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조치를 받았는데 정작 그 장면을 담은 영상이 없거나, 학교가 확인해 주지 않거나, 뒤늦게 "그 자리는 사각지대였다"는 답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를 신고한 쪽에서 학교가 사안을 덮으려고 영상을 없앴다고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사안조사에서 영상 등 증거가 없거나 없어졌다는 주장이 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지,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사실은 어떻게 인정되는지를 실제 판결을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가 증거를 은폐하거나 없앴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처분을 위법하게 만들지 못하고, 은폐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정이 없으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다만 학교가 심의 대상인 행위를 미리 알려 주지 않은 것처럼 문서로 확인되는 절차상 흠결이 있으면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영상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학교폭력이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학교의 장은 지체 없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확인 작업을 사안조사라고 부르고, 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전담기구(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책임교사,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 내 기구)나 소속 교원이 맡습니다.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는 피해 사실을 확인해 달라며 전담기구에 실태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은 이 구조를 제14조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조사 결과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고, 심의위원회는 그 자료와 학생·보호자의 진술을 놓고 조치를 의결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무엇이 증거로 확보되었는지가 결국 조치의 내용을 좌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 당연히 영상이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영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학교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방범 목적으로 출입구나 복도 위주로 설치되어 정자, 화장실, 계단 뒤편처럼 학생들이 실제로 다투는 장소를 비추지 않는 일이 흔하고, 설치되어 있어도 각도가 맞지 않거나 고장 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장 기간이 지나 자동으로 지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교폭력 사건의 사실인정은 상당수가 학생확인서와 심의위원회에서의 진술, 진단서와 사진 같은 간접 자료로 이루어집니다. 고등학교 기숙사 방에서 두 학생이 뒤엉켜 몸싸움을 한 사건에서도 폐쇄회로 텔레비전 영상은 증거로 등장하지 않았고, 법원은 옆에 있던 학생의 사실확인서와 다투던 학생 자신이 녹음한 녹취록, 상대의 2주 진단서와 피해 사진을 종합하여 한쪽의 일방적 폭행이 아니라 쌍방의 폭행이었다고 인정하고 서면사과 조치를 유지하였습니다. 영상이 없다는 사정은 다투는 쪽에 유리한 요소가 아니라, 사실인정의 방법이 달라지는 사정에 가깝습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끝내 분명해지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를 정한 원칙을 말합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그 처분사유가 있다는 점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여기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형사재판처럼 엄격하지 않습니다. 이때 어느 정도까지 증명되어야 처분사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라고 하면서,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이 판결은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성희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 사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침익적 처분의 사유를 다투는 행정소송 일반에 적용되는 기준이어서 학교폭력 조치를 다투는 하급심 판결들도 이 법리를 그대로 원용합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고도의 개연성"이라는 표현입니다. 영상처럼 결정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진술과 자료가 경험칙에 비추어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면 처분사유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맞짱놀이로 시작된 싸움이 커져 한 학생이 갈비뼈에 실금이 가고 다리에 타박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여러 학생과 연달아 싸우게 되었고, 서로에게 신체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자신도 서면사과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 학생 측은 학교가 다른 가해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미루었고 가해행위가 촬영된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폐기하는 등 사안을 은폐·축소하였으므로, 그런 위법한 절차로 조사된 내용에 따른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사 지연 부분에 관하여는 학교가 사안 발생 당일 교육지원청에 접수 보고를 하였고, 그 시점에는 다른 학생들의 가해행위가 특정되지 않아 추가 조사를 예정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열흘 남짓 뒤 나머지 학생 여덟 명으로부터 학생확인서를 받아 추가 보고를 한 경과를 들어 조사를 지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영상 부분의 판단이 특히 참고할 만합니다. 학교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 두 대가 있었는데 한 대는 사건 현장을 비추지 않았고, 나머지 한 대는 현장을 비추는 각도였으나 사안 발생 이전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학생 측에 현장을 찍은 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에 대하여 법원은 사실에 반하는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고, 학교가 사안 발생 이후 작동하지 않는 장비를 교체하였을 뿐 녹화 저장물을 삭제하거나 폐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 학교가 증거를 인멸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점을 들어 은폐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짚어 둘 구별이 있습니다. 저장된 영상을 지운 것과 고장 난 장비를 새것으로 바꾼 것은 전혀 다릅니다. 학부모가 "사건 뒤에 카메라를 교체했다"는 사실을 은폐의 정황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교체가 오히려 이전에 그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3학년 학생들이 아파트 놀이터 그네를 두고 다투다가 서로 붙잡고 밀치는 몸싸움을 벌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1차 회의에서 상반된 주장을 판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조치 결정을 미루고 놀이터 영상을 확보한 뒤 2차 회의에서 조치를 의결하였고, 1학년 학생은 서면사과와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 학생 측의 증거 관련 주장은 세 갈래였습니다. 첫째 영상에 자신이 때리는 장면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는데 다가가는 장면만으로 가해를 인정하였다는 것, 둘째 교육지원청이 소송에 제출한 영상은 전체를 뿌옇게 처리한 것이어서 심의위원회가 실제로 본 영상이 아니라는 것, 셋째 심의위원회가 본 영상은 원본의 앞부분, 즉 상대 학생이 자신을 먼저 밀치는 장면을 뺀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원본을 직접 확보하였습니다. 학생 측의 사실조회 신청에 따라 관할 경찰서가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교부받아 둔 놀이터 영상을 법원에 회신하였고, 법원은 그 영상에서 확인되는 다섯 개 장면을 재생 시간과 함께 특정한 뒤, 이 학생이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격할 의사로 폭행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세 번째 주장에 대한 판단입니다. 법원은 경찰서 회신 영상이 4분 50초 분량이고 심의위원회 열람 영상이 2분 57초 분량이어서 일부 장면이 심의위원회 영상에는 없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나머지 장면만으로도 가해행위가 충분히 인정되고, 빠진 장면에서 상대 학생이 미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하여도 그 장면만으로 이 학생의 행위를 단순한 방어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증거가 일부 빠졌다는 주장은 그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빠진 부분이 결론을 바꾸는 내용이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동시에 이 사건은 원본 영상을 확보하는 경로도 보여 줍니다. 학교나 교육지원청이 제출하는 자료에 의문이 있으면 소송에서 관할 경찰서나 관리 주체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해 원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조회란 법원이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필요한 사항의 조사와 회신을 촉탁하는 증거조사 방법을 말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같은 반 학생과 교실에서 다툰 사건에서, 한 학생은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자신이 진술서를 쓸 때 상대의 욕설 부분을 빼도록 하고 자신이 상대의 등을 쳤다고 쓰도록 강요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교사가 실제로 한 말의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교사는 이 학생이 상대의 욕설을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전해 들었음을 확인한 뒤 목격자를 진술서에 적으면 그 학생을 다시 불러 확인해야 하는데 괜찮겠는지,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였고, 담임교사도 쓰고 싶으면 쓰고 쓰고 싶지 않으면 쓰지 말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였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교사는 이후 목격 학생으로부터 상대가 욕설을 하였다는 진술서를 받아 사안 조사보고서에 그 내용을 기재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런 경과에 비추어 강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점은 법원이 은폐 주장을 배척하면서 사용한 방법입니다. 교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만 본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실제로 그 내용이 조사에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은폐가 있었다면 남았을 흔적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 배척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에서 이 학생 자신이 받은 서면사과와 졸업까지의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특별교육 학생 2시간과 보호자 2시간 조치는 모두 취소되었고, 상대 학생에 대한 조치를 다툰 부분은 기각되었습니다. 취소의 이유는 뒤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여러 학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놀림과 신체적 괴롭힘을 당한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은 심의 기구의 학부모위원이 가해학생 부모들과 같은 교내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친분이 있어 제척사유에 해당하고, 학교가 제척·기피 제도를 안내하지 않은 것도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척이란 위원이 사건과 일정한 관계에 있으면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당연히 심의에서 배제되는 것을 말하고, 기피란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당사자의 신청으로 그 위원을 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이 학생이 학부모위원에게 제척사유가 있음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고, 학교가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별도로 설명하거나 안내할 의무가 있다고 볼 근거도 없으므로 안내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위법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절차 주장은 이렇게 배척되었으나, 법원은 뒤에 이 학생 자신이 받은 서면사과 조치는 별도로 취소하였습니다.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결국 증거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위원과 상대방 사이에 친분이 있어 보인다는 인상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건에서는 교감이 가해학생을 두둔하는 편파적 발언을 하여 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법원이 회의록과 사안 감사 결과 보고를 확인한 결과 문제 삼은 발언이 다른 학생에 대한 조치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져 주장이 배척되기도 하였습니다.
앞의 사례들과 반대 방향의 판결도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같은 학년 일곱 명으로부터 학교와 온라인에서 놀림을 당하였다고 신고하였는데, 심의 결과 신고한 학생 자신도 서면사과 조치를 받은 사건입니다. 처분사유란에는 일곱 명이 이 학생을 괴롭힌 정황이 있고 이 학생 또한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으며 유사한 행동을 하였다는 취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심의 기구 참석 안내 통지서에 자신이 신고한 내용만 적혀 있을 뿐 자신의 가해사실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의견진술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의견진술 기회 부여를 정한 규정에는 회의를 열기 전에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구체적 사실, 즉 학교폭력의 일시·장소·행위내용 등이 특정된 사실을 미리 통지하고 회의에서도 가해학생임을 전제로 한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든 사정은 구체적입니다. 통지서에는 일곱 명이 한 명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신고 내용을 심의한다고만 적혀 있었고, 회의도 사안 개요 보고에 이어 신고자 측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어 먼저 진술 기회를 받은 이 학생과 보호자로서는 피해학생의 지위에서 진술한다고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였으며, 위원들로부터 이 학생의 행위 또한 심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고지받지 못하여 자신의 가해행위를 변명하거나 반박할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법원은 실체 판단에서도 이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말을 전하여 사이가 벌어지게 한 것이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화장실에서의 행동은 다른 학생이 한 것에 옆에서 맞장구친 정도이며, 온라인 게시글도 상대의 가해행위에 대응하여 한두 차례 올린 후 금방 지운 것이어서 집단적 가해행위에 비해 가벌성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앞의 배척 사례들과 이 사건의 차이는 주장의 성격에 있습니다. 조사가 부실했다거나 편파적이었다는 것은 평가에 관한 주장이라 이를 뒷받침할 사정이 따로 필요합니다. 반면 통지서에 내 가해사실이 한 줄도 없었다는 것은 문서 자체로 확인되는 구조적 흠결입니다. 실무에서 절차를 다툴 때 통지서, 회의록, 조사보고서처럼 형태가 남는 자료부터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판결이 근거로 삼은 조항은 당시의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5항이고, 현행법에서는 같은 내용이 제17조 제8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학생은 다른 중학교로 전학하였고, 처분을 한 학교의 장은 그 때문에 피고적격이 없고 다툴 법률상 이익도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법원은 서면사과 조치가 해당 학교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는 처분이어서 전학이나 졸업으로 학생 신분을 잃으면 원칙적으로 효력이 소멸한다고 보면서도, 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처분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이 때문에 진학 등 장래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으므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미 조치를 이행했거나 학교를 옮겼더라도 기록이 남아 있다면 다툴 실익이 인정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키즈카페에서 여러 학년 학생 십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른바 겨루기 놀이를 하다가 다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여러 명이 자신을 둘러싸고 위압적인 분위기에서 싸움을 강요한 집단 괴롭힘이자 공동폭행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피해학생으로 보지 않은 해당 없음 결정과 상대 학생들에 대한 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함께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처럼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고 한쪽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상황에서는 그 진술의 구체성, 일관성, 합리성이 담보되어 신빙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고는 방어만 하였다는 진술이 이 학생이 사건 직후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담긴 내용과 배치되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강요 부분에 관하여도 이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겨루기를 보고 먼저 호기심을 보인 점, 스스로 키즈카페로 찾아간 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별다른 제지 없이 현장을 떠난 점 등을 들어 강요나 공동폭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영상이 없는 사건에서는 사건 직후에 남긴 기록이 사실상 영상을 대신합니다.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 보건실 기록, 병원 진료 기록처럼 나중에 만들 수 없는 자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앞서 본 고등학교 교실 사건에서 법원은 그 학생 자신에 대한 조치를 취소하였는데, 그 근거 가운데 하나가 흥미롭습니다. 법원은 이 학생이 상대의 등을 세게 때렸다면 같은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이를 인식하였을 것인데 아무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목격 진술이 없다는 사정 자체를 행위의 정도가 크지 않았음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사용한 것입니다.
같은 판결에서 법원은 심의 기구가 경찰관에게 의견을 물어 "원고가 가해자로 등을 때린 거니까 폭행으로 인정이 됩니다."라는 답을 듣고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것에 대하여도, 그 경찰관이 당사자나 목격자를 조사한 뒤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고 조사된 진술서 등 자료를 모두 확인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그 의견만으로 폭행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학생의 행동은 상대가 먼저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자 이에 대항하여 우발적으로 한 것이어서 폭행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체격이 왜소한 학생에게 여러 명이 약 3개월간 다리걸기를 반복한 사건에서, 다리걸기와 그 장면의 촬영을 이유로 학급교체 조치를 받은 학생은 자신은 목격했을 뿐 다리걸기를 한 적이 없다고 다투면서 다른 학생들로부터 그런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여러 장 받아 제출하였습니다. 법원은 그 확인서들이 사건이 있은 뒤 수개월 지나 이 학생 측의 요청으로 작성된 점, 작성자 중 한 명이 심의 과정에서 한 진술이 피해학생 진술과 세부적으로 일치하는 점 등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학생은 판정 점수 15점에 따라 졸업까지의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와 학급교체, 특별교육 조치를 받았고,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뒤늦게 주변 학생들의 확인서를 모으는 대응이 자주 시도됩니다. 그러나 작성 시기와 작성 경위, 누가 요청했는지가 함께 평가되므로 초기 조사 단계의 진술을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의 부산 사건에서 이 학생은 상대 학생에 대한 처분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주장도 하였고, 법원은 이 주장에 대하여도 본안 판단을 하였습니다. 이런 주장은 자신이 받은 처분이 아니라 남이 받은 처분을 다투는 것이어서 다른 사건에서는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문제되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원고적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하면서,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공익보호의 결과로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과 같이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 법리에 따라 하급심은 피해학생의 원고적격을 인정해 왔습니다. 조치의 목적에 피해학생의 보호가 포함되어 있고 가해학생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조치가 내려지면 피해학생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 피해학생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는 점이 근거입니다. 조치들 사이에 경중이 있으므로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에 대하여 내려진 조치의 취소를 구함으로써 더 무거운 조치를 받도록 할 수 있다고 본 판결도 있습니다.
자격이 인정된다는 것과 이긴다는 것은 다릅니다. 위 수원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적격을 인정한 뒤 본안에서는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상대 학생의 행위가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고 판정 점수 합계가 1점으로 산정되었는데 그 평가가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설령 더 엄격한 기준으로 점수를 다시 산정하더라도 그 합계가 서면사과에 해당하는 범위인 1점에서 3점을 넘어서게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여기서 판정 점수란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다섯 영역에 각 0점에서 4점을 매겨 합산한 점수로, 그 합계 구간에 따라 조치의 종류가 정해지는 기준을 말합니다. 총점이 구간 경계를 넘지 않으면 개별 항목의 평가가 다소 달라지더라도 조치의 종류는 바뀌지 않습니다. 앞의 부산 사건에서도 상대 학생의 점수는 3점이었고, 법원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고등학생 사이의 성폭력 사안에서 이를 방조한 학생의 조치가 가볍다며 다툰 사건의 판시는 더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 줍니다. 법원은 그 방조 학생의 비행 정도와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주장을 받아들여 더 무거운 처분을 하게 되면 학교폭력을 직접 행사한 학생에 비해 방조한 데 불과한 학생을 더 무겁게 징계하게 되어 오히려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사이의 단체 대화방 욕설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은 상대 학생들에게 내려진 서면사과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며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소송 도중 관련 학생 모두가 졸업하여 중학교에 재학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조치의 대부분이 성질상 해당 학교에 소속되어 있음을 전제로 학교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어서 졸업 등으로 학생 신분을 잃으면 원칙적으로 효력이 소멸하고, 효력이 소멸한 처분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불과하므로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각하란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 자체를 부적법하다고 보아 물리치는 결정입니다. 조치가 가벼운지 무거운지는 아예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본 서울행정법원 사건에서 전학 후에도 생활기록부 기재를 이유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자신이 받은 처분은 기록이 남아 장래의 불이익이 이어지지만, 남이 받은 조치는 그 학생이 학교를 떠나면 이쪽에 남는 법률상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조치를 다투려면 학년말이나 졸업 시기를 염두에 두고 서둘러야 합니다.
영상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먼저 그 장소를 비추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지, 사건 당시 작동하고 있었는지, 저장 기간이 얼마인지를 학교에 서면으로 질의합니다. 구두로 물으면 나중에 답변 내용을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다음으로 저장물이 있다면 열람이나 제공을 요청합니다. 영상에 다른 학생이 함께 찍혀 있으면 개인정보 문제로 원본 그대로 제공되지 않고 다른 학생의 얼굴을 가린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은폐가 아니라 통상적인 처리입니다. 앞의 수원 사건에서도 제출된 영상이 뿌옇게 처리되었다는 문제제기는 원본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입니다.
학교가 보유한 자료로 확인이 되지 않으면 소송 단계에서 사실조회를 활용합니다. 사건이 형사 절차로도 진행되었거나 신고가 이루어졌다면 관할 경찰서가 원본을 확보해 두었을 수 있고, 학교 밖 장소라면 그 시설의 관리 주체가 보관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투는 지점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가 불충분했다는 인상만으로는 처분이 취소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취소로 이어진 사건은 통지서에 심의 대상 행위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처럼 문서로 확인되는 흠결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담당 교사의 태도가 부적절했다거나 위원들이 상대와 친분이 있어 보인다는 주장은 그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으면 배척됩니다.
증거가 빠졌다는 주장을 할 때도 그 증거가 결론을 바꿀 내용이라는 점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앞의 수원 사건에서 법원이 영상 일부가 빠진 사실을 인정하고도 처분을 유지한 것이 그 예입니다.
가해학생 조치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고,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앞의 춘천 사건에서는 여러 조치 가운데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부분만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아 기간을 처분을 안 날부터 세게 되었고, 그 결과 90일을 넘겨 그 부분 소가 각하되었습니다. 조치별로 행정심판을 거쳤는지에 따라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조치의 이행이 임박했다면 집행정지, 즉 판결이 날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멈추어 달라는 신청을 함께 하는 것을 고려합니다. 출석정지나 학급교체처럼 이행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조치일수록 실익이 큽니다.
아래는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들에서 제기된 증거·절차 관련 주장이 어떻게 판단되었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 주장의 내용 | 결과 | 판단의 근거 |
|---|---|---|
| 가해 장면 영상을 폐기하여 은폐하였다 | 배척 | 고장 난 장비를 교체한 것이고 저장물을 삭제한 것이 아님 |
| 심의 기구가 원본보다 짧은 영상만 보았다 | 배척 | 빠진 장면을 인정하면서도 나머지 장면만으로 행위가 인정됨 |
| 교사가 진술서 내용을 빼도록 강요하였다 | 배척 | 이후 목격자 진술서를 받아 조사보고서에 반영한 경과가 확인됨 |
| 위원이 상대방과 친분이 있어 제척사유가 있다 | 배척 | 제척사유를 뒷받침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음 |
| 통지서에 내 가해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 | 인정 | 의견진술 기회 부여에는 구체적 사실의 사전 통지가 포함됨 |
표: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에서 제기된 증거·절차 관련 주장과 그 판단 결과.

[데이터] 본 글에서 살펴본 학교폭력 조치 관련 판결의 결론을 주문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처분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가 약 64퍼센트, 처분이 취소되거나 일부 취소된 경우가 약 27퍼센트, 본안 판단 없이 소가 각하된 경우가 약 9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청구만 각하되고 나머지가 기각된 사건은 유지로 계상하였습니다. 소표본이므로 전체 경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사건에서도 절차 주장은 배척되면서 실체 판단에서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앞의 의정부 사건이 그런 경우로, 진술서 강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항의 목적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조치가 취소되었습니다. 절차와 실체는 별개의 다툼 지점입니다.
학교가 증거를 없앴거나 사안을 덮으려 했다는 주장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자주 제기되지만, 그 자체로 처분을 위법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법원은 은폐 의도를 인정하기 전에 장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는지, 저장물이 삭제되었는지, 학교가 증거를 인멸할 이유가 있었는지를 하나씩 확인합니다. 영상 일부가 심의 자료에서 빠진 사실이 확인된 사건에서도 나머지 자료만으로 행위가 인정된다면 처분은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통지서에 심의 대상인 행위가 기재되지 않아 자신이 가해학생으로 심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사건에서는 처분이 취소되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법원은 그 학생의 행위 자체도 집단적 가해행위에 비해 가벌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아 실체 판단에서도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영상이 없다는 사정도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행정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고도의 개연성이므로, 학생확인서와 심의 진술, 사건 직후의 문자메시지와 진료 기록이 종합되어 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건 직후에 남긴 기록이 뒤에 만들어진 확인서보다 훨씬 무겁게 평가됩니다. 조사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남겨 두는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본 글은 공개된 판결을 토대로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료를 갖추어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