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교폭력 처분사유의 부존재와 증명책임

2026.01.14조회 1,491
학교폭력 처분사유의 부존재와 증명책임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신고되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격자도 없고 영상도 없이 상대 학생의 진술만 있는 사안에서 심의위원회가 조치를 결정해 버리면, 보호자로서는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다투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본 글에서는 행위 자체를 다투는 사건에서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증명책임), 법원이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는 어디까지인지, 피해학생 진술만 있는 사건을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대법원 판례와 실제 사례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 조치의 근거가 된 행위 사실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하여야 하며, 그 증명이 없으면 처분은 취소됩니다. 학생 측이 결백을 완벽하게 밝혀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다만 요구되는 증명의 수준은 형사재판보다 낮은 고도의 개연성이면 충분하고, 피해학생 진술도 주요 내용이 유지되고 허위로 말할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부인하기보다 진술의 약점과 객관적 사정과의 모순을 구체적으로 짚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교육지원청 복도 의자에 앉아 심의위원회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과 학부모

1. 처분사유란 무엇인가

가. 처분사유와 조치원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의결하면 교육장이 그 조치를 하고(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학생 측에는 조치결정 통보서가 옵니다. 통보서에는 어떤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했는지가 '조치원인'으로 적히는데, 이것이 처분사유(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입니다. 행위 자체를 다투는 소송은 결국 이 조치원인으로 적힌 사실이 증거로 뒷받침되는지를 따지는 싸움입니다.

나. 침익적 처분이므로 확대해석은 금지됩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교육적 성격을 가지지만, 학생과 보호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침익적 처분(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처분)입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로 이어지고, 피해학생 상담 비용의 부담 문제도 따라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는 "이 법을 해석·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3조(해석ㆍ적용의 주의의무)
이 법을 해석ㆍ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법원도 같은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집단 폭행 현장에 있었던 학생의 '가담'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학교폭력 조치가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침익적 처분에 해당하므로 "'학교폭력' 개념이나 '가담' 개념을 확대해석하거나 '가담' 사실을 쉽게 인정하여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의 해석·적용 주의의무를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신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행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증거가 있는지를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 이 판시의 취지입니다.

다. 형사절차와는 목적도 기준도 다릅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형사처벌이 아닙니다. 그래서 경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조치가 당연히 취소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조치가 취소되었다고 형사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두 절차의 결과는 서로의 사실인정에 참고자료가 되므로, 병행되는 절차가 있다면 함께 관리하여야 합니다.

2. 증명책임과 증명의 정도

가. 증명책임은 처분을 한 행정청에 있습니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그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당해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누124 판결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의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당해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

학교폭력 사건에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판시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조치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는 당해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인 피고에게 그 적법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처분청이 "가해학생으로 신고된 원고가 학교폭력예방법에서 정한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학생 측이 결백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행정청이 행위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이 취소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나. 다만 증명의 정도는 '고도의 개연성'이면 충분합니다

증명책임이 행정청에 있다고 해서 형사재판 수준의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사실인정 부분에서 전국 법원이 반복적으로 원용하는 기준입니다.

형사재판의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과 비교하면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가 낮습니다. 그래서 같은 행위를 두고 형사(소년)절차에서는 증거불충분 판단이 나오더라도, 행정소송에서는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행위를 다투는 쪽에서는 이 차이를 전제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다. 피해학생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학교폭력은 은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피해학생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사건이 흔합니다. 진술 증거의 신빙성(믿을 수 있는 정도)에 관하여도 대법원의 기준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사소한 부분의 진술이 다소 엇갈린다는 사정만으로는 신빙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판시도 있습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도12112 판결). 형사판결에서 나온 기준이지만, 학교폭력 행정사건의 하급심들이 피해학생 진술을 평가할 때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툼의 구도는 이렇습니다. 행정청은 피해학생 진술의 일관성·구체성·허위 동기 부재를 들어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려 하고, 학생 측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엇갈리는 지점, 진술이 만들어진 경위(유도질문, 반복 면담에 따른 오염), 객관적 사정과의 모순(그날 그 자리에 없었다는 출결기록 등)을 들어 그 증명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실제 판결들이 어느 지점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 주었는지를 이어서 봅니다.

구분내용
증명책임처분의 적법성은 처분청이 증명, 학생 측의 결백 증명 불요
증명의 정도고도의 개연성으로 충분, 형사재판보다 낮은 수준
피해학생 진술주요 부분 일관, 모순 없음, 허위 동기 없으면 함부로 배척 불가
학생 측 다툼 지점주요 부분 비일관, 진술 형성 경위(유도질문·오염), 객관적 사정과의 모순

표: 행위 존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의 증명 구도 요약

3. 목격자 없이 진술만으로 처분사유가 인정된 사례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의 엉덩이를 두 손가락으로 움켜잡았다는 조치원인으로 서면사과,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심리치료 2시간, 특별교육 2시간 등 조치를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학생은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고, 목격학생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일관되지 않은 피해학생 주장만을 근거로 처분이 이루어졌다고 다투며 취소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위 대법원 2017두74702 판결의 고도의 개연성 법리에 따라, 피해학생이 행위 당일 담임교사에게 바로 알린 점, 같은 날 보건교사의 상담일지에 피해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는 점, 이후 학생확인서와 수사기관 진술조사에서도 손이 스친 뒤 두 손가락으로 움켜쥐었다는 핵심 내용이 유지된 점, 전문가 진술분석에서 진술의 맥락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허위 신고의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 점, 학생 측이 행위 다음날 사과하고 부모가 사과문과 합의서까지 작성했던 점, 같은 행위로 소년보호처분과 민사 위자료 지급 판결까지 있었던 점을 종합하여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객관 자료가 진술을 받쳐 주는 사건에서는 인정이 더 견고해집니다.

고등학생이 같은 반 학생에게 반복적으로 커피와 물건 값을 대신 내게 하고 휴대전화와 운동화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등의 조치원인으로 출석정지 5일 등 조치를 받고 전면 부인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 진술이 목격학생 여러 명의 사실확인서, 카카오톡 대화, 통화내역, 편의점·매점 결제내역과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피해학생이 목격자를 찾고 조사와 심의, 소송 대응까지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서 "자신이 겪은 피해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사실을 왜곡, 과장하거나 고의적으로 원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의정부 판결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목격학생 조사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2차 피해를 염려한 조치로 보인다며 그 사정만으로 절차상 위법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목격자 조사 누락 자체를 절차 하자로 삼는 전략은 이처럼 한계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건 직후의 사과와 합의서 작성이 행위 사실을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쓰였다는 점입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사과가 소송에서는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행위 자체를 다툴 사안인지 아닌지를 초기에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로 보아도 행위 자체를 다투어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판례 가운데 행위의 존부나 학교폭력 해당성(사실오인)이 주된 쟁점이 된 사건을 분석해 보면, 청구가 기각되어 처분이 유지된 비율이 약 70퍼센트에 이르고, 처분이 전부 취소된 비율은 약 24퍼센트로 나타납니다.

행위 존부를 다툰 사건의 판결 결과 분포 그래프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로, 행위의 존부와 학교폭력 해당성이 주된 쟁점이 된 사건의 판결 결과 분포입니다.

4. 처분사유의 부존재가 인정된 사례

식탁에서 학생이 진술서 작성을 앞두고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가. 진술의 신빙성이 무너진 경우

피해학생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 그 신빙성이 배척되어 처분이 취소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자폐성 장애(아스퍼거 증후군)가 있는 같은 반 학생의 성기를 꽉 잡고 협박했다는 등의 신고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1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결론을 뒤집고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해학생 진술이 행위 일시·장소·행위자·부위·횟수 등 사건의 주요 내용에서 일관되지 않고, 학생이 결석했던 날짜에 괴롭힘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등 객관적 사정과 맞지 않으며, 세부 정보 대부분이 자발적 진술이 아니라 어머니와 조사자의 선택형 질문에 "예/아니오"로 답한 것이고, 최초 진술이 나오기까지의 설득 과정에서 진술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교실과 화장실에서 여러 차례 있었다는 피해에 목격자가 전혀 없다는 점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정까지 더하여, 처분청이 낸 증거만으로는 행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적이 있습니다. 자치위원회가 신고된 핵심 행위(성기를 잡은 행위)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막연히 놀이과정 중에 학교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조치를 의결한 것에 대하여, 법원은 어떤 행위가 인정되는지조차 특정되지 않아 처분사유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조치결정 통보서에 적힌 조치원인이 막연하다면 그 자체가 다툼의 단서가 됩니다.

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가담'이 되지 않습니다

여럿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직접 때리지 않은 학생까지 가해학생으로 조치되는 일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여러 명이 밤에 피해학생을 폭행하여 치아가 부러진 사건에서, 폭행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이 접촉금지, 사회봉사 7일, 특별교육 3일 조치를 받고 다투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그 학생이 폭행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 갔고 폭행을 보고도 말리거나 피해학생을 보호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학교폭력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피해학생의 진술, 즉 폭행을 당할 때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고 언어폭력으로 위협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은 위원의 포괄적인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한 것이어서 이 학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알 수 없고, 검찰도 공모나 역할분담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담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입니다.

집단 사안에서 개별 학생이 한 행위가 무엇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무리 전체를 가해학생으로 묶는 처분은 이렇게 무너집니다.

다. 여러 행위 중 일부만 무너져도 처분 전체가 흔들립니다

조치원인에 여러 행위가 함께 적혀 있는 경우, 그중 하나가 부존재로 판명되면 처분 전체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을 지속적으로 때리고(제1행위), 째려보고(제2행위), 언어폭력을 했다(제3행위)는 조치원인으로 서면사과, 접촉금지, 학교봉사 4시간 조치를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때린 행위와 언어폭력은 피해학생 진술의 구체성과 학생 본인의 일부 인정을 근거로 인정하였지만, '째려봄'은 그 대상이 피해학생인지 다른 학생인지조차 불분명하고 달리 자료가 없어 인정할 수 없으며, 설령 있었더라도 째려본 것만으로 학교폭력이 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정되지 않은 행위까지 포함하여 매겨진 판정점수(6점)로 그 구간의 최대 조치까지 나간 이상 처분이 과중하다고 보아 처분을 전부 취소하였고, 항소심도 인정되는 사유만을 전제로 재량권을 다시 행사하여야 한다며 이를 유지하였습니다.

조치 수위는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등 판정점수의 합으로 정해지므로, 여러 조치원인 중 일부라도 벗겨 내면 점수 구조 자체가 달라집니다. 전부를 부인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행위별로 나누어 다투는 실익이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일부 사유가 무너지면 언제나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의 서울 사건에서는 여러 행위 중 한 가지(다른 친구들에게 한 발언)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남은 행위만으로 조치 수위가 정당화된다고 보아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벗겨 낸 사유가 판정점수와 조치 수위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지까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분석 결과를 쟁점별로 비교해 보면 이 주제의 위치가 분명해집니다. 행위 존부를 다툰 사건에서 처분이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된 비율은 약 30퍼센트인 반면, 심의위원회 구성 등 절차의 하자를 다툰 사건에서는 약 70퍼센트에 이릅니다.

행위 존부 다툼과 절차 하자 다툼의 처분 취소율 비교 그래프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로, 처분이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된 비율을 주된 쟁점 유형별로 비교한 것입니다.

사실을 다투는 길이 좁다는 뜻이지, 막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진술의 오염 경위, 객관적 사정과의 모순, 행위 특정의 실패 같은 구체적인 약점이 확인되는 사건에서는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히기도 합니다. 관건은 그 약점을 기록으로 찾아내는 일입니다.

구분처분사유가 인정된 사건의 사정부존재가 인정된 사건의 사정
진술의 일관성최초 신고부터 수사기관 진술까지 핵심 내용 유지일시·장소·행위자·부위·횟수 등 주요 부분 비일관
진술 형성 경위행위 당일 교사에게 알림, 상담일지 기재, 자발적 진술선택형 질문에 수동적 답변, 설득 과정의 진술 오염 가능성
객관 자료목격 확인서·메신저 대화·통화내역·결제내역과 부합결석일 등 객관적 사정과 모순, 목격자 전무의 부자연스러움
병행 절차·기타사건 직후 사과·합의서, 소년보호처분·민사판결 병존검찰 혐의없음 처분, 개별 행위의 특정 실패

표: 처분사유 인정 사례와 부존재 인정 사례에서 법원이 주목한 사정 비교

5.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쟁점

가. 병행 절차의 결과는 양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앞의 의정부 사건에서는 소년보호처분과 민사 위자료 판결이 행위 인정의 근거로 쓰였고, 대전 사건에서는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이 가담 부정의 근거로 쓰였습니다. 형사·소년·민사 절차의 결과가 행정소송의 사실인정에 그대로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이를 의미 있는 정황으로 받아들입니다. 여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때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다른 절차에 불리한 기록이 남게 됩니다.

나. 사과·합의는 사실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분쟁을 빨리 끝내려고 한 사과, 부모가 써 준 사과문과 합의서가 나중에 "행위를 했으니 사과한 것"이라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은 의정부 사건이 보여 주는 그대로입니다. 행위 자체를 다툴 사안이라면 사과의 표현 방식과 문서 작성 여부를 신중하게 정해야 하고, 관계 회복 차원의 유감 표명과 행위 인정은 구별하여 기록에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다. 목격자 조사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목격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자주 나오지만, 2차 피해 방지 등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그것만으로 절차 위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제 판단례입니다. 조사 누락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목격자가 실제로 무엇을 보았는지 확인서나 증인신청으로 법정에 현출시키는 쪽이 실효적입니다.

6. 다투는 방법과 대응

변호사가 학부모와 함께 사건 기록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검토하는 모습

가. 불복 절차

교육장의 조치에 이의가 있는 학생과 보호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2) 행정소송으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제기하여야 하고, 전학처럼 집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조치가 문제될 때에는 집행정지(판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멈추는 결정) 신청을 함께 검토합니다.

나. 기록에서 확인할 것들

행위 존부를 다투는 사건의 준비는 결국 상대 진술과 기록의 대조입니다. 확인할 지점은 판례가 이미 알려 주고 있습니다. 조치결정 통보서의 조치원인이 일시·장소·행위로 특정되어 있는지, 피해학생 진술이 최초 신고부터 심의위원회까지 주요 부분에서 유지되는지 아니면 시간이 갈수록 내용이 불어나는지, 진술이 자발적인 것인지 어른의 선택형 질문에 답하며 만들어진 것인지, 출결기록·좌석배치·메신저 대화 같은 객관 자료와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입니다. 심의위원회 회의록과 사안조사 자료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

사안조사 단계에서 학생이 쓰는 확인서 한 장, 보호자가 보내는 문자 한 통이 이후 모든 절차에서 증거로 돌아옵니다. 행위를 다툴 사안인지, 행위는 인정하되 수위를 다툴 사안인지를 초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게 진술과 문서를 관리하는 것이 사실 다툼 사건의 절반입니다. 판단이 서지 않는 단계라면 확인서 작성 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학교폭력을 한 적이 없다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저희가 증명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처분이 적법하다는 점, 즉 학생이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학생 측이 결백을 완벽하게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행정청이 행위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이 취소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고도의 개연성이면 충분하므로, 학생 측으로서는 진술의 비일관성과 객관적 사정과의 모순을 짚어 그 증명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다투게 됩니다.
Q. 목격자도 없이 피해학생 진술만으로 가해학생 조치가 나올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피해학생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드러나지 않으면 법원은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목격학생 조사 없이 피해학생 진술과 상담일지, 사건 직후의 정황만으로 행위가 인정되어 청구가 기각된 사례가 있습니다. 목격자 조사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절차상 위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제 판단례입니다.
Q. 경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학교폭력 조치도 당연히 취소되나요?
당연히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형사처벌이 아니고, 행정소송의 증명 수준은 형사재판의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보다 낮기 때문에, 형사(소년)절차에서 증거불충분 판단이 나와도 행정소송에서는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다만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이 가담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로 감안된 사례가 있듯이, 병행 절차의 결과는 사실인정의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되므로 어느 절차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Q. 일을 빨리 마무리하려고 사과문이나 합의서를 써 주면 나중에 불리해지나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사건 직후의 사과와 부모가 작성한 사과문·합의서가 행위 사실을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쓰인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행위 자체를 다툴 사안이라면 사과의 표현 방식과 문서 작성 여부를 신중하게 정해야 하고, 관계 회복 차원의 유감 표명과 행위 인정은 구별하여 기록에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이 서지 않는 단계라면 확인서나 합의서 작성 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8. 마치며

행위 자체를 다투는 학교폭력 사건의 구조는 분명합니다. 증명책임은 행정청에 있지만 증명의 정도는 고도의 개연성이면 충분하고, 피해학생 진술은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허위 동기가 보이지 않는 한 쉽게 배척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인만으로는 이기기 어렵고, 진술이 만들어진 경위와 객관적 사정과의 모순을 기록으로 짚어낼 때 비로소 결론이 달라집니다. 처분 통지를 받았다면 이른 시점에 회의록과 조사 자료를 확보하여, 행위별로 무엇이 증명되어 있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부터 진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판례와 법령에 근거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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