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조치를 받은 뒤 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처분을 다투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 취소소송을 낼 수 없게 되면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게 되는데, 이때는 단순히 절차가 위법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또 명백하여야 합니다. 같은 위원회 구성의 하자라도 취소소송이었다면 처분이 취소될 수 있었던 사안이, 무효확인소송에서는 명백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합니다. 본 글은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이 어떻게 다른지, 위원회 구성의 하자가 무효사유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구성 하자가 무효로 인정된 경우와 취소사유에 그친 경우, 아예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어떻게 나뉘는지를 실제 판결을 통해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원회 구성에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처분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효확인소송에서는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여야 하고, 그 증명책임도 처분을 다투는 쪽에 있습니다. 다만 위원 선출 사실 자체가 학부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경우처럼 하자가 근본적이고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면 무효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을 다투는 방법에는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이 있습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고, 이 기간을 지나면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더 이상 취소를 구할 수 없습니다. 반면 무효확인소송은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어 언제든 제기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처분이 당연히 무효라고 인정될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야 합니다.
취소사유와 무효사유는 하자의 정도에서 구별됩니다. 위법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무효에 이르지 않는 하자는 취소사유가 되고, 이 경우 제소기간 안에 취소소송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사유에 이르면 제소기간과 관계없이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위원회 구성의 절차에 흠이 있었다면 취소소송에서는 처분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소기간을 놓쳐 무효확인소송으로 가면, 그 흠이 중대할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기까지 하여야 처분이 무효가 됩니다. 뒤에서 보듯 같은 구성 하자라도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효가 아닌 취소사유로 판단된 사례가 있으므로, 다툴 방법과 시기를 정하는 데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행정처분의 하자가 당연무효가 되기 위한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재개발 관리처분계획 인가처분을 다툰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처분의 무효 여부를 가리는 이 기준은 학교폭력 조치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하여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하자가 중대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기까지 하여야 무효가 됩니다. 중대성은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하였는지의 문제이고, 명백성은 그 하자가 겉으로 드러나 누구나 알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위원회 구성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사실조사를 거쳐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라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효확인소송에서는 처분이 무효라는 점을 원고가 증명하여야 합니다. 대법원도 무효확인소송의 증명책임에 관하여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그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입증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의 무효확인을 다툰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무효사유의 증명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법리는 학교폭력 조치처분의 무효확인소송에도 적용됩니다.
“행정처분의 당연무효를 주장하여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원고에게 그 행정처분이 무효인 사유를 주장·입증할 책임이 있다”
처분의 적법성을 행정청이 증명하는 취소소송과 달리, 무효확인소송에서는 처분이 무효라는 점을 다투는 쪽에서 증명하여야 합니다. 이 점에서도 무효확인은 취소소송보다 다투는 쪽에 부담이 큽니다.
학교폭력 조치를 심의하는 위원회의 구성은 법령이 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26. 6. 2. 시행 기준, 이하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 제1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교육지원청에 두고 그 구성원 중 학부모의 비율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판결들이 다룬 사건은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두던 때의 것으로, 당시에는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위촉하여야 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조치 심의가 학교의 자치위원회에서 교육지원청의 심의위원회로 옮겨졌고 위원회의 구성 방식도 위와 같이 달라졌으므로, 아래 사례들은 그 사건 당시의 제도를 전제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다만 구성의 하자가 무효사유가 되는지를 중대성과 명백성으로 판단한다는 법리는 제도가 달라진 지금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고등학생이 사회봉사와 접촉금지 조치를 받은 뒤 그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학부모위원들은 학부모총회에서 선출되었는데, 그 총회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의 안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을 선출한다는 내용이 아예 빠져 있었고 위임장 양식에도 그 부분이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치위원회의 학부모위원을 선출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 채 총회에 참석하거나 위임을 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 처분을 무효로 확인하였습니다. 법원은 무효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점의 증명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전제한 뒤, 학부모들이 위원 선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이루어진 이상 그 위원들은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적법하게 선출된 학부모대표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하자는 처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위원회 의결의 주체에 관한 것으로 중대할 뿐 아니라,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객관적으로도 명백하다고 보아 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선출 안건이 통지 자체에서 빠진 근본적인 흠이 중대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춘 경우입니다.
반대로 구성에 하자가 있더라도 명백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가 아니라 취소사유에 그칩니다. 고등학생 여러 명이 출석정지 등의 조치를 받고 주위적으로 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처분의 취소를 함께 구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학부모위원 대부분은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부모대표를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어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되었으나, 뒤에 추가된 위원 한 명은 그러한 곤란한 사유가 없는데도 학부모총회가 아닌 학부모대표회의에서 선출되어 구성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앞의 중대명백설을 적용하여, 이 하자는 위원회 의결의 주체에 관한 것으로 중대하기는 하지만,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선출하기 곤란한 사유가 있었는지나 선출 권한을 적법하게 위임하였는지는 사실조사를 거쳐야 알 수 있는 것이어서 겉으로 드러나 명백한 하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 하자는 무효사유가 아니라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주위적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같은 구성 하자라도 무효확인만 구하였다면 명백성이 부족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고, 취소 청구를 예비적으로 함께 구하였기에 처분이 취소된 사례입니다.
세 유형의 판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안 | 중대성 | 명백성 | 결론 |
|---|---|---|---|
| 선출 안건이 통지에서 누락 | 인정 | 인정 | 무효 |
| 위임 요건이 사실조사로 판명 | 인정 | 부정 | 취소사유 |
| 총회에서 실제 선출됨 | 해당 없음 | 해당 없음 | 하자 없음(기각) |
표: 위원회 구성 하자의 중대성·명백성과 결론
초등학생이 서면사과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사건에서, 학교가 학부모위원을 새로 선출하면서 입후보 등록과 입후보자 명단을 홈페이지에 별도로 공고하지 않았고 해촉된 기존 위원이 그대로 다시 위촉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학부모위원 선출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학부모 80명이 참석한 임시총회에서 학부모들에 의하여 적법하게 선출되었을 여지가 크다고 보아,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공고의 방식에 일부 미비가 있더라도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실제로 선출이 이루어졌다면 무효로 볼 만한 하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학생이 사회봉사 조치의 무효확인을 구한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별도의 투표 절차가 없었다는 등의 주장에 대하여, 법령이 학부모위원의 선출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적정한 방법으로 학부모들의 의사가 반영되어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선출 인원과 같은 수의 학부모가 입후보하여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찬반 의견을 개진한 뒤 거수 방식으로 선출된 이상 선출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설령 하자가 있더라도 처분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위원회 구성 등 절차상 하자가 다투어진 학교폭력 행정소송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그대로 유지된(기각) 비율이 약 73퍼센트로 나타나고, 처분이 취소되거나 무효로 인정된(인용) 비율은 약 14퍼센트, 각하가 약 10퍼센트로 보입니다. 절차상 하자, 특히 무효까지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이며, 전체 판례에 대한 전수 조사가 아닙니다.

위원회 구성의 하자를 다투려면 우선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취소소송에서는 구성의 절차가 위법하다는 점만 인정되면 그 위법이 무효에 이를 정도인지를 따지지 않고 처분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소기간을 놓쳐 무효확인소송으로 가면 중대성과 명백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므로 다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앞의 서울고등법원 사건처럼 무효확인과 취소를 함께 구하는 것도 제소기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무효확인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면, 그 하자가 겉으로 드러나 명백하다는 점을 자료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출 안건이 통지 자체에서 빠졌거나 위원 선출 절차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서류만으로도 확인되는 근본적인 흠은 명백성이 인정되기 쉽지만, 위임 요건의 충족 여부처럼 사실조사를 거쳐야 알 수 있는 흠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가정통신문과 회의록, 선출 관련 서류를 확보하여 하자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구분 | 취소소송 | 무효확인소송 |
|---|---|---|
| 제소기간 | 안 날부터 90일 등 | 제한 없음 |
| 필요한 하자 | 위법(취소사유) |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 |
| 증명 부담 | 적법성은 처분청 | 무효사유는 원고 |
표: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의 비교
학교폭력 조치를 위원회 구성의 하자를 이유로 다툴 때에는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의 차이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지만 절차가 위법하다는 점이 인정되면 처분이 취소될 수 있는 반면, 무효확인소송은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는 대신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야 하고 그 증명책임도 원고에게 있습니다. 선출 안건이 통지에서 빠진 것처럼 서류만으로도 드러나는 근본적인 흠은 무효로 인정되지만, 위임 요건처럼 사실조사를 거쳐야 알 수 있는 흠은 중대하더라도 명백하지 않아 취소사유에 그치고, 공고 방식의 일부 미비는 실제로 선출이 이루어졌다면 하자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90일의 취소소송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무효확인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면 하자의 명백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대응은 사안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개별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