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선후배 사이에서 후배에게 마사지를 시키거나, 반에서 힘이 센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잡일이나 심부름을 반복해서 시키는 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때리거나 협박한 것도 아니고 서로 친해서 부탁한 것인데 이것이 학교폭력이냐"고 묻는 반면, 피해학생 측은 "거절할 수 없는 관계에서 억지로 시킨 것"이라고 다툽니다. 본 글은 위계나 힘의 우위 관계에서 심부름·잡일을 시킨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 강요나 강제적인 심부름에 해당하는지, 그 판단 기준을 판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예방법의 강요나 강제적인 심부름은 형법상 강요죄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어, 위계나 일방적 우위 관계에서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육적 목적의 지도이거나 서로 친분 속에서 합의한 놀이의 범위에 그치고 피해가 경미하다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을 상해·폭행뿐 아니라 강요·강제적인 심부름을 포함한 여러 유형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강요란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이 열거한 유형은 예시에 가깝고, 여기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을 열거된 유형에 한정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준하는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봅니다. 한 사건에서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에 성희롱이라는 표현이 없더라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은 학생의 신체·정신에 피해를 주는 행위로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강요나 강제적인 심부름 역시 이러한 넓은 해석의 틀 안에서 판단됩니다.
형법상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수단을 요구합니다.
반면 학교폭력예방법상 강요는 반드시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폭력의 판단 기준은 형법상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와는 달리 판단됩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 형법상 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라도, 위계나 일방적 우위 관계에서 상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면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강요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형사처벌 여부와 학교폭력 해당 여부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판단되는 지점입니다.
강요나 강제적인 심부름에서 강제란 반드시 물리적인 힘이나 말로 하는 협박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처한 관계와 상황에 비추어 그 지시를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웠다면 강제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선배와 후배, 힘의 우위에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처럼 위계나 세력의 차이가 있는 관계에서는, 겉으로 부탁이라는 말을 썼더라도 상대가 이를 거부하면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압박을 느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그 관계가 서로 대등하게 주고받는 사이였는지, 아니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시키기만 하는 사이였는지를 중요하게 살핍니다. 또한 한 번의 부탁에 그쳤는지, 아니면 여러 차례 지속·반복되었는지도 강제성과 피해의 정도를 가늠하는 요소가 됩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경위, 방식,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학교생활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이나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지나치게 많은 가해학생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도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이므로,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심부름이나 잡일을 시킨 행위가 학교폭력인지는 그 관계가 일방적이고 강제적이었는지, 지속·반복되었는지, 상대가 실제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를 함께 살펴 판단하게 됩니다.
한 사건에서 고등학교 야구부 2학년 선배가 1학년 후배에게 여러 달에 걸쳐 마사지를 시키고, 자신의 휴대전화 핫스팟을 켜서 제공하게 하며, 밤늦게까지 야간 훈련의 도우미 역할을 하게 하였습니다. 선배는 "선후배 사이에 마사지를 해주는 것은 야구부에서 일상적인 관행이고, 핫스팟도 친한 사이의 부탁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후배가 선배에게 일방적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관계였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운동부에서 후배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을 들어, 이는 피해학생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서 학교폭력예방법상 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법원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 형법상 강요로 포섭할 수 없더라도 학교폭력예방법상 강요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관행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행위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관행이라는 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법원이 이러한 결론에 이른 데에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마사지는 한 번에 20분에서 30분씩 여러 차례 이어져 후배가 손이 저리고 팔이 아플 정도였고 운동 연습에도 지장을 받았으며, 핫스팟 제공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선배가 위협적인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고, 야간 훈련은 새벽 늦게까지 이어져 후배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습니다. 선배 자신은 후배로부터 마사지를 강요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여 서로 주고받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일방성과 지속성, 피해의 정도를 종합하여 이 행위가 단순한 부탁이나 관행이 아니라 강요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은 위계 관계에서 의무 없는 일을 반복적으로 시키는 것은, 겉으로 폭행이나 협박이 없고 관행처럼 보이더라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다만 같은 사건에서 흡연을 강요하였다는 부분은 수사기관이 혐의없음으로 판단하였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여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는 처분의 적법과 처분사유의 존재를 처분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원칙(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6두12937 판결 참조)에 따른 것입니다.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교육적 목적의 지도라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이른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하면서 규칙을 어긴 학생을 방과 후에 남겨 짧은 시간 교실 청소를 돕게 하고, 급식실로 이동할 때 두 손을 뒤로 하고 뒤꿈치를 들고 걷게 한 일이 강요라며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학교나 학급의 생활질서를 가르치려는 교육적 목적의 훈육이었고, 청소도 간단한 뒷정리 정도로 짧은 시간에 그쳐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교육활동으로서 적절성에 의문은 있을지언정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킨 일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목적과 경위, 피해의 정도가 결론을 정한 것입니다.
또래 사이에 친분을 바탕으로 합의한 놀이의 범위에 그친 경우에도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 중 학생들이 삼행시 게임을 하며 진 사람이 물을 맞기로 서로 합의하였고, 그 벌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의 발언과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었습니다. 법원은 벌칙 수행이 학생들의 합의와 친분 관계 속에서 게임의 과정으로 이루어졌고, 일방적 지배 관계에서 상대를 괴롭히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벌칙으로 물을 맞기로 한 것은 참여한 학생들이 함께 정한 것이었고, 물을 뿌린 학생도 신고된 한 명만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으며, 신고한 학생 역시 함께 물을 뿌린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은 괴롭힘이 아니라 서로 어울린 놀이의 과정이었음을 보여 준다고 보았습니다. 학교생활에서 겪는 모든 갈등이나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앞의 인정 사례와 부정 사례를 비교하면, 심부름이나 잡일을 시킨 행위가 학교폭력이 되는지는 몇 가지 요소에 따라 나뉩니다. 위계나 힘의 우위를 배경으로 상대가 거절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시켰는지, 그 일이 지속·반복되었는지, 상대가 실제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는지가 인정 쪽으로 기우는 요소입니다. 반대로 교육적 목적의 지도이거나 서로 친분 속에서 합의한 놀이의 범위에 그치고 피해가 경미하다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 요소가 됩니다. 두 유형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쪽 |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 쪽 |
| 위계·힘의 우위로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시킴 | 교육적 목적의 지도이거나 서로 친분 속에서 합의한 경우 |
| 의무 없는 일을 지속·반복해서 시킴 | 짧은 시간에 그치고 일시적임 |
| 상대가 실제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음 | 피해가 경미하고 괴롭히려는 고의가 없음 |
실무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섞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친분 속의 부탁으로 시작하였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반복해서 시키는 관계로 굳어졌다면, 그 전체 경위를 놓고 강요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느 한 장면만이 아니라 관계가 형성되고 지속된 과정 전체를 살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해학생으로 조치를 받은 측은 그 행위가 강요나 강제적인 심부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즉 일방적 강제가 아니라 친분 속의 부탁이거나 교육적·일상적 범위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다투게 됩니다.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과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하여야 하므로, 강요의 정황이 분명히 증명되지 않으면 그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학생 측이 상대방에게 내려진 조치없음 결정을 다투는 경우에는, 관계의 일방성과 지속성, 피해의 정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관계의 성격이나 반복성은 대화 기록이나 목격 학생의 진술처럼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될 때 더 설득력을 가집니다.
학교폭력 조치나 조치없음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고,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치가 전학이나 출석정지처럼 학교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본안 판단 전까지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임시로 멈추는 결정)를 신청하는 것을 검토합니다.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등 행위의 해당성이 다투어진 학교폭력 행정판결 표본을 모아 결과를 정리하면, 처분이 유지된 기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취소·인용, 일부 인용, 각하가 뒤를 잇습니다. 해당성 판단이 목적·경위·피해 정도라는 사실관계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관계의 성격과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준비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의 강요나 강제적인 심부름은 형법상 강요죄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계나 힘의 우위 관계에서 거절하기 어려운 상대에게 마사지나 잡일 같은 의무 없는 일을 일방적으로, 지속적으로 시켜 피해를 주었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할 수 있고, 관행이라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교육적 목적의 지도이거나 서로 친분 속에서 합의한 놀이의 범위에 그치고 피해가 경미하다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결국 시킨 일의 겉모습이 아니라 관계의 일방성, 지속성, 피해의 정도에 따라 결론이 정해지므로, 그 관계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대응의 핵심입니다.
본 글은 강요·강제적인 심부름의 학교폭력 해당성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를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관계의 성격과 행위의 경위, 피해의 정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의 대응 방향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별도로 검토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