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상대 학생을 때린 적은 없는데, 화가 날 때마다 그 학생이 보는 앞에서 벽이나 책상을 주먹으로 치거나 물건을 던졌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를 당하는 사안이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 학생이 우리 아이 앞에서 반복적으로 물건을 내리치며 겁을 주는데 직접 맞은 적이 없어 신고를 망설이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본 글은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향한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판단되는 기준, 실제로 인정된 사례와 부정된 사례, 그리고 양쪽 입장에서의 대응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벽이나 책상, 물건을 친 행동은 상대방의 몸에 닿지 않았더라도 특정 학생을 향한 위협으로 평가되고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인정되면 학교폭력으로 판단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그 행동이 특정 학생을 향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학교폭력이 부정되므로, 행동의 방향과 전후 맥락, 피해의 실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상해, 폭행, 협박 등 여러 행위 유형을 열거한 뒤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열거를 한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열거된 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에게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라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관된 태도입니다. 실제로 소리 지르기, 시야 가리기, 책상 흔들기, 말 끊기 같은 행동이 상당 기간 지속된 사안에서, 법원은 열거된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라도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가 필요하다고 평가할 만한 것이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벽이나 물건을 친 행동이 문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행동은 형법상 폭행죄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정의 규정이 열려 있기 때문에 상대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위협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의가 넓게 열려 있는 만큼, 법은 반대 방향의 안전장치도 두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는 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학교생활에서 학생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므로 모든 갈등을 학교폭력으로 의율(어떤 행위에 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해서는 안 되고, 행위의 발생 경위와 상황, 정도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반복하여 판시하고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학생을 두고 가거나 여러 학생 앞에서 비교하는 발언을 한 행위에 대하여, 설령 상대방이 정신적 고통을 느꼈더라도 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존 관계에 비추어 교우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으로 보일 뿐이라며 학교폭력을 부정한 판결이 그 예입니다. 결국 물건을 향한 행동의 학교폭력 여부는 넓은 정의와 신중한 해석이라는 두 원칙 사이에서, 그 행동이 실질적으로 특정 학생을 향한 공격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말로 하는 협박만 협박이 아닙니다. 협박이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나쁜 일)을 고지하는 것이고, 해악의 고지란 말뿐 아니라 거동이나 태도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형사 법리의 전제입니다. 대법원은 협박죄의 성립 요건과 기수(범죄의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되어 범죄가 완성되는 것) 시기를 정리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 판단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성인 사이의 협박 형사사건에 관한 판결이고, 아래 판시는 다수의견의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할 것이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할 것이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 법리가 벽치기 사안에서 갖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어떤 행동이 위협인지는 그 행동 하나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 당시 상황, 행동 전후의 사정을 모두 합하여 판단합니다. 같은 벽치기라도 처음 본 사이의 1회성 행동과, 이별을 요구받은 학생이 상대방이 다른 학생과 어울릴 때마다 반복한 행동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둘째, 일반인이라면 공포심을 느낄 만한 행동이면 충분하고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꼈는지는 협박죄 성립에 필수가 아니므로, 피해학생이 겉으로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사정만으로 위협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법리의 반대면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다시 정리하면서, 해악은 피해자 본인이나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법익(법이 보호하는 이익)을 침해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한계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판결도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라, 정당의 당사를 폭파하겠다는 말을 경찰관에게 전화로 한 행위가 그 경찰관 개인에 대한 협박인지가 문제된 형사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283조에서 정하는 협박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협박’이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그 친숙의 정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전제한 뒤, 정당에 관한 해악을 고지한 것일 뿐 전화를 받은 경찰관 개인에 관한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고 보아 협박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형법 제283조에서 정하는 협박죄의 성립에 요구되는 ‘협박’이라고 함은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그 친숙의 정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겁을 먹은 듯한 상황이 있었더라도, 그 해악이 상대방 본인을 향한 것이 아니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벽이나 물건을 친 학생 측이 "화를 삭이려던 행동이지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다"라고 다투는 논리도 이 지점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뒤에서 보듯 법원은 이 항변을 맥락에 따라 받아들이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합니다.
주의할 점은, 학교폭력 해당 여부가 형법상 협박죄나 폭행죄의 성립 여부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학교폭력의 개념을 형벌이 부과되는 형사법의 개념과 같게 볼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수사기관이 혐의없음 처분을 한 사안에서도 학교폭력을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 따라서 협박죄의 요건을 다 갖추지 못한 위협적 행동이라도, 그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상대 학생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협박 법리는 위협을 평가하는 판단 방법을 제공할 뿐, 최종 기준은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 피해 수반 여부입니다.
교제 관계에서 나온 대표적인 사안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두 사람은 이성교제를 하다가 상대 학생이 헤어지자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신고된 행위는 세 가지였습니다. 상대 학생이 다른 학생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 학생이 보는 앞에서 벽이나 책상, 칠판을 주먹으로 세게 치거나 문을 세게 닫는 행동을 반복한 것, 동의 없는 신체접촉을 계속한 것, 그리고 상대 학생 앞에서 샤프로 손목을 찌르는 행동을 하고 "나도 이미 내 몸에 칼댔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신고된 학생은 스스로 화를 삭이지 못해 벽과 책상을 친 것일 뿐 상대를 향하여 유형력(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미치는 물리적인 힘)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학생이 행동의 경위와 장소, 당시 상황과 자신의 감정 상태까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운 세부 사항을 상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 여러 목격 학생의 진술이 이에 부합하고 그중 한 학생은 화가 나서 문을 닫고 나가거나 책상을 치는 모습을 십여 차례 본 것 같다고 진술한 점,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점을 근거로, 행위가 실제로 있었고 그로 인해 피해학생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보아 학교폭력을 인정하였습니다. 피해학생은 극심한 우울과 불안, 공황 증세로 종합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약 23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이 행위들을 상대 학생에 대한 위협과 공포심 조장으로 평가하였고, 판정 점수(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5개 영역을 각 0점부터 4점까지 평가하여 합산하는 점수) 18점을 근거로 한 전학 조치도 재량권 일탈ㆍ남용(법이 행정청에 맡긴 판단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잘못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주먹이 벽에 닿았을 뿐이어도, 반복된 맥락 속에서 그 행동이 특정 학생을 향한 위협으로 기능하였다면 학교폭력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입니다.
물건에 대한 행동을 유형력의 행사로 명시적으로 평가한 판결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동급생 사이의 사안으로, 신고된 학생은 자신의 장난을 싸움으로 오인하고 제지한 상대 학생을 발로 차고 머리를 잡았고, 약 두 달 뒤에는 자신을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상대 학생을 주먹으로 때린 뒤 복도로 나갔다가 교실로 돌아와 실내화와 의자를 던지고 의자를 쓰러뜨리며 주먹으로 방역용 가림판을 여러 차례 내리쳤습니다. 법원은 주먹으로 때린 후 다시 들어와 "주변 물건을 던지고 내리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이것이 피해학생을 향한 유형력의 행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목격한 학생 4명이 무서웠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다른 학생들도 상당한 위협감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았고, 설령 신고된 학생이 이전에 상대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왔더라도 폭행과 물건 내리치기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심의위원회가 의자와 가림판을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한 점을 심각성 판단의 근거로 삼아 판정 점수 12점으로 출석정지 5일 등을 정한 것도 적법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직접 폭행에 이어진 물건 행동이라는 점에서, 물건만 친 사안보다 인정이 쉬웠던 사례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동작 자체의 위협성만으로 학교폭력이 인정된 판결도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하굣길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상대 학생의 얼굴을 향해 부러져 날카로운 우산대를 들어 내려치는 동작을 하였고, 놀란 상대 학생이 손등으로 막다가 약 2주 치료가 필요한 열상을 입은 사안입니다. 심의위원회는 신체적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로 보기 어렵다며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보아 '조치없음' 결정(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결정)을 하였지만, 피해학생 측이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상해를 입힐 의도가 있었다거나 실제로 찌르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얼굴을 향해 날카로운 우산대를 들어 내려치는 동작을 한 것은 분명하므로 이는 그 자체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폭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해라는 신체상 피해까지 수반된 이상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조치없음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항변과 별개로, 사람을 향해 위험한 물건을 치켜들어 내려치는 위협적 동작 자체가 폭행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직접적인 타격이 없는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사례는 그 밖에도 이어집니다. 여러 학생이 장애가 있는 동급생에게 소리 지르기, 시야 가리기, 책상 흔들기, 말 끊기 등을 상당 기간 계속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출석정지 조치를 유지하였습니다. 또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처음 본 2학년 학생에게 딱지치기를 거듭 요구하고 거절당하자 상대의 딱지를 두고 쓰레기라고 말한 뒤 다음날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 딱지를 꺼내 간 사안에서, 법원은 학년과 힘의 차이 때문에 저학년 학생이 겁을 먹거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재산적 피해와 함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고 서면사과 조치를 유지하였습니다. 두 판결 모두 전형적인 구타 없이도 힘의 우위와 반복된 상황이 주는 심리적 압박을 학교폭력의 실질로 평가한 사례입니다.

반대 방향의 판결도 분명히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2학년 학생의 운동기구에 얼굴을 맞아 다친 뒤, 그 2학년 학생의 형인 4학년 학생이 친구 여러 명과 함께 찾아와 "왜 사과했는데 거짓말 했어?"라며 따져 물은 사안입니다. 목격 학생은 4학년 학생이 주먹으로 휘두르는 행동까지 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신고학생 스스로 심의위원회에서 상대가 욕을 하거나 때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상대 학생은 강하게 추궁하였을 뿐 폭행이나 협박, 모욕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설령 나이 많은 학생의 행동에 무서움을 느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법이 열거한 행위나 그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운동경기 중의 충돌 부분도 일상적인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고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유지하였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관계를 배워 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갈등까지 모두 학교폭력으로 의율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 교육적 측면에 반한다는 제3조의 해석 원칙이 판단의 바탕에 있습니다.
행동의 반복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의 실재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도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자신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겁을 먹은 나머지, 상대 학생에게 하루 오후부터 밤까지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 91통을 보내고 부재중 전화 2통을 남긴 사안입니다. 심의위원회는 이를 학교폭력으로 보아 서면사과 조치를 하였지만, 법원은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문자는 완곡한 어투로 사과를 반복한 것일 뿐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내용이 전혀 없고, 하나의 긴 문장을 여러 개로 나누어 보내는 방식은 해당 학교 학생들 사이에 널리 쓰이던 것이어서 91통이라는 숫자만으로 정신적 고통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대 학생이 문자를 받고 두려움을 호소한 것이 아니라 문자가 많이 왔다며 화를 냈던 점, 정신과 소견서의 발병일이 이 행위 이전이어서 다른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점도 근거가 되었습니다. 항고소송(행정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처분이 적법하다는 증명책임은 행정청에 있다는 법리에 따라, 정신상 피해가 증명되지 않은 이상 학교폭력이 될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횟수나 외형이 아니라 내용과 상대방의 실제 반응,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판단을 좌우한 사례입니다.
앞서 본 교우 갈등 사건처럼, 유형력 없는 행동에 대하여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판결은 신고된 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공포심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거나, 심리적 공격을 가하려는 목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행동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존 관계에 비추어 교우 갈등으로 볼 수 있다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부정 사례들의 공통점은 행동의 방향성이 불분명하거나, 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앞의 사례들을 비교하면 법원이 어떤 요소를 살피는지가 정리됩니다.
| 문제된 행동 | 법원의 평가 | 결론 |
|---|---|---|
| 이별 요구 후 상대가 보는 앞에서 벽ㆍ책상ㆍ칠판 치기 반복 | 반복된 맥락에서 특정 학생을 향한 위협과 공포심 조장 | 학교폭력 인정, 전학 유지 |
| 폭행 직후 실내화ㆍ의자 던지기, 가림판 내리치기 | 피해학생을 향한 유형력의 행사임이 분명 | 학교폭력 인정, 출석정지 유지 |
| 얼굴을 향해 날카로운 우산대를 내려치는 동작 | 동작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유형력 행사 | 학교폭력 인정, 조치없음 취소 |
| 여럿이 찾아와 추궁, 주먹을 휘두르는 동작 목격 진술 | 해악의 고지나 모욕이 없는 강한 추궁에 그침 | 학교폭력 부정 유지 |
| 하루 사이 사과 문자 91통과 부재중 전화 | 내용ㆍ실제 반응ㆍ인과관계상 정신적 피해 증명 부족 | 학교폭력 부정, 조치 취소 |
첫째 요소는 방향성입니다. 벽을 친 것인지 사람을 겁주려 벽을 친 것인지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맥락이 말해 줍니다. 상대방이 특정되어 있고 그 상대방이 보는 앞에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졌다면 물건을 향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향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둘째 요소는 반복성과 관계입니다. 교제 관계나 힘의 우위처럼 심리적 압박이 커지는 관계에서 반복된 행동은 1회성 갈등과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셋째 요소는 피해의 실재입니다. 진료 기록, 목격 진술, 대화 내역으로 정신적 피해와 그 인과관계가 확인되어야 하고, 이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외형상 반복된 행동도 학교폭력이 되지 않습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협박ㆍ위협이 문제된 행정소송 일부를 분석한 결과, 조치가 지나치다는 재량권 다툼이 61.3%로 가장 많았고, 본 글의 쟁점인 학교폭력 해당성 자체를 다툰 사건은 26.4%였습니다. 행동의 성격 자체가 다투어지는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파생 쟁점으로, 자기 몸을 해치는 행동을 상대방에게 보이거나 예고하는 사안이 있습니다. 앞의 교제 관계 사건에서 법원은 상대 학생 앞에서 샤프로 손목을 찌르는 행동을 하고 "나도 이미 내 몸에 칼댔어."라는 메시지를 보낸 행위를 학교폭력 인정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자해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려는 의도로 평가되었고, 실제로 피해학생은 그 메시지 이후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극심한 불안과 공황 증세를 보여 입원에 이르렀습니다. 형법의 협박 법리로 보면 해악은 상대방 본인이나 밀접한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이어야 하므로, 자기 자신을 해치겠다는 예고가 협박죄에 해당하는지를 정면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학교폭력 판단은 형사법과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자해를 보이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죄책감과 공포를 주어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확인된다면 학교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교제 관계에서 이별을 막기 위한 자해 예고는 성인 사이에서도 전형적인 통제 행동으로 다루어지는 만큼, 학생 사이에서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대화 내역과 목격 진술을 보존해 두는 것이 이후 판단에서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신고를 당한 측이 다툴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행동의 방향성과 경위입니다. 행동이 특정 학생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정, 즉 당시 상황과 행동의 계기, 상대방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다만 앞의 교제 관계 사건처럼 반복된 맥락이 확인되는 사안에서는 이 항변이 배척된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합니다. 둘째, 피해의 실재와 인과관계입니다. 앞의 사과 문자 사건처럼 상대방의 실제 반응이 두려움과 거리가 있었다는 사정, 진단 기록의 발병 시점이 행위 이전이라는 사정은 결론을 바꾼 근거였습니다. 셋째,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앞의 추궁 사건에서는 신고학생 본인이 심의위원회에서 한 진술이 학교폭력 부정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심의위원회 단계의 진술은 이후 소송까지 따라가므로, 사실과 다른 과장이나 축소 없이 정리된 진술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 측의 관건은 행동의 반복성과 맥락, 그리고 피해를 자료로 남기는 것입니다. 벽치기나 물건 던지기는 그 순간이 지나면 증거가 남지 않는 행동이므로, 일시와 장소, 전후 상황을 기록해 두고 목격한 학생이 있는지, 메시지로 남은 대화가 있는지를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정신적 피해가 실재한다는 점은 진료 기록으로 뒷받침되는데, 이때 진료 시점과 기재 내용이 문제된 행위와 연결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발병 시점이 행위보다 앞서 있으면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의위원회가 '조치없음' 결정을 하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앞의 우산대 사건처럼 피해학생 측이 그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결론을 뒤집은 사례가 있습니다.
가해학생 측이든 피해학생 측이든, 교육장의 조치나 결정에 불복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단 | 청구 기간 | 특징 |
|---|---|---|
| 행정심판 |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 |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 소송보다 신속ㆍ저비용 |
| 행정소송 |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이내 | 법원이 처분사유 존재와 재량권 일탈ㆍ남용을 심리 |
| 집행정지 | 심판ㆍ소송 계속 중 신청 | 전학 등 조치의 효력을 본안 판단 전까지 정지 |
전학이나 학급교체처럼 즉시 집행되면 회복이 어려운 조치는 본안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 통상의 대응입니다. 조치의 근거가 되는 판정 점수 산정과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는 본안에서 다투게 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은 서면사과부터 퇴학처분까지 9가지 조치를 두고 있고, 어떤 조치를 할지는 교육장의 재량이므로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사안을 충실히 살펴 재량 범위 안에서 정한 조치를 가급적 존중합니다. 일단 내려진 조치가 소송에서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벽이나 책상, 물건을 친 행동은 그 자체로는 형법상 폭행의 전형이 아니지만, 학교폭력예방법의 정의는 열거된 유형에 한정되지 않으므로 특정 학생을 향한 위협으로 평가되고 정신적 피해가 확인되면 학교폭력이 됩니다. 법원이 살피는 것은 행동의 방향성, 관계와 반복성이라는 맥락, 그리고 피해의 실재입니다. 반대로 방향성이 불분명한 1회성 행동이거나 피해가 증명되지 않는 사안에서는 학교폭력이 부정되고 이미 내려진 조치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신고를 당한 측이든 피해를 입은 측이든, 심의위원회 단계의 진술과 자료가 소송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하고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