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다른 학생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처분을 받았을 때,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자녀가 상대보다 체격이 작거나 힘이 약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보호자는 자기 아이가 덩치 큰 상대의 의사를 제압해 강요했다고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본 글은 강요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 체격이나 힘의 우열이 강요의 성립을 좌우하는지, 그리고 강요 사실을 어떤 증거와 진술로 인정하거나 배척하는지를 실제 판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강요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지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중 누구의 체격이 더 큰지가 아니라, 겁을 주거나 압박하는 방법과 상황, 그로 인해 상대가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상대가 더 크더라도 여럿이 둘러싸거나 말과 분위기로 압박하면 강요가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강요 사실을 뒷받침할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거나 객관적 증거가 없으면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취소되기도 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강요를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강요가 무엇인지는 형법의 강요죄 규정에서 그 기준을 빌려 옵니다. 강요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도 강요죄의 구성요건을 같은 취지로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는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형벌규정으로서 그 구성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는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형벌규정으로서 그 구성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학교폭력의 강요가 형법상 강요죄와 반드시 같은 개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강요·모욕 등 형사법과 같은 용어를 쓰고 있지만, 이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형사법의 개념을 빌려 예시한 것일 뿐입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이 열거된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에게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형사절차에서 강요죄로 처벌받지 않았더라도 학교폭력의 강요에는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아래에서 형사 불송치와 학교폭력의 관계를 다룰 때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강요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심의위원회는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강요의 수단인 폭행은 반드시 직접 신체를 때리는 것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강요죄에서 말하는 폭행의 범위를 넓게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24조 제1항). 여기에서 폭행은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도 포함하며,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대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강요죄의 폭행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한 의도와 방법,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근접성, 유형력이 행사된 객체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24조 제1항). 여기에서 폭행은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도 포함하며,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대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강요죄의 폭행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한 의도와 방법,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근접성, 유형력이 행사된 객체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법리가 학교폭력의 강요 판단에 주는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요의 성립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보다 물리적으로 힘이 세거나 체격이 큰지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직접 때리지 않더라도 여러 명이 둘러싸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거나, 말과 정황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도 상대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유형력의 행사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오히려 상대보다 덩치가 작다는 사정만으로 강요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강요의 핵심은 상대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의사실행을 제한하였는지에 있습니다. 따라서 판단의 초점은 힘의 우열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피해학생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도록 압박받았는지, 그러한 압박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놓입니다. 이제 강요가 인정된 사례와 인정되지 않은 사례를 나누어, 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강요 사실을 인정하거나 배척하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상대보다 체격이 작다는 점을 들어 강요를 부정한 항변이 배척된 사례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원고 A는 다른 학교 1학년이던 E에게 겁을 주며 강요한 행위와, 소리를 지르고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뒤 주먹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행위로 서면사과·학교봉사·특별교육 조치를 받았습니다. 원고 A와 E는 같은 날 서로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관계였습니다. 원고 A는, E가 별건 징계로 자신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어 그 진술을 믿을 수 없고, 특히 자신은 또래보다 덩치가 작은 반면 E는 복싱을 수련한 학생이었으므로 자신이 E에게 의사의 형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영향을 미쳐 강요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A의 각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이 든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E는 심의위원회에서 피해를 당한 일시와 장소, 구체적인 경위를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원고 A와 주변 학생들의 목격 진술도 E의 진술과 상당 부분 부합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 A 스스로도 자신이 E에게 어느 정도 강요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였고, 폭행에 관하여도 E의 볼 쪽을 때렸다고 인정하였습니다. E는 이 사건 직후 치아의 아탈구, 돌발성 난청, 여러 부위의 타박상 등으로 진단을 받아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습니다. 체격이 작다는 항변에 대하여, 법원은 진술의 신빙성과 본인의 일부 인정, 상해의 결과를 종합하여 강요와 폭행 사실을 인정하였고, 힘의 우열을 이유로 강요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고 A는 폭행 당시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에 해당하는 책임조각사유가 있었다고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책임조각사유는 고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원고 A의 진술만으로 그러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상대보다 체격이 작다는 사정이 강요 사실인정을 뒤집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폭행이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여러 명이 둘러싸고 사과를 요구한 행위를 강요에 준하는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원고는 다른 학생 3명과 함께 하교하던 피해학생의 집 앞까지 쫓아가 피해학생을 둘러싸고, 자신을 뒷담화하였다는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면서 몸을 밀치고 옷을 잡아끌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이 행위를 강요 등에 준하는 학교폭력으로 보아 서면사과 조치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직접 폭행한 사실이 없고 다소의 신체 접촉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당행위이며 두려움을 유발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피해학생은 신고 당시부터 원고가 자신을 밀치고 옷을 잡아당기며 위협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그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원고 스스로도 피해학생을 쫓아간 사실은 인정하면서 밀치고 잡아당긴 부분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CCTV 영상에서 원고 등 4명이 피해학생을 뒤쫓아 둘러싸자 피해학생이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 확인되는 점을 종합하였습니다. 영상만으로 구체적인 신체 접촉을 확인하기 어렵더라도 피해학생의 구체적 진술과 종합하면 신체 접촉과 폭행을 수반한 강요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설령 유형력의 행사가 경미하였더라도, 여러 명이 집까지 쫓아가 사과를 요구하였고 피해학생이 그 뒤 다니던 체육관을 그만두고 결석하는 등 상당한 불안과 공포를 보인 점을 들어 강요에 준하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유형력이 경미하였다는 항변은 여럿이 집까지 쫓아간 정황과 함께 살펴 배척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접촉 없이 말과 분위기만으로도 강요와 압박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원고는 피해학생에게 다른 학생과 싸우도록 압박하고, 담배 심부름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행위로 접촉금지·사회봉사·특별교육 조치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자신이 "싸워봐, 내가 찍어줄게"라고 정확히 말한 증거가 없고, 담배 관련 발언도 다른 학생의 말을 전달한 농담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자신과 피해학생은 친구 사이로 우월한 지위가 아니므로 강요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은 처분사유의 핵심이 특정 발언을 정확히 하였는지가 아니라 피해학생으로 하여금 싸우도록 압박하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장하였는지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도 조작을 주장하지 않는 녹취록에 의하면 원고가 싸움을 부추기고 손목이 아프다는 피해학생을 계속 압박한 사실이 인정되며, 글자만으로도 느껴지는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담배 관련 발언도 여러 학생이 사과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피해학생에게 담배를 사 오도록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고가 피해학생과 목격학생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하였다고 다툰 부분에 대하여,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이 신고한 여러 사안 중 일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된 행위에는 녹취록이라는 핵심 증거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고 배척하였습니다. 친구 사이라 우월한 지위가 아니라는 항변 역시, 관계의 대등함이 아니라 실제로 가해진 압박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대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문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를 강요로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원고는 같은 반 학생 D에게 마술 등을 가르쳐 줄 때마다 1회당 5천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서를 강제로 작성하게 한 뒤 수시로 돈을 요구하고, D의 가방에 있던 1만 원을 가져간 행위로 학교봉사 등 조치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D가 스스로 제안하여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고 돈은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에 대한 강요·공갈 형사 고소가 불송치(혐의없음)로 종결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D가 동급생에게 배우겠다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금전 지급을 약정하는 문서를 자유로운 의사로 작성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고, 이러한 행위 자체가 D의 의사에 반한 것임을 나타낸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돈을 송금받을 계좌번호를 보내고 "계약서까지 쓰고 왜 그래?"라는 위압적인 메시지를 보낸 점, 1만 원을 가져간 뒤 D의 어머니에게 반성문을 보낸 점도 자의에 따른 것이 아님을 방증한다고 보았습니다. 형사 불송치에 대하여 법원은, 강요·공갈은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어야 하는 범죄이지만 학교폭력은 형법상 개념과 반드시 같지 않으므로, 폭행이나 협박의 수단이 사용되지 않아 형법상 강요로 평가할 수 없더라도 학교폭력에 해당함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강요나 폭행 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여 처분이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진술만으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 신중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원고는 오락실 앞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자전거로 자리를 피하였으나, 상대학생들이 역 앞까지 쫓아와 다시 시비가 되었고, 그중 한 명이 원고의 얼굴을 때리고 다른 학생이 팔을 붙잡는 상황에서 원고가 주머니의 멍키스패너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후 원고와 E가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발생하였는데, 심의위원회는 원고가 멍키스패너로 E의 머리와 엄지손가락을 가격하였다고 보아 조치를 하였습니다. 원고는 멍키스패너로 때린 사실이 없고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는데, 처분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멍키스패너로 E를 가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전제하면서도, 학교폭력 사건에서 CCTV 등 객관적인 증거의 뒷받침 없이 상반되는 진술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사건의 전개 양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학생 진술만을 신뢰하여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E는 원고와의 관계에서 가해학생인 동시에 피해학생의 지위에 있어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원고의 행위를 과장하거나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있었던 점, E 측이 제출한 상해 부위 사진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부위가 서로 다른 점, 목격학생들은 원고가 때리려다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피해학생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처분을 취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강요가 아니라 지속적인 험담과 비웃음이 문제되었는데, 법원은 목격학생의 확인서에 원고의 행위를 직접 뒷받침하는 내용이 없고 피해학생 진술에 오류와 보복 동기가 엿보인다는 점을 들어, 증명책임을 지는 처분청의 증거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러 행위가 함께 신고된 경우, 처분 전체가 취소되지는 않더라도 강요 부분만 증거 부족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이 사건에서 심의위원회는 차렷과 열중쉬어를 반복시켰다는 강요 부분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고,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든 위협 부분만 유형력의 행사로 보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여 처분 자체는 유지되었습니다. 강요를 다툴 때에도 행위마다 증명의 정도가 다르게 평가된다는 점을 보여 주는 예입니다.
강요 사건은 물리적 흔적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사실인정의 중심이 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
이 기준은 두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한편으로는 피해학생의 진술이 일관되고 다른 정황과 부합하며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없다면, 물리적 증거가 없더라도 그 진술을 근거로 강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인천 사건들과 전주 사건은 진술이 일관되고 목격 진술이나 녹취록과 부합하여 신빙성이 인정된 경우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객관적 증거와 어긋나거나 허위·보복의 동기가 엿보이면 그 진술만으로 강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앞의 멍키스패너 사건은 상해 부위가 어긋나고 진술자에게 책임을 줄일 동기가 있어 진술이 배척된 경우입니다.
특히 서로 맞신고한 사건에서는 상대가 가해학생인 동시에 피해학생인 경우가 많아 진술에 책임 회피의 동기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법원은 CCTV, 진단서, 통화·메시지 기록 같은 객관적 자료가 진술을 뒷받침하는지, 목격학생의 진술이 어느 쪽과 부합하는지를 함께 살펴 신빙성을 가립니다. 실무에서 강요 사실을 다툰다면,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증거의 일치 여부, 진술자의 동기를 구체적으로 짚어 신빙성을 문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요로 형사 고소를 당한 학생이 불송치나 무혐의 결정을 받은 뒤, 그 결정을 근거로 학교폭력 처분도 취소되어야 한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절차의 결과가 곧바로 학교폭력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본 계약서 강요 사건에서 법원은 강요·공갈 형사 고소가 불송치로 종결되었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의 수단이 없어 형법상 강요로 평가할 수 없을 뿐이고 학교폭력에는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은 열거된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에 준하는 행위를 포함하며, 형법상 개념과 반드시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에서는 폭행이나 협박이라는 엄격한 수단 요건을 갖추어야 강요죄가 되지만, 학교폭력에서는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실질이 인정되면 강요에 준하는 학교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의 체격 항변 사건에서 원고가 든 형법 제12조의 강요된 행위는 위법한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행위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사유인데, 법원은 이것이 고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형사법의 처벌 요건이나 책임조각 사유는 학교폭력의 성립 여부와는 층을 달리하므로, 형사절차의 결과만을 근거로 학교폭력 처분의 위법을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학교폭력 조치처분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합니다. 두 절차는 어느 하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계가 아니어서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조치의 이행이 임박하였다면 집행정지(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제도)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강요 사건에서 다투는 핵심은 사실인정과 재량입니다. 사실인정과 관련하여서는, 강요를 뒷받침하는 진술의 신빙성과 객관적 증거의 유무, 진술자의 동기를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처분청에 있으므로, 강요의 존재나 그 정도가 불분명하게 남으면 그 불이익은 처분청이 지게 됩니다. 조치의 수위를 다투는 재량 부분에 대하여, 법원은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만을 심사하며, 그 심사는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4두37702 판결).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는 점은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하므로, 조치가 행위의 경중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요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지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체격이나 힘의 우열이 아니라, 겁을 주거나 압박하는 방법과 상황, 그로 인해 상대가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여러 명이 둘러싸거나 말과 분위기로 압박한 경우, 강제로 문서를 작성하게 한 경우에도 강요가 인정될 수 있고, 상대가 더 크다는 사정은 강요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강요 사건은 물리적 흔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사실인정의 중심이 되며, 진술이 일관되고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면 인정되지만 상반되는 진술만 있고 허위 동기가 엿보이면 처분사유가 부정되어 취소됩니다. 형사절차에서 강요죄로 처벌받지 않았더라도 학교폭력의 강요에는 해당할 수 있으므로, 불복을 준비할 때에는 진술의 신빙성과 객관적 증거, 조치의 수위를 함께 다투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례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강요의 구체적 태양과 진술·증거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