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교폭력 손해배상, 가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청구가 기각되는 이유

2026.06.23조회 968
학교폭력 손해배상, 가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청구가 기각되는 이유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확신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도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처가 있고 진단서도 있는데 왜 배상을 받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민사 손해배상에서 가해 사실의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증명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입증 부족으로 청구가 기각되는지를 실제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 측이 가해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은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러야 합니다. 진단서가 피해자나 보호자의 진술에만 근거하거나, 형사에서 불기소되고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될 수 있고, 반대로 목격 진술이나 소년보호처분 등으로 가해 사실이 뒷받침되면 배상이 인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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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폭력 손해배상의 입증 구조

가. 가해 사실은 피해자가 증명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한 가해행위, 손해의 발생, 그리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 요건 사실은 배상을 구하는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끝내 증명되지 않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지는 것을 말하는데,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가해 사실의 증명책임은 피해자 측이 집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점은 학교폭력 조치를 다투는 행정소송과 방향이 반대입니다. 행정소송에서는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 곧 가해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가해학생이 조치를 취소해 달라고 다투는 행정소송에서는 학교나 교육청이 가해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이 취소됩니다. 그러나 가해학생이나 그 부모,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에서는 가해 사실을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하므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은 피해자에게 돌아갑니다. 같은 학교폭력 사건이라도 어느 소송이냐에 따라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폭력으로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이 있더라도, 피해자가 민사에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그 가해 사실을 스스로 증거로 세워야 합니다.

나. 민사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

민사소송에서 사실은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됩니다. 이를 자유심증주의라고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다만 자유심증이라 하여 막연한 심증으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정도의 증명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입증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입증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

즉 반드시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여러 증거를 종합할 때 통상인이라면 그 사실이 있었다고 의심 없이 믿을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상당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는 상처나 진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그 상처가 누구의 어떤 가해행위로 생겼는지가 이 정도의 개연성으로 증명되어야 배상이 인정됩니다.

아래는 실제 사건에서 가해 사실의 입증이 성공한 경우와 실패한 경우를 나눈 요소를 정리한 것입니다.

판단 요소입증이 부족해 기각되는 방향입증되어 인용되는 방향
진단서피해자ㆍ보호자 진술에만 근거가해행위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와 결합
목격ㆍ객관 증거목격 진술ㆍ영상이 없음목격 진술ㆍ폐쇄회로 영상이 있음
형사ㆍ소년보호불기소ㆍ불처분ㆍ처분 취소소년보호처분ㆍ심의위원회 조치
피해자 진술가해자ㆍ경위가 일관되지 않음일관되고 정황과 부합

표: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가해 사실의 입증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요소.

데이터 이미지

[데이터]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민사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이며, 전체 사건을 집계한 통계는 아닙니다.

학교폭력 민사 판례에서는 청구가 인정 범위 내에서 일부만 받아들여지는 일부인용이 다수이지만, 가해 사실의 입증이 부족한 경우에는 약 29퍼센트에 이르는 기각으로 이어집니다. 입증에 성공하느냐가 배상 여부를 좌우하는 것입니다.

2. 가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기각된 경우

가. 진단서가 보호자 진술에 근거하고 형사도 불처분된 경우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생의 등에 상처가 발견된 사건에서, 부모는 가해학생들이 담뱃불로 허리를 지졌다며 학교를 설치·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학교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지므로, 그 의무를 소홀히 하여 학교폭력이 발생하였다면 국가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책임도 학교폭력, 곧 가해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상처를 담뱃불 화상으로 기재한 진단서가 여러 장 제출되었고, 부모는 소변검사와 폐쇄회로 영상 확보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해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담뱃불 화상이라고 기재한 진단서는 피해학생 가족의 진술에 근거한 것으로 보여 그 기재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상처를 진단한 의사도 학교와의 통화에서 담뱃불에 의한 상처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 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 대한 소년보호사건에서 보호처분의 필요가 없다는 결정이 내려지는 등 형사절차로도 가해행위를 확정하기 어려운 점, 부모가 사고 추정일부터 열흘 이상 지나 상처를 발견해 원인을 알기 어려운 점, 피해학생이 상처의 원인과 가해자를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한 점을 종합하였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세 명에서 두 명, 한 명으로 바뀌었고, 이들에 대한 소변검사에서도 흡연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가해 사실은 물론 학교의 보호감독의무 위반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상처가 있고 진단서가 있어도, 그 상처가 특정한 가해행위로 생겼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으면 배상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학교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정을 다투더라도, 그 전제인 가해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학교의 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소변검사나 폐쇄회로 영상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가해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손해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많은 증거를 냈어도 부족한 경우

증거의 양이 많다고 하여 입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학생이 중학교 재학 중 여러 학생으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폭행, 물건 강매를 당했다며 가해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은 마흔여덟 건에 이르는 증거를 제출하였고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과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증거들만으로는 가해학생들이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조치를 의결하기는 했으나 행정심판에서 또래 사이에 흔히 있을 법한 갈등이라는 이유로 그 처분이 취소되었고, 형사 고소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되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어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진단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고통을 일으킨 가해행위 자체가 증명되지 않으면 배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상대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각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양쪽 모두에게 조치하지 않았고 형사에서도 불처분되었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양쪽이 주장하는 가해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본소와 반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확정된 행정소송에서 가해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 그 결과가 민사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되어 청구가 기각되기도 합니다. 초등학생의 부모가 가해로 지목된 학생과 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처분을 취소한 행정소송 판결이 확정되었고 확정된 행정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민사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된다는 점을 들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가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가 있었더라도 행정소송에서 그 처분이 취소되면, 오히려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진단서와 형사 결과의 증명력

입증 실패 사건에서 자주 문제되는 것이 진단서와 형사 처리 결과의 증명력입니다.

서류 검토 이미지

가. 진단서는 가해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 못한다

진단서는 상해의 부위와 정도를 보여 주지만, 그 상해가 특정한 가해행위로 생겼다는 사실까지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진단서는 의사가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상해의 원인을 파악한 뒤 의학적 지식으로 관찰한 내용을 적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상해진단서에 적힌 상해가 곧 특정인의 가해행위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고, 이 법리는 형사뿐 아니라 민사에서도 같게 적용됩니다. 즉 진단서는 상해가 있었다는 점의 자료일 뿐, 그 상해를 누가 어떻게 입혔는지는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아동이 눈을 연필로 찔렸다며 그 부모가 가해아동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진단서가 피해자 측 진술을 토대로 작성되었고 검사 결과 각막과 결막에 이상 소견이 없었으며 담임교사의 진술과 폐쇄회로 영상으로도 찌른 장면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연필로 찔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진단서만 있고 가해행위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으면 입증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것입니다.

나. 형사 불기소나 소년보호 불처분의 영향

형사에서 불기소되거나 소년보호에서 불처분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가해 사실이 없다고 단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년보호의 불처분결정은 비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뿐 아니라 사안이 경미하거나 보호처분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내려지기 때문입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오히려 수사가 위법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소년보호 불처분결정이 범죄 혐의가 없는 경우뿐 아니라 보호처분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내려지는 것이므로, 불처분이 있었다고 하여 그 학생이 가해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소년보호 불처분은 가해 사실이 없다는 증명이 아니라, 가해 사실을 확정하기 어렵거나 처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사와 형사는 서로 다른 원리로 판단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형사와 민사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관련 형사재판에서 고의성 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1430 판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관련 형사재판에서 고의성 내지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형사 불기소나 무죄가 민사에서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형사 결과가 가해 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증거까지 부족하면 민사에서도 입증이 부족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앞서 본 담뱃불 사건과 집단 따돌림 사건에서도 형사·소년보호 절차가 가해 사실을 확정하지 못한 점이 민사에서 청구를 기각하는 여러 근거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였습니다. 결국 형사와 민사는 별개이지만, 어느 절차에서도 가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배상은 어려워집니다.

4. 가해 사실이 입증되어 배상이 인정된 경우

반대로 가해 사실이 증거로 뒷받침되면 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입증에 성공한 사건들을 보면 어떤 증거가 유효한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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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목격 진술과 부모의 사과·각서로 인정된 경우

초등학생이 약 반년간 반복적으로 폭행당했다며 가해학생과 그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가해학생 측은 폭행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같은 반 학생들과 그 보호자의 목격 진술서, 학교의 조사 결과, 가해학생 부모가 통화와 문자로 사과하고 각서를 작성한 사정, 가해학생 본인이 직접 사과한 사정을 종합하여 반복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소년보호 불처분결정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결정 이유가 비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보호처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므로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가해학생과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의 공동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가해학생 측이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더라도, 목격 진술과 사과·각서 같은 정황 증거가 종합되면 가해 사실이 고도의 개연성으로 증명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나. 심의위원회 결정과 소년보호처분으로 인정된 경우

중학생이 협박과 폭행, 동영상 유포를 당했다며 가해학생들과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과 목격 학생들의 진술로 가해행위가 확인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전학 등의 조치를 하였으며, 가해학생들이 보호관찰 등의 소년보호처분을 받았고, 그중 한 명은 전학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가 취하한 점을 종합하여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한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자치위원회 조치와 소년보호처분을 근거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녀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지 않도록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의 책임까지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심의위원회 결정이나 형사·소년보호 결과, 목격 진술이 함께 있으면 가해 사실이 고도의 개연성으로 증명되었다고 평가되는 것입니다. 앞의 입증 실패 사건들과 견주어 보면, 결국 진단서나 피해자의 진술 외에 가해행위를 뒷받침하는 독립된 증거가 있는지가 결론을 좌우함을 알 수 있습니다.

5. 실무에서 유의할 점

학교폭력 손해배상을 준비하는 피해자 측은 몇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가해 사실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상처와 진단서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상처가 특정한 가해행위로 생겼다는 점을 뒷받침할 목격 진술, 폐쇄회로 영상, 문자나 사회관계망 기록, 사건 직후의 정황이 필요합니다. 진단서는 상해의 정도를 보여 주는 자료일 뿐 가해행위 자체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와 형사·소년보호 절차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거나 가해학생이 소년보호처분을 받으면, 그 결과가 민사에서 가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심의에서 조치가 없거나 형사에서 불기소되면 민사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각 절차에서 증거를 충실히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도록 초기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가해자나 가해 경위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하면 신빙성이 떨어져 입증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사건 직후의 진술과 기록이 신빙성 판단에서 중요하게 쓰입니다. 상처를 늦게 발견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해행위와의 연결이 약해지므로, 피해를 인지한 즉시 상태를 기록하고 경위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형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합니다. 형사에서 불기소되었더라도 민사는 별개의 원리로 판단되므로 가해 사실을 독자적으로 증명할 준비가 필요하고, 반대로 형사에서 유죄나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면 이를 민사 증거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청구에는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가해자와 손해를 안 날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상처와 진단서가 있는데도 손해배상을 못 받을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진단서는 상해의 부위와 정도를 보여 줄 뿐, 그 상해가 특정한 가해행위로 생겼다는 사실까지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진단서가 피해자나 보호자의 진술에만 근거하고 가해행위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으면,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Q.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가해 사실은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배상을 청구하는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행정소송에서는 처분청이 가해 사실을 증명하지만, 가해학생이나 부모, 학교를 상대로 하는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피해자 측이 가해 사실을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으로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을 피해자가 집니다.
Q. 형사에서 불기소되면 민사 손해배상도 안 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와 형사가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에서 다른 원리로 판단되므로, 형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형사 결과가 가해 사실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다른 증거까지 부족하면 민사에서도 기각되기 쉬우므로, 가해 사실을 독자적으로 증명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Q. 소년보호 불처분이 나오면 가해가 없었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년보호 불처분결정은 비행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뿐 아니라 사안이 경미하거나 보호처분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내려집니다. 그래서 불처분결정이 있었더라도 그 이유가 비행 사실 부정이 아니라면 가해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결정문에 적힌 이유가 어느 쪽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정리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는 가해 사실을 배상을 구하는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은 통상인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러야 합니다. 진단서가 피해자나 보호자의 진술에만 근거하거나, 형사에서 불기소되고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청구가 기각될 수 있습니다. 상처와 진단서가 있어도 그 상처가 특정한 가해행위로 생겼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으면 배상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목격 진술이나 심의위원회 결정, 소년보호처분, 가해자 측의 사과와 각서 등으로 가해 사실이 뒷받침되면 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진단서나 피해자 진술 외에 가해행위를 뒷받침하는 독립된 증거가 있는지가 입증 성공과 실패를 나눕니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의 원리로 판단되므로 형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가해 사실을 독자적으로 증명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심의위원회 절차와 형사·소년보호 절차에서 남긴 자료를 민사 증거로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국 학교폭력 손해배상은 확신이 아니라 증거로 결론이 정해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민사 손해배상의 입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와 판례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며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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