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교폭력 행정심판이 처분에 없던 사실을 새로 인정했을 때 다투는 방법

2026.06.02조회 913
학교폭력 행정심판이 처분에 없던 사실을 새로 인정했을 때 다투는 방법

학교폭력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는데, 기각 재결서를 받아 보니 심의위원회의 처분 통지서에는 없던 행위, 예컨대 '다른 학생의 폭행을 방조하였다'는 판단이 새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분을 받을 때는 듣지 못했던 사유가 행정심판 단계에서 등장하면, 그 사유에 대해 방어할 기회조차 없었던 당사자로서는 절차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본 글은 행정심판위원회가 원래 처분에 없던 사실이나 사유를 새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것이 위법하다면 무엇을 상대로 다투어야 하는지를 대법원 판례와 실제 학교폭력 사건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행정심판위원회는 원래 처분의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에서만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그 한도를 벗어나 처분에 없던 별개의 사실을 근거로 기각 재결을 하였다면 그 재결은 재결취소소송으로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결서에 새로 등장한 표현이 처분사유에 이미 담긴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나 구체적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면 위법한 추가·변경이 아니며, 재결의 잘못을 원처분 취소소송에서 주장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방과 후 수업이 끝난 뒤 아무도 없는 초등학교 체육관 바닥에 놓인 줄넘기

1. 처분사유 변경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이유

가. 처분사유의 의미

처분사유란 행정청이 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로 삼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를 말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 통지서에 기재된 사안개요와 조치결정의 이유가 처분사유에 해당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17조 제1항에 따른 서면사과, 전학 등의 조치는 모두 행정처분(행정청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 행사)이므로, 처분사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당사자가 무엇을 방어해야 하는지가 정해집니다.

처분사유가 중요한 이유는 방어권에 있습니다. 당사자는 처분서에 적힌 사실을 기준으로 그 사실이 있었는지, 그 사실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조치가 과중한지를 다투게 됩니다. 그런데 불복 절차 도중에 행정청이 처분서에 없던 다른 사실을 처분의 근거로 새로 내세울 수 있다면, 당사자는 다투어야 할 대상이 계속 바뀌는 상태에서 방어해야 하고, 처분 당시의 이유 제시는 의미를 잃게 됩니다. 판례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입니다.

나. 행정심판 단계에서의 한계

행정심판이란 행정청의 처분에 불복하는 사람이 법원이 아닌 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의 취소·변경을 구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학교폭력 조치의 경우 각 시·도교육청에 설치된 교육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합니다. 현행 행정심판법(2023. 3. 21. 시행 기준) 제47조는 재결(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의 범위를 두 방향에서 제한합니다.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재결하지 못하고(제1항), 청구인에게 원래 처분보다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합니다(제2항).

행정심판법 제47조(재결의 범위)
① 위원회는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 또는 부작위 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재결하지 못한다.② 위원회는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한다.

제1항이 정한 원칙을 불고불리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불고불리의 원칙이란 심판기관이 청구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제2항은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으로, 처분이 부당하다며 구제를 구한 사람이 오히려 더 무거운 처분을 받게 되는 결과를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행정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서면사과가 출석정지로 바뀌는 일은 이 조항 때문에 일어날 수 없습니다.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절차 관련 쟁점이 다루어진 사건 일부를 분석해 보면, 심의위원회의 구성·의결에 관한 다툼이 약 66퍼센트, 사전통지·의견진술 기회에 관한 다툼이 약 45퍼센트의 사건에서 등장하는 반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정면으로 다투어진 사건은 약 2퍼센트에 그칩니다. 그만큼 실무에서 드물게 다투어지는 쟁점이지만, 재결서에 새로운 사실이 등장한 당사자에게는 다투는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 결과를 좌우하는 문제가 됩니다.

절차 관련 쟁점의 유형별 등장 비율

[데이터]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절차 관련 쟁점이 다루어진 사건 일부를 분석한 결과. 한 사건에 여러 쟁점이 함께 등장할 수 있어 비율의 합계는 100퍼센트를 넘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기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범위

대법원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기준으로 제한하고, 이 법리가 행정심판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가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거나 당사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행정심판 단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두26118 판결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가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거나 당사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여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판결의 사안 자체가 행정심판에서 새로운 사유가 추가된 경우였습니다. 시장정비사업 승인 신청을 거부당한 신청인이 행정심판을 청구하자, 행정청은 원래 처분에서 들지 않았던 국·공유지 면적 요건 미달이라는 사유를 행정심판에서 새로 주장하였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그 새로운 사유를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래의 처분사유는 사업계획의 적정성에 관한 것이고 추가된 사유는 면적 요건의 구비 여부에 관한 것이어서 양자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고 보아, 행정청은 그러한 사유를 처분의 이유로 행정심판에서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주의할 부분은 판시의 뒷문장입니다. 추가된 사유가 처분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당사자도 그 사정을 알고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그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아니라 처분서에 적힌 사실과 같은 사실인지가 기준입니다. 이는 처분사유 제한의 목적이 진실 발견이 아니라 방어권 보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 별개의 사실을 새로운 사유로 내세운 경우

대법원은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행정청은 상이 정도가 등급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처분을 하였다가, 소송에서는 치료가 종결되어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유를 새로 내세웠고, 원심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법리에 따라, "피고가 소송 과정에서 내세운 '치료가 종결되어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사유는 '상이 정도가 등급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당초의 처분사유와는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유로서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이를 새로운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5두35192 판결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입하면 이렇게 됩니다. 처분서에 '피해학생을 밀어 넘어뜨렸다'는 사실만 적혀 있었는데 행정심판이나 소송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험담을 하였다'는 전혀 다른 행위가 처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새로 등장한다면, 두 행위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이상 그러한 추가는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3. 재결이 새로운 사유로 기각한 경우: 재결 자체를 다투는 소송

가. 원처분주의와 재결 고유의 위법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으로 가는 경우, 무엇을 취소해 달라고 청구할지가 문제됩니다. 현행 행정소송법(2026. 5. 12. 시행 기준) 제19조는 취소소송의 대상을 원래의 처분으로 하고, 재결에 대한 취소소송은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합니다. 이를 원처분주의라고 합니다. 원처분주의란 행정심판을 거쳤더라도 취소소송은 원칙적으로 원래의 처분을 대상으로 하고, 재결은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을 때에만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행정소송법 제19조(취소소송의 대상)
취소소송은 처분등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재결취소소송의 경우에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한다.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원처분에는 없고 재결에만 있는 위법을 말합니다. 행정심판위원회 구성의 위법, 재결 절차의 위법, 그리고 재결이 원처분에 없던 사유로 판단을 바꾼 경우와 같은 내용상 위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행정심판위원회가 처분에 없던 사실을 새로 인정하면서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사정은, 처분을 한 교육장의 잘못이 아니라 재결을 한 행정심판위원회의 잘못이므로 재결 고유의 위법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나. 재결이 새로운 사유를 들었다가 취소된 사례

학교폭력 사건은 아니지만, 재결이 원처분과 다른 사유로 청구를 기각했다가 재결 자체가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산업재해 요양급여 사건에서 원처분청은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는 하지만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사유로 요양 신청을 불승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재심사를 맡은 위원회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면서도, 원처분과는 반대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유를 들어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습니다. 시효 소멸을 다투어 온 당사자로서는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재결의 처분사유가 원처분의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행정심판에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보았고, "따라서 이 사건 재결은 허용될 수 없는 처분사유에 기초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며 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 법원은 당사자가 재심사 절차에서 시효 문제만 다투어 왔을 뿐 인과관계가 부정될 가능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위원회가 그에 관한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등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고 볼 사정도 없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결서에서 처음 등장한 사유로 불복이 좌절된 당사자가 재결 자체를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구제받은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소송 요건에 관해서도 의미 있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원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는 재결 고유의 하자를 위법사유로 주장할 수 없고, 재결에 대해 다시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도 없으므로, 재결취소소송 외에는 재결 자체의 위법을 다툴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투는 대상을 정확히 골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녁 거실 탁자에서 처분 통지서와 재결서 두 서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학부모

4. 학교폭력 사건에서 같은 주장이 배척된 경위

가. 처분에 없던 "방조"가 재결에 등장한 사건

초등학생인 원고가 서면사과 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줄넘기 방과 후 수업이 끝난 뒤 유치원 현관 앞에서, 다른 학생 F가 종이접기 바구니 문제로 화가 나 피해학생의 가슴과 배를 때렸고, 심의위원회는 그 과정에서 원고가 피해학생이 넘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였으며 넘어진 피해학생의 머리를 흔들고 마스크를 벗겼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의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하였습니다. 원고 측은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후의 소송에서 응급처치를 위해 반응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문제는 기각 재결의 이유였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 절차에서 쟁점이 되지 않았던 "원고가 F의 폭력행위를 저지하지 않고 방조하였다"는 판단을 재결서에 담았습니다. 원고 측은 행정소송에서 이 점을 정면으로 다투었습니다. 처분에 없던 방조 사실을 행정심판위원회가 새로 인정하면서 그에 대해 다툴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고, 따라서 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다툴 대상이 다르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행정심판 단계의 잘못은 처분의 하자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이는 이 사건 처분의 하자가 아니라 행정심판 재결 고유의 위법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재결의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행정소송법 제19조 단서 참조),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법원은 이어서 방조라는 표현의 성격도 정리하였습니다. "이 사건 행정심판위원회가 '원고가 F의 폭력행위를 저지하지 않고 방조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이 사건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재결이 완전히 새로운 행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처분사유에 이미 담겨 있던 일련의 행위를 방조라는 법적 개념으로 평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앞서 본 대법원 기준에 따르면 같은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변경은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가 아니므로, 이 사안에서는 처분사유가 바뀌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두 가지 판단을 종합하면 이 사건 원고 주장의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첫째, 설령 행정심판 절차에 잘못이 있었더라도 그것은 재결취소소송에서 다툴 사유이지 원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을 무너뜨리는 사유가 아닙니다. 둘째, 이 사안의 방조 판단은 새로운 사실의 인정이 아니라 법률적 평가여서 애초에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다. 항소심: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사이에는 불이익변경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

항소심에서 원고는 행정심판법 제47조 제2항을 근거로 재결의 위법을 다시 주장하였으나, 항소심 역시 "이 사건 재결의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같은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 .

항소심에서는 또 하나의 쟁점이 다루어졌습니다. 재결은 원고가 피해학생을 넘어뜨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제1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였으니, 행정심판보다 불리한 판단으로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항소심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사이에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들어 이를 배척하였고, 설령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불이익변경 여부는 "원칙적으로 기판력이 생기는 판결의 주문을 표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1다18864 판결 원용), 재결과 제1심 판결의 주문이 모두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동일한 이상 불이익한 변경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판력이란 확정된 판결의 판단 내용이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을 말하는데, 이 효력은 판결의 결론인 주문에만 생기고 이유 중의 개별 판단에는 생기지 않으므로, 이유에서 사실인정이 달라진 것만으로는 불리한 변경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 판단이 실무에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행정심판법 제47조 제2항의 불이익변경금지는 행정심판 절차 안에서 재결을 제한하는 규정일 뿐, 이후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의 심리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재결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고 처분사유의 존부를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므로, 행정심판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사실이 소송에서 인정되는 결과도 가능합니다. 행정심판의 결과가 유리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소송에서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은 불복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고려할 부분입니다.

5. 새로운 사유인지 단순한 구체화인지의 경계

가. 처분서에 이미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추가·변경이 아니다

모든 표현의 변화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의 남학생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 등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원고는 처분서에 피해학생으로 기재되지 않은 학생에 대한 발언까지 소송에서 처분사유로 삼는 것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는 추가·변경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사유에 기재된 익명의 학생이 누구인지 조사 과정에서 특정되어 있었고 원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며, 처분서의 "체육시간에 여학생 가슴 크기 평가를 하였음"이라는 기재가 그 학생들에 대한 발언을 포함하는 의미라고 보아, 소송에서의 주장은 "처분서에 이미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에 불과하고"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전학 처분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나. 소송에서 언급되었더라도 처분사유로 삼은 것이 아니면 문제되지 않는다

중학교 따돌림 사건에서는 행정청이 소송 중 준비서면에서 처분서에 없던 행위들(공으로 얼굴을 맞히는 장난, 허위사실 유포 등)을 언급한 것이 문제되었습니다. 원고는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행정청이 피해학생 측 진술서를 인용하며 언급한 것일 뿐 그 행위를 처분사유로 추가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처분 유지에 필요하지도 않으므로 "단지 참작할 만한 주변사정으로 내세운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 재결서나 준비서면에 낯선 행위가 언급되었다고 해서 모두 처분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언급이 처분을 지탱하는 독립된 근거로 쓰였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 사례들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사례판단
허용되지 않는 추가·변경사업계획 적정성 사유로 처분한 뒤 행정심판에서 면적 요건 미달을 추가(대법원 2013두26118) / 시효 소멸로 불승인한 뒤 재결에서 인과관계 부정으로 변경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른 새 사유, 재결·처분 위법
법률적 평가의 변경처분사유에 담긴 행위를 재결에서 "방조"로 평가같은 사실의 평가에 불과, 추가·변경 아님
기재 내용의 구체화처분서의 익명 표기를 소송에서 특정이미 기재된 내용의 설명, 추가·변경 아님
주변사정의 언급준비서면에서 처분서에 없는 행위를 인용처분사유로 삼은 것 아님, 참작 사정

표: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여부가 다투어진 사례별 판단 비교

6. 실무 대응: 재결서를 받은 뒤 확인할 것들

가. 처분 통지서와 재결서의 대조

재결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 통지서와 나란히 놓고 대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재결 이유에 처분 통지서의 사안개요와 조치결정 이유에 없던 행위가 등장하는지 봅니다. 둘째, 등장했다면 그것이 새로운 사실의 인정인지, 아니면 통지서에 이미 있는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나 구체적 설명인지 구분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방조와 같은 법적 개념이 붙었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사유가 아니고, 통지서에 없던 별개의 행위(다른 날짜의 다른 행동, 다른 피해학생에 대한 행위 등)가 판단의 근거로 쓰였을 때 비로소 새로운 사유가 됩니다. 셋째, 그 새로운 사유에 대해 심판 과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심판 기록으로 확인합니다.

나. 다툴 대상의 선택

대조 결과에 따라 다툴 대상이 달라집니다. 처분 자체의 잘못(처분사유 부존재, 심의위원회 절차 하자, 조치의 과중함)을 다투려면 교육장을 상대로 원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반면 재결에만 있는 잘못(재결이 새로운 사유로 판단을 바꾼 것, 재결 절차의 하자)은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한 재결취소소송의 사유입니다. 수원 사건의 원고처럼 재결의 잘못을 원처분 취소소송에서 주장하면, 주장 자체가 소송의 대상과 맞지 않아 본안 판단에 이르지 못하고 배척됩니다.

구분원처분 취소소송재결취소소송
대상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른 교육장의 조치 처분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
피고처분을 한 교육장재결을 한 행정심판위원회
다툴 수 있는 사유처분사유 부존재, 심의 절차 하자, 재량권 일탈·남용 등 처분 자체의 위법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새로운 사유에 의한 판단, 재결 절차·구성의 하자 등)
유의점재결의 하자를 여기서 주장하면 배척됨재결이 취소되어도 원처분은 남으므로 원처분 다툼과 병행 검토

표: 원처분 취소소송과 재결취소소송의 구분

유의할 점은 재결취소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원래의 처분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재결이 취소되면 행정심판위원회가 다시 심리하게 될 뿐이므로, 처분 자체를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면 원처분 취소소송을 중심에 두고, 재결 고유의 위법이 뚜렷한 경우에 재결취소소송을 병행하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 제소기간의 확인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은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입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이 기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불변기간이므로, 재결서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제소기간)
①취소소송은 처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다만, 제18조제1항 단서에 규정한 경우와 그 밖에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 또는 행정청이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잘못 알린 경우에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제2항 생략)③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재결서와 처분서의 대조, 새로운 사유인지 법률적 평가인지의 판단, 소송 대상의 선택은 모두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재결서를 받은 초기에 기록 전체를 놓고 방향을 정하는 것이 이후의 절차 진행에 도움이 됩니다.

밤늦게 서재에서 노트북과 소송 서류를 검토하는 학부모

7. 자주 묻는 질문

Q. 행정심판 재결서에 처분 통지서에 없던 행위가 적혀 있으면 처분이 취소되나요?
그것만으로 처분이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행정심판 단계의 잘못은 재결 고유의 위법이므로 재결취소소송에서 다툴 사유이고, 원처분 취소소송에서는 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 또한 재결의 기재가 새로운 사실의 인정이 아니라 처분사유에 이미 담긴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에 불과하다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Q. 행정심판에서 지고 행정소송으로 가면 더 불리해질 수도 있나요?
조치 자체가 더 무거워지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처분의 취소 여부만 판단할 뿐 조치를 가중할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원은 행정심판 재결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고 처분사유를 처음부터 다시 심리하므로, 재결이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이 소송에서 인정될 수는 있습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사이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 .
Q. 교육청이 소송 중에 처분에 없던 사유를 새로 주장하면 막을 수 있나요?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은 별개의 사실이라면 법원이 받아주지 않습니다(대법원 2015두35192 판결). 다만 처분서에 이미 기재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정도이거나 같은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바꾸는 것은 허용되므로, 새로 등장한 주장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Q. 재결취소소송과 원처분 취소소송을 함께 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두 소송은 대상과 피고가 다르므로 각각 제기하거나 병합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결이 취소되어도 원처분은 그대로 남으므로, 처분 자체를 없애려면 원처분 취소소송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제소기간은 두 소송 모두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이므로 기간 관리에 유의해야 합니다.

8. 정리하며

행정심판위원회가 처분에 없던 사실을 새로 인정하는 것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법리로 통제됩니다. 대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에서만 추가·변경을 허용하고, 이 법리가 행정심판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3두26118 판결). 재결이 그 한도를 벗어나 새로운 사유로 청구를 기각하면 재결 자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잘못은 재결 고유의 위법이므로 재결취소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원처분 취소소송에서 주장하면 배척됩니다. 또한 새로 등장한 표현이 방조와 같은 법률적 평가에 불과하다면 애초에 처분사유의 변경이 아니라는 점,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사이에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실제 학교폭력 사건에서 확인된 법리입니다. 재결서를 받았다면 처분 통지서와 대조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그 차이의 성격에 맞는 쟁송 수단을 90일의 제소기간 안에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는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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