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신고와 형사고소가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법원에서 불처분결정을 받았으니 학교폭력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상대가 보호처분을 받았는데 학교에서는 조치가 없었다며 답답해하는 상담이 이어집니다. 본 글은 소년보호사건의 각 결정과 수사기관의 처분이 학교폭력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절차는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절차여서 불처분결정이나 심리불개시결정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학교폭력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보호처분결정이 내려진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학교폭력이 아니라던 결정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다만 성폭력처럼 다른 법률이 따로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학교폭력예방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제1심 판결도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1항은 학교폭력에 관하여 이 법이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는 뜻이고, 제2항은 성폭력에 관하여 예외를 둔 것입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 제2항의 해석을 두고 결론이 크게 달라진 판결이 있습니다.
한편 소년보호사건은 형사절차의 하나입니다. 학생이 형사고소를 당하면 사건이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될 수 있고, 송치되면 소년부 판사가 심리 여부와 처분을 결정합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학생은 경찰서장이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년부로 송치하며, 만 14세 이상인 학생은 검사가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 송치합니다. 다만 그 나이에 이르렀더라도 우범소년으로 보아 경찰서장이 직접 송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이와 별개로 교육지원청의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교육장이 합니다. 두 절차는 같은 행위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서로 다른 기관이 다른 목적으로 판단합니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혼동은 결정의 종류를 뭉뚱그리는 것입니다. 소년보호사건과 수사 단계에서 나오는 결정은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현행 소년법(2021. 4. 21. 시행 기준)은 두 가지 결정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에서 드러나듯 심리불개시결정은 심리를 열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고, 불처분결정은 심리를 해 본 결과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둘 다 그 행위가 없었다는 판단이 아닙니다. 반면 보호처분결정은 소년법이 정한 처분을 실제로 부과하는 것이므로 비행사실, 즉 소년보호사건에서 그 소년이 하였다고 인정되는 행위가 확인되었음을 전제로 합니다. 수사 단계의 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송치결정이란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종결하는 결정을 말하고,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은 검사가 같은 판단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나 재판에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혐의없음과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한 사건에서는 가해학생 측이 "공범으로 지목된 학생이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확인한 실체는 무죄판결이 아니라 소년보호사건의 불처분결정이었습니다. 결정의 이름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다툼에 앞서 할 일입니다.
중학생이던 학생이 고등학생이던 상대와 교제하다 헤어진 뒤, 상대로부터 당한 다섯 가지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형사고소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다섯 행위 전부에 대하여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고, 교육장은 상대에게 조치없음 처분을 했습니다. 신고한 학생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한 것이 이 소송입니다.
그런데 형사고소사건에서는 경찰이 다섯 행위 중 감금 미수와 협박 부분에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가정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으며, 가정법원은 심리기일을 열어 그 두 행위에 관하여 보호처분결정을 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행위별로 달랐습니다. 먼저 두 행위에 대해서는 심의위원회가 양측 자료와 진술을 충분히 검토한 뒤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본 판단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하여 사실오인을 인정하지 않았고, 성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와 메시지를 보내게 된 경위 및 내용에 비추어 모욕이나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역시 사실오인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보호처분결정이 내려진 두 행위에 대해서는, 가정법원이 소년보호사건 심리절차를 거쳐 보호처분결정을 한 이상 소년보호사건 심리의 목적이나 절차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들은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하는 감금과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처분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그 행위들에 관하여 조치가 필요한지 다시 판단되어야 한다며 조치없음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같은 방향의 판결이 또 있습니다. 학생 두 명이 서로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는데 상대에 대해서는 진술과 자료가 매우 상이해 명확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치없음 처분이 내려진 사건입니다. 신고한 학생이 그 처분을 다투었습니다.
그 사이 검사는 상대의 폭행 등 사건을 두 차례에 걸쳐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고, 가정법원은 보호처분을 했습니다. 법원은 상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확인할 자료는 없으나 적어도 모욕하거나 폭행하였다는 혐의 중 일부는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모욕을 가하는 등으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치없음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처분 당시에는 없던 자료가 뒤에 반영될 수 있는 이유는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의 범위에 있습니다. 처분의 위법 여부는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법원은 사실심 변론이 끝날 때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로 처분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하던 사실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처분 이후에 나온 보호처분결정이 처분 당시의 행위 존부를 밝히는 자료로 쓰이는 것입니다.
가해학생이 원고인 사건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합니다. 초등학생이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하급생을 상대로 한 추행행위로 접촉금지와 특별교육 20시간 조치를 받고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이 학생이 그 행위가 인정됨을 전제로 보호자 감호위탁의 보호처분을 받았고 그에 불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처분사유 인정의 근거로 들어, 특별교육 조치를 다투는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반대 방향은 훨씬 많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하급생의 책가방을 두 차례 발로 걷어차 서면사과 조치를 받고 다툰 사건에서, 그 학생은 소년보호사건에서 불처분결정을 받았으므로 이를 조치 결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두 절차의 목적을 각각 짚은 뒤 결론을 두 가지로 명시하였습니다. 소년법의 보호처분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것이고 학교폭력예방법의 가해학생 조치는 선도·교육과 분쟁조정 등을 위한 것이어서, 소년보호사건 절차와 학교폭력 조치 결정 절차는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절차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소년보호사건에서 불처분결정을 받은 행위라고 하여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 불처분결정을 받았다고 하여 조치가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해당성과 조치 필요성 두 가지를 모두 차단한 판시입니다. 불처분결정을 근거로 처분사유를 다투는 주장도, 조치가 과하다는 주장도 함께 막힙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같은 반 학생에게 성적인 행위를 시키고 통화로 성적 질문에 답변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판정 점수 10점에 따라 접촉금지와 사회봉사 15시간, 출석정지 5일 등의 조치를 받았는데, 가정법원이 심리불개시결정을 했으므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심리불개시결정이 사건의 경위와 사건 이후의 정황, 소년의 성행 및 환경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소년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내리는 것일 뿐 그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하였고, 소년보호사건과 학교폭력사건은 목적과 제도 취지가 다르다는 점을 함께 들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이 비행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송치했다는 사실 자체는 오히려 처분사유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쓰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등학생이 개설한 단체대화방에서 상대를 협박하는 메시지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대화방 제목을 상대를 조롱하는 문구로 바꾼 일로 전학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도 심리불개시결정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의 목적과 취지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 등과는 전혀 다르므로, 심리불개시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만으로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처분이 행위에 비하여 과중하다고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조금 다른 형태의 주장도 있습니다. 여러 행위로 조치를 받은 학생이, 소년보호사건 송치서의 비행사실에 그중 일부가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그 행위는 없었다고 다투는 경우입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에게 반복적인 폭행과 인신공격을 하여 접촉금지와 출석정지 8일 등의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소년보호사건 절차와 학교폭력 조치 결정 절차가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절차이므로, 송치서 비행사실에 특정 행위에 관한 내용이 빠진 것만으로 그 행위를 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되었다거나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법원은 불처분결정에 관하여도 그것이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여 내려진 것이지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진 것은 아니라는 판시를 행위별로 반복했습니다.
다른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습니다. 열두 가지 행위로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이 송치서에 일부 행위가 적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다투었으나, 법원은 그런 사정만으로는 사실인정과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하였습니다.
두 절차가 서로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한눈에 보여 주는 사건도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발달장애가 있는 같은 반 학생을 빗자루로 위협하고 장애를 이유로 놀린 일로 학급교체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가정법원에 송치했으나 가정법원은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없다며 심리불개시결정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처분사유를 모두 인정하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경찰은 혐의를 인정했고 가정법원은 심리를 열지 않았으며 학교 조치는 그대로 유지된 것입니다. 세 기관은 각각 다른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법원이 소년보호사건의 결과를 직접 확인해 판결문에 남긴 경우도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같은 학년 학생의 신체를 여러 차례 만지고 목을 조른 일로 서면사과 조치를 받고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그 행위가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처분사유를 뒷받침하는 사정의 하나로 들었고, 사건검색으로 확인한 보호처분결정 사실은 각주에 따로 적었습니다. 이 사건의 판정 점수는 다섯 항목 합계 5점으로 학교에서의 봉사 구간이었으나 선도 가능성을 고려해 서면사과로 경감된 것이었습니다.
수사 단계의 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생이 교제하던 학생에게 물건을 세게 치는 행동을 반복하고 신체접촉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자해 사실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낸 일로 전학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그 학생은 소송 중에 협박 혐의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하여 각각 불송치결정을 받았다며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불송치결정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조치가 형사처벌과 목적과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 법이 정한 학교폭력의 유형에는 따돌림이나 사이버 따돌림처럼 형사상 범죄로 보기 어려운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협박이나 폭행, 성폭력이 형벌 규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국한된다고 보기 어렵고, 조치 원인이 되는 사실의 인정은 형사소송처럼 엄격한 증거능력을 갖춘 증거에 의할 것을 요하지도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협박에 관하여도 형법상 협박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 수사기관의 판단에 잘못이 없더라도, 피해학생에게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행동과 언행이 있었다면 학교폭력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처분을 받은 학생이 이미 자퇴한 뒤였는데도, 처분사유로 적시한 행위에 수사기관이 불송치결정을 한 경우에도 학교폭력이 성립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여 해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의 이익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수사 결과가 언제나 무력한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드론 관련 실습실 등에서 같은 학년 학생을 반복적으로 폭행한 사건에서, 검사는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을 하고 나머지 행위에 대해서는 혐의는 인정되나 합의된 점 등을 고려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했습니다.
법원은 이 둘을 다르게 취급했습니다. 혐의없음 처분이 있었던 행위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학교폭력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그 부분 처분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기소유예처분이 있었던 행위에 대해서는,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행정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는 법리를 원용하면서 혐의사실을 인정한 기소유예처분이 존재하는 한 반대되는 사실을 섣불리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주의할 점은 결론입니다. 일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처분 자체는 유지되었습니다.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나머지 사유만으로 처분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그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는 법리 때문입니다.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 냈다고 해서 조치가 곧바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제5조 제2항이 정면으로 문제된 최근 판결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로 중학교 1학년이 된 학생이 강제추행과 유사강간으로 고소를 당했고, 학교에서는 접촉금지와 학급교체, 특별교육 조치가 내려진 사건입니다. 그 학생은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 성폭력이므로 학교폭력예방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제5조 제2항은 성폭력 피해학생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그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란 다른 법률에 따른 절차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져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의미하며, 형사처벌이나 소년보호처분을 예정하고 있는 성폭력처벌법은 그 다른 법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침익적 처분의 성질을 가지므로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처분을 받는 학생에게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를 병과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례가 형성되었다거나 행정청의 지침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처분사유의 존부를 따지지 않고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앞의 사례들과 정반대 방향입니다. 앞에서는 보호처분이 있으므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았는데, 여기서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학교폭력예방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 판결은 제1심이고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 학생이 받은 소년보호처분에 대한 항고심도 계속 중이었습니다. 성폭력 사안이면서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절차가 실제로 진행된 경우라는 조건도 붙어 있습니다. 실제로 성적 성격이 있는 행위였음에도 이 조항이 문제되지 않은 채 학교폭력예방법이 그대로 적용된 사건도 있습니다. 병과 실무를 정면으로 부정한 판단이므로 같은 취지의 판결이 쌓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사건 중 상당수는 피해학생이 원고였습니다. 상대에게 조치없음 처분이 내려지면 신고한 학생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조치없음 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이 가능한 이유는 그것이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다투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 즉 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맡긴 범위를 벗어났거나 그 범위 안에서도 목적에 어긋나게 판단하였는지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판정 점수란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다섯 항목에 각 0점에서 4점을 매겨 합산한 점수로, 그 구간에 따라 조치의 종류가 정해지는 기준을 말합니다. 그 심사의 범위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재량행위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당해 행위가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부정한 동기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짐으로써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는 것이나, 법원의 심사결과 행정청의 재량행위가 사실오인 등에 근거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그 취소를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당해 행위가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부정한 동기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짐으로써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는 것이나, 법원의 심사결과 행정청의 재량행위가 사실오인 등에 근거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여 그 취소를 면치 못한다 할 것이다”
이 판결은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온천조성사업 시행허가 처분을 다툰 사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의 범위를 정한 일반 기준이어서 학교폭력 사건의 하급심도 이를 원용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놀이터에서 야구를 하다 다툰 뒤 한 학생이 상대의 목을 조른 사건에서, 심의위원회는 양쪽 행위 모두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의결했습니다. 목을 졸린 학생이 그 처분을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행위의 발생 경위와 상황, 정도와 피해의 내용 등 객관적인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사건 직후 촬영된 사진에 목 부위가 손으로 잡은 형태로 넓게 붉어져 있었던 점, 그날 쓴 일기와 형의 확인서 등을 종합해 목을 조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장이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를 오인하여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므로 처분이 위법하다며 조치없음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심의위원회의 교육적·전문적 판단은 존중되지만 그 판단이 사실을 잘못 본 데 근거한 것이라면 법원이 뒤집습니다. 앞서 본 광주 사건에서 세 행위에 관한 판단은 유지되고 두 행위에 관한 판단만 뒤집힌 것도 같은 기준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간 판결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등굣길에 부딪힌 상대에게 발로 차인 사건에서 교육장은 서면사과 등의 조치를 했는데, 행정심판위원회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조치를 경감한다며 처분 전부를 취소하고 조치없음으로 변경하는 재결을 했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이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에서 요청하여야 한다로 개정된 이유가 학교폭력에 대한 불합리한 처리나 축소·은폐 가능성을 우려해 예외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려는 데 있다고 하면서, 학교폭력으로 인정하면서도 조치없음으로 변경하는 재결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그 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앞의 광주 사건에서 보호처분이 있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결과가 곧바로 조치없음 처분의 취소로 이어진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조치를 하지 않는 선택지는 남지 않습니다.
아래는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에서 소년보호사건이나 수사기관의 결정이 학교폭력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 결정의 종류 | 학교폭력 판단에 미친 영향 | 법원의 근거 |
|---|---|---|
| 보호처분결정 | 해당 인정 | 심리를 거쳐 처분이 내려진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행위가 인정됨 |
| 불처분결정 | 영향 없음 |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 뿐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님 |
| 심리불개시결정 | 영향 없음 |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해당성과 양정 모두에 영향 없음 |
| 송치서에 비행사실 누락 | 영향 없음 |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절차여서 행위 부존재가 증명된 것이 아님 |
| 불송치결정 | 영향 없음 | 학교폭력은 형벌 구성요건에 국한되지 않고 엄격한 증거를 요하지 않음 |
| 혐의없음 불기소처분 | 해당 부정 | 그 행위의 처분사유는 부정되나 나머지 사유로 처분은 유지될 수 있음 |
| 기소유예처분 | 해당 인정 | 혐의를 인정한 처분이 있는 한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움 |
표: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에서 소년보호사건과 수사기관의 결정이 학교폭력 판단에 반영된 방향.

[데이터] 위 표에 정리한 일곱 개 결정 유형이 학교폭력 판단에 미친 영향을 나누면, 영향이 없다고 본 경우가 네 유형(불처분결정, 심리불개시결정, 송치서 비행사실 누락, 불송치결정), 학교폭력 인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경우가 두 유형(보호처분결정, 기소유예처분), 학교폭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된 경우가 한 유형(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이었습니다. 결정의 건수가 아니라 유형의 수를 센 것이고, 소표본이므로 전체 경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소년보호사건이나 수사기관의 결정은 학교폭력 판단에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두 절차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불처분결정은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고 심리불개시결정은 심리를 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어서, 어느 것도 그 행위가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송치서에 특정 행위가 빠져 있다는 사정이나 경찰의 불송치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 방향은 다르게 작동합니다. 보호처분결정은 심리를 거쳐 비행사실이 인정되었음을 전제로 하므로, 그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됩니다. 학교폭력이 아니라던 결정이 이 때문에 취소된 사례가 있고, 검찰의 기소유예처분도 혐의를 인정한 것이어서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혐의없음 불기소처분은 그 행위의 처분사유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나, 다른 행위가 남아 있으면 처분 자체는 유지됩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결정의 이름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입니다. 불처분결정과 심리불개시결정, 불송치결정, 혐의없음 처분, 기소유예처분은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학교폭력 판단에서 갖는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어떤 결정을 받았는지에 따라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달라지므로, 결정문을 확보해 그 종류와 이유를 먼저 확인한 뒤 대응을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본 글은 공개된 판결을 토대로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료를 갖추어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