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친구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적 발언도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이 되는지

2026.04.15조회 679
친구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적 발언도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이 되는지

자녀가 같은 반 친구의 부모를 소재로 한 성적인 농담이나 욕설을 했는데, 그 친구가 이를 전해 듣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해학생)의 입장에서는 발언의 대상이 그 친구 본인이 아니라 부모였고, 친구 앞에서 직접 말한 것도 아니어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본 글은 발언의 대상이 피해학생 본인이 아니라 그 부모나 가족인 경우에도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이 성립하는지, 성립과 불성립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실제 판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발언의 대상이 피해학생 본인이 아니라 그 부모나 가족이더라도, 공개된 자리에서 여러 학생이 들을 수 있었고 그 내용이 피해학생에게 전파되어 도달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학생이 이를 인식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비밀이 지켜지는 은밀한 사적 대화여서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낮았거나, 발언 자체가 특정되지 않고 증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아 처분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대표 이미지

1. 학교폭력의 개념과 '학생을 대상으로'의 의미

학교폭력이 성립하려면 먼저 그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이 정의하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명예훼손·모욕, 성폭력, 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1.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3조(해석ㆍ적용의 주의의무)
이 법을 해석ㆍ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두 가지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열거된 유형의 범위입니다. 법원은 위 조항이 열거한 상해·폭행·명예훼손·모욕 등의 유형에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이를 포괄정의라고 부를 수 있는데, 포괄정의란 조문에 나열된 항목을 한정된 목록으로 보지 않고 같은 성질의 행위까지 넓게 포함시키는 해석 방식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떤 발언이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더라도,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언행이면 학교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학생을 대상으로'라는 요건입니다. 문언만 보면 발언의 대상이 학생이어야 할 것처럼 읽히지만, 법원은 발언에 등장하는 대상이 부모나 가족이더라도 그 발언이 결과적으로 특정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으로 평가합니다. 부모를 소재로 삼은 발언은 그 부모와 자녀의 관계 때문에 사실상 그 학생 자신을 향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즉 발언의 문법상 주어나 목적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그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는 학생이 누구인지가 판단의 초점입니다.

다만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는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다툼을 학교폭력으로 의율하면 지나치게 많은 가해학생을 만들어내게 되므로,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그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를 신중히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이 주의의무가 성립과 불성립을 나누는 실질적인 기준선이 됩니다.

이렇게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심의위원회는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벼운 조치인 서면사과도 학교생활기록에 남을 수 있어 그 자체로 다툴 실익이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① 심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ㆍ교육을 위하여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수 개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 각 조치별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다만,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가해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1.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2. 전파가능성과 공연성 판단 기준

발언의 대상이 제3자(부모)인 경우 성립 여부를 나누는 핵심 기준은 전파가능성입니다. 전파가능성이란 어떤 발언이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을 넘어 불특정한 사람이나 다수의 사람에게 퍼져 나갈 가능성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요건에서 발전한 것으로, 학교폭력 해당성 판단에도 그대로 활용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대법원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사실을 이야기한 경우에도 그 상대방을 통해 다시 퍼져 나갈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을 오랫동안 확립해 왔고,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법리를 유지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전파가능성 이론을 공연성에 관한 확립된 법리로 유지하였습니다.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

이 법리가 학교폭력 사안에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발언을 피해학생 본인에게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학생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였거나 그 내용이 다른 학생을 통해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 발언은 피해학생에 대한 가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은밀한 둘만의 대화처럼 퍼져 나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었다면 공연성이 부정되어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워집니다.

다만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무제한으로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장소, 발언의 내용을 종합하여 실제로 전파될 개연성이 있었는지를 따지고, 그 전파가능성은 처분청이 증명하여야 합니다. 발언이 실제로 전파되었는지는 하나의 고려요소가 될 뿐이고, 우연히 전파되었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이 실제 사건에서 성립과 불성립을 나누는 이유가 됩니다.

한편 가해학생에게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는 교육장의 재량행위(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일정한 폭을 맡긴 행위)에 속합니다. 따라서 조치의 수위를 다투는 경우 법원은 그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만을 심사합니다.

대법원은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 관하여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4두37702 판결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

3.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발언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사례

전해 들은 말을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학생의 모습

가. 공개된 교실에서 친구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모욕한 발언

발언의 대상이 부모여도 학교폭력이 성립한다고 본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원고는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던 날, 같은 반 친구 D의 어머니가 참여한 상황에서, 다른 학생 E가 D의 어머니를 두고 "야동 배우 같다"고 하자 혀를 날름거리며 "꼴린다, 따먹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이 발언을 그 자리에서 들은 다른 학생이 D에게 전달하였고, D는 이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였습니다. 교육지원청은 이 발언이 성적인 패드립 등 언어폭력으로 정신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서면사과 처분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발언의 대상이 학생이 아닌 학부모이고, 열거된 학교폭력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며, D에게 직접 도달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원고와 E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이루어진 대화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발언이 D에 대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이 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친구의 어머니를 두고 한 성적 발언은 그 내용 자체로 D에게 모욕감을 주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언행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학교폭력은 열거된 유형에 한정되지 않으므로, 발언이 열거 유형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법원은 원고와 E가 공개된 장소인 교탁 주변에서 발언을 하여 여러 명의 학생이 들을 수 있었고, 그 내용이 같은 학급 내 여러 학생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하였으므로, 이를 둘 사이의 은밀한 내적 대화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한 학생이 이 발언 당시 근처에 D가 있어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결국 한 학생이 D에게 발언 내용을 전달하여 D가 알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D에게 직접 발언하지 않았고 D에게 피해를 주려는 적극적인 의도까지는 없었더라도, 자신의 발언으로 D가 모욕감과 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될 것임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발언하였으므로 D를 대상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가해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판결은 발언의 대상이 부모인 경우에도,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져 전파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피해학생에게 도달하여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이 성립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직접 도달과 적극적 가해의도가 없어도 성립한다는 점도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이미 다른 학교로 전학하여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였다는 점도 문제되었는데, 법원은 서면사과 처분이 취소되지 않고 남아 있으면 이후 다른 학교폭력 사건이 생겼을 때 학교생활기록에 기재되거나 삭제 기회를 잃는 불이익이 있으므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률상 이익이란 처분의 취소로 회복되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을 말하는데, 처분의 외형이 남아 장래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그 처분을 다툴 실익이 인정됩니다.

나. 단체 채팅방에서 피해학생과 가족을 성적으로 모욕한 발언

피해학생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단체 채팅방에서 이루어진 발언에 대해서도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평가한 사례가 있습니다().

가해학생 E를 비롯한 학생들은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여 약 3개월 동안 원고 A와 그 누나인 원고 B, 그리고 원고들의 부모를 상대로 패륜적인 성희롱과 성적 모욕을 포함한 언어폭력을 지속하였습니다. 특히 원고 B에 대하여는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라, 원고 B와 그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채팅방에 올리고 졸업사진을 공유하며 조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원고 B에게 채팅방 내용이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이유로 고의성을 낮게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 채팅방의 대화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져 휴대전화와 서버에 그대로 남아 언제든지 원고 B를 포함한 제3자에게 전파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원고 B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심각성이나 고의성을 낮게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의 고의성은 피해가 피해학생에게 알려진다는 점을 인식하여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 결과 원고 B에 대한 부분의 심각성과 고의성을 매우 높음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학생 측이 오히려 더 무거운 조치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안으로,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정한 조치가 지나치게 가벼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결론의 방향은 앞의 인천 사건과 다르지만, 피해학생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전파가능성만 있는 상태의 발언도 그 학생에 대한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같은 기준이 관철되고 있습니다.

4. 사적 대화이거나 특정·입증이 부족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은 사례

가. 비밀 보장을 믿고 한 둘만의 대화

같은 성적 패드립이라도 은밀한 사적 대화에서 이루어져 전파가능성이 부정된 경우에는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앞의 인천 사건과 사실관계가 매우 비슷하지만 결론이 반대여서, 두 사건을 견주어 보면 판단의 기준이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원고는 학교 자습실에서 친한 친구 F와 잡담을 하던 중, 피해학생의 어머니에 관한 성적인 패드립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처음에는 말하기를 주저하며 "말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였으나, F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하자 비밀 보장을 믿고 발언하였고, 그럼에도 F는 이틀 뒤 그 내용을 피해학생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이 발언과 F의 전달을 학교폭력으로 보아 서면사과 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법원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지를 볼 때 형법상 공연성 요건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원고와 F 둘만의 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졌고, SNS나 메신저처럼 전파성이 높은 수단을 매개로 한 것이 아니며, 원고로서는 F의 비밀 보장 약속을 믿은 만큼 자신의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전달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있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발언이 피해학생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친구 사이의 비밀스러운 대화였으므로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의도로 한 가해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인천 사건과 대구 사건은 모두 친구의 어머니를 소재로 한 성적 패드립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인천 사건은 여러 학생이 있는 공개된 교실에서 이루어져 전파가능성이 있었던 반면, 대구 사건은 둘만의 비공개 대화에서 비밀 보장을 전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발언의 장소가 공개되었는지, 전파성이 높은 수단을 사용하였는지, 발언자가 전달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가 성립과 불성립을 나누는 실질적인 기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 발언 내용과 경위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발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내용과 경위가 학교폭력에 이를 정도로 특정·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원고는 수학여행 숙소에서 여러 여학생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학생에 대해 "소문이 안 좋다, 평판이 안 좋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후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피해학생을 비웃었다는 이유로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습니다. 목격 학생들의 확인서와 설문조사 결과가 증거로 제출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그러한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발언은 다른 학생이 피해학생과 교제해도 좋을지 의견을 물은 데 대해 답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따돌림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발언 내용도 피해학생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피해학생이 반 내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비웃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행위의 내용과 경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처분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처분사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처분청에 있다는 원칙이 실제로 작동한 예입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때 그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를 정하는 원칙인데, 학교폭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처분청이 증명하여야 하므로, 발언의 내용과 경위가 특정되지 않으면 처분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5. 여러 발언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처분 유지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발언이 문제되는 사건은 여러 개의 행위가 함께 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그중 일부 행위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처분 전체가 취소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행위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행위로 처분이 유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원고는 피해학생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캡처하여 페이스북 스토리에 공개적으로 게시한 행위, 2학년 선배를 통해 단체 대화방에서 심리적 압박을 가한 행위, 모둠 활동에서 피해학생을 제외한 행위, 다른 학생에게 피해학생을 험담하도록 유도하였다는 행위로 처분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페이스북 스토리에 메시지를 공개 게시한 행위에 대해, 그 내용이 피해학생의 외부적·사회적 평판을 저하시킬 만한 것이고 피해학생이 다른 친구를 통해 게시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서도 피해학생이 게시물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 점, 즉 전파를 통한 도달이 성립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선배를 통한 압박은 사이버 따돌림에, 모둠 제외는 따돌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험담을 유도하였다는 행위는 발언 내용 자체가 험담을 유도하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이루어질 수 있는 대화로 보인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처분 전체를 유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여러 개의 처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처분사유로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면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수개의 처분사유 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처분사유로써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두1264 판결

수개의 처분사유 중 일부가 적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처분사유로써 그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을 것

이 법리가 주는 실무적 함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행위 중 일부가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점을 다투어 인정받더라도, 나머지 행위만으로 처분의 정당성이 유지되면 처분 자체는 취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복을 준비할 때에는 인정되지 않을 만한 행위 한두 개를 골라 다투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처분의 근거가 된 핵심 행위 자체의 성립 여부와 조치 수위의 과중함을 함께 다투어야 실질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6. 처분에 불복하는 방법과 실무에서 다투는 지점

학교폭력 명예훼손·모욕 사건의 행정소송 결과 분포

학교폭력 조치처분에 불복하는 방법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입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하고,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관할 행정법원에 제기합니다. 두 절차는 어느 하나를 반드시 거쳐야 다른 하나로 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므로,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조치의 이행이 임박한 경우에는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는 것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집행정지란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잠정적으로 멈추어 두는 제도인데, 서면사과나 접촉금지처럼 이행이 완료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조치의 경우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미 이행이 끝나 실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앞의 인천 사건에서 보았듯이, 전학이나 졸업으로 처분의 효력이 소멸한 뒤에도 다툴 실익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면사과와 같은 조치는 일정한 요건에서 학교생활기록에 기재되거나 삭제 심의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처분의 외형이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장래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처분의 취소로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처분 통지 서류를 함께 살펴보는 학생과 보호자의 모습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발언 사건에서 실무상 다투는 지점은 결국 전파가능성과 특정·증명입니다. 발언이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학생이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이루어졌는지, 전파성이 높은 수단을 사용하였는지, 발언자가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를 사실관계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또한 발언의 내용과 경위가 처분서에 특정되어 있는지, 그 특정된 내용이 증거로 뒷받침되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증명책임이 처분청에 있으므로, 발언의 존재나 내용이 불분명하게 남아 있으면 그 불이익은 처분청이 지게 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다른 학생 본인이 아니라 그 부모를 욕했는데도 학교폭력이 되나요?
발언의 대상이 부모나 가족이더라도, 그 발언이 결과적으로 특정 학생에게 모욕감과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부모를 소재로 한 성적 발언은 그 자녀 자신을 향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개된 자리에서 이루어져 그 학생에게 전파·도달할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함께 판단됩니다.
Q. 피해학생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다른 친구에게만 말했는데도 학교폭력이 되나요?
피해학생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학생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였거나 그 내용이 다른 학생을 통해 피해학생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학교폭력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소수에게 한 말이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하는 전파가능성 이론을 학교폭력 판단에도 적용합니다. 직접 도달이나 적극적인 가해 의도가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비밀을 지키겠다는 친구와 둘만 나눈 대화였는데도 학교폭력인가요?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둘만의 대화로 이루어졌고, 상대가 비밀을 지키겠다고 하여 전달될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으며, 전파성이 높은 메신저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전파가능성이 부정되어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실제로 전달하였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도, 부정되는 것도 아니므로, 대화의 장소와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Q. 이미 전학을 갔는데도 처분을 다툴 실익이 있나요?
전학으로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더라도, 서면사과와 같은 조치는 이후 다른 학교폭력 사건이 생기면 학교생활기록에 기재되거나 삭제 기회를 잃는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분의 취소로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으면 소송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학 후에도 소의 이익을 인정하고 본안을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8. 정리

발언의 대상이 피해학생 본인이 아니라 그 부모나 가족이더라도, 그 발언이 특정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학교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성립과 불성립을 나누는 핵심 기준은 전파가능성입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여러 학생이 들을 수 있는 상태로 이루어져 피해학생에게 전파·도달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직접 도달이나 적극적인 가해 의도가 없어도 그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으로 인정됩니다. 반대로 비밀이 지켜지는 은밀한 사적 대화여서 전파가능성이 낮았거나, 발언의 내용과 경위가 특정·증명되지 않은 경우에는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처분이 취소됩니다. 여러 행위가 함께 문제된 경우에는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로 처분이 유지될 수 있으므로, 불복을 준비할 때에는 핵심 행위의 성립 여부와 조치 수위를 함께 다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례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발언의 장소와 경위, 전파가능성, 증거의 특정 정도를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학교폭력#학폭#학교폭력변호사#학교폭력전문변호사#전파가능성#공연성#패드립#성적발언#명예훼손#모욕#학교폭력해당성#피해자특정#서면사과#학교폭력행정소송#학폭위대응#학교폭력구제#부모대상발언#학교생활기록부#소의이익#학교폭력심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