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상대의 나이를 잘못 알았을 때 학교폭력 성폭력이 성립하는지

2026.07.08조회 788
상대의 나이를 잘못 알았을 때 학교폭력 성폭력이 성립하는지

자녀가 나이 어린 학생과 성적인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성폭력으로 신고되어 전학이나 출석정지 조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가장 억울하게 여기는 지점은 대개 "상대가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는 사정입니다. 본 글은 가해학생이 상대 학생의 나이를 실제보다 많게 잘못 알았던 경우, 그 성적인 접촉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처분을 취소하거나 유지하는지를 실제 행정소송 판결을 중심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가 13세 미만이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어린 학생이라는 사정을 가해학생이 인식하지 못한 채 성관계에 이르렀고 그 인식을 교육청이 증명하지 못하면 학교폭력 성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폭행이나 위력이 동원되었거나, 상대가 어리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성적 접촉으로 나아간 사정이 증명되면 형사 무혐의와 무관하게 처분이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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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폭력 성폭력 조치의 체계와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에 대하여 서면사과부터 퇴학처분까지 아홉 가지 조치 중 하나 또는 여러 개를 교육장에게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으로 분류된 사안은 심각성이 높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전학(제8호)이나 출석정지(제6호)와 같이 무거운 조치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조치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때문입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전학 조치는 학적사항의 특기사항란에 기재되고, 원칙적으로 졸업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삭제됩니다. 이 기록은 상급학교 진학 전형이나 국가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확인·제출 대상이 될 수 있어 대상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파급효 때문에 법원은 학생이 이미 졸업하여 학생 신분을 잃은 뒤에도 전학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의 이익이란 소송을 통해 얻을 실질적인 법률상 이익을 말하는데, 학교생활기록부에 조치 기록이 남아 진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면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취소소송이 허용됩니다. 실제로 뒤에서 볼 청주 사건에서도 원고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였지만 법원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남아 있는 점을 들어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습니다.

2. 학교폭력 성폭력의 판단 기준과 나이 인식

가. 학교폭력예방법의 '성폭력'은 형사처벌보다 넓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정의하면서 그 유형의 하나로 '성폭력'을 들고 있으나, 정작 '성폭력'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학생 조치가 형사처벌과 목적·성격을 달리하고, 학교폭력의 유형에 따돌림이나 사이버폭력처럼 형사범죄로 보기 어려운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성폭력'이 형법상 성폭력범죄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갖춘 행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1.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3조(해석ㆍ적용의 주의의무)
이 법을 해석ㆍ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성적인 접촉이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에 해당하려면, 원칙적으로 그 접촉이 피해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학생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의 성적 행위 여부와 상대방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합니다. 따라서 겉으로 동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동의가 진정한 자기결정권의 행사인지를 나이와 성숙도, 관계의 경위에 비추어 따져야 합니다.

나. 어린 피해자일수록 문제되는 '나이 인식'

여기서 나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예정한 피해학생의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매우 넓고, 같은 학생이라도 정신적·육체적 성숙도에 큰 차이가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지가 개별적으로 달라집니다. 특히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서는 폭행·협박이나 위력이 없더라도 간음·추행 자체를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미성년자 의제강간이라고 부르는데, 성적으로 미성숙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①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②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

그런데 형법 제305조의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에 대한 확정적 인식이 있거나 적어도 그 연령 범위에 속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연령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이 규정한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지만, 그 인식은 피해자가 위 법률이 정한 아동·청소년의 연령 범위에 속한다는 확정적 인식뿐만 아니라 그 연령 범위에 속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인한다는 내심의 의사, 즉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12. 7. 5. 선고 2012도5727 판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그리고 이 인식이 있었다는 점은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13세 미만 피해자에 대한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객관적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고 그 인식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중략) 피고인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임을 알면서 그를 강간하였다는 사실이 검사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여자라는 객관적 사실로부터 피고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추단된다고 볼 만한 경험칙 기타 사실상 또는 법적 근거는 이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7377 판결

이 형사법의 법리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을 해석할 때에도 그대로 고려됩니다. 정리하면 어린 상대와의 성적 접촉이 학교폭력 성폭력이 되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폭행·협박이나 위력이 동원된 경우로, 이때는 상대의 나이 인식과 무관하게 성폭력이 성립합니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유형력 없이 이루어진 경우로, 이때는 상대가 13세 미만이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어린 학생이라는 사정을 가해학생이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성립 여부를 좌우합니다.

학교폭력 성폭력 사건 행정소송의 결과 분포

3. 상대의 나이를 잘못 안 경우 처분이 취소된 사례

가. 175cm에 스스로 16세라고 말한 상대와의 성관계

가장 직접적인 사례는 앞서 언급한 청주지방법원 사건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원고가 중학교 1학년 학생과 성관계를 맺었고, 심의위원회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는 중학교 1학년 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이 학교폭력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의결하였고, 교육장은 그 의결에 따라 전학 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상대가 만 13세 미만인 사실을 몰랐고 당시 중학교 3학년 정도로 알았으므로 처분사유가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 전학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근거가 된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 학생은 키가 175cm로 또래보다 체격이 월등히 컸고, 스스로 실제보다 다섯 살가량 많은 16세라고 말하고 다녔으며, 친구들에게 "자신이 16세라고 말해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만남은 대부분 상대 학생이 먼저 원고에게 연락하여 이루어졌고, 원고는 조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키도 크고 해서 중학교 3학년쯤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원고에게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이 내려졌고, 진술분석 전문가는 상대 학생 진술의 타당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상대 학생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었다거나 원고가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성관계에 이르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과실로 상대가 13세 미만임을 알지 못한 경우까지 학교폭력에 포함시키는 것은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가 정한 확대해석 경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상대가 어린 학생이라는 객관적 사정만으로 곧바로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고, 가해학생의 인식이라는 주관적 요건까지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단입니다.

나. 상대가 13세 이상이어서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능했던 경우

나이가 문제되는 방식은 하나 더 있습니다. 상대가 13세 이상이어서 형법 제305조 제1항의 의제강간 대상 자체가 아닌 경우입니다. 이때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보아, 그 접촉이 상대의 의사에 반하였다는 점이 별도로 증명되어야 성폭력이 됩니다.

수원지방법원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상대와 성적 접촉을 한 사안에서 출석정지 등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법원은 상대 학생이 당시 15세에서 16세 정도로 보여 형법 제305조가 정한 13세 미만과는 정신적·육체적 성숙도와 자기결정권 행사 가능성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고, 성인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성적 접촉 여부를 결정할 능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폐쇄회로 영상에 약 47분간 여러 차례의 입맞춤과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 웃는 모습이 담겨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접촉이 상대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관련 형사 고소사건에서도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있었던 점을 함께 들었습니다.

이 두 사건은 방향은 같지만 초점이 다릅니다. 청주 사건은 상대가 13세 미만일 수 있는 상황에서 가해학생이 그 어린 나이를 인식했는지를 문제 삼았고, 수원 사건은 상대가 13세 이상이어서 애초에 자기결정권 행사가 가능했고 그 의사에 반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처분청이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처분이 취소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4. 나이를 알았거나 위력이 있었던 경우 처분이 유지된 사례

반대로 유형력이 동원되었거나 상대가 어리다는 사정이 뚜렷한 경우에는 처분이 유지됩니다. 수원지방법원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13세 미만인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위력으로 간음하고 그 장면을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사안에서 전학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원고는 교제 중 합의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심의위원회에서의 진술과 관련 사건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위력에 의한 간음과 의사에 반한 촬영을 인정하고, 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으로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앞의 취소 사례와 다른 부분은 위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위력이나 폭행이 동원된 성적 접촉은 형법 제305조의 의제강간이 아니라 강간·강제추행의 문제이므로, 상대의 나이를 인식했는지와 무관하게 성폭력이 성립합니다. 나이 인식이 쟁점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형력 없이 겉으로 합의의 외형을 갖춘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법원은 처분사유 중 일부(헤어진 뒤의 연락 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나머지 위력 간음과 촬영 행위만으로도 사안이 심각하고 고의성이 높다고 보아 전학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이는 여러 처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사유만으로 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면 그 처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처분사유 중 일부가 빠졌다고 해서 곧바로 전체 처분이 취소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실무상 유의할 대목입니다.

학교폭력 심의 자료와 진술서를 검토하는 모습

5. 형사 무혐의와 학교폭력 처분의 관계

부모들이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 형사 결과와 학교폭력 처분의 관계입니다. 형사에서 불송치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으면 학교폭력 처분도 당연히 취소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절차는 목적과 증명의 정도가 다릅니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반면, 학교폭력 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어떤 사실이 있었다고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 정도의 증명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결과 형사에서 무혐의를 받고도 학교폭력 처분은 유지되는 사례가 나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에 관하여 검사의 혐의없음 처분과 항고기각이 있었던 사안에서도, 상대 학생에게 성적 굴욕감을 주는 신체 관련 메시지를 반복 전송한 행위 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학교폭력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전학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법원은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힌 사례도 있습니다. 수원고등법원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교제하던 같은 반 학생을 수업시간 중 공개된 교실에서 반복적으로 만진 사안에서, 형사상 강제추행 혐의없음과 소년부 심리불개시 결정이 있었음에도 그 신체접촉이 학교폭력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1심을 취소하고 전학으로 변경한 재결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는 상대와 교제하며 성관계도 있었기 때문에 접촉이 의사에 반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상대가 손을 밀어내며 거부 의사를 표현했고 원고에게는 그 거부 의사와 성적 불쾌감을 인지할 지적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아 고의를 인정하였습니다. 교제나 과거의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정이 개별 접촉에 대한 동의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판단입니다.

6. 증명책임의 소재와 진술 신빙성의 평가

앞의 사례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증명책임의 소재입니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는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처분청, 즉 교육청이 처분사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성폭력을 이유로 한 학교폭력 처분에서는 교육청이 성적 접촉이 상대의 의사에 반하였다는 점, 그리고 상대가 어려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가해학생이 그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합니다. 이 증명이 부족하면 처분은 취소됩니다.

특히 성폭력 사안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법원은 그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합리성이 담보되어 신빙성이 인정되는지를 신중히 살핍니다. 수원지방법원은 같은 학년의 두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성관계 사안에서, 만나기 전부터 성관계를 전제로 한 대화에 상대가 호응한 정황이 있고 거부 의사를 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들어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형사에서 불송치 결정이 있었던 점 자체보다, 그 형사사건에서 상대 학생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에 관한 자료를 증명책임을 지는 교육청이 제출하지 못한 점을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지적하였습니다.

인천지방법원 역시 같은 학년의 두 학생이 교제 중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사안에서, 두 학생 모두 성관계 당시 만 13세를 넘긴 중학교 2학년이어서 자기결정권 행사가 불가능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성관계 전후의 대화에 비추어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두 사건 모두 교육청이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진술만으로 성폭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학교폭력 행정소송을 심리하는 법원

7. 불복 방법과 실무 대응

가해학생 조치에 불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할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를 먼저 선택할 수 있고, 조치를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제기해야 합니다. 전학이나 출석정지처럼 집행이 임박한 조치는 본안 판단 전에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여 조치의 효력을 임시로 멈출 수 있습니다.

나이 착오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실무상 중요한 것은 인식에 관한 객관적 정황을 초기부터 확보하는 일입니다. 상대의 외형이나 나이에 관한 진술, 대화 기록, 상대가 스스로 나이를 밝힌 정황, 목격자 진술처럼 가해학생이 상대의 어린 나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심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제출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증명책임이 교육청에 있더라도,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다투는 근거를 미리 갖추어 두면 처분사유의 존부 판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형사사건이 함께 진행 중이라면 그 처리 결과와 수사기록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앞서 보았듯 형사 무혐의가 곧 학교폭력 처분의 취소로 직결되지는 않으므로, 형사 결과에만 기대기보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와 나이 인식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행정소송에서 독립적으로 다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스스로 나이를 속였는데도 학교폭력 처분을 받을 수 있나요?
상대가 실제보다 많은 나이를 말했고 외형상으로도 그렇게 보였다면, 가해학생이 상대의 어린 나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폭행이나 위력 없이 이루어진 성적 접촉이라면, 그 인식이 없었던 이상 학교폭력 성폭력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그 인식은 교육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위력이 동원되었다면 나이 인식과 무관하게 성폭력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형사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으면 전학 처분도 자동으로 취소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을 요구하지만, 학교폭력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은 고도의 개연성 정도의 증명이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형사 혐의없음 처분을 받고도 전학 처분이 유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Q. 서로 사귀는 사이였고 합의한 성관계였다면 학교폭력이 아닌가요?
두 학생이 모두 13세 이상이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서 실제로 의사에 반하지 않은 접촉이었다면 성폭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교제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개별 접촉에 대한 동의가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고, 상대가 13세 미만이거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의의 외형이 있어도 성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9. 정리

어린 학생과의 성적 접촉이 학교폭력 성폭력이 되는지는 상대의 나이 그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폭행이나 위력이 동원된 경우에는 나이 인식과 무관하게 성폭력이 성립하지만, 그러한 유형력 없이 겉으로 합의의 외형을 갖춘 경우에는 상대가 13세 미만이거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어린 학생이라는 사정을 가해학생이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성립을 좌우합니다. 그리고 그 인식과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처분사유는 처분을 한 교육청이 증명해야 하며, 과실로 나이를 잘못 안 경우까지 학교폭력으로 삼는 것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이러한 사안으로 조치를 받았다면, 형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나이 인식에 관한 객관적 정황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중심으로 처분사유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안마다 나이와 성숙도, 접촉의 경위와 증거관계가 다르므로,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심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결례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판단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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