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데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조치를 받거나, 반대로 장애가 있는 자녀가 피해를 입고도 조치가 가볍게 끝나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장애가 제대로 고려되었는지가 문제됩니다. 특수교육 전문가의 조력 없이 조사가 진행되어 충분히 진술하지 못했다는 다툼이 대표적입니다. 본 글은 장애가 있는 학생이 학교폭력 조사와 심의를 받을 때 법이 정한 절차적 배려는 무엇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이 절차 하자가 되는지, 그리고 장애가 처분사유와 조치의 경중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행법은 장애가 있는 학생이나 그 보호자가 요청하면 심의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정하고 있어 이를 어기면 절차 하자가 될 수 있지만, 요청이 없었거나 학교가 의사를 확인할 기회를 충분히 준 경우에는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이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행위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을 상대로 한 행위는 더 무겁게 평가되어야 하므로, 장애는 절차와 조치 양쪽에서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해 여러 특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16조의2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장애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면서(제1항),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 심의 과정에 특수교육 전문가나 장애인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습니다(제2항). 여기서 장애학생이란 신체적, 정신적, 지적 장애 등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정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말합니다. 이러한 규정은 학교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저항하기 어려우며 피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는 장애학생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절차뿐 아니라 조치를 정할 때에도 장애는 고려 요소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는 가해학생 조치를 결정할 때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교육부 고시는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법 제17조 제13항은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일 경우 가해학생 특별교육에 장애인식개선 교육 내용을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애학생 보호 규정은 장애학생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심을 기르도록 하는 교육적 목적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청취는 두 가지 조문에 걸쳐 있습니다. 하나는 앞에서 본 제16조의2 제2항으로 장애학생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13조 제5항으로 피해학생 일반에 관한 것입니다. 두 조문의 공통점은, 원칙적으로는 심의위원회가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재량으로 규정하면서도, 장애학생이나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하면 반드시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16조의2 제2항의 이 단서는 2026. 6. 2. 시행으로 강화된 부분으로, 종전에는 전문가 의견청취가 심의위원회의 재량이었으나 이제는 장애학생 측의 요청이 있으면 의무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장애가 있는 학생 측은 심의 전에 전문가 의견청취를 요청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요청이 없었던 경우에는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절차 하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학교가 요청 여부를 확인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주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의 사건에서, 학교가 심의 약 열흘 전에 전문가 의견청취를 요청할 수 있다는 안내문과 요청서 양식을 보냈는데도 피해학생 측이 심의 당일에야 요청서와 진단서를 제출한 사안에서, 법원은 학교가 피해학생 측의 의사를 확인할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아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은 절차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요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 측이 전문가 조력 없는 조사와 심의를 절차 하자로 다툰 대표적인 사건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으로 뇌전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 의사소통이 특히 어려운 학생이, 같은 반 학생의 허벅지를 발로 차고 "바늘로 너 눈 찌른다"며 위협하며 뺨을 밀친 행위 등으로 서면사과, 접촉ㆍ협박ㆍ보복행위 금지, 심리치료 5시간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학생 측은 조사와 심의에서 특수교육 전문가의 조력을 받지 못해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며 절차 하자를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사 과정에 장애학생 보호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은 점, 당시 적용되던 구법에서는 심의 과정의 전문가 출석을 필수 절차로 보기 어려웠던 점, 안내문에 전문가 의견청취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점, 학생의 어머니가 직접 심의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한 점을 들어 절차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앞서 본 것처럼 요청 시 의견청취가 의무화되기 전의 구법 사안이므로, 현행법에서는 요청이 있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 측이 심의위원회가 장애 여부 판단을 누락해 절차가 위법하다고 다툰 사건도 있습니다. 언어장애와 뇌병변 장애로 장애가 심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같은 반 남학생 여러 명으로부터 가위바위보 벌칙으로 성기를 만지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안에서, 피해학생 측은 심의위원회 회의록에 장애 여부가 "해당 사항 없음"으로 기재된 것을 들어 절차 하자를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회의록에 원고 측 변호사가 장애를 이용한 학교폭력이라며 엄중한 조치를 요청한 내용, 위원들이 특수학급 교육 상황을 묻고 원고가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임을 지적한 문답이 담겨 있는 점을 들어, 심의위원회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특별히 가중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기재한 것이라고 보아 절차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회의록의 형식적 기재가 아니라 실제 심의에서 장애가 실질적으로 고려되었는지가 기준이 된 것입니다.
전문가 의견을 듣거나 추가로 조사하기 위해 심의를 한 차례 미루고 다시 여는 것도 절차 하자가 아닙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 사건에서, 1차 심의에서 결정을 유보하고 경찰 수사 결과 등을 확인한 뒤 2차 심의에서 조치를 의결한 사안에서, 가해학생 측은 2차 심의에서 다시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아 진술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반드시 한 번의 심의에서 조치를 의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추가 사실조사나 전문가 의견청취를 위해 심의를 속행할 수 있다고 보아, 절차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장애가 있는 가해학생 측은 그 행동이 장애로 인한 조건반사여서 고의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학교폭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중학생이 상대 학생들에게 침을 뱉은 행위가 문제된 사건에서, 그 학생의 어머니는 침을 뱉은 것이 자폐로 인한 조건반사여서 고의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이 반드시 사전에 계획하거나 상대를 괴롭힐 목적을 가지고 한 행위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폐성 장애로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은 책임의 정도를 낮게 평가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그 행위를 인식과 의사가 배제된 고의 없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서면사과 조치를 유지하였습니다. 장애로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있어도 행위 자체가 학교폭력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장애 특성을 고려할 때 조치가 목적에 비해 지나치면 취소됩니다. 앞의 뇌전증ㆍ아스퍼거 학생 사건에서, 법원은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조치는 유지하면서도 심리치료 5시간 조치는 취소하였습니다. 심리치료를 부과한 주된 이유가 피해학생 보호자의 요구였을 뿐 그 학생에게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과 반성을 위한 심리치료가 필요한지, 선도와 교육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상담 전문가로부터 그 학생에게는 다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점, 학생이 이미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고 전학한 뒤 원만하게 생활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심리치료 조치는 그로써 얻을 공익에 비해 학생이 입는 불이익이 지나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재량권 일탈ㆍ남용이란 법이 행정청에 맡긴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 판단을 잘못 행사한 경우를 말하는데, 장애 특성과 실제 필요성을 살피지 않은 조치가 그 예입니다.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을 상대로 한 학교폭력은 더 무겁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앞의 자폐성 장애 중학생 사건에서, 그 학생을 상대로 여러 학생이 가위바위보 벌칙으로 목과 볼을 때린 가해학생들에게 심의위원회가 심각성을 "없음"으로 평가하고 가장 가벼운 서면사과만 부과하자, 법원은 그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다수가 저항 능력이 부족한 장애학생을 상대로 벌칙으로 정해 신체를 때린 것은 명백한 학교폭력인데도 심각성을 "없음"으로 본 것은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이고,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도 근거 없이 높게 평가되었다고 보아, 서면사과 조치가 지나치게 가벼워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처럼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 경우 조치가 가벼우면 오히려 피해학생 측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이라는 사정이 곧바로 더 무거운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의 언어ㆍ뇌병변 장애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은 가해학생들에게 접촉금지와 학교봉사만 부과된 것이 가볍다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조치가 다소 가볍다고 볼 여지는 있어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가해학생들이 열 살 남짓의 어린 학생이어서 엄한 처벌보다 교육을 통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점, 더 무거운 조치는 어린 학생에게 낙인이 되어 선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한 것입니다. 학교폭력 조치가 응보가 아니라 선도와 교육을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헌법재판소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학교폭력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학교폭력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주고받은 사이버폭력의 피해자가 특수학급 학생이었던 사건에서도,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정한 판정 점수와 조치가 관련 규정이 정한 절차와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아 그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라는 두 목적을 함께 형량하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의 학교폭력 사건에서 절차와 조치를 다투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면 |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정 |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정 |
|---|---|---|
| 전문가 의견청취 절차 | 심의 전에 전문가 의견청취를 명시적으로 요청함 | 안내를 받고도 요청하지 않거나 당일에야 제출 |
| 장애 가해학생의 고의 | 장애로 책임 정도를 낮게 볼 사정(양정 참작) | 조건반사라도 인식과 의사가 있는 행위(해당성 인정) |
| 조치의 재량 | 선도 필요성 심의 없이 부과된 조치 | 행위 태양과 피해에 비추어 적정한 조치 |
| 장애 피해학생 보호 | 저항 곤란한 장애를 이용한 행위인데 조치가 가벼움 | 어린 가해학생의 선도ㆍ낙인 방지 고려 |
표: 장애학생 학교폭력 사건에서 절차와 조치의 판단 요소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장애가 언급된 행정소송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 유지(기각)가 약 70퍼센트로 대부분이지만, 일부만 취소되는 일부인용이 약 10퍼센트로 나타납니다. 앞의 심리치료 조치 사건처럼 여러 조치 가운데 일부만 취소되는 결론이 상대적으로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장애가 있는 학생 측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전문가 의견청취 요청입니다. 현행법상 요청이 있으면 심의위원회는 반드시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심의 통지를 받으면 안내문에 적힌 방법과 기한에 맞추어 특수교육 전문가나 아동심리 전문가의 의견청취를 서면으로 요청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서나 심리평가 결과 등 장애 특성을 보여주는 자료도 심의 전에 미리 제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해학생 측이라면 장애가 책임의 정도를 낮추는 사정으로 반영되도록 다투되, 조건반사라는 주장만으로 학교폭력 자체가 부정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피해학생 측이라면 장애를 이용한 행위였다는 점과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구체적으로 소명해 조치의 가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의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조사와 심의 절차에서 장애가 제대로 고려되었는지가 처분사유나 양정과 함께 문제됩니다. 현행법은 장애학생이나 그 보호자가 요청하면 심의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그 요청은 절차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요청이 없었거나 학교가 확인 기회를 충분히 준 경우에는 전문가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이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실체 판단에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행위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고, 반대로 저항이 어려운 장애가 있는 피해학생을 상대로 한 행위는 더 무겁게 평가되어야 하므로, 장애는 절차와 조치 양쪽에서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이 관련된 사건일수록 전문가 의견청취 요청과 진단ㆍ심리평가 자료의 제출을 초기에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