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교폭력 조사 과정에서 담임교사의 추궁에 어정쩡하게 사과했다는 이유로 가해학생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사과일 뿐인데 그것이 잘못을 인정한 자백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부당하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아이가 처음에는 잘못을 인정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 글은 가해로 지목된 학생이 한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이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되는지, 어떤 경우에 그 진술이 자백으로 받아들여지고 어떤 경우에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리고 학생들 사이의 단순한 말다툼이 어디까지 학교폭력인지를 판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해로 지목된 학생의 사과나 인정 진술은 그 자체만으로 학교폭력을 확정하는 자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술이 이루어진 경위와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함께 보아 증거가치가 정해집니다. 사과가 피해학생의 진술과 맞아떨어지면 사실인정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지만, 사과가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이루어졌거나 문제된 행위 자체가 학교폭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학생들 사이의 일상적인 말다툼까지 학교폭력으로 넓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학교폭력 조사에서 가해로 지목된 학생은 사실확인서나 사과문을 쓰거나 조사·심의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백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 즉 자신이 그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는 진술을 말합니다. 학생이 한 사과나 인정 진술이 이러한 자백에 해당하여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는지가 문제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을 정의하면서 명예훼손과 모욕, 폭행 등을 그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여러 행위로서 신체와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합니다.
문제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그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를 함께 보아 판단합니다. 사과나 인정 진술이 있었다는 사정은 사실인정의 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행위의 학교폭력 해당성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 조치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그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은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행정청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끝내 분명하지 않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를 정하는 문제를 말합니다. 사과나 인정 진술은 이러한 증명에서 하나의 증거로 쓰이지만, 그 신빙성은 아래에서 보듯 진술이 이루어진 경위에 따라 달리 평가됩니다.
법원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그 진술 내용 자체가 합리적인지, 진술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증거와 어긋나지는 않는지를 종합하여 봅니다. 대법원은 형사 사건에서 자백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고, 이 기준은 학교폭력 사안에서 학생의 사과나 인정 진술을 평가할 때에도 참고가 됩니다.
대법원은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여부의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여부의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판단은 살인 사건에서 자백의 신빙성을 다룬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도 학생의 사과나 인정 진술을 그대로 자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진술이 어떤 경위에서 나왔고 다른 증거와 맞아떨어지는지를 함께 보아 증거가치를 정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에게 어머니를 비하하는 욕설을 하고 자전거로 위협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사회봉사 조치를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어머니를 모욕한 사실이 없고 다만 담임교사의 추궁에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이 한 것 같다고 대답하고 사과하였을 뿐이며, 그 정도의 말다툼만으로는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의 구체적인 진술과 이 학생의 사과 사실, 목격 학생의 진술을 토대로 어머니에 대한 모욕적 표현과 위협을 인정한 것을 배척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해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어정쩡한 사과라도 피해학생의 진술과 목격 학생의 진술이 맞아떨어지면 사실인정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화장실에서 같은 반 학생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이마를 밀어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한 행위로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사건입니다. 이 학생은 나중에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였습니다. 법원은 담임교사가 사건 직후 이 학생을 불러 물었더니 이 학생이 이를 인정하고 피해학생에게 사과하였으며 피해학생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증언한 점이 피해학생의 진술과 맞아떨어진다고 보아, 사건 직후의 인정과 사과 사실을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았습니다. 한편 이 학생 측이 사실이라면 사과할 의사가 있다고 한 것은 오히려 반성과 화해의 정도를 높이는 사정으로 반영되어 가장 가벼운 서면사과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과 서로 얼굴을 때리고 미술책을 던진 사건에서, 법원은 이 학생이 스스로 작성한 확인서에 미술책을 던지고 그 뒤 싸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을 사실인정의 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피해학생의 간식 가방을 뒤진 행위로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는, 함께 지목된 다른 학생이 자신과 이 학생이 함께 가방을 가져갔다고 인정하는 확인서를 작성한 점이 피해학생과 목격 학생의 진술과 함께 가담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자신이나 함께 지목된 학생의 인정 진술은 다른 증거와 맞물릴 때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사과나 인정 진술이 있었다고 하여 언제나 학교폭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학급 리그전에 계속 불참하는 학생에게 면박을 주고 조퇴하는 학생에게 왜 자주 아프냐고 말하였다는 이유로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사실확인서와 사과문을 작성하였으나, 그것은 담임교사의 지시와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의도에서 쓴 것이라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확인서에 담긴 이 학생의 진술, 즉 체육부장으로서 리그전 참여를 독려하려는 의도였다는 부분을 오히려 인용하여 가해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이미 사과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다시 서면사과를 명하는 것은 가해학생을 선도한다는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면박이나 왜 자주 아프냐는 말만으로는 학교폭력인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사과문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자백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성 경위와 진술의 맥락을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위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고의적인 폭력이 아니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해 온 학생이 가해 학생들을 신고하자 상대 학생 측이 오히려 계단에서 그 학생이 먼저 어깨를 밀쳤다며 맞신고하여 서로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그 학생이 어깨를 밀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는 여러 학생이 계단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떠밀려 생긴 의도하지 않은 접촉일 뿐 고의적인 폭행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려는 고의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지 단순한 실수로 피해가 생긴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은 그 학생이 이미 학교를 졸업하여 서면사과 의무가 사라졌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지 않아 소송으로 다툴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가 각하되었습니다. 접촉을 인정하는 진술이 곧 폭력을 인정하는 자백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학생들 사이의 크고 작은 갈등이나 다툼을 모두 학교폭력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가 학교폭력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여 많은 가해자를 만들어 내거나 같은 행위를 두고 문제 삼는지에 따라 조치 대상이 되는지가 달라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봅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욕설 말다툼에 끼어 상대를 응시하거나 몇 마디 말을 한 행위로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그 발언으로 상대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지거나 소외되는 결과가 생겼다고 보기 어렵고 따돌림의 요건인 지속적인 가해나 실제 정신적 고통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청소년기의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면이 있어 어느 한쪽에 법적 책임을 물을 정도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단순한 말다툼이나 사소한 갈등은 학교폭력으로 의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점은 사건 발생에 가까운 시점의 진술이 뒤에 이루어진 번복보다 무겁게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한 사건에서는 목격 학생들이 처음에는 피해 사실을 전하였다가 나중에 오해였다며 진술을 번복하였으나, 법원은 그 번복이 가해로 지목된 학생들과의 친분관계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정, 서로 말을 맞추려는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초기 진술을 더 믿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과나 인정 진술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나왔고 이후의 번복에 어떤 동기가 있는지가 신빙성 판단의 핵심이 됩니다.
사과가 반드시 잘못을 인정한 자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사 초기에 어떤 말을 하는지가 이후의 다툼을 크게 좌우합니다. 어정쩡한 사과라도 다른 증거와 맞물리면 사실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어떤 경위에서 무엇을 진술하는지를 신중하게 관리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사과가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졌거나 문제된 행위 자체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혀 다툴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치처분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안에 청구하여야 하고,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이미 졸업한 경우에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삭제하기 위하여 다툴 실익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합니다.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행정판결 가운데 사과나 반성문, 확인서, 인정 진술이 언급된 사건 일부를 표본으로 그 결론을 분류해 보면, 처분이 유지된 기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처분이 취소되거나 일부 취소된 경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사과나 인정 진술이 있었다고 하여 처분이 언제나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아래 표는 본 글에서 살펴본 판단의 갈래를 정리한 것입니다.
| 쟁점 | 법원의 판단 |
| 사과·인정 진술이 학교폭력 인정 근거가 되는지 | 피해학생 진술 등 다른 증거와 맞아떨어지면 사실인정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됨 |
| 사과문을 쓴 사실만으로 자백이 되는지 | 작성 경위와 진술의 맥락을 함께 보아야 하고,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사과는 자백으로 단정할 수 없음 |
| 행위를 인정한 진술의 의미 | 접촉 사실을 인정해도 고의적 폭력이 아니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 |
| 말다툼이나 사소한 갈등 | 개념을 넓게 해석해서는 안 되며 경위와 정도를 신중히 보아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음 |
가해로 지목된 학생이 한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는 진술은 그 자체만으로 학교폭력을 확정하는 자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술이 이루어진 경위와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함께 보아 증거가치가 정해집니다. 사과가 피해학생의 진술이나 목격 학생의 진술과 맞아떨어지면 사실인정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지만, 사과가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이루어졌거나 문제된 행위 자체가 고의적인 폭력이 아니거나 단순한 말다툼에 그치는 경우에는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사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어떤 경위에서 무엇을 진술하는지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문제된 행위의 성격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조사에서 한 사과나 인정 진술의 증거가치와 학교폭력 해당성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의 대응은 사실관계와 증거를 검토한 뒤 결정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