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은 상대의 행동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와 법원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가 아니라, 고통의 원인이 된 객관적 가해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본 글은 피해학생이 느낀 주관적 정신적 고통만으로 학교폭력이 인정되는지, 학교폭력으로 평가되려면 어떤 객관적 요건이 필요한지를 실제 판결을 근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학교폭력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그와 별개로 가해로 지목된 학생의 객관적인 가해행위와 가해의사가 확인되는지를 따로 살핍니다. 다만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심리적 공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그로 인해 피해학생이 실제 고통을 겪었다면, 가해자가 한 명이더라도 학교폭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법률이 정한 정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26. 6. 2. 시행 기준, 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합니다)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모욕,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따돌림이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제2조 제1호의2).
이 정의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와 "심리적 공격"이라는 두 표현입니다. 따돌림은 한 번의 갈등이나 다툼이 아니라 일정 기간에 걸쳐 되풀이되는 공격을 전제로 하고, 그 공격은 피해학생이 느낀 주관적 불쾌감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난 행위여야 합니다. 즉 법률의 정의 자체가 피해학생의 감정만이 아니라 가해학생의 객관적 행위를 요구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제3조에서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학교폭력이라는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나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처리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여러 판결에서 반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나 다툼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이며, 그러한 갈등을 겪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갈등을 학교폭력예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가해학생을 만들어 내는 결과가 됩니다. 학교폭력의 개념을 확대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제3조의 요청은 이러한 문제를 막는 데 있습니다.
해석·적용의 주의의무란 법을 적용하는 심의위원회와 법원이 학교폭력의 성립 범위를 함부로 넓히지 않고, 정의 규정이 정한 요건이 실제로 갖추어졌는지를 엄격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 원칙 때문에 피해학생의 고통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학교폭력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가해학생에게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각 호의 조치(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를 하도록 교육장에게 요청합니다. 반대로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조치 없음 결정을 합니다. 조치 없음 결정 역시 행정처분이므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그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되어 조치를 받은 학생 측 역시 그 조치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즉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두 방향의 소송이 모두 존재합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이것은 학교폭력인데 왜 조치가 없느냐"라며 조치 없음 결정을 다투는 소송과, 가해로 지목된 학생이 "이것은 학교폭력이 아닌데 왜 조치를 하였느냐"라며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입니다. 아래에서 보는 판결들은 이 두 방향을 모두 포함하며, 어느 방향에서든 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같습니다.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의 정의에 실제로 해당하는지입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나 조치 없음 결정은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교육장이 하는 행정처분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처분의 위법 여부를 심사할 때, 처분청의 판단을 그대로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에 사실오인이나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심사합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란 행정청이 법이 맡긴 판단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 범위 안에서도 판단을 잘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의 대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 관하여 "후자의 경우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후자의 경우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
이 판시에서 학교폭력 사건과 직접 관련되는 부분은 사실오인이 심사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신고된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 행위가 가해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에 관한 사실인정에서 출발합니다. 하급심도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여, 학교폭력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처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는 사정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이러한 심사 과정에서 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의 존부에 관한 사실을 잘못 인정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될 수 있고, 뒤에서 보듯이 실제로 조치가 취소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학교폭력 성립 여부를 다투는 소송의 핵심은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의 정의에 해당하는지의 사실인정입니다.
정신적 고통만으로 학교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면으로 보여 준 최근 사례가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학생 세 명이 있었는데, 그중 두 명은 1학년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고 나머지 한 명은 3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면서 비로소 그들과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세 명이 함께 다니던 중 뒤에 합류한 학생이 관계를 주도하게 되자 원래 친했던 두 학생 사이가 소원해졌고, 두 학생은 상대에게 셋이 함께 다니기는 힘들 것 같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뒤에 합류했던 학생은 약 3개월에 걸쳐 교우관계에서 배제와 이간질, 사이버폭력을 당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두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신고 내용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조치 없음 결정을 하였고, 신고한 학생 측이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며 조치 없음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두 학생이 함께 다니고 싶다는 뜻을 전한 방식이 솔직하고 담담했고, 그 어조와 표현을 보면 교우관계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그 연령대 학생들의 특성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학교폭력으로 평가할 만한 가해 의사는 특별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특히 주목한 것은 증거의 구조였습니다. 법원은 신고한 학생의 주관적 감정에 기반을 둔 짐작을 제외하면 두 학생이 과거부터 은근히 따돌리거나 다른 학생들을 통해 집단적·일방적으로 배제했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신고한 학생이 먼저 공개가 제한된 자신의 사회관계망 계정에 상대를 향한 것으로 오해되기 쉬운 험담을 올렸던 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 법원은 그 연령대에서 교우관계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신고한 학생이 정신적 고통을 느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학교폭력예방법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규정한 것은 학생이 성장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는 두 학생의 행위를 학교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세운 기준은 학생들 사이에 힘이나 관계의 우열이 존재하여 그러한 불균형한 관계로 인해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동등한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의 다름이나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해 교우관계가 각자 원하는 대로 유지·형성되지 못했음만 확인될 뿐, 불균형한 관계에서 비롯된 가해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신적 고통이라는 결과가 있었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객관적 가해행위와 가해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학교폭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입니다.
정신적 고통의 호소가 신체적 행위와 결부된 경우에도 결론은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 같은 반 남학생 사이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업어치기를 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신고한 학생은 여러 친구가 보는 앞에서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이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양측 모두에 조치 없음 결정을 하였고, 신고한 학생 측이 상대에 대한 조치 없음 결정의 취소를 구했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며 조치 없음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신고된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설령 그러한 접촉이 있었더라도 이는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비교적 흔하고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며,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교우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장난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신고한 학생 스스로 그 일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기보다는 여러 친구가 봐서 수치스러웠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들어, 그 행위로 단순한 수치스러움을 넘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앞의 사건과 함께 두 가지를 확인해 줍니다. 첫째, 학교생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신체 접촉이나 장난은 그 자체로 학교폭력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학교폭력의 요건인 신체·정신상의 피해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학교폭력의 개념을 확대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제3조의 요청이 사실인정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원래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이 관계가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사건은 따돌림 여부가 특히 문제됩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세 명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다른 학생을 대화에 끼워 주지 않고 급식 시간에 혼자 앉게 하는 등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했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이를 따돌림으로 보아 세 학생에게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특별교육 등의 조치를 하였고, 세 학생 측이 그 취소를 구했습니다.
법원은 조치를 모두 취소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어떤 학생이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에게 있다는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 그 사실이 증명되지 않은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를 정하는 문제인데, 학교폭력 조치의 경우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점을 처분청인 교육청이 증명하지 못하면 그 처분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세 학생의 행위가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고통을 느끼도록 한 따돌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연령의 학생들 사이에서 비롯된 일상적인 갈등일 가능성이 상당하고,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오히려 세 학생에게 부탁을 하거나 함께 어울린 정황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판정하면서 지속성과 고의성을 모두 없음으로 보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왕따나 은따와 같은 따돌림은 그 성질상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지속성과 고의성이 없다는 것은 따돌림의 개념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결은 따돌림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회적이거나 우발적인 갈등을 배제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원래 친했던 사이가 서로의 감정으로 인해 멀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일상적 갈등은, 그것이 지속적·반복적인 심리적 공격에 이르지 않는 한 따돌림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따돌림이 성립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 학생들 사이에서, 평소 자주 어울리던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기 불편한 관계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따돌림 가해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학생과 관련해 문제된 행위는 두 가지뿐이었는데, 하나는 다른 학생이 한 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학생이 통학 차량 안에서 다른 학생에게 피해학생과 같이 다니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은 따돌림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려면 고의에 의한 행위여야 하므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고의적으로 특정 상대방에게 인격권 등을 침해할 정도의 심리적 공격을 반복적으로 가해야 하고 과실에 의한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문제된 발언은 피해학생이 없는 자리에서 다른 학생에게 자신의 태도를 밝힌 것에 불과하여 그 자체로 피해학생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해학생과 지목된 학생이 평소 자주 어울리는 관계에 있다가 서로 어울리기 불편한 관계가 되어 간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지목된 학생이 피해학생의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을 공동으로 하였다거나 정신적 고통을 줄 의도로 심리적 공격을 반복적으로 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관계란 이처럼 원래 어울리던 사이가 서로 불편해지면서 거리가 생긴 상태를 말하며, 이는 어느 한쪽이 고의로 상대를 배제하려는 따돌림과 구별됩니다. 관계가 멀어졌다는 결과가 있더라도 상대를 배제하려는 고의와 반복적 공격이 확인되지 않으면 따돌림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판결이 학교폭력을 부정한 사례라면, 반대로 객관적 가해행위와 가해의사가 확인되어 학교폭력이 인정된 사례도 함께 보아야 그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관계와 따돌림을 나누는 기준은 결국 지속적·반복적인 심리적 공격이 고의로 이루어졌는지에 있습니다.
관계가 끊어진 사실 자체는 따돌림이 아니지만, 절교 이후의 적극적인 행위는 다르게 평가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두 중학생이 친구관계를 정리하기로 합의한 뒤, 한 학생이 방학 기간에 다수의 학생에게 상대와 연락하는 친구들이 불편하다거나 상대와 어울리면 안 좋게 본다는 취지로 말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전화하여 그 상대와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며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조치를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이 행위가 다른 학생과 함께 또는 다른 학생을 이용하여 특정 상대를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한 것으로서 따돌림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에는 따돌림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따돌림을 조장한 행위도 포함되므로, 조장에 함께 관여한 다른 학생에게 조치가 없었더라도 여러 학생을 이용하여 따돌림을 조장한 이상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지목된 학생은 친구관계가 합의로 단절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학교폭력으로 본 것은 관계를 끊은 사실이 아니라, 절교 이후 제3자를 동원하여 상대를 지속적으로 배제하려 한 적극적인 조장 행위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관계와 따돌림 조장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가해행위가 노골적이고 주도적인 경우에는 가해의사와 지속성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 학교폭력이 인정됩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두 명이 학기 초부터 한 학생을 대상으로 험담을 하고, 다른 학교 학생에게 그 상대를 괴롭혀 달라고 부탁하며, 다른 학생들에게 그 상대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선동하고, 상대와 어울리는 학생이 있으면 접근하여 떼어 놓았습니다.
법원은 두 학생의 청구를 각 기각하며 학급교체와 서면사과 등 조치를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두 학생이 입학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했고 이로 인해 피해학생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리적·정서적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두 학생이 우발적이거나 단발적으로 관여한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상당 기간 반복적·지속적으로 따돌림을 하였고, 두 학생 자신의 진술에서도 상대를 좋지 않게 생각하여 나온 언행이라는 취지가 확인되어 가해의사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앞서 본 자연스러운 멀어짐 사례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힘이나 관계의 우열을 이용한 주도적 배제, 상당 기간의 반복성, 진술로 확인되는 가해의사가 모두 갖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신체적 폭력보다 오히려 따돌림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피해학생의 성장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조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했습니다.

객관적 가해행위와 가해의사가 확인되면 가해자가 한 명이더라도 따돌림이 성립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단기간에 두 차례에 걸쳐 특정 학생을 친구들로부터 배제하려는 행동을 한 사안에서, 법원은 그 행위가 따돌림의 고의를 가지고 계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고 다수가 함께 심리적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피해학생이 실제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보아 서면사과 조치를 유지했습니다. 따돌림의 정의가 2명 이상의 학생을 요구하는 것은 공격에 가담한 학생이 2명 이상이면 족하다는 뜻이고, 반드시 조치의 대상이 2명 이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가해행위가 있고 그로 인해 피해학생이 실제 고통을 호소한다면, 그 행위가 정의 규정에 예시된 유형과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인 이상 학교폭력으로 인정됩니다. 고등학생이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반복한 사안에서, 법원은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발언이 이어진 점 등을 들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접촉금지와 출석정지, 학급교체 조치를 유지했습니다. 이 사례들은 객관적 가해행위가 확인될 때 비로소 학교폭력이 성립한다는 점을 앞의 부정 사례와 대칭으로 보여 줍니다.
학교폭력 조치나 조치 없음 결정에 불복하여 제기된 행정소송의 결과를 보면, 처분이 유지되는 기각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만큼 법원은 심의위원회의 사실인정을 함부로 뒤집지 않으며, 처분을 다투는 측이 사실오인이나 요건 미충족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 측이 조치 없음 결정에 불복하려면, 자녀가 느낀 고통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의 객관적 가해행위를 증명할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앞서 본 판결들이 공통적으로 확인하듯이 법원은 주관적 감정에 기반한 짐작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시지 기록, 목격 학생의 진술, 시간과 장소가 특정된 반복적 행위의 정리가 실질적인 자료가 됩니다.
불복 방법으로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고,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합니다. 다만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 측이 조치 없음 결정을 다투는 경우에는, 그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곧바로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심의를 거치게 된다는 점을 미리 고려해야 합니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되어 조치를 받은 학생 측은,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조치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점을 함께 다툴 수 있습니다. 이때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에게 있으므로, 처분청이 제출한 증거가 지속성·반복성·고의성 등 따돌림의 요건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조치가 확정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므로, 사실인정 단계에서부터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일정 요건에 따라 졸업과 함께 삭제되거나 심의를 거쳐 삭제될 수 있으나, 조치 자체를 다투어 취소받는 것과는 별개의 절차입니다.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주장하는 경우, 그러한 사정은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느낀 정신적 고통이라는 결과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의 해석·적용의 주의의무에 따라 그 개념을 함부로 넓히지 않고,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심리적 공격이라는 객관적 가해행위와 상대를 배제하려는 가해의사가 실제로 확인되는지를 사실인정 단계에서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은 따돌림이 아니며, 흔히 있을 수 있는 신체 접촉이나 장난, 제3자에게 밝힌 심경도 그 자체로는 학교폭력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절교 이후 제3자를 동원한 조장 행위나 학기 초부터의 주도적·반복적 배제처럼 객관적 가해행위와 가해의사가 확인되면, 가해자가 한 명이더라도 학교폭력이 인정됩니다. 결국 두 방향의 소송에서 결론을 나누는 것은 고통의 크기가 아니라 객관적 가해행위와 가해의사의 존부입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입장이든 가해로 지목된 입장이든, 감정의 호소가 아니라 이 요건을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사실인정 단계에서부터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사건의 일반적인 법리와 실제 판결을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