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출석정지 처분과 졸업·생활기록부 삭제 후의 소의 이익

2026.03.19조회 982
출석정지 처분과 졸업·생활기록부 삭제 후의 소의 이익

학교폭력으로 출석정지 처분을 받고 억울함에 소송을 준비하다 보면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릅니다. 출석정지는 이미 다 치렀고 졸업이 임박하였는데 지금 소송을 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반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도중에 졸업을 해 버리면 이미 시작한 재판은 어떻게 되는지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처분이 위법하다고 자신하던 학생이 정작 법원에서 위법한지 아닌지 판단조차 받지 못하고 소송이 종료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행정소송의 소송요건인 소의 이익이 학교폭력 사건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학교생활기록부에 조치가 기재되고 삭제되는 제도가 그 판단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그리고 이런 구조에 비추어 소송 시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대법원 판례와 실제 사례를 통하여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출석정지 처분은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므로 졸업으로 그 효력이 소멸하고, 출석정지를 이미 이행하여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데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까지 삭제되어 복구될 여지가 없다면 소는 각하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출석정지 기재는 원래 졸업 후 4년까지 보존되는 것이므로, 기재가 아직 남아 있거나 잠정적으로만 지워져 다시 복구될 수 있는 상태라면 졸업 후에도 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졸업식 날 꽃다발을 들고 교문을 나서는 학생의 뒷모습

1. 소의 이익이란 무엇인가

가. 소의 이익은 소송요건입니다

행정소송을 낸다고 해서 법원이 언제나 처분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본격적인 판단(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전에, 이 소송을 통해 원고가 실제로 회복할 수 있는 이익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이것을 소의 이익, 정확히는 협의의 소의 이익(재판을 통해 회복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라고 부릅니다. 회복할 이익이 없는 소송은 법원이 판단해 주어도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없으므로, 법원은 그런 소송은 애초에 심리하지 않고 돌려보냅니다.

여기서 각하와 기각을 구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각은 법원이 처분의 위법 여부를 실제로 따져 본 다음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지는 것이고, 각하는 그런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송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종료시키는 것입니다. 소의 이익이 없어서 각하되면, 법원은 처분이 위법한지 적법한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억울한 사정이 있어도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본안의 주장은 심리되지 못한 채 소송이 종료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처분의 위법성 못지않게 소의 이익이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 처분이 소멸한 뒤에도 소송할 수 있는 경우

소의 이익의 근거는 행정소송법 제12조입니다. 이 조문은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12조(원고적격)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

조문은 앞부분(전문)과 뒷부분(후문)으로 나뉘며, 이 사건 유형에서는 후문이 주된 쟁점이 됩니다. 전문은 처분이 아직 효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내용입니다. 후문은 처분의 효과가 이미 소멸한 뒤, 즉 처분을 다 이행했거나 기간이 지나 버린 뒤라도 그 처분을 취소함으로써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남아 있다면 여전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출석정지를 이미 다 치렀거나 학생이 졸업해 버린 학교폭력 사건은 대부분 후문에 해당하므로, 결국 처분을 취소하여 지금 회복할 법률상 이익이 무엇이 남아 있는지가 소송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다. 학교폭력 조치는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합니다

졸업으로 다툴 이익이 사라진다고 보는 이유는 조치의 성질에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이 정한 조치들, 즉 서면사과부터 접촉금지, 학교봉사,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까지는 모두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것들입니다. 출석에 제한을 두거나 다른 학교로 옮기게 하는 조치는 그 사람이 그 학교의 학생일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점에 주목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해당 학교의 학생이라는 신분이나 지위를 전제로 하므로, 졸업 등으로 학생 신분을 잃으면 원칙적으로 조치의 효력도 함께 소멸한다고 봅니다. 효력이 사라진 처분은 이제 되돌릴 대상이 없는 과거의 일이 됩니다. 예를 들어 출석정지 5일을 이미 다 치른 뒤라면, 나중에 그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더라도 지나가 버린 5일이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취소 판결을 받아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것(원상회복)이 불가능해진 경우, 그 소송은 원칙적으로 실익을 잃습니다.

라. 명예 회복이나 민사소송 활용은 법률상 이익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가 생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억울한 낙인을 벗고 싶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받고 싶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이 소의 이익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법률상 이익이지 사실상 이익이 아닙니다. 법률상 이익은 법이 직접 보호하는 구체적인 권리나 지위(뒤에서 볼 생활기록부 기재처럼 공적으로 남는 불이익)를 말하고, 사실상 이익은 감정이나 평판, 경제적 유불리처럼 처분에 부수하여 생기는 결과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처분으로 입은 사회적 명예의 손상을 회복하려는 것은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여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아니라고 보고(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누12347 판결),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상대방이 낸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 유리하게 원용하려는 이익 역시 사실적·경제적 이익일 뿐이라고 봅니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0두2457 판결).

정리하면, 소의 이익은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지금 남아 있는 구체적인 법적 불이익이 있는지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사건에서 그 법적 불이익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것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입니다. 따라서 소의 이익이 있는지는 실질적으로 그 기재가 남아 있는지에 따라 정해지며, 이하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2. 대법원의 판단 기준

가. 원칙: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면 소의 이익이 없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정리한 최근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받은 서면사과 조치의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비록 행정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고,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학생들이 중학교를 졸업하여 학생 신분을 잃음에 따라 서면사과 조치의 효력이 더 이상 존속하지 않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여지도 없어졌으므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습니다.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두44191 판결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비록 행정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고,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이 판시는 원칙과 예외를 한 문장에 담고 있어 이 주제의 기본 구조를 이룹니다. 원칙은 취소해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으면 소의 이익이 없다는 것이고, 예외는 되돌릴 수는 없어도 취소로 회복할 다른 이익이 남아 있으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효력이 상실된 처분으로 인하여 어떠한 법률상 이익도 침해되고 있지 않다면 그 처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법률관계에 불과하다는 것은 학교폭력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이고(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두6400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학교폭력 사건의 하급심들도 각하 판단의 근거로 이 법리를 반복해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나. 예외: 회복할 이익이 남았거나 위법이 반복될 위험이 있는 경우

원칙만 있다면 졸업한 학생은 언제나 소가 각하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예외도 함께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처분의 효과가 소멸한 뒤라도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0450 판결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

이 예외는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취소로 회복할 다른 이익이 남아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위법이 되풀이될 위험이 있어 위법 여부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는 경우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실제로 자주 작동하는 것은 앞의 갈래이고, 그 회복할 이익의 정체가 바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입니다. 기재가 아직 남아 있거나 앞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면, 그 기재를 지우기 위하여 처분을 다툴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결국 원칙과 예외를 가르는 실무적 기준은 "지금 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되살아날 수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모아집니다.

3. 생활기록부 기재·삭제 제도가 소의 이익을 좌우합니다

가. 조치에 따라 기재와 삭제가 다릅니다

소의 이익을 판가름하는 학교생활기록부 제도를 조금 자세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학교생활기록에 기재됩니다(제21조 제2항 제6호). 다만 모든 조치가 똑같이 취급되는 것은 아니고, 조치의 무게에 따라 기재 여부와 삭제 시기가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가벼운 조치인 서면사과, 접촉금지, 학교봉사(제1호부터 제3호)는 원칙적으로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이 조치들은 학생이 조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같은 학교급(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단위)에 다니는 동안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또 조치를 받은 경우에만 기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21조 제3항).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만 기재한다는 뜻에서 조건부 기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서면사과 같은 조치는 학생이 성실히 이행하기만 하면 애초에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설령 기재되었더라도 이 세 조치는 학생이 졸업하면 그와 동시에 삭제하여야 합니다(제22조 제2항).

무거운 조치는 다릅니다.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이수(제4호, 제5호)는 학생이 졸업한 날부터 2년,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제6호부터 제8호)은 졸업한 날부터 4년이 지나야 삭제됩니다(제22조 제3항). 이렇게 무거운 조치의 기재를 졸업 후에도 상당 기간 남겨 두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상급학교 진학 등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보존 기간은 2024. 2. 28. 개정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예외적인 조기 삭제의 길이 하나 있습니다. 제4호부터 제7호까지의 조치는 학생이 졸업하기 직전에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될 수 있습니다(제22조 제3항 단서). 다만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하는 전학(제8호)은 이 조기 삭제 대상에서 빠져 있어, 졸업 후 4년 동안 기재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제도가 소의 이익과 직결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남아 있으면 지금 학생에게 침해되고 있는 법률상 불이익이 있는 것이므로 다툴 이익이 인정되고, 기재가 삭제되어 되살아날 여지가 없으면 침해되는 불이익이 사라졌으므로 다툴 이익도 없어집니다.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이 제도가 소송 결과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확인됩니다. 소의 이익이 주된 쟁점이 된 학교폭력 사건에서 소가 각하된 비율은 약 90퍼센트에 이르고, 소송요건을 갖추어 본안 판단에 이른 뒤 처분이 취소된 비율은 약 3퍼센트에 그칩니다.

소의 이익이 쟁점이 된 사건의 결과 분포 그래프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로, 소의 이익이 주된 쟁점이 된 학교폭력 사건의 판결 결과 분포입니다.

나. 조치 종류별 삭제 시기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의 내용을 조치별로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면사과나 접촉금지처럼 졸업과 동시에 기재가 삭제되는 조치는, 학생이 졸업한 뒤에는 지울 기재 자체가 남지 않으므로 다툴 이익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출석정지나 전학처럼 졸업 후에도 몇 년간 기재가 남는 조치는, 그 기재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이를 지우기 위하여 다툴 이익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조치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 그 기재가 언제 지워지는지를 소송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확인하여야 합니다. 아래 사례들은 이 차이가 실제 판결에서 어떻게 다른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 줍니다.

조치 종류별 학교생활기록부 삭제 시기 그래프

[데이터]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에 따른 조치 종류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삭제 시기입니다.

조치기재 여부삭제 시기조기 삭제
서면사과·접촉금지·학교봉사(제1호부터 제3호)조건부 기재(미이행 또는 같은 학교급 내 추가 조치 시)졸업과 동시해당 없음
사회봉사·특별교육 이수(제4호·제5호)기재졸업 후 2년전담기구 심의로 가능
출석정지·학급교체(제6호·제7호)기재졸업 후 4년전담기구 심의로 가능
전학(제8호)기재졸업 후 4년불가

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른 조치 종류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삭제 요약입니다.

4.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된 사례

가. 출석정지를 이행하고 졸업과 동시에 기재까지 삭제된 경우

먼저 본 글의 제목이 다루는 출석정지 사안부터 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출석정지 5일 등 조치를 받고 취소소송을 낸 사건이 있습니다. 학생은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먼저 청구하였다가 기각되자 소송까지 이르렀는데, 그 사이에 출석정지 5일은 이미 집행이 끝났고, 학생은 다른 중학교로 전학한 뒤 그 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졸업한 학교는 학교폭력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생활기록부에서 출석정지 기재를 삭제하였습니다. 법원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는 이상 졸업으로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였고, 생활기록부 기재까지 삭제된 이상 취소로 회복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처분이 위법한지는 판단하지 않은 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명예 손상의 회복이나 상대방이 낸 민사소송에서 활용할 이익은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하다는 대법원 법리가 함께 원용되었습니다.

이 사안은 처분의 효력 소멸(졸업), 원상회복 불가(출석정지 이행 완료), 회복할 이익의 부존재(기재 삭제)라는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 각하로 이어진 전형적인 예입니다. 다만 여기서 기재가 졸업과 동시에 삭제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지침에 따라 전담기구 심의를 거친 조기 삭제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현행 규정에서도 출석정지(제6호)는 전담기구 심의를 통한 조기 삭제가 가능하므로, 그 절차를 거쳐 기재가 실제로 삭제된 뒤라면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나.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는 가벼운 조치들

서면사과(제1호)처럼 졸업과 동시에 기재가 삭제되는 조치는 졸업 후 소의 이익을 인정받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3두44191 판결의 사안이 바로 졸업한 뒤 서면사과 조치를 다툰 경우였고, 대법원은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습니다. 하급심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됩니다.

서면사과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던 학생이 소송 도중에 졸업하자, 법원은 처분의 효력이 상실되었고 관련 기재도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었으며 서면사과를 강제하거나 집행할 방법도 없으므로, 이 학생이 앞으로 진학이나 취업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부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오히려 생활기록부에 기재가 남게 되었던 경우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서면사과를 이행하지 않아 그 사실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던 학생에 대하여도, 법원은 학생이 졸업하면서 그 기재가 삭제된 이상 처분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불과하고 현재 침해되는 법률상 이익이 남아 있지 않다고 보아, 취소와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모두 각하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실무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조치가 부당하다고 여겨 이행을 거부한 채 졸업 시점까지 버티면, 그 사이 기재가 남아 다툴 여지가 있었더라도 졸업과 동시에 기재가 지워지면서 다툼의 대상 자체가 사라져 버립니다. 결국 조치가 억울할수록 이행을 거부하며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기재가 살아 있는 동안 신속하게 정식으로 다투는 것이 실익을 지키는 길이 됩니다.

5. 소의 이익이 인정된 사례

식탁에 놓인 달력과 서류를 앞에 두고 소송 일정을 상의하는 부모

가. 판결 취지로 잠정 삭제된 기재는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앞의 각하 사례들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이 주제에서 가장 눈여겨볼 판결이 있습니다. 1심에서 이겨 놓고도 항소심 도중에 졸업해 버린 사건에서, 같은 학생의 같은 처분인데도 조치별로 결론이 갈렸습니다.

중학생이 접촉금지와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받고 취소소송을 내어, 1심에서 처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부 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이 진행되는 중에 학생이 졸업하였고, 학교는 1심 판결 취지에 따라 생활기록부의 관련 기재를 모두 삭제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접촉금지(제2호)에 대하여는, 그 종기가 이미 지났고 법령상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어야 하는 기재여서 앞으로 복구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그 부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그러나 출석정지(제6호)에 대하여는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출석정지 기재는 원칙적으로 졸업 후 4년이 지나야 삭제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삭제는 전담기구 심의를 거친 정식의 조기 삭제가 아니라 1심 판결이 나오자 그 취지에 따라 잠정적으로 지운 것에 불과하였고, 학교도 최종 판결에 따라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회신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언제든 내용이 복구되어 향후 진학에 영향을 미칠 법률상 위험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출석정지 처분에 대하여는 소의 이익을 인정하고, 그 취소를 확정하였습니다.

같은 학생의 같은 사건에서 접촉금지 부분은 각하되고 출석정지 부분만 심리되었습니다. 두 조치의 결론을 가른 기준은 생활기록부 기재가 법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지 한 가지였습니다. 접촉금지는 법령상 졸업과 동시에 완전히 삭제되는 것이어서 복구가 불가능한 반면, 출석정지는 아직 삭제 시점(졸업 후 4년)이 오지 않았는데 판결 때문에 잠깐 지워졌을 뿐이어서 판결이 뒤집히면 되살아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소의 이익이 처분마다 개별적으로, 그 기재의 복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는 원리를 명확하게 보여 줍니다. 실무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1심 승소 판결로 학교가 기재를 삭제하더라도, 그 삭제가 정식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판결에 따른 잠정 조치라면 소의 이익이 유지되므로, 항소심에서 각하될 것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나. 피해학생 보호조치를 가해학생이 다투는 경우

기재가 남아 있는 경우 외에,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 또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쪽이 자신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를 다투는 경우입니다.

법원은 피해학생 보호조치가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그 조치에 드는 비용을 가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가해학생에게도 피해학생에 대한 심리상담 조치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 본안을 판단하였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자신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은 졸업으로 각하되었지만, 피해학생 보호조치 부분은 소의 이익이 인정되어 심리되었습니다.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가해행위가 있었음을 공적으로 확정하는 의미를 가지고 비용 부담까지 따라오므로, 가해학생에게 단순한 감정상의 이해관계를 넘는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 피해학생 측이 다투는 경우는 진학 후에도 넓게 인정됩니다

지금까지는 조치를 받은 가해학생 측이 다투는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피해학생 측이 '조치없음(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다투는 사건에서는, 상대 학생이 이미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소의 이익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법원은 조치 권한이 종전의 학교장에서 교육장으로 옮겨 온 현행 체제에서는 가해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더라도 조치를 할 행정청이 실질적으로 동일하여 재처분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피해학생 측에게 여전히 처분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았고, 위 대법원 2020두30450 판결의 예외 법리를 원용하였습니다.

피해학생 측은 상대에게 조치가 내려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상대가 진학하더라도 다시 조치를 받게 할 여지가 남아 있는 한 다툴 이익이 넓게 인정되는 것입니다. 다만 소의 이익이 인정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소의 이익은 인정하여 본안을 판단하였으나 피해학생 측의 청구 자체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소의 이익은 법원이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요건일 뿐, 그 판단의 결론과는 별개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피해학생 측의 소의 이익에 관하여는 하급심의 판단이 사안에 따라 엇갈리는 부분이 있으므로, 개별 사건이 어느 쪽 사정에 가까운지는 따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구분소의 이익 부정(각하)소의 이익 인정(본안 판단)
생활기록부 기재삭제되어 복구될 여지 없음기재가 남아 있거나 잠정 삭제로 복구 가능
전형적인 사안출석정지 이행 완료 후 졸업, 심의 거쳐 기재 삭제 / 서면사과 등 졸업과 동시 삭제 조치판결 취지에 따른 잠정 삭제 / 피해학생 보호조치를 가해학생이 다투는 경우 / 피해학생 측의 조치없음 불복
법원의 처리위법 여부 판단 없이 소 종료처분의 위법 여부를 심리

표: 본문 사례를 기준으로 소의 이익이 부정된 경우와 인정된 경우를 대비한 것입니다.

6. 소송 시기와 실무 대응

상담실에서 변호사가 달력을 짚어 가며 학부모에게 소송 일정을 설명하는 모습

가. 졸업까지 남은 시간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법리를 실제 사건에 적용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간 계산입니다. 행정소송 1심은 통상 반년에서 1년 남짓 걸리고, 여기에 항소심까지 이어지면 그보다 더 길어집니다. 그래서 졸업이 가까운 고학년 학생이라면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졸업이 먼저 도래할 수 있고, 앞의 대전 사례처럼 1심에서 이기고도 항소심에서 일부 조치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을 조치별로 나누어 보면 전략이 분명해집니다. 조치가 무거워 졸업 후에도 기재가 오래 남는 사건(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은 졸업 후에도 상당 기간 다툴 이익이 유지되므로, 서두르되 졸업이 임박했다고 하여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반대로 서면사과나 접촉금지처럼 졸업과 동시에 기재가 삭제되는 가벼운 조치는, 졸업 전에 판결을 받아야 실익이 있으므로 시간이 촉박하다면 그만큼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나. 처분 통지를 받으면 확인할 것들

처분 통지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조치결정 통보서에서 내려진 조치가 제17조 제1항 제 몇 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치가 몇 호인지에 따라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제1호부터 제3호는 원칙적으로 기재하지 않는 조건부 기재), 삭제 시기(제1호부터 제3호는 졸업과 동시, 제4호와 제5호는 졸업 후 2년, 제6호부터 제8호는 졸업 후 4년), 조기 삭제 가능성(제4호부터 제7호는 전담기구 심의로 가능, 제8호 전학은 불가)이 모두 정해지고, 이에 따라 소송으로 다툴 실익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가 정해집니다.

불복을 결정하였다면 행정심판(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에 따라 청구할 수 있습니다)이나 취소소송을 제기하되,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내야 한다는 제소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합니다. 재학 중이고 전학처럼 집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조치가 임박한 경우에는, 본안 소송과 함께 처분의 효력을 판결 전까지 멈추는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합니다.

다. 각하는 무죄가 아니라는 점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하는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이 아닙니다. 그러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도 아닙니다. 법원이 본안에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각하된 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이 그 처분을 잘못됐다고 인정했다"고 말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처분의 위법성을 판결로 확인받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사건이라면, 소의 이익이 살아 있는 동안 본안 판단까지 받아내는 시간 설계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각하로 소송이 끝나 버리면 억울함을 공적으로 정리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출석정지를 이미 다 치렀는데 지금 소송을 내는 것이 의미가 있나요?
출석정지 자체는 이행이 끝나면 되돌릴 수 없지만, 소송의 실익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출석정지 기재는 원칙적으로 졸업 후 4년이 지나야 삭제되므로, 그 기재가 생활기록부에 남아 있는 동안에는 이를 지우기 위하여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라는 제소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불복 시기를 정하시면 됩니다.
Q. 소송 중에 아이가 졸업하면 재판은 어떻게 되나요?
졸업으로 학생 신분을 잃으면 조치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소멸하지만, 재판이 반드시 각하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은 생활기록부 기재가 남아 있거나 복구될 수 있는지입니다. 서면사과나 접촉금지처럼 졸업과 동시에 기재가 삭제되는 조치는 각하될 가능성이 크지만, 출석정지처럼 졸업 후에도 기재가 보존되는 조치는 기재가 남아 있는 한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1심 승소 후 학교가 판결 취지에 따라 기재를 잠정적으로 삭제한 경우에도, 판결이 뒤집히면 복구될 수 있으므로 소의 이익이 유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Q. 각하 판결을 받으면 우리 아이의 처분이 정당했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각하는 법원이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소송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도 위법하다는 판단도 아닙니다. 다만 각하로 끝나면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판결로 확인받을 기회 자체가 사라지므로, 위법성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면 소의 이익이 살아 있는 동안 본안 판단까지 받아내는 시간 설계가 중요합니다.
Q. 처분이 억울하면 서면사과 같은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버텨도 되나요?
권하기 어렵습니다. 서면사과 등 가벼운 조치는 미이행 시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데, 그 기재도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므로 이행을 거부하며 졸업까지 시간을 끌면 다툼의 대상 자체가 사라져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이행으로 기재가 남아 있던 학생도 졸업으로 기재가 삭제되자 소가 각하된 사례가 있습니다. 조치가 억울할수록 기재가 살아 있는 동안 행정심판이나 취소소송으로 신속하게 정식으로 다투는 것이 실익을 지키는 길입니다.

8. 마치며

학교폭력 조치를 다투는 소송에서 소의 이익은 본안 못지않게 중요한 쟁점입니다. 원칙은 어렵지 않습니다. 졸업으로 조치의 효력이 소멸하고 생활기록부 기재까지 삭제되어 되살아날 여지가 없으면 소는 각하되고, 기재가 아직 남아 있거나 앞으로 복구될 수 있으면 다툴 이익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조치가 몇 호인지, 그 기재가 언제 지워지는지, 졸업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라는 세 가지 사항을 소송 전략을 세울 때 먼저 확인하여야 합니다. 처분 통지를 받았다면 이 세 가지부터 확인한 다음, 무리하게 이행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기보다는 기재가 남아 있는 동안 불복 시기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판례와 법령에 근거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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