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가해학생 측이 "그 학생도 먼저 시비를 걸었다", "맞대응을 했다"며 배상액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해학생 측에서는 피해학생에게도 잘못이 있는데 전액을 물어야 하는지 묻습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피해학생의 과실을 이유로 배상액이 줄어드는 과실상계가 어떤 경우에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배척되는지, 고의로 폭력을 행사한 가해학생도 이를 주장할 수 있는지, 나이 어린 피해학생에게 과실을 물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부모의 감독 소홀이 어떻게 참작되는지를 판례를 통해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학생이 먼저 도발하거나 싸움에 응하는 등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된 사정이 있으면 그 정도에 따라 배상액이 20퍼센트에서 40퍼센트가량 줄어들 수 있고, 피해학생 부모의 감독 소홀도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됩니다. 다만 가해행위를 유발할 정도의 잘못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피해학생의 행위가 폭력을 막기 위한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면 배상액은 줄어들지 않으며, 특히 고의로 폭력을 행사한 가해학생 본인은 피해학생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깎아 달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과실상계란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는 경우 법원이 배상책임의 존부와 금액을 정하면서 그 잘못을 참작하여 배상액을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 제396조가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이를 정하고 있고, 제763조가 이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합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불법행위 책임이므로 이 준용 규정을 통해 과실상계가 적용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피해자의 과실은 가해자의 과실과 성질이 다릅니다. 가해자의 과실은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지만, 피해자의 과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통상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한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피해자의 사소한 부주의라도 그것이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되었다면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그 취지와 법원의 심리 방식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상의 과실상계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손해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민법상의 과실상계제도는 채권자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의 발생에 관한 채권자의 그와 같은 부주의를 참작하게 하려는 것이므로 단순한 부주의라도 그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을 이루었다면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고, 손해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이 판시에서 실무상 중요한 대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피해자의 잘못이 중대한 위법행위일 필요가 없고 단순한 부주의로도 충분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 측이 과실상계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소송에 제출된 자료에서 피해자의 과실이 보이면 법원이 스스로 이를 심리하여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상대방이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더라도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실상계는 인정된 손해액 전체에 책임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손해가 1,000만 원으로 인정되고 피해자 과실이 20퍼센트로 평가되면 가해자가 배상할 금액은 800만 원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피해자의 과실을 몇 퍼센트로 본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몇 퍼센트로 제한한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두 표현은 같은 내용을 반대 방향에서 말한 것입니다. 뒤에서 보듯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 과실이 2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사이로 인정된 예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피해학생이 먼저 상대를 자극한 경우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점심시간에 체육관에서 3학년 학생에게 인사했으나 응대를 받지 못하자 불만을 품고 그 학생이 듣는 자리에서 욕설을 하였고, 이에 3학년 학생이 목을 조르고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때려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치아 파절 등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학생이 혼잣말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상급생 면전에서 욕설을 하자마자 상대가 이를 듣고 말다툼이 벌어진 점에 비추어 들을 것을 알면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별다른 이유 없이 먼저 욕설을 하여 폭행을 유발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가해학생의 책임을 8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피해학생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결정을 하고 가해학생에게만 사회봉사 등의 조치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절차에서 피해학생으로만 인정되었더라도 민사 소송에서는 별도로 과실이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와 어떤 조치를 할지를 판단하는 절차이고, 민사 과실상계는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시키기 위한 별개의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도발이 반드시 사건 당일의 언동일 필요도 없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의 휴대폰을 가져가고 옷에 붙은 상표를 떼어내며 에어팟을 꺼내 손괴하고 어깨를 때려 2주간의 안정가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 역시 가해학생의 휴대폰을 가져갔다가 돌려주고 문자로 욕설을 하는 등으로 관계를 악화시켜 가해행위를 유발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책임을 8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사건 전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과실상계의 증거가 된 사례입니다.
피해학생이 상대의 공격에 물리적으로 맞대응한 경우에도 과실이 인정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동급생 사이에서 험담을 이유로 불러내 언쟁을 벌이다가 놀이터에서 싸움이 벌어져 피해학생이 코 골절과 왼쪽 눈의 망막박리, 백내장 등의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 역시 폭행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고 폭행이 발생하게 된 데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아 가해학생과 그 부모의 책임을 8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먼저 손을 댄 쪽이 가해학생이더라도 결과는 같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운동장 사용 문제로 시비가 붙어 말다툼을 하다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팔을 잡자 피해학생이 그 학생의 정강이를 발로 찼고, 이후 가해학생이 쇠막대기로 위협하고 멱살을 잡아 얼굴을 때려 코뼈가 부러진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이 정강이를 찬 점과 쌍방 폭력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가해행위와 피해학생의 행위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었다고 보아 책임을 8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상대가 먼저 신체에 손을 댄 상황에서 나온 대응이었는데도 과실이 인정된 것입니다.
갈등 관계를 알면서 상대에게 다가간 행위가 참작되기도 합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전 남자친구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던 중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서로 머리채를 잡는 다툼이 벌어져 피해학생이 눈 주위 타박상을 입은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피해학생이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상대에게 다가가 자극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해학생 역시 대항하여 머리채를 잡은 점을 들어 가해학생과 그 부모의 책임을 6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피해학생의 과실은 도발이나 맞대응 같은 적극적 행위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피하거나 교사에게 알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부작위도 과실로 평가됩니다.
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 학생 사이에서 피해학생이 상대를 별명으로 놀린 것이 발단이 되어 시비가 붙었고, 수업 중 화장실에서 말다툼을 하며 서로 먼저 치라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저녁 무렵 가정실 앞에서 다시 실랑이 끝에 가해학생이 주먹과 발로 때려 피해학생이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눈 확벽 골절과 광대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학생에게도 사고를 일부 유발한 면이 있고, 시비가 붙은 후 싸울지를 두고 두 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하였으므로 그 사이에 교사에게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싸움에 응하다가 손해가 확대되었다고 보아 과실비율을 20퍼센트로 정하였습니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 신고 부작위를 과실로 평가한 전제가 되었습니다.
폭행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응한 사정이 참작된 예도 있습니다. 중학생 사이에서 피해학생이 청소시간에 가해학생이 올라가 있던 의자를 발로 밀어 넘어뜨렸고, 이에 화가 난 가해학생이 화장실로 불러내 폭행하여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에게 폭행을 유발한 잘못과 함께 그 자리를 피하거나 다른 학생이나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사건의 발생을 막거나 손해의 확대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순순히 요구에 따라 폭행을 당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과실비율을 40퍼센트로 정하였습니다. 도발과 회피 의무 위반이 함께 인정되어 감액 폭이 커진 사례입니다.

피해학생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해서 언제나 배상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그 잘못이 가해행위를 유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교 악대부에서 선배가 후배들이 평소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멘트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발로 차고 나무 책상다리로 여러 차례 때린 사건에서, 가해자 측은 후배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연습을 소홀히 했다며 과실상계를 주장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선배들의 지시를 어기고 연주연습을 다소 소홀히 한 면이 있다 하여도 이는 위 원고가 허리가 아파서 그랬던 것으로 보이고"라고 보아, "구타행위를 유발시킬 정도의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에는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선배들의 지시를 어기고 연주연습을 다소 소홀히 한 면이 있다 하여도 이는 위 원고가 허리가 아파서 그랬던 것으로 보이고”
이 판시는 과실상계를 다투는 양쪽 모두에게 기준이 됩니다. 가해학생 측이 "피해학생도 평소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규칙을 어겼다"는 식의 사정을 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정이 문제된 가해행위를 불러올 만한 것이었는지가 구체적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지적된 사정이 가해행위와 직접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또는 그럴 만한 사정이 따로 있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피해학생이 반격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이 진행 중인 폭력을 중단시키기 위한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면 피해자 측의 잘못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중학교 3학년 동급생 사이에서 가해학생이 몇 달에 걸쳐 외모를 놀리며 괴롭히다가 체육관에서 계속 물을 뿌렸고, 피해학생이 하지 말라며 욕을 하고 어깨를 잡자 체육복을 들어 올려 머리를 감싸고 머리채를 잡아 끌고 다니며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코뼈 골절과 뇌진탕을 입힌 사건이 있습니다.
가해학생 측은 피해학생의 욕설과 어깨를 잡은 행위를 문제 삼아 반소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행위가 가해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소극적인 방어행위이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 범위를 넘어 피해학생이 상대에게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반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본소에서도 배상액을 줄이지 않고 피해학생과 부모가 입은 손해 전부를 배상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물을 뿌리는 괴롭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하지 말라며 어깨를 잡은 정도는 배상액을 줄일 만한 피해자의 잘못 자체로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과실상계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법리는,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깎아 달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방심한 틈을 노려 고의로 가해한 사람이 바로 그 방심을 이유로 감액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나,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의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나, 이는 그러한 사유가 있는 자에게 과실상계의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기 때문이므로, 불법행위자 중의 일부에게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없는 다른 불법행위자까지도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이 법리가 학교폭력 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판결이 있습니다. 중학생인 피해학생이 여러 학생들로부터 4개월 이상에 걸쳐 교실과 복도 등에서 반복적으로 폭행과 공갈을 당하고 학교 밖에서 성폭력 피해까지 입은 사건에서, 피고는 가해학생 5명과 그 부모 10명, 담임교사, 지방자치단체였습니다. 가해학생들도 피해학생의 과실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학생들의 과실상계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배척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해학생들은 손해 전부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감독의무 위반이 문제된 지방자치단체와 담임교사, 가해학생 부모들에 대해서만 책임이 70퍼센트로 제한되었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된 사정은 부모와 피해학생 본인의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성폭력 피해의 상당 부분이 피해학생의 집에서 일어났는데도 부모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였고,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이 있었음에도 감독과 관찰을 특별히 강화하거나 그 사정을 교사들에게 즉시 알리지 않은 점, 피해학생도 피해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고 여러 차례 상담을 받으면서 오히려 피해 사실을 부인하여 감독의무자들이 즉시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점을 들어, 이러한 피해자 측의 과실이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누구를 상대로 청구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직접 폭력을 행사한 가해학생에게는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않아 손해 전부를 청구할 수 있지만, 학교나 지방자치단체,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를 상대로 하는 청구에서는 같은 사정으로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피해학생이 초등학생처럼 어린 경우, 그 학생에게 과실을 따질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여기서 필요한 능력은 스스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데 필요한 책임능력과 다릅니다. 책임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법률상 책임을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을 말하고 통상 중학생 정도면 인정되는데, 과실상계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그보다 낮은 수준인 사리변식능력, 즉 무엇이 위험한지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이면 충분합니다.
대법원은 "과실능력은 피해자인 미성년자에게 사리를 변식함에 족한 지능을 구유하고 있으면 족한 것이고, 행위의 책임을 변식함에 족한 지능을 구유함을 요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과실능력은 피해자인 미성년자에게 사리를 변식함에 족한 지능을 구유하고 있으면 족한 것이고, 행위의 책임을 변식함에 족한 지능을 구유함을 요하지 아니한다”
어느 정도 나이면 이 능력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도 대법원의 판단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 8세인 미성년자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능력은 없어도 사리를 변식할 능력있다 할 것이어서 피해자로서의 소위 과실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능력은 없어도 사리를 변식할 능력있다 할 것이어서 피해자로서의 소위 과실능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
초등학생이라도 위험을 알아볼 수 있는 나이라면 그 행동이 과실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사건에서 피해학생의 과거 행동이 과실로 평가된 것도 이러한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다만 이는 어린 학생에게 어른과 같은 주의를 요구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원은 과실비율을 정하면서 피해학생의 나이와 관계, 사건의 경위를 함께 고려하므로, 나이가 어릴수록 같은 행동이라도 과실로 평가되는 정도는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과실상계에서 참작되는 과실은 피해자 본인의 것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와 신분상 또는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사람의 과실도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성년 자녀와 부모는 이러한 관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이유가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담시키고자 함에 있는 이상,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뿐 아니라 그와 신분상 내지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이유가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담시키고자 함에 있는 이상,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뿐 아니라 그와 신분상 내지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피해자측의 과실로서 참작되어야 할 것”
앞의 성폭력 피해 사건에서 부모가 의심 정황을 알고도 감독을 강화하거나 교사에게 알리지 않은 점이 참작된 것이 이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부모의 감독 소홀이 감액에 반영된 또 다른 예로,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특수교육을 받던 학교에서 일반 중학교로 전학한 뒤 동급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졸업식 전날 산으로 끌려가 30여 분간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어머니가 오랜 기간 특수교육을 받아온 자녀를 환경이 전혀 다른 일반학교로 전학시켜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고도 그에 대한 관찰이나 보호·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아 이를 참작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배상책임이 손해의 30퍼센트로 제한된 것은 부모의 과실 때문만이 아닙니다. 법원은 피해학생의 정신적 피해가 이 사건 가해행위뿐 아니라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다른 두 차례의 폭행이 중첩되어 발생하였고, 그 다른 폭행 역시 피해학생의 기왕증 악화에 상당한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먼저 들었습니다. 즉 감액에는 피해자 측 과실뿐 아니라 가해행위가 손해에 기여한 정도도 함께 반영됩니다. 참고로 이 사건 제1심은 책임을 20퍼센트로 제한하였는데 항소심이 30퍼센트로 올렸습니다. 과실비율은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심급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배상액을 계산할 때에는 과실상계와 별도로, 피해자가 이미 받은 돈을 빼는 공제가 이루어집니다. 형사 사건에서 받은 합의금이나 공탁금,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받은 급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때 순서가 중요합니다. 법원은 인정된 손해액에 책임비율을 먼저 곱한 다음, 그 금액에서 이미 받은 돈을 공제합니다. 앞의 장애학생 사건에서도 법원은 치료비 합계 약 736만 원에 책임비율 30퍼센트를 적용한 뒤 그 금액에서 가해학생 측이 공탁한 500만 원을 공제하여, 재산상 손해로 지급할 금액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손해액에서 받은 돈을 먼저 빼고 그 나머지에 책임비율을 곱한다면 배상액이 더 커지지만, 판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이미 받은 돈은 가해자의 책임 범위 안에서 변제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두 단계가 겹치면 청구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앞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사건에서 법원은 재산상 손해에 책임비율을 적용한 뒤, 가해학생 측이 이미 지급한 치료비와 형사 공탁금 2,000만 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위자료 채권과 상계하여, 결국 피해학생이 청구할 채권이 남아 있지 않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과실상계 자체는 20퍼센트에 그쳤지만 공제가 겹쳐 실제로 받을 돈이 없어진 것입니다. 소송을 준비할 때 이미 오간 금액을 정확히 정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쌍방이 다툰 사건에서 가해학생 측이 "우리 아이도 다쳤으니 그만큼 빼자"며 상계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해서는 상계로 대항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이 서로 상해를 가한 싸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며(민법 제496조), 이는 그 자동채권이 동시에 행하여진 싸움에서 서로 상해를 가한 경우와 같이 동일한 사안에서 발생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며(민법 제496조), 이는 그 자동채권이 동시에 행하여진 싸움에서 서로 상해를 가한 경우와 같이 동일한 사안에서 발생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앞의 지하철역 사건에서도 가해학생 측이 자신이 입은 상해를 들어 상계를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 법리에 따라 배척하였습니다. 서로 다친 쌍방 사건에서 상대의 피해는 상계가 아니라 과실상계를 통해 배상액 산정에 반영되고, 자신의 피해를 따로 배상받으려면 별도로 청구해야 합니다. 참고로 그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이 학교폭력 신고와 형사고소 과정에서 지출한 변호사 보수 600만 원을 가해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인정하고, 여기에도 책임비율 60퍼센트를 적용하였습니다.
실무에서 과실상계는 치료비나 일실수입 같은 재산상 손해에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위자료에는 비율을 곱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정하면서 피해자의 과실 정도를 여러 참작 사유 가운데 하나로 반영합니다. 앞서 본 사건들에서도 재산상 손해에는 60퍼센트나 80퍼센트의 비율이 적용되었으나 위자료는 별도로 액수가 정해졌습니다. 따라서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재산상 손해가 과실상계로 줄어들더라도 위자료 산정 단계에서 가해행위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를 충실히 주장할 실익이 있습니다.
| 구분 | 판단의 기준 |
|---|---|
| 과실이 인정되는 유형 | 먼저 도발·욕설로 유발, 싸움에 응하거나 맞대응, 피하거나 교사에게 알릴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음 |
| 과실이 부정되는 경우 | 가해행위를 유발할 정도의 잘못이 아닌 때, 폭력을 막기 위한 소극적 방어에 그친 때 |
| 주장할 수 있는 사람 | 고의로 폭력을 행사한 가해학생은 주장 불가, 감독의무자인 부모·학교·지자체는 주장 가능 |
| 어린 피해학생 | 책임능력은 불요, 위험을 알아볼 수 있는 사리변식능력이면 과실 참작 가능 |
| 부모의 감독 소홀 | 피해자 측 과실로 참작, 다만 가해행위가 손해에 기여한 정도도 함께 반영 |
| 계산 순서 | 손해액에 책임비율을 곱한 뒤 합의금·공탁금·공제회 급여를 공제, 위자료는 비율 대신 참작 |
표: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과실상계의 판단 기준

[데이터] 본 글에서 살펴본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놓고 보면, 가해자 측 책임이 80퍼센트로 제한된 경우가 가장 많고, 6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제한된 경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피해학생 측의 사정이 참작되더라도 감액 폭은 2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사이에 놓이는 경우가 많으며, 소극적 방어에 그친 경우에는 감액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피해학생에게도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된 사정이 있으면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먼저 도발하거나 욕설로 시비를 유발한 경우, 싸움에 응하거나 맞대응한 경우, 피하거나 교사에게 알려 막을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며, 판례에서 인정된 감액 폭은 대체로 2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사이입니다. 법원은 가해자 측이 주장하지 않아도 이를 직권으로 심리하므로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피해학생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잘못이 가해행위를 유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폭력을 막기 위한 소극적 방어에 그쳤다면 배상액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고의로 폭력을 행사한 가해학생 본인은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없어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며, 감액은 감독의무가 문제되는 부모나 학교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어린 학생이라도 위험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이 있으면 과실이 참작될 수 있고, 부모의 감독 소홀도 피해자 측 과실로 반영됩니다. 배상액은 책임비율을 곱한 뒤 이미 받은 합의금이나 공제회 급여를 빼는 순서로 정해지므로, 소송을 준비할 때에는 사건의 경위와 당시 대응, 이미 오간 금액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