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하지 않았다고 하는 행위가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어 조치 통지까지 받았다면, 부모로서는 무엇을 근거로 사실이 인정된 것인지부터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목격자가 없거나 상대방의 말뿐인 사건에서도 처분이 나올 수 있는지, 반대로 어떤 경우에 법원이 사실인정을 뒤집는지가 문제됩니다. 본 글은 처분사유의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 진술만 있는 사건에서 법원이 쓰는 신빙성 판단 기준, 부인 주장이 배척된 사례와 받아들여진 사례, 그리고 사안 초기부터 챙겨야 할 실무 대응을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 조치 취소소송에서 신고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교육청이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은 취소됩니다. 다만 행정소송의 증명은 형사재판보다 완화되어 있어, 목격자나 영상이 없더라도 상대 학생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그 진술만으로도 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 경위와 사건 전후의 정황 자료를 확보하고 초기 진술을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대응의 핵심입니다.

처분사유란 행정청이 처분의 근거로 삼은 구체적 사실을 말합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정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학교폭력 조치 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곧 신고된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의 증명책임은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교육청 쪽에 있습니다. 학생 쪽이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이 취소되는 구조입니다.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형사재판처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할 때 그 사실이 있었다고 볼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그래서 같은 행위에 대한 형사 고소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나오더라도, 행정소송에서 학교폭력 사실이 인정되는 결과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형사 결과만 믿고 행정 쟁송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3조는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과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해결할 것은 아니고 학교폭력 개념을 확대해석하여 가해자를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 증명의 정도가 완화되어 있는 만큼, 인정 단계에서는 발생 경위와 행위의 정도를 신중히 살피라는 균형추입니다.
목격자나 영상이 없고 당사자 진술만 상반되는 사건에서 법원이 쓰는 기준은 대법원이 정리해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주요 부분의 일관성, 경험칙과의 부합, 허위 진술의 동기 존재 여부라는 세 가지가 기준입니다. 형사 사건의 법리이지만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하급심들도 이 기준을 그대로 원용하여 피해학생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부인하는 쪽이 상대 진술을 무너뜨리려면 주요 부분의 번복이나 모순, 또는 허위로 진술할 구체적인 동기를 증거로 보여 주어야 하고, 세부적인 부분의 불일치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같은 기준의 반대쪽 면으로, 법원은 "가해사실과 관련하여 CCTV 영상 등 다른 객관적인 증거에 의한 뒷받침이 없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측의 상반되는 진술만이 존재하는 사건에서 사건의 전개 양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학생 또는 그와 동일한 지위에 있다고 볼 만한 사람의 진술만을 신뢰하여 가해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진술의 신빙성 심사와 사건 전개 양상의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피해 주장만으로 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므로, 부인하는 쪽의 다툼은 이 지점, 곧 신고 경위와 시점, 전후 정황의 재구성에서 이루어집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반 상대 학생을 돼지 그림으로 놀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다는 신고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처분을 다툰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은 네 종류의 증거를 차례로 들었습니다. 교실에 함께 있던 여러 학생이 그림을 그려 보여 주고 웃었다는 확인서를 냈고, 상대 학생은 사안조사부터 심의위원회까지 맞은 부위와 경위를 일관되게 진술하면서 사건 후 2주 안에 뇌진탕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며, 정작 그 학생 본인도 사건 다음 날 조사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경고의 의미로 볼을 살짝 밀듯이 때렸다고 진술했었고, 당시 상황이 상대 학생의 스마트워치에 녹음되어 몸싸움 중의 욕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녹음이 편집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은 추측에 불과하고, 위 녹취록 내지 녹음파일이 위·변조되었음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배척하며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 사안 초기의 자기 진술과 현장 기록이 남아 있는 사건에서는 이후의 전면 부인이 오히려 신빙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실습 시간에 성희롱 동작을 했다는 사안에서, 학생은 1차 조사 때 스스로 행위를 인정하고 담임교사에게 카카오톡으로 거듭 사과 의사를 밝혔다가, 열흘 뒤 교사의 강압 조사였다며 전면 부인으로 돌아섰습니다. 법원은 1차 조사에서 교사가 알려 주지 않은 표현을 학생 스스로 적어 냈고 조사 직후 자발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힌 점에서 최초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했고, 상대 학생이 처음에는 처벌을 원하지 않고 분리만 요청하다가 부인이 시작되자 비로소 신고한 경위에서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손가락이 어느 손가락이었는지 같은 차이에 대하여는 "피해자 진술의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일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였고, 아무도 못 봤다는 학생들의 확인서는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소극적 기재인 데다 작성자 다수가 그 학생이 주도적 위치에 있던 같은 운동부 소속이고 부인 시작 후에 작성되었다는 이유로 배척하며 출석정지 10일 등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체육 시간의 신체 접촉을 전면 부인한 사건에서 법원은 신고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피해학생은 사건 당일 CCTV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즉시 신고하고 다음 날 사실확인서를 썼는데, 법원은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의 가슴을 접촉하지 않았음에도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면, 추후 CCTV 영상 등에 의해 무고임이 밝혀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사건 직후에 즉시 그와 같이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이유로 그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하였습니다. CCTV 영상 속 손의 방향과 상대의 움츠린 반응도 진술과 부합했고, 전 여자친구와의 결별에서 비롯된 악의적 신고라는 주장은 여러 학생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할 동기로 보기에는 너무 사소하다며 배척되었습니다 . 목격자가 아무도 없는 사건에서도 상대 진술만으로 사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사건에서도 확인되는데, 법원은 행정소송에 형사소송의 자백보강법칙(자백만으로는 유죄로 하지 못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의 쉬는 시간 실랑이에서 한 학생이 발목 인대 파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고, 한 달 뒤 상대가 양팔을 잡고 발로 세 차례 가격했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사건이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증거 불충분으로 조치없음을 의결했고, 1심 법원은 이를 취소했으나 항소심이 다시 뒤집어 조치없음이 유지되었습니다. 항소심은 다친 학생이 먼저 상대의 배를 치는 신체접촉을 했고 상대의 대응은 또래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사고 수준이라고 보았는데, 그 판단의 재료가 된 것이 전후 정황입니다. 신고가 사건 한 달 뒤에야 이루어졌고, 사고 직후에는 병문안을 받고 함께 스티커사진을 찍는 등 친분이 유지되었으며, 보호자가 처음에는 아이들이 놀다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가 보상 논의가 틀어진 뒤 신고에 이르렀고, 담임교사는 사고 직후 학교 안전사고로 서류를 접수했었습니다 . 2장의 신중 판단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어 사실인정이 부정된 사례입니다.
반대로 유의할 점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사이의 버스정류장 사건에서 법원은 CCTV와 진술 사이의 세부 불일치, 부인하는 학생의 일부 축소 진술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어느 쪽 진술 전부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사전 다툼이나 불화가 없었고 사건 직후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어간 정황 등을 종합해 학교폭력 해당성을 부정한 조치없음 결정을 유지하였습니다 . 신빙성 판단은 특정 문장 하나가 아니라 정황 전체의 무게로 정해집니다. 신빙성을 좌우한 사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정 |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 경우 | 신빙성을 무너뜨린 경우 |
|---|---|---|
| 신고 시점 | 사건 직후 즉시 신고(영상 확인 전이면 더 유리) | 한 달 뒤 신고, 보상 분쟁 후 신고 |
| 일관성 | 주요 부분의 일관(세부 차이는 무해) | 주요 부분의 번복, 다른 목격 진술과의 모순 |
| 허위 동기 | 처벌 아닌 분리만 요구한 경위, 평소 무관계 | 사건 후 친분 유지, 금전 요구 결렬 후 신고 |
| 부인 측 자료 | 사건 직후의 객관 기록(안전사고 접수 등) | 초기 자인 진술, 번복 후 받은 우호적 확인서 |
표: 진술만 상반되는 사건에서 신빙성 판단을 좌우한 사정.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사실인정이나 증거가 쟁점이 된 행정소송의 처분 취소(인용) 비율은 약 24퍼센트로, 절차 쟁점(약 20퍼센트), 전체 평균(약 19퍼센트), 양정·재량 쟁점(약 16퍼센트)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심의위원회의 재량이 넓게 존중되는 양정 다툼과 달리, 사실인정은 법원이 증거를 직접 다시 보는 영역이어서 다툼의 실익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 않은 행위가 처분사유가 되었다면, 감경을 구하기보다 사실 자체를 다투는 쪽이 통계적으로도 승산이 높은 선택입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쟁점 유형별 처분 취소(인용) 비율입니다.
앞의 사례들이 공통으로 보여 주는 것은 사안 초기의 진술 관리입니다. 조사 단계에서 무심코 쓴 경고의 의미로 살짝 밀었다는 식의 표현은 접촉 자체를 인정한 진술로 남아 이후의 전면 부인을 무너뜨리는 근거가 되고, 인정했다가 번복하면 번복의 경위가 부자연스럽다는 평가까지 더해집니다. 사실과 다른 신고를 받았다면 처음부터 행위별로 인정과 부인을 명확히 구분해 진술하고,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는 사과나 합의 제안처럼 인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CCTV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다툼이 예상되면 즉시 학교와 관리 주체에 보존을 요청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해 두어야 합니다. 목격 학생의 확인서를 받을 때는 없었다는 취지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인지가 구분되도록 하고, 부인 시작 이후에 가까운 관계의 학생들에게서 받은 확인서는 증명력이 깎인다는 점을 감안해 작성 시점과 작성자의 관계를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대의 신고 시점과 경위(사건 직후인지, 분쟁 후인지), 사건 전후의 관계(연락, 함께 어울린 정황)를 보여 주는 메시지와 사진도 신빙성 다툼의 재료가 됩니다.
행정심판과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안에 시작하여야 합니다. 형사 고소가 함께 진행되는 사안이라도 불기소가 행정 처분의 취소를 보장하지 않으므로, 행정 쟁송은 독자적인 증거 계획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실무 대응을 점검 항목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점검할 사항 |
|---|---|
| 초기 진술 | 행위별로 인정과 부인을 구분,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사과·합의 제안 자제 |
| 영상 자료 | CCTV 보존을 즉시 서면 요청, 정보공개청구 병행 |
| 목격 확인서 | 없었다는 취지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인지 구분, 작성 시점·작성자 관계 기록 |
| 정황 자료 | 상대의 신고 시점·경위, 사건 전후의 연락·사진 등 확보 |
| 불복 기간 |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행정심판·취소소송 |
| 형사 병행 사건 | 불기소 결과와 별개로 독자적인 증거 계획 준비 |
표: 사실을 다투는 사건에서 사안 초기에 점검할 사항.

하지 않은 행위로 처분을 받았다면, 증명책임이 교육청에 있다는 점과 사실인정 쟁점의 취소율이 다른 쟁점보다 높다는 점에서 다툴 실익이 분명한 사건입니다. 다만 행정소송의 증명은 형사보다 완화되어 있어 상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허위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진술만으로도 사실이 인정되므로, 다툼의 중심은 신고의 시점과 경위, 사건 전후의 정황, 초기 진술의 관리에 있습니다. 초기에 인정으로 읽힐 진술을 남기지 않는 것, 영상과 목격 자료를 사라지기 전에 확보하는 것, 그리고 90일의 기간 안에 행정심판 또는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사실 다툼의 기본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