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신고되면 담임교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전에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에게 사과를 하게 하거나, 부모에게 사과문이나 재발방지각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초기 대응이 방어권을 침해한 절차상 하자라며 처분을 다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본 글은 신고 초기의 사과·재발방지각서 요구가 학교폭력 처분을 위법하게 하는 절차상 하자가 되는지, 그리고 그와 별개로 처분사유가 실제로 인정되는지가 어떻게 판단되는지를 실제 판결을 통해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사과나 재발방지각서를 요구하였더라도, 이후 절차에서 사안의 통보와 면담, 의견진술 기회를 통해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면 그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목된 행위가 일방적인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 방어행위에 그치는 경우처럼 학교폭력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처분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에게는 자신에게 불리한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스스로를 방어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방어권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다투기 위하여 사건의 내용을 알고 그에 대하여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절차상 하자란 처분에 이르는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법령이 정한 방법이나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26. 6. 2. 시행 기준) 제17조 제8항은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는 신고 초기에 사과나 재발방지각서를 요구받았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조사와 심의에 이르는 전체 절차에서 지목된 학생이 사안의 내용을 알고 자신의 입장을 진술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지를 종합해 판단됩니다. 초기의 요구에 어떤 흠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이후 절차에서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지 않았다면 처분을 취소할 사유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한 사안에서,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고등학생 측은 담임교사가 신고 후 사실관계나 진위 확인도 없이 갑자기 피해학생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부모에게 사과문과 재발방지각서 작성을 요구하여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서면사과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학교가 신고 다음 날 학생과 보호자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곧이어 면담을 거쳐 확인서를 받았는데 그 학생이 자신의 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고 있어 신고된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점, 심의위원회 개최 전에 사안의 개요가 구체적으로 기재된 참석 안내문을 미리 받은 점, 심의위원회에 참석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진술한 점을 들어,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된 상태에서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았습니다. 담임교사가 신고 초기에 사과를 요구한 사정이 있었더라도, 이후의 통보와 면담, 안내문 송부, 의견진술을 통해 방어권이 보장되었다면 그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는 절차상 하자를 판단할 때 초기의 개별 행위 하나가 아니라 신고부터 심의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학생이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가졌는지를 본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절차상 하자가 인정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그 행위가 실제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곧 처분사유가 있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처분사유란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 여기서는 지목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하고, 그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분사유가 없어 처분이 취소됩니다. 실무에서 처분의 유지와 취소는 이 처분사유의 판단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수원 사안에서는 여러 행위가 함께 신고되었는데, 심의위원회는 그 가운데 운동장에서 철봉에 매달려 있던 피해학생의 바지를 내린 행위만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서면사과 조치를 하였습니다. 나머지 행위들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어떤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볼 것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지목된 학생은 이 행위도 다른 장난과 마찬가지이고 평소 친하게 지내며 장난을 주고받던 사이였으며 실수로 손이 미끄러진 것이라며 처분사유가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전에 남학생 몇 명만 있던 화장실에서 있었던 장난과 달리, 이 행위는 다수의 남녀 학생이 함께 있고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개방된 운동장에서 이루어져 그 내용과 심각성이 다른 점, 피해학생의 성별과 나이, 행위의 방법과 정황에 비추어 피해학생이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설령 의도한 것이 아니었더라도 그러한 행위로 피해학생이 정신적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행위로 나아갔다고 보이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같은 유형으로 보이는 행위라도 이루어진 장소와 정황, 피해의 정도에 따라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목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던 중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방어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어 그 자체를 가해로 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형사 사건에서 이러한 소극적 방어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왔습니다.
대법원은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다른 사안에서, 한 학생이 상대 학생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던 중 때리는 상대에게 그가 예민하게 여기는 말을 한 것이 학교폭력으로 문제되어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이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그 학생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발언은 지속성이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 일회적인 것이고, 먼저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게 되자 이에 대응해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소극적 방어행위로 볼 수 있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처럼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였고, 함께 제기된 절차상 하자 주장은 더 살필 필요가 없다고 보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지목된 행위 자체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으면 처분의 근거가 사라지므로,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따질 것도 없이 처분이 취소된다는 것입니다.
| 구분 | 행위의 성격 | 결과 |
|---|---|---|
| 처분사유 인정 | 개방된 장소에서 성적 수치심을 준 행위, 고통 인지 | 학교폭력 인정(유지) |
| 처분사유 부존재 | 일방적 폭행에서 벗어나려는 일회적 소극적 방어 | 학교폭력 부정(취소) |
표: 처분사유의 인정과 부존재(예시).

처분사유가 인정되면, 그 조치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는지가 남습니다. 어떤 조치를 내릴지는 심의기구와 교육장의 재량이므로, 법원은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한 경우에만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봅니다. 재량권의 일탈이란 법이 정한 한계를 벗어난 것을, 남용이란 그 한계 안에 있으나 목적에 어긋나게 행사한 것을 말하는데, 학교폭력 조치에서는 두 경우를 묶어 조치가 명백히 부당한지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서면사과처럼 가벼운 조치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다투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치의 수준은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가 정한 요소를 점수로 판정하여 정해집니다.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을 점수로 매겨 그 합계에 따라 서면사과부터 전학, 퇴학까지의 조치 중 어느 것을 부과할지가 정해지며, 그 세부적인 판정 기준은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고 있습니다.
앞의 수원 사안에서, 심의위원회는 심각성 1점, 지속성 0점, 고의성 1점, 반성 정도 0점, 화해 정도 0점으로 합계 3점을 부여하여 가장 가벼운 조치인 서면사과를 의결하였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의 수준과 행위의 정도, 피해학생과의 관계, 피해학생의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한 것이어서 서면사과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절차상 하자나 처분사유가 다투어진 학교폭력 행정소송에서 처분이 유지되어 청구가 기각된 경우가 약 67퍼센트로 나타나고, 처분이 취소되거나 일부 취소된 경우는 약 25퍼센트로 보입니다. 절차상 하자만으로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취소되는 사건도 상당수는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실체 판단에서 비롯됩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이며, 전체 판례에 대한 전수 조사가 아닙니다.

신고 초기에 학교로부터 사과나 재발방지각서를 요구받았다면 그 경위를 기록해 두는 것이 좋지만, 그 사정만으로 처분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통보와 면담, 안내문, 의견진술을 통해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가 함께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절차상 하자 주장과 별개로, 지목된 행위가 실제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를 장소와 정황, 고의성, 피해의 정도를 중심으로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처분사유가 부정되면 절차상 하자를 따질 필요 없이 처분이 취소되므로, 실체와 절차 가운데 어느 쪽에서 다툴 여지가 큰지를 먼저 가늠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면담과 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자신이 한 진술이 그대로 사실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해 진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목된 행위가 일방적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이었다면 그 경위와 상대의 선행 가해를 함께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정황, 상대와의 관계, 사과와 화해의 경위 등 처분사유와 재량 판단에 반영되는 사정을 자료로 준비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쟁점 | 확인할 지점 |
|---|---|
| 절차 | 통보·면담·안내문·의견진술로 방어권이 보장되었는지 |
| 처분사유 | 행위의 장소·정황·고의성, 피해의 정도, 소극적 방어 여부 |
| 재량 | 점수 판정과 조치 수준의 균형 |
표: 학교폭력 처분을 다툴 때의 검토 지점.
학교폭력 신고 초기에 학교로부터 사과나 재발방지각서를 요구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처분이 위법해지지 않습니다. 절차상 하자는 신고 이후의 통보와 면담, 안내문 송부, 의견진술을 통해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를 종합해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처분의 유지와 취소는 오히려 그 행위가 실제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의 처분사유 판단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유형의 행위라도 장소와 정황, 피해의 정도에 따라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가 달라지고, 일방적 폭행에서 벗어나려는 소극적 방어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로 보아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기도 합니다. 처분사유가 인정되면 그 조치가 재량권을 벗어났는지가 남지만, 서면사과처럼 가벼운 조치를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다투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절차상 하자와 함께 처분사유가 인정되는지를 장소와 정황, 고의성, 피해의 정도를 중심으로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대응은 사안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개별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