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해학생 측이 자주 하는 항변 가운데 하나가 상대에게도 받을 돈이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몸싸움을 하다가 자신도 다쳤으니 그 치료비와 위자료를 상대의 배상 청구와 맞비겨 없애자는 주장, 즉 상계 항변입니다. 손해배상액이 크게 인정된 사건일수록 이 항변으로 실제 지급액을 줄이려는 시도가 나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처럼 고의로 이루어진 가해행위의 손해배상 채무에는 법률이 상계를 막아 두고 있습니다. 본 글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를 상대 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상계가 금지되고 어떤 경우에 문제되지 않는지를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과 같이 고의의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배상 채무는 가해자가 상대에 대한 다른 채권을 내세워 상계로 면할 수 없습니다. 민법이 고의의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고 상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금지는 갚아야 할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때 적용되는 것이고, 피해자에게도 싸움을 유발한 잘못이 있으면 과실상계로 배상액이 줄어드는 것은 상계 금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계란 서로 같은 종류의 채권을 가진 두 사람이 그 채권과 채무를 대등한 액수에서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100만 원을 받을 것이 있고 을도 갑에게 100만 원을 받을 것이 있으면, 한쪽이 상계의 의사를 표시해 두 채권을 함께 없앨 수 있습니다. 이때 상계를 하려는 사람이 가진 채권을 자동채권, 상계로 소멸되는 상대의 채권을 수동채권이라고 합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계 항변은 피고가 자신도 원고에게 받을 채권이 있다며 그 채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맞비기자고 주장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상계가 인정되면 피고는 그만큼 현실적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배상액을 줄이는 수단이 됩니다.
그런데 민법은 갚아야 할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때에는 그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고의로 남에게 손해를 입힌 사람은 그 배상 채무를 상계로 없앨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의 상당수는 때리거나 괴롭히려는 의사를 가지고 한 고의의 가해행위이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는 이 상계 금지의 대상이 됩니다.
현행 민법(2026. 3. 17. 시행 기준) 제496조는 상계가 금지되는 대상을 수동채권, 즉 상계로 소멸되는 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인 경우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의로 가해행위를 한 사람이 자신의 배상 채무를 상대의 다른 채권과 상계하려 할 때 그 상계가 막힌다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계 항변이 제기되면, 법원은 먼저 그 배상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하고, 고의가 인정되면 항변의 당부를 따지기에 앞서 상계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496조가 고의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에 대한 상계를 금지하는 취지를 두 가지로 밝히고 있습니다. 하나는 고의의 불법행위를 유발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가 실제로 배상을 받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민법 제496조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는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허용한다면 고의로 불법행위를 한 자가 상계권행사로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됨으로써 보복적 불법행위를 유발하게 될 우려가 있고,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계권 행사로 인하여 현실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됨은 사회적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하므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을 방지함과 아울러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데 있는바, 이 같은 입법취지나 적용결과에 비추어 볼 때 고의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상계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에 인한 손해배상채권에까지 유추 또는 확장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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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단은 상계를 허용할 경우 가해자가 돈을 실제로 내지 않고도 배상 의무를 벗어나게 되어, 상대를 다치게 하고도 자신이 받을 돈으로 맞비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판결로 배상액을 인정받고도 상계 때문에 현실의 돈을 손에 쥐지 못하면 구제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고의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상계라는 편의를 허용하지 않고 현실의 변제를 강제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사건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여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을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둥글게 에워싼 뒤 한 명과 일대일로 싸우도록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학생은 얼굴을 여러 차례 맞아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코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가해학생 측은 무릎을 꿇리고 사과를 강요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유포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의위원회의 징계처분과 행정심판, 소년보호처분을 거쳐 손해배상 소송에 이르렀고, 법원은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쳐 3,200만 원이 넘는 배상을 명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해학생 한 명은 자신도 피해학생에게 맞아 상해를 입었다며, 그 치료비와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 채권으로 원고의 청구채권을 상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이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첫째로 피해학생이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대항하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해를 입혔더라도 이는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애초에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아 상계할 채권 자체가 없고, 둘째로 가해학생의 손해배상 채무는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어서 민법 제496조에 따라 상계가 금지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상계 항변은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상계 금지는 상해의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른 사건에서는 두 학생이 운동장에서 시소를 타던 다른 학생의 맞은편에 앉아, 그만하라는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또는 둘이 힘을 합쳐 시소를 세게 눌러 상대를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피해학생은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아 조치했습니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해학생 측은 피해학생의 가족도 자신을 폭행해 손해배상 채권이 생겼다며 그 채권으로 상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가해행위가 상대가 계속 그만하라고 표시했음에도 반복하거나 힘을 합쳐 시소를 눌러 떨어뜨린 고의의 불법행위임을 확인한 뒤, 고의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채무에 대해서는 상계가 금지되므로 이러한 채권에 대한 상계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의로 상대를 다치게 한 이상, 상대에 대한 다른 채권을 들어 배상을 맞비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계 금지의 법리는 여러 하급심에서 반복됩니다. 폭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민법 제496조에 따라 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 고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될 수 없다고 명시한 판결()이 그러합니다. 나아가 민법 제496조는 당사자가 마음대로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므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을 상계로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결정도 있습니다(). 상계 금지가 폭넓게 관철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상계 금지가 모든 손해배상 채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496조는 갚아야 할 채무, 즉 수동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때 상계를 막는 규정입니다. 따라서 그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먼저 채무가 고의가 아니라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에서 생긴 것이라면 이 상계 금지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제496조의 상계 금지를 중과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에까지 넓혀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주의로 남을 다치게 한 경우와 일부러 남을 해친 경우를 같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규정은 수동채권이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일 때를 막는 것이므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쪽이 자신의 고의 불법행위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상계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법원은 겉으로는 고의의 불법행위 채권이 아니더라도 실질이 그와 같다고 평가되는 특수한 경우에는 제496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 이 규정의 취지를 회피하려는 시도에는 경계를 두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다204696 판결).
상계 금지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과실상계입니다. 과실상계란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그 사정을 참작해 배상액을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가해자의 채무를 다른 채권으로 맞비기는 상계와는 전혀 다른 제도이고, 상계 금지의 대상도 아닙니다. 학생들 사이의 다툼에서 피해학생에게도 싸움을 유발하거나 손해를 키운 잘못이 있으면 그 사정이 배상액 산정에 참작될 수 있습니다. 과실상계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참작할 수 있으며, 대법원은 가해자 가운데 고의로 행위한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다른 불법행위자에 대한 과실상계 주장까지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36 판결). 결국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는 상계로 면할 수 없지만, 피해자에게도 손해에 기여한 잘못이 있으면 그만큼 배상액이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
피해자 측의 도발이 두드러지면 배상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합니다. 한 사건에서 학생 두 명이 교실에서 말다툼 끝에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싸움을 벌였고, 한 학생은 학교의 중재로 화해를 약속하고도 이틀 뒤 상대에게 싸움을 다시 걸어 일방적으로 보복 폭행을 했습니다. 법원은 이 학생이 2차 폭행과 도발을 일으킨 주체로서 원인 제공과 책임의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학교가 싸움을 예방하거나 차단하지 못한 과실로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상계 금지는 배상 책임이 성립한 뒤 그 채무를 맞비길 수 있는지의 문제이므로, 이처럼 도발과 쌍방 다툼으로 책임 성립 자체가 부정되는 국면과는 층위가 다릅니다.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되기도 합니다. 학교안전공제회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피해학생의 치료비를 지급한 뒤 가해학생의 보호자에게 구상한 사건에서, 법원은 사건의 경위와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호자의 책임을 일부 제한하고 그 초과 부분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책임 제한 역시 배상액의 크기를 정하는 문제일 뿐, 고의의 불법행위 채무를 상계로 소멸시키는 것과는 구분됩니다.
앞의 집단폭행 사건에서 법원이 상계 항변을 배척한 첫 번째 이유는, 피해학생이 폭행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해를 입혔더라도 그 반격이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법성이 조각되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가해학생에게는 상계에 쓸 자동채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대법원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도 실제로는 한쪽의 일방적인 불법한 공격에 대한 저항수단인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봅니다.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지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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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폭행을 당하던 학생이 벗어나려고 상대를 밀치거나 손을 대는 정도의 대응은 새로운 공격이 아니라 소극적 방어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이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해학생이 자신도 맞았다며 상계를 주장해도, 그 채권이 정당방위에 의한 반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상계의 전제인 자동채권이 없어 항변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계 금지의 법리에 이르기 전에 이미 상계할 채권이 없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는 직접 손을 대지 않은 학생도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법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하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교사자나 방조자도 공동행위자로 봅니다.
한 사건에서 다수의 학생이 두 학생의 싸움을 직접적으로 부추기거나, 가까이에서 구경하며 장소를 옮길 때에도 따라가 플래시를 비추고 촬영하는 등으로 동조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피해학생에 대한 폭행 내지 폭행교사 또는 폭행방조의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직접 때리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그 부모들의 감독책임까지 함께 인정했습니다(). 싸움을 부추기거나 에워싸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촬영해 유포하는 행위는 폭행을 용이하게 한 것이므로 방조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앞의 집단폭행 사건에서 링처럼 둘러싸 밀어 준 학생들에게 책임이 인정된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공동불법행위로 책임을 지는 학생들의 배상 채무 역시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상계로 면할 수 없습니다.
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앞선 절차의 결과가 사실인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심의위원회의 징계처분, 그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결과, 소년보호사건의 진행 경과가 가해행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건에서 법원은 심의위원회의 처분, 관련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의 경과, 소년보호사건의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해, 증거가 부족한 일부 행위는 불법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책임을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앞의 집단폭행 사건에서도 법원은 심의위원회의 징계처분, 행정심판의 기각, 법원의 보호처분에서 인정된 사실을 종합해 가해학생 측의 억울하다는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이러한 절차의 결과가 민사 법원을 곧바로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같은 방향으로 맞물릴수록 불법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따라서 심의 단계와 행정 불복 단계에서의 대응이 이후 손해배상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학교폭력 민사 손해배상 청구의 결과 분포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상계가 금지되는 경우와 배상액이 조정되는 경우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내용 | 효과 |
|---|---|---|
| 상계 금지(민법 제496조) | 갚을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 | 상대 채권으로 맞비겨 면할 수 없음 |
| 과실상계·책임제한 | 피해자의 도발·부주의가 손해에 기여 | 배상액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음 |
| 위법성 조각(정당방위) | 일방적 공격에 대한 소극적 방어 | 반격에 대한 배상 채권 자체가 없음 |
|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 | 부추김·구경·촬영 등 방조 | 직접 때리지 않아도 연대 책임 |
표: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상계 금지와 배상액 조정의 국면을 구분한 것입니다.
상계 금지는 배상 책임이 성립한 뒤 그 채무를 맞비겨 없앨 수 있는지의 문제이고,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은 성립한 책임의 크기를 정하는 문제입니다. 두 국면은 다투는 층위가 다르므로, 소송에서는 어느 국면의 문제인지를 먼저 가려 대응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처럼 고의로 이루어진 가해행위의 손해배상 채무는 가해자가 상대에 대한 다른 채권을 내세워 상계로 면할 수 없습니다. 이는 고의의 불법행위를 유발하지 않도록 막고 피해자에게 현실의 변제를 받게 하려는 민법 제496조의 취지에서 나옵니다. 다만 상계 금지는 갚을 채무가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때 적용되는 것이므로, 피해자에게 싸움을 유발한 잘못이 있어 배상액이 과실상계로 줄어들거나, 도발과 쌍방 다툼으로 책임 성립 자체가 부정되는 국면과는 구분됩니다. 또한 일방적 공격에 대한 소극적 방어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반격에 대한 배상 채권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직접 때리지 않았더라도 싸움을 부추기거나 촬영·유포로 방조한 학생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상계 항변을 다투거나 방어할 때에는 문제되는 것이 상계 금지인지, 과실상계인지, 책임 성립 여부인지를 먼저 가려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례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