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신고를 당했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여기는 학생과 부모는, 상대가 언제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놓입니다. 상대가 소송을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먼저 자신에게 손해배상 채무가 없음을 확인받아 이 불안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입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으로 지목된 학생이 손해배상 채무 부존재 확인을 구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고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으로 지목된 학생은 상대가 손해배상 채무를 주장하며 다투는 이상 그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할 수 있고,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면 채무 부존재가 확인됩니다. 다만 상대가 이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라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될 수 있고, 반대로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채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란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판결로 확인받기 위한 소송을 말합니다. 보통의 손해배상 소송이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 가해자를 상대로 이행을 구하는 것과 달리,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채무를 부담한다고 지목된 쪽이 먼저 나서서 그 채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고 구하는 형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극적 확인의 소라고도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는 신고를 당한 학생과 부모가 이 소송의 원고가 됩니다. 상대가 학교폭력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요구할 태세를 보이면, 지목된 학생 측은 그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해 분쟁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이 필요한 이유는, 상대가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말지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지목된 학생은 언제 소송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정한 지위에 계속 놓이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분쟁은 심의와 형사, 민사 절차가 얽혀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 불안정한 상태를 스스로 정리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손해배상 채무는 상대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해 손해가 발생했을 때 성립합니다. 따라서 지목된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로 인한 손해가 인정되지 않으면, 애초에 배상할 채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려면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확인의 이익이란 그 확인을 받는 것이 원고의 불안을 없애는 데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되는 소송요건입니다.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ㆍ위험이 있고 그 불안ㆍ위험을 제거하는 데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되므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다툼으로써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불안ㆍ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 확인의 이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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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선고된 것은 아니지만 확인의 소 일반에 적용되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로, 학교폭력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채무의 부존재 확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학교폭력으로 지목된 학생의 경우, 상대가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고 다투는 것 자체가 그 학생의 법적 지위에 불안을 초래하는 사정이 됩니다. 상대가 채무의 존재를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는다면, 지목된 학생은 그 채무가 없음을 확인받을 이익이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가 손해배상을 주장한 사실이 전혀 없고 앞으로 청구할 낌새도 없는데 지목된 학생이 막연한 걱정만으로 소를 낸다면, 제거할 현존하는 불안이 없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확인의 이익은 추상적인 불안이 아니라, 상대의 태도로 구체화된 법적 불안이 있을 때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를 내기 전에 상대가 실제로 채무의 존재를 주장하며 다투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사건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사과 강요, 따돌림, 시비 걸기 등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를 당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양측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고의로 가해행위를 했음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해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신고를 당한 학생들과 신고한 학생 모두에게 조치없음 결정을 했습니다. 신고를 당한 학생들은 협박 등을 이유로 소년보호사건에도 송치되었으나 불처분결정을 받았습니다. 그 뒤 신고한 학생 측이 신고를 당한 학생들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지목된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냈습니다.
법원은 심의위원회의 개최 경위와 결과, 형사 고소 사건의 처리 경과 등에 비추어 상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지목된 학생들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지목된 학생들이 부담하는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지 않고, 상대가 이를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면, 지목된 학생은 채무가 없음을 판결로 확인받아 분쟁을 종결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상대가 이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였는데도 법원이 지목된 학생들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뒤에서 보듯 상대가 이행의 소를 낸 경우에는 확인의 이익이 부정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소송의 당사자와 대상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의 바탕에는 증명책임의 배분이 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려면 불법행위의 존재와 위법성, 손해의 발생, 그리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도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손해는 이를 주장하는 상대가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이 부족하면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법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불법행위의 존재와 손해의 발생, 그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에게 있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법리는 손해배상 소송이든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원칙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지목된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지목된 학생이 학교폭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학교폭력과 손해를 증명하지 못하면 채무의 부존재가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주장하는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그로 인한 손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증거가 분명하지 않으면 학교폭력을 주장하는 쪽이 불리해진다는 점은, 지목된 학생이 대응 방향을 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다만 이 점이 지목된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하여, 상대가 학교폭력의 정황과 피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춘 경우까지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명책임의 배분은 증거가 부족하거나 팽팽할 때 결론을 좌우하는 기준이지, 상대의 증명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학교폭력이 증거로 인정되면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경우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상대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됩니다.
한 사건에서 법원은 중학생들 사이의 폭행과 모욕 등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가해학생들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그 부모들에게는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해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와 소년보호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해 학교폭력을 불법행위로 인정하고, 그 부모에게 감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지목된 학생 측이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더라도, 학교폭력이 증거로 뒷받침되면 그 확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교폭력의 정황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고 상대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고 있다면, 채무부존재확인을 고집하기보다 손해의 범위를 다투거나 합의를 통해 분쟁을 정리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의 주장이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고 정황도 뚜렷하지 않다면, 채무부존재확인은 분쟁을 조기에 매듭짓는 유효한 수단이 됩니다. 결국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확보된 증거의 상태를 냉정하게 살펴 정해야 합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학교폭력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결과 분포입니다.
학교폭력이 일부만 인정되면 채무도 그 범위에서만 존재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부존재가 확인됩니다. 신고가 여러 행위에 걸쳐 있거나 서로 신고를 주고받은 사안에서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한 사건에서는 서로 학교폭력을 주장하며 다투었는데, 법원은 지목된 학생들의 손해배상 채무가 일정한 금액을 초과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하는 한편, 그 금액 범위의 채무는 인정했습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가 반드시 전부 아니면 전무로 결론나는 것은 아니고, 인정되는 손해의 범위를 넘는 부분에 한하여 부존재가 확인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처럼 부분적으로 채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인정 범위를 다투는 것이 실질적인 쟁점이 됩니다.
서로 신고를 주고받은 사안에서는 상대의 채무 부존재를 확인받는 동시에 자신도 상대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으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와 손해배상 청구가 한 사건에서 함께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이 경우 법원은 양측의 행위를 각각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살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채무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존재로 확인합니다. 따라서 상대의 신고에 맞서 자신의 피해도 함께 주장할 것인지, 채무 부존재만 확인받을 것인지를 사건의 실제 사정에 맞추어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에는 한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상대가 이미 같은 채권에 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행의 소를 제기했다면, 지목된 학생은 그 이행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다투면 목적을 이룰 수 있으므로, 별도로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아니지만 확인의 이익에 관한 일반 법리를 보여 주는 사례로, 한 사건에서 법원은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뒤 상대가 같은 채권에 관하여 이행의 소를 제기하자, 확인의 소는 그 이행 청구에 대응해 다투면 되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했습니다. 이행의 소가 제기되면 그 소송에서 채무의 존부가 어차피 판단되므로, 굳이 별도로 확인판결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상대가 다투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고 해서 확인의 이익이 무조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상대가 나중에 다시 다툴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확인의 이익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상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전 단계에서, 또는 상대의 태도가 분명하지 않아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앞의 인용 사례에서 상대가 이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였는데도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 것은, 상대가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채무부존재확인은 학생들 본인이 구한 것이어서 두 소송의 당사자가 완전히 같지 않았던 사정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확인의 이익은 두 소송의 당사자와 대상이 어느 정도 겹치는지, 상대가 실제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없음 결정이나 소년보호사건의 불처분결정, 형사 불기소 처분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유력한 참작 자료가 됩니다. 심의와 수사 절차에서 학교폭력이나 가해행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민사 법원이 불법행위의 성립을 판단할 때 무겁게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앞의 인용 사례에서도 법원은 심의위원회의 조치없음 결정과 소년보호사건의 불처분 경과를 판단의 근거로 함께 들었습니다. 이들 절차는 학교와 수사기관이 자료를 모아 판단한 결과이므로, 민사 법원으로서도 그 결론을 가볍게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러한 결정이 민사 법원을 곧바로 구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과 증명의 정도가 서로 다른 원리에 따르므로, 형사에서 무죄나 불기소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1430 판결). 뒤집어 보면, 조치없음이나 불처분이 있었더라도 상대가 다른 증거로 학교폭력을 증명하면 채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조치없음 결정은 학교폭력이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부족해 학교폭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소년보호사건의 불처분결정 역시 비행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결정을 근거로 삼을 때에는 그 결정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결국 조치없음과 불처분은 지목된 학생에게 유리한 자료이지만 그 자체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고, 전체 증거에 비추어 학교폭력의 성립 여부가 판단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결정을 받았더라도 상대가 어떤 증거를 들고 나올지에 대비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함께 갖추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학교폭력의 증명책임은 상대에게 있지만, 지목된 학생 측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상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면 법원의 판단이 한층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없음 결정문과 사안조사보고서, 소년보호사건의 불처분결정과 형사 불기소 이유서, 당시의 대화 내용과 목격 학생의 진술 등은 상대의 주장이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특히 심의와 수사 단계에서 남은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이른 시일에 모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치없음 결정문이나 불처분결정문은 그 결론뿐 아니라 이유가 중요하므로, 결정서 전문을 확보해 어떤 사정을 근거로 그런 판단이 내려졌는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상대가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하는 행위가 실제로는 서로 오간 다툼이거나 일상적인 갈등이었다면, 그 정황을 보여 주는 대화 기록과 주변 학생의 진술을 함께 갖추면 상대 주장의 신빙성을 다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상대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전, 또는 상대의 태도가 분명하지 않아 불안이 계속되는 단계에서 특히 실익이 있습니다. 상대가 이미 손해배상 이행의 소를 제기했다면 그 소송에서 다투는 것으로 충분해 확인의 소는 각하될 수 있으므로, 상대가 소송을 준비하는 정황이 보이면 그 전에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상대가 언제든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상대가 실제로 채무의 존재를 주장하며 다투고 있는지를 살펴 판단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손해배상은 가해로 지목된 학생 본인뿐 아니라 그 부모도 상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과 그 부모가 각각 채권자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낼 때에는 누구의 누구에 대한 어떤 채무의 부존재를 확인받을 것인지를 분명히 특정해야 합니다. 앞의 사례처럼 신고를 주고받은 경우에는 확인을 구하는 채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판단이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지목된 학생은 상대가 손해배상 채무를 주장하며 다투는 이상, 그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먼저 구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과 손해는 이를 주장하는 상대가 증명해야 하므로, 그 증명이 부족하면 채무 부존재가 확인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없음이나 소년보호사건의 불처분은 유력한 참작 자료가 되지만 민사 법원을 곧바로 구속하지는 않고, 전체 증거에 비추어 학교폭력의 성립 여부가 판단됩니다. 다만 상대가 이미 손해배상 이행의 소를 제기한 뒤라면 확인의 이익이 없어 소가 각하될 수 있고, 학교폭력이 증거로 인정되면 채무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일부만 인정되면 그 범위를 넘는 부분에 한하여 부존재가 확인됩니다. 따라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상대의 손해배상 주장이 근거가 약하거나 태도가 분명하지 않아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목된 학생이 취할 수 있는 유효한 대응 수단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례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