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겪은 일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는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 보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자녀가 가해학생으로 지목되어 조치를 받았는데,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잘못 보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은 법원입니다. 그런데 법원에 가면 위원회의 판단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 뒤집어 주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취소합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위원회의 판단을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는지, 그 판단이 유지된 사례와 뒤집힌 사례를 나누어 살펴보고, 다투려는 학부모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심의위원회의 판단에는 교육적·전문적 재량이 인정되므로, 법원은 스스로 다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 판단이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만 심사합니다. 따라서 결론이 부당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처분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다만 위원회가 사실관계 자체를 잘못 인정했거나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는 법원이 그 처분을 취소합니다.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사안을 심의합니다. 위원회는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교육장에게 요청하고,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결정을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결정을 "학교폭력 아님(조치없음)"이라고 부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서면사과부터 퇴학처분까지 아홉 단계로 나뉘어 있고, 위원회가 그중 어느 조치를 요청할지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정해집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고, 제17조 제1항은 위원회가 가해학생에 대하여 요청할 수 있는 조치를 순서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조치없음이란 이 정의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었다고 위원회가 판단하여 제17조 제1항의 조치를 하나도 요청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조치없음 결정은 그 자체로 행정처분입니다.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이 구체적 사실에 관하여 법을 집행하여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신고한 학생 측은 조치없음 처분을 대상으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조치없음 처분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판례상 이미 명백하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때 소송의 구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해를 주장하며 신고한 학생 측이 "상대방의 행위는 학교폭력인데도 위원회가 이를 부정했다"라며 조치없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가해학생으로 지목되어 조치를 받은 학생이 "나는 학교폭력을 하지 않았는데 위원회가 사실을 잘못 인정했다"라며 자신에 대한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경우입니다. 본 글의 핵심 쟁점인 "위원회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판단"은 주로 앞의 구도에서 문제되지만, 뒤에서 보듯 하나의 사건에서 두 구도가 얽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이기려면 단순히 "위원회의 결론이 틀렸다"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위원회의 학교폭력 해당 여부 판단은 재량행위(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일정한 폭을 맡긴 행위)에 속하므로, 법원은 그 재량이 한계를 벗어났는지를 따지는 방식으로만 심사하기 때문입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법원이 취하는 태도는 대법원 판례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재량행위의 경우 법원이 행정청을 대신해 스스로 옳은 결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처분에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잘못 행사한 위법이 있는지만을 심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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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례는 도로점용 허가취소 사건에서 나온 것이지만, 재량행위 일반에 적용되는 심사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학교폭력 조치처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제로 여러 하급심이 학교폭력 사건에서 이 법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란 재량행위가 그 한계를 벗어났거나(일탈) 재량을 부여한 목적과 다르게 잘못 행사된 경우(남용)를 말하며, 사실오인·비례원칙 위반·평등원칙 위반 등이 그 판단의 대상이 됩니다.
이 법리가 학부모에게 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법원은 "내가 위원이었다면 학교폭력으로 보았을 것"이라는 식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위원회가 정해진 절차를 거쳐 내린 판단이라면, 그 판단이 사실을 잘못 본 것이거나 사회통념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을 원고가 구체적으로 밝혀야 비로소 처분이 취소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하급심은 위 대법원 법리를 학교폭력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합니다. 교육장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할 것인지는 교육장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하고, 그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는 학교폭력의 내용과 성질, 조치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학교폭력 조치의 취소를 구한 다른 행정소송에서도 확인되는데, 한 사건에서 법원은 같은 취지의 대법원 문언을 옮겨 법원이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재량권의 일탈·남용만 심사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하급심은 위원회의 판단을 "가급적 존중"한다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충실한 심의를 거쳐 의결하고 교육전문가인 교육장이 이를 바탕으로 처분했다면, 그 결정은 합리성이 현저히 결여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존중"이란 법원이 위원회의 판단을 무비판적으로 따른다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내린 판단에 명백한 잘못이 없으면 결론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뒤집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는 요청은 특히 어린 학생 사이의 사건에서 강하게 작동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연령에도 이르지 못한 학생의 경우, 그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볼 것인지에 관하여 법원은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학교폭력 해당성 자체를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고 밝힙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사이의 사건을 다룬 한 항소심 판결은, 형벌이나 보호처분을 연령으로 제한하는 이유가 그 연령에 이르지 못한 아동은 사물을 변별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특성에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러한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은 이어서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판시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의율하여 그에 대한 법률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위원회의 교육적·전문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사건 위원회의 의결 내지 이에 따른 피고의 처분에는 상당한 정도의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며, 그 판단에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등의 흠결이 없는 한 사법부가 이러한 판단을 뒤집는 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한 것입니다(). 이 문장은 본 글이 다루는 쟁점의 핵심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판단을 뒤집으려면 "현저히 불합리한 흠결"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법원이 위원회의 조치없음 판단을 존중해 청구를 기각한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결론이 유지된 이유를 사실관계와 함께 보면, 어떤 경우에 뒤집기가 어려운지가 드러납니다.
앞서 판시를 인용한 항소심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같은 초등학교 1학년 학급에 다니던 두 학생 사이에서 여러 행위가 있었고, 한 학생 측이 상대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였습니다. 신고된 행위는 다섯 가지였습니다. 상대 학생이 손을 잡고 교문 밖으로 나가려 한 행위(강요 주장), 시계를 집에 가져간 행위(절도 주장), 물건을 훔쳤다고 누명을 씌운 행위(명예훼손 주장), 가방에 다른 물건을 넣어 훔친 것처럼 만든 뒤 협박했다는 행위(강요 주장), 생식기를 만진 행위(성추행 주장)였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일부 행위가 있었던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고 두 학생 모두에게 조치없음 결정을 하였고, 신고한 학생 측이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건 당시 두 학생은 만 6세에서 7세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상태였고, 이 연령의 학생은 또래와 어울리며 규칙을 배워 가는 시작점에 서 있으므로 그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포섭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교문 밖으로 나간 행위는 폐쇄회로 영상에서 강제로 끌고 나간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시계 문제는 빌려주었다는 상대방 진술을 거짓으로 단정할 자료가 없었으며, 누명·협박 부분은 담임 지도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미루며 일어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생식기를 만진 행위는 부적절하지만 상대 학생의 경위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성적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위원회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판단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법원은 다섯 행위를 하나씩 검토하면서도, 결론에 이르러서는 어린 나이와 발생 경위를 종합할 때 위원회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신고한 학생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곧 상대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의율할 정도의 가벌성·불법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연령이 올라가면 판단의 초점은 발달 단계보다 진술과 증거의 신빙성으로 옮겨 갑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던 동급생을 성추행과 모욕 등 일곱 가지 행위로 신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장은 접촉·협박·보복을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먼저 했지만, 심의위원회는 신고된 행위 대부분이 학생 사이 진술이 서로 다르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조치없음을 의결하였습니다. 신고한 학생 측은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진술의 증명력에 있었습니다. 신고된 행위 중 상당수는 구체적 일시·장소를 특정하기 어렵고 행위의 전후 맥락도 알 수 없어,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지었다는 식의 주관적 인상만으로는 학교폭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폐쇄회로 영상을 살펴도 추행으로 볼 만한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고, 관련 형사 고소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되고 소년보호사건에서는 심리불개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항소심은, 위원회가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밝히면서, 이 처분이 현저히 사회적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앞의 초등학교 사건과 사실관계가 전혀 다르지만 결론에 이르는 논리는 같습니다. 위원회가 진술의 신빙성을 낮게 보아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을 뒤집으려는 쪽이 진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법원은 위원회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장난과 학교폭력의 경계가 문제된 사례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두 학생이 실내화 주머니를 휘두르거나 물을 뿌리는 등 서로 장난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겼고, 한 학생 측이 상대를 신고했으나 위원회는 조치없음 결정을 했습니다. 신고한 학생 측은 위원들이 "단순 장난"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심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두 학생은 평소에도 서로 장난을 자주 치는 사이였고, 문제된 행위들은 또래 남학생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짓궂은 장난 내지 경미한 다툼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재량권 일탈·남용의 판단 기준을 명확한 문장으로 제시하고 있어 참고할 만합니다. 위원회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한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학생의 보호뿐 아니라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의 선도·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하고, 특히 어린 학생은 사회규범을 익히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든 것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위원회 판단이 유지된 사례는 더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 사이의 사건에서 조치없음 처분의 취소를 구한 청구를 기각한 은, 위원회가 재량 범위 안에서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의결하고 교육장이 이를 결정했다면 그 결정은 합리성이 현저하게 결여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 사이의 사건에서 조치없음 처분을 다툰 청구를 기각한 역시, 위원회가 사실을 오인했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학교폭력 조치나 조치없음 처분을 다투는 취소소송에서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어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가 전체의 약 3분의 2에 이르고,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는 그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위에서 본 재량 존중의 법리가 실제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학교폭력 처분 취소소송의 결과 분포입니다.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원회가 사실관계 자체를 잘못 인정했다면, 그 판단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취소의 대상이 됩니다.
한 사건을 봅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를 학교폭력으로 맞신고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학생은 상대 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을 강요하고 모욕했다고 신고했고, 상대 학생들은 그 학생이 자신들에 대해 허위사실과 모욕적 발언을 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신고한 학생에게는 사회봉사 등 조치를 하고, 상대 학생들에게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치없음 결정을 했습니다. 즉 위원회의 판단대로라면 처음 피해를 호소한 학생이 오히려 가해학생이 된 셈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판단을 모두 뒤집어 두 처분을 함께 취소했습니다. 이유는 위원회가 근거로 삼은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데 있었습니다. 상대 학생 중 한 명이 자신의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우리 진술서도 맞춰서 썼는데"라는 취지의 내용이 있어 목격자 진술을 왜곡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 학생들은 별개의 학교폭력 사안에서도 같은 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했다가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 전력이 있었습니다. 반면 상대 학생들이 무릎을 꿇도록 요구하는 메시지("낼까지 사과해야 하는 거 알지" 등)는 실제로 확인되었고, 이들은 공동강요 혐의로 소년보호처분까지 받아 그 결정이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위원회가 "그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오인하여" 처분을 내린 것이므로 조치없음 처분과 조치 처분이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위원회 판단이 뒤집히는 전형을 보여 줍니다. 법원이 위원회와 결론을 달리한 것은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바꾸었기 때문이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이라는 사실인정의 기초가 잘못되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재량 존중의 원칙은 위원회가 사실을 제대로 본 것을 전제로 하며,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으면 존중의 근거도 사라집니다.
법원이 위원회의 판단을 뒤집는 근거는 대법원 판례에서 도출됩니다. 대법원은 재량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는 경우 그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14247 판결). 재량행위라고 해서 그 판단의 밑바탕이 된 사실까지 법원이 손댈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실을 잘못 본 재량행사는 취소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10두21204 판결도 재량권 일탈·남용의 심사 대상으로 "사실오인"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행정심판 단계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됩니다. 한 사건에서는 행정심판위원회가 원래의 조치를 더 무거운 처분으로 변경하는 재결을 하면서, 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행위까지 사건 개요에 포함해 판단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법원은 이처럼 인정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한 재결은 재량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는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그 재결을 취소했습니다(). 위원회든 행정심판위원회든, 판단의 밑바탕이 된 사실이 실제와 다르면 그 결론은 법원에서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조치없음 판단을 다투는 사건에서는 다음 두 가지 인접 쟁점이 자주 함께 문제됩니다.
같은 행위가 형사 절차와 학교폭력 절차에서 동시에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중학생 성추행 사건에서는 형사 고소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되고 소년보호사건에서 심리불개시결정이 내려진 사정이 위원회의 조치없음 판단을 유지하는 근거의 하나로 쓰였습니다. 반대로 앞의 맞신고 사건에서는 상대 학생들이 공동강요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확정된 사실이 위원회의 조치없음 판단을 뒤집는 유력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형사나 소년보호 절차의 결과가 학교폭력 판단을 자동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학교폭력예방법의 기준에 따라 판단됩니다. 다만 형사·소년보호 절차에서 확정된 사실인정은 학교폭력 사건의 사실인정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작용하므로, 관련 절차의 진행 경과와 그 결과를 확보해 두는 것이 다툼에서 중요합니다.
조치없음 처분에 불복하는 방법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입니다. 두 절차를 반드시 순서대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불복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다시 90일이 기산됩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다툴 기회를 잃게 되므로, 결정 통지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을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조치없음 처분을 다투기로 했다면, 위원회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위에서 본 사례들이 보여 주듯, 승패는 대체로 진술과 객관적 증거의 신빙성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위원회 판단이 유지된 경우와 뒤집힌 경우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유지된 경우(뒤집기 어려움) | 뒤집힌 경우(취소) |
|---|---|---|
| 사실인정 | 진술이 서로 다르고 객관적 증거 부족 | 진술 조작 정황, 확정된 사실과 배치 |
| 주장 근거 | 주관적 느낌·결론만 부당하다는 주장 | 사실오인·현저한 불합리를 구체적으로 입증 |
| 연령·경위 | 어린 학생의 우발적·장난성 행위 | 연령을 감안해도 가벌성 있는 행위 |
| 관련 절차 | 형사 혐의없음·심리불개시 | 형사·소년보호에서 사실 확정 |
표: 위원회의 학교폭력 판단이 유지되거나 뒤집히는 갈래를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재량권 일탈·남용이란 처분이 그 한계를 벗어났거나 재량을 부여한 목적과 다르게 잘못 행사된 경우를 말하고, 학교폭력 조치없음 판단에서는 주로 사실오인이 그 통로가 됩니다. 다투려는 쪽은 결론이 부당하다는 인상이 아니라, 위원회가 어떤 사실을 어떻게 잘못 보았는지를 자료로 짚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심의위원회의 판단은 교육적·전문적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위원회를 대신해 다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 판단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만을 심사하며 현저히 불합리한 흠결이 없는 한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위원회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판단을 뒤집으려면, 단순히 결론이 억울하다는 것을 넘어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잘못 인정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밝혀야 합니다. 반대로 위원회의 사실인정에 오류가 있다면, 그 판단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취소의 대상이 됩니다. 조치없음 결정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위원회가 어떤 자료로 판단했는지를 확인하고 불복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례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