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몸이 부딪히거나 스치는 일은 흔합니다. 그런데 그런 접촉을 두고 상대방이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우연히 또는 실수로 닿은 것뿐인데 가해학생으로 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 글은 우연이나 실수에 의한 신체 접촉이 학교폭력이 되는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려면 어떤 고의가 필요하고 그 고의를 누가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를 실제 판결을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분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며, 그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힘을 가하려는 의사 없이 우연히 또는 실수로 몸이 닿은 것은 고의에 의한 유형력의 행사가 아니어서 폭행에 의한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고, 고의의 증명책임은 처분을 한 행정청에 있으므로 그 증명이 부족하면 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폐쇄회로 텔레비전 영상과 목격자들의 진술이 서로 부합하여 행위의 동기와 경위까지 확인되는 때에는, 그 접촉이 고의에 의한 폭행으로 인정되어 처분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을 상해, 폭행, 협박 등 여러 행위 유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체 접촉이 문제 되는 경우는 대체로 폭행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집니다.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
이러한 유형력의 행사는 힘을 가하려는 고의를 전제로 하므로, 힘을 가하려는 의사 없이 우연히 또는 과실로 몸이 닿은 것은 폭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의 개념을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접촉이나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학교폭력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사소한 일까지 가해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우연한 접촉인지 고의에 의한 유형력의 행사인지를 가리는 작업이 여기에서 이루어집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접촉을 모두 학교폭력으로 삼는다면 몸이 스치는 사소한 일까지 가해와 피해의 관계로 만들어 학생들 사이의 관계를 오히려 해칠 수 있으므로, 그 접촉이 실제로 힘을 가하려는 의사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가려 판단하는 것입니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그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 곧 학생이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점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를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접촉이 고의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하면, 그 불이익은 처분을 한 쪽이 부담하여 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투는 학생이 자신의 결백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처분청이 고의를 충분히 증명하였는지를 따진다는 뜻이므로, 조사 자료에 남은 과실의 여지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다툼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그것이 고의인지 과실인지를 가리지 않은 채 조치를 하면,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조사보고서나 목격 진술이 오히려 실수나 과실로 볼 여지를 남기고 있는데도 이를 고의로 단정하였다면, 그 처분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이나 여러 목격자의 일관된 진술로 행위의 동기와 경위까지 특정되면 고의에 의한 유형력의 행사로 인정됩니다. 결국 같은 접촉이라도 그것이 우연·과실인지 고의인지는 조사 자료와 객관적 증거가 이를 얼마나 특정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수영 실기교육 중 수영장에서 다이빙 순서를 기다리다가 옆의 학생과 신체 접촉이 있었고, 약 6개월이 지난 뒤 상대방이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사건이 있습니다. 학교는 이 학생에게 서면사과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 학생은 줄을 서서 몸을 풀던 중 팔을 돌리다가 실수로 상대방의 볼을 건드린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고의로 뺨을 때렸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 사안 조사 보고서가 이 학생의 행위를 하나로 특정하지 않고 당사자들의 주장과 진술을 나열하는 데 그쳤고, 목격한 학생 다섯 명의 진술도 손을 뻗었는데 상대방이 그 자리에 있어서 맞았다거나 모르고 손을 흔들다가 손가락 끝으로 볼을 건드렸다는 등 오히려 과실로 볼 여지를 남기고 있었으며, 보고서의 고의성 항목에도 몸을 풀던 중 팔을 휘두르다 볼을 건드린 상황으로 보인다고 기재되어 있었던 점을 들었습니다. 결국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접촉 자체는 있었더라도 그것이 고의에 의한 것임을 처분청이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조사보고서가 행위를 하나로 특정하고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줍니다.
신체 접촉이 추행에 해당한다는 신고가 있었던 사건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있었습니다. 자치위원회가 그 접촉이 고의에 의한 것인지 과실에 의한 것인지를 확정하지 않은 채 과실이라도 서면사과 등의 처분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으로 의결하였는데, 법원은 고의로 신체를 만졌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설령 과실로 스친 것이라 하더라도 이동 중에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접촉이어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접촉 사실만 확인하고 고의 여부를 가리지 않은 채 처분한 것이 문제 된 사례입니다. 위원회가 과실이라도 사과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은, 학교폭력이 고의에 의한 유형력의 행사임을 전제로 하는 법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판결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유지되는 경우가 3분의 2가량이고 취소되거나 일부 취소되는 경우는 약 4분의 1입니다.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는 고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한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판결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의 비율입니다.
반대로 접촉이 우연이라는 주장이 배척되고 처분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모르는 사이인 다른 학생에게 몇 학년 몇 반인지 물으려 하였으나 대답이 없자, 손날로 그 학생의 머리를 치는 듯한 동작을 두 차례 하고, 주의를 받고도 발을 들어 찰 듯한 자세를 취하였으며, 뒤따라가 손가락으로 그 학생의 등을 찌른 사건이 있습니다. 이 학생 측은 몇 반인지 물어보려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폐쇄회로 텔레비전 영상과 목격한 학생의 진술, 그 영상을 확인한 전담경찰관의 진술, 피해학생과 그 보호자의 진술이 서로 부합하는 점을 종합하여, 이 학생의 일련의 행위가 상대방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그 행위가 세게 때린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동기와 경위를 고려하면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 서면사과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세게 때리지 않았더라도 유형력의 행사로 본 것은, 폭행이 반드시 강한 물리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이면 성립한다는 점과 이어집니다.
취소된 사례와 이 사례의 차이는 접촉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접촉이 고의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와 동기·경위가 특정되었는지에 있습니다. 조사보고서나 목격 진술이 과실로 볼 여지를 남기면 처분사유가 부족한 것으로 되고, 영상 등으로 고의와 경위가 드러나면 폭행으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를 모르는 사이인데도 손날로 머리를 치는 동작을 반복하고 주의를 받고도 발을 드는 등 일련의 행위가 이어졌다는 점이, 우연한 접촉이 아니라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의사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되었습니다.
| 구분 | 취소된 사례 | 유지된 사례 |
|---|---|---|
| 고의 증거 | 진술이 과실로 볼 여지를 남김 | 영상·다수 진술로 동기·경위 특정 |
| 조사·의결 | 고의인지 과실인지 미확정·행위 미특정 | 행위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특정 |
| 결과 | 처분사유 부존재로 취소 | 폭행 인정으로 유지 |
표: 고의의 증명 여부에 따른 판단의 대비.

처분을 다투려면 먼저 학교폭력 사안 조사 보고서와 처분서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문제 되는 행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하나로 특정되어 있는지, 그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인지 과실에 의한 것인지가 판단되어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보고서가 당사자들의 주장을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고의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면, 처분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다툴 수 있습니다. 앞의 취소 사례들처럼 보고서 자체가 과실로 볼 여지를 남기거나 고의를 단정하지 못한 기재를 담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처분을 다투는 유력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접촉이 우연이나 실수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격한 학생들의 진술이 실수로 보았다는 취지인지, 폐쇄회로 텔레비전 영상이 있는지, 접촉의 상황이 이동 중이나 활동 중에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는지, 교사의 주의나 지적을 받은 뒤 같은 행위가 반복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합니다. 반대로 처분청은 영상이나 일관된 진술로 고의와 경위를 특정하려 하므로, 그러한 객관적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접촉이 있은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신고가 이루어졌다면 그 경위와 배경도 함께 살펴, 곧바로 고의를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의 조치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학교폭력 처분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우연이나 과실에 의한 접촉이 고의로 단정되었다면 조사 자료와 진술을 확보하여 처분사유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접촉으로 서면사과와 같은 가벼운 조치를 받았더라도 그 기록이 남을 수 있으므로, 다툴 실익을 함께 살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확인 항목 | 살펴볼 내용 |
|---|---|
| 행위 특정 | 보고서·처분서에 행위가 하나로 특정되었는지 |
| 고의 판단 | 고의인지 과실인지 확정되었는지 |
| 과실 자료 | 목격 진술·영상이 실수·우연을 뒷받침하는지 |
| 반복 여부 | 주의·지적 이후 같은 행위가 반복되었는지 |
표: 우연·과실에 의한 접촉을 다툴 때 확인할 항목.

학생들 사이의 신체 접촉이 학교폭력이 되려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접촉이 고의에 의한 유형력의 행사여야 합니다.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은 처분청이 증명하여야 하므로, 조사보고서가 행위를 하나로 특정하지 못하거나 고의인지 과실인지를 확정하지 않았고 목격 진술이 오히려 과실로 볼 여지를 남긴다면,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상이나 일관된 진술로 고의와 경위가 특정되면 폭행으로 인정되어 처분이 유지됩니다. 우연이나 과실에 의한 접촉이 고의로 단정되었다면, 조사 자료와 목격 진술을 확보하여 고의의 증명이 충분한지를 다투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조사보고서가 문제 된 행위를 하나로 특정하였는지, 그리고 고의인지 과실인지를 판단하였는지가 첫 관문이 되므로, 그 기재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에서 대응이 시작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