채 그림 사건과 은어 사건에서도 "몰랐다"는 항변은 그림의 노골성이나 주변 학생들의 반응 같은 객관적 정황으로 배척되었습니다.

다만 이 법리가 인식이나 고의를 전혀 따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의 게임 사건처럼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성적 모욕에 이르지 못하고 수동적 가담에 그친 경우에는, 성적 모욕의 의도나 인식이 없었다는 점이 학교폭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성적인 의미가 객관적으로 뚜렷한 표현물에서는 "몰랐다"는 항변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행위의 성적인 의미 자체가 약하거나 수동적인 상황에서는 인식과 가담의 정도가 판단에 반영됩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무조건 몰랐다고 다투기보다,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정도가 어떠한지, 자신의 관여가 주도적이었는지 아니면 수동적이었는지를 나누어 살펴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여럿이 함께 그리거나 부추긴 경우의 책임

성적인 그림이나 낙서는 여러 학생이 함께 만드는 경우가 많아, 각자의 가담 정도가 문제됩니다. 앞의 부채 그림 사건에서도 원고와 다른 학생이 부채를 주고받으며 번갈아 그림을 그렸는데, 법원은 원고가 다른 학생의 행위의 의미를 알면서 가담하였고 서로의 행위를 부추긴 부분도 있다고 보아 각자에게 가담 정도에 따른 조치를 인정하였습니다.

여럿이 함께한 괴롭힘에서 각자의 책임이 어떻게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법원은 가해학생 무리에 속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행위를 인식하고 동조한 이상 자신이 직접 반복하지 않았거나 한 번의 행위에 그쳤더라도 가담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따돌림에 관한 것이지만, 무리 사이의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합의 아래 함께 웃으며 동조하는 것도 심리적 고통을 주는 가담이라는 법리는 성적인 표현물을 함께 만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성적인 게시물에 여러 학생이 가세하여 성적 비하 댓글을 단 사건에서도 법원은 그 원인을 제공한 학생과 가담한 학생들에게 각각 가담 정도에 따른 조치를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여럿이 함께 그린 그림이라도 "나는 일부만 그렸다"거나 "친구가 그린 것"이라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벗기는 어렵고, 자신이 무엇을 알면서 어느 정도로 가담하였는지가 조치의 경중에 반영됩니다.

7. 처분에 불복하는 방법과 실무 대응

학교폭력 처분 통지서를 함께 살펴보는 부모와 학생의 모습

성희롱 학교폭력 조치처분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합니다. 조치의 이행이 임박하였다면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성희롱 사건에서 다투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해당성입니다. 문제된 표현이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만한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지를 표현의 내용과 정도, 상대방의 반응, 상황을 들어 다툽니다.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으므로, 성적인 의미나 가해 사실이 불분명하게 남으면 그 불이익은 처분청이 지게 됩니다. 둘째는 인식과 가담의 정도입니다. 객관적으로 성적인 의미가 뚜렷한 표현물이라면 몰랐다는 항변은 어렵지만, 수동적 가담이나 약한 관여에 그쳤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는 재량입니다. 여럿이 함께한 사건에서 가담 정도에 비해 조치가 지나치게 무겁다면 형평의 원칙 위반을 다툴 수 있습니다.

한편 가해학생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 이수 조치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에 부수하는 것이어서 그것만 따로 취소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앞의 부채 그림 사건에서도 보호자 특별교육 부분의 취소청구는 다툴 이익이 없어 각하되었습니다. 따라서 불복은 가해학생 본인에 대한 조치를 중심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그림이나 낙서도 성희롱 학교폭력이 될 수 있나요?
될 수 있습니다. 성희롱의 수단인 성적 언동에는 말이나 신체 접촉뿐만 아니라 시각적 행위도 포함되므로, 성적인 그림·낙서·합성사진처럼 눈으로 보는 표현물도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만한 것이라면 성희롱 학교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Q. 성적인 의미인 줄 몰랐다고 하면 성희롱이 아닌가요?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이 객관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가진다면,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성희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표현의 성적인 의미 자체가 약하거나 수동적으로 가담한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인식과 가담의 정도가 판단에 반영됩니다.
Q. 상대가 불쾌감을 느꼈다고 하면 무조건 성희롱이 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굴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표현이 객관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Q. 친구와 함께 그린 그림인데 저만 조치를 받는 것은 부당하지 않나요?
여럿이 함께 그린 경우에는 각자의 가담 정도에 따라 조치가 정해집니다. 다른 학생의 행위를 알면서 가담하였다면 일부만 그렸더라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가담 정도에 비해 조치가 지나치게 무겁다면 형평의 원칙 위반을 다툴 수 있습니다.

9. 정리

성적인 그림이나 낙서 같은 표현물도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만한 것이라면 성희롱 학교폭력이 됩니다. 성희롱의 수단에는 시각적 행위가 포함되고, 성립을 위해 행위자에게 성적인 동기나 의도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성적인 의미를 몰랐다는 항변은 그림의 노골성이나 주변의 반응 같은 객관적 정황 앞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성적 모욕에 이르지 못하거나 수동적 가담에 그친 경우에는 인식과 가담의 정도가 반영되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기도 합니다. 여럿이 함께한 경우에는 각자의 가담 정도에 따라 조치가 정해지므로, 불복을 준비할 때에는 표현의 객관적 성적 의미, 인식과 가담의 정도, 조치의 형평을 함께 다투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례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표현의 내용과 정도, 상대방의 반응, 가담의 경위를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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