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신고된 행위가 여러 개일 때, 그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에서 그 일부가 실제로 인정되지 않는 판단을 받아내더라도, 전학 같은 무거운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기도 하고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본 글은 여러 처분사유(처분의 근거가 된 개개의 행위) 중 일부가 부존재로 판명되었을 때 법원이 처분의 유지와 취소를 나누는 기준, 그리고 판정 점수 구간과 가중 의결이 결론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고된 행위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처분이 자동으로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남은 행위만으로도 그 처분이 정당한지를 다시 따져, 판정 점수와 조치 구간이 달라지지 않으면 처분을 유지합니다. 다만 처분이 사유별로 나뉘어 있어 탈락한 사유에 대응하는 조치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취소되고, 남은 행위만으로는 무거운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에도 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는 여러 개의 행위가 한꺼번에 신고되어 하나의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신고된 행위 전체를 놓고 판정 점수를 매기는데, 판정 점수란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과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다섯 요소를 각 0점에서 4점까지 평가해 합산한 총점을 말합니다. 실제 판결에 나타난 기준으로 총점 13점에서 15점 구간은 학급교체, 16점 이상은 전학 또는 퇴학에 해당하고, 선도가능성 등을 고려해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 때문에, 신고된 행위 중 일부가 소송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남은 행위만으로 같은 점수와 같은 조치가 나올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처분의 결론을 정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여러 사유로 하나의 처분을 한 경우에 일부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때 처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일반 행정처분에 적용되는 기준을 밝혀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 다투어진 사건에서 "여러 처분사유에 관하여 하나의 제재처분을 하였을 때 그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처분사유들만으로도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판결은 증명이 부족한 처분사유를 제외할 경우 처분기준에 따른 결과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심리하여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조치에 적용하면, 탈락한 행위를 빼고 판정 점수를 다시 따져 보아 조치 구간이 달라지지 않으면 처분은 유지되고, 구간이 달라질 정도라면 처분이 위법해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여러 처분사유에 관하여 하나의 제재처분을 하였을 때 그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처분사유들만으로도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기준의 실무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일부 행위를 다투어 이기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탈락이 판정 점수와 조치 구간을 바꿀 수 있는지까지 계산해야 소송의 실익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해에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동급생 사이에서 문제된 다섯 가지 행위(애니메이션 대사 따라하기 강요와 폭력, 다른 교실에 데려가 말 시키기, 포옹 상대를 고르게 하는 행위, 점심 동행 강요, 이른바 오토바이 장난에 가담)가 신고되어 전학 처분이 내려진 사안이 있습니다. 법원은 대사 따라하기 사유는 3회 시킨 사실만 인정되고 그 이상 지속했다거나 거부 시 폭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았고, 포옹 관련 사유는 아예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기각이었습니다. 법원은 인정되지 않는 부분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처분은 정당하다고 하면서, 남은 행위들이 여러 학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치스러운 행위를 반복적으로 강요한 것이고 피해학생이 학교에 가기 싫을 정도의 고통을 받은 점, 가해학생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행위를 친한 친구 사이의 짓궂은 장난 정도로만 여겨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려운 점을 들었습니다 .
이 사안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판정 점수는 총 15점으로 학급교체 구간이었는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이미 다른 반이어서 학급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심의위원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전학으로 가중 의결하였고(가중 의견 7명, 경감 의견 1명), 법원은 이 가중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점수 구간에 해당하는 조치가 실효성이 없으면 한 단계 무거운 조치로 가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동급생의 가슴을 만졌다는 신고와 성적 표현이 담긴 메시지와 사진을 여러 차례 보냈다는 신고로 전학 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법원은 가슴을 만졌다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목격학생이 신체 접촉 이야기는 들었지만 가슴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수사기관도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경찰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마치는 결정)을 했으며, 처분의 적법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처분청의 증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남은 행위, 곧 상당한 수위의 성적 메시지와 사진을 수차례 전송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행위만으로도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각 4점, 반성 3점, 화해 2점, 총 17점의 평가가 부당하지 않고, 17점은 전학 구간(16점 이상)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형사 절차에서 무혐의를 받은 부분이 있어도 행정처분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 구분 | 탈락한 사유 | 유지된 이유 |
|---|---|---|
| 다섯 사유 중 하나 전부·하나 일부 탈락 | 지속 강요·폭력 부분, 포옹 강요 부분(증거 부족) | 남은 행위의 반복성·공개성, 반성 부족. 15점+가중으로 전학 정당 |
| 핵심 사유 탈락+형사 무혐의 | 신체 접촉 부분(목격 진술 불일치·불송치) | 남은 성적 메시지 전송만으로 17점 유지, 전학 구간 충족 |
표: 일부 사유가 탈락하고도 전학이 유지된 사례의 구조
일부 사유의 탈락이 언제나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처분이 피해학생별 또는 사유별로 나뉘어 있는 경우, 탈락한 사유에 대응하는 처분은 그 자체로 취소됩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한 학생에게는 학교폭력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유로, 다른 학생에게는 강요와 따돌림을 했다는 사유로 각각 서면사과 등 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법원은 두 번째 학생에 대한 강요는 폭행이나 협박, 불이익을 고지한 사실이 없고 그 학생이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따돌림은 놀이에서 배제한 횟수가 한 학기에 한두 차례, 다음 학기에 네댓 차례에 그쳐 지속성과 반복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그 학생에 대한 처분을 전부 취소하였습니다. 반면 첫 번째 학생에 대한 처분은 사실인정이 유지되어 처분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 하나의 사건이라도 처분이 나뉘어 있으면 사유별로 결론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행정심판 단계에서 같은 구조가 나타난 사례도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여러 행위로 서면사과, 접촉금지, 특별교육, 출석정지 3일 처분을 받았는데, 행정심판위원회가 금품 갈취 부분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에 상응하는 출석정지 3일 부분만 취소하였습니다. 이후 법원은 남은 처분들에 대해, 인정되는 행위(수년에 걸친 욕설과 폭행 등)만으로도 가장 가벼운 조치인 서면사과와 피해학생 보호에 필요한 접촉금지, 교육을 통한 선도를 위한 특별교육은 충분히 정당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 탈락한 사유와 조치가 짝을 이루고 있으면 그 부분만 분리되어 취소되고, 남은 조치는 남은 행위와의 균형으로 따로 심사된다는 것입니다.
사유가 탈락하는 이유는 결국 법이 정한 요건과 증거의 문제입니다. 강요가 인정되려면 폭행이나 협박, 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을 알리는 행위가 있어야 하고 상대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위 사안에서 법원은 뽀뽀를 부탁하며 "너만 믿을게"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불이익을 고지했다고 볼 수 없고 상대 학생이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따돌림이란 두 명 이상의 학생이 특정 학생을 상대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해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법원은 놀이에서 배제한 횟수가 한 학기에 한두 차례, 다음 학기에 네댓 차례에 그쳐 지속성과 반복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 신고서에 적힌 죄명 같은 표현이 아니라 각 행위 유형의 요건 하나하나에 증거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탈락 가능한 사유를 찾는 방법입니다.
결국 취소가 이루어지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처분이 사유별로 나뉘어 있어 탈락 사유의 처분이 분리될 수 있는 경우. 둘째, 대법원 기준에 따라 탈락한 사유를 제외하면 판정 점수와 조치 구간이 달라져 남은 행위만으로는 그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일부 사유를 탈락시키는 데 성공해도 처분이 유지되는 이유는 대체로 점수의 여유에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후배들에게 장기간 폭력과 성추행 등을 한 사안에서, 법원은 반성과 화해 평가를 다소 완화하여 1점이나 2점을 낮추어 보더라도 여전히 총점이 16점이어서 전학 구간에 해당한다는 가정적 판단으로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총점이 구간 하한보다 넉넉히 높으면 한두 항목을 다투어 이겨도 결론이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반대로 점수 구간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으면 가중이 이루어집니다. 같은 학교의 다른 반 학생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넘어뜨리고 40초 넘게 목을 조른 사안에서, 판정 점수는 15점으로 학급교체 구간이었으나, 두 학생이 이미 다른 반이어서 학급교체가 피해학생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의위원회가 전학으로 가중 의결하였고 법원은 이를 수긍하였습니다 . 앞서 본 다섯 사유 사안의 가중과 같은 구조로, 구간 조치의 실효성 부족이 가중 사유가 된다는 점은 처분 수위를 예측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입니다.
한편 점수 산정 절차 자체를 다투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의위원회가 항목별 점수 판정을 생략하고 위원들의 논의와 표결로 조치를 정한 사안에서, 법원은 세부기준 고시 가운데 점수를 합산해 조치를 정하라는 절차 부분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어 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이 위법해지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 다툼의 초점은 절차의 형식이 아니라 각 사유의 증거와 점수 평가의 실질에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심의와 소송 단계의 태도 문제가 겹칩니다. 일부 행위를 다투는 것 자체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이지만, 인정되는 행위까지 짓궂은 장난이었다고 일관하면 반성 정도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다섯 사유 사안에서 법원은 가해학생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성 평가를 유지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다투는 부분과 인정하고 사과하는 부분을 분리하는 것이 안전한 이유입니다.
전국 법원의 가해학생 조치를 다툰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유지된 경우가 약 67퍼센트, 전부 취소된 경우가 약 19퍼센트이고, 일부만 취소된 경우는 약 6퍼센트로 나타납니다. 일부 사유를 다투어 처분의 일부라도 취소시키는 결론은 소수인 만큼, 어느 사유를 다투고 어느 사유를 인정할지의 선별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가해학생 조치 관련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분포
첫째, 신고된 행위 목록을 사유별로 쪼개어 각 사유의 증거 상태를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목격 진술이 어긋나거나 형사 불송치가 있는 사유는 탈락 가능성이 있는 공격 지점입니다. 둘째, 탈락시킬 수 있는 사유를 찾았다면 그 탈락이 판정 점수를 얼마나 낮추는지, 조치 구간이 실제로 달라지는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총점이 구간 하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 승소로는 처분이 바뀌지 않고, 경계선에 걸쳐 있으면 한 항목의 재평가만으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셋째, 점수 구간의 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사정(이미 다른 반, 이미 다른 학교 등)은 오히려 가중의 근거가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넷째, 심의와 소송에서 다투는 사유와 인정하는 사유를 분리하고, 인정하는 부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별도로 표현해야 반성 정도 평가의 불이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러 행위가 하나의 처분으로 이어진 사안에서 일부 사유의 부존재가 확인되더라도, 처분의 결론은 남은 행위로 결정됩니다. 대법원의 기준에 따라 나머지 사유만으로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면 처분은 유지되고, 실제로 다섯 사유 중 둘이 탈락한 사안과 핵심 사유가 형사 무혐의까지 받은 사안에서 모두 전학이 유지되었습니다. 반대로 처분이 사유별로 나뉘어 있으면 탈락 사유에 대응하는 처분만 분리되어 취소되고, 탈락으로 판정 점수의 조치 구간이 달라질 정도라면 처분 전체가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점수 구간 조치의 실효성이 없으면 가중 의결이 가능하다는 변수까지 있으므로, 일부 사유를 다툴 때에는 탈락 가능성 있는 사유의 선별, 탈락 시 점수와 구간의 변화 계산, 다투는 부분과 사과하는 부분의 분리라는 세 가지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이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