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이 얽힌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학생으로 신고된 쪽이 자신도 피해를 입었다며 그 피해까지 한 자리에서 심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의위원회가 이 요청이나 회의 연기 요청을 거부한 채 한쪽 사건만 심의해 전학 같은 처분을 내리면, 그 절차를 다툴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본 글은 병합 심의와 연기 요청 거부가 절차 위법이 되는 기준, 그리고 함께 문제되는 출석정지의 기간과 통지 문제, 학칙 징계기준과 학교폭력예방법의 관계를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 피해 사건을 함께 심의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별도로 심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절차 위법이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다른 별개 사안을 반드시 동시에 심의할 의무는 없고, 참석 통지와 의견진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봅니다. 다만 출석정지의 시작일과 기간이 처분서에 특정되지 않았거나 통지 자체가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처분 전체가 취소된 사례가 있어, 다툴 지점은 병합 여부가 아니라 통지와 기간의 특정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교육지원청의 심의위원회가 그 사안을 심의해 조치를 정합니다. 서로 맞신고한 경우 각 신고는 신고인과 피신고인이 뒤바뀐 별개의 사안이 되고, 하나의 심의위원회가 같은 날 함께 심의할 수도, 별도의 회의에서 나누어 심의할 수도 있습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심의 방식이 아니라 절차의 보장입니다. 심의위원회는 조치를 요청하기 전에 가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8항). 따라서 쌍방 사안에서 절차를 다툴 때의 물음은 왜 같이 심의하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내 사건의 심의에서 무엇이 문제되는지 알리고 말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받았는지가 됩니다.
심의위원회의 판단과 그에 따른 조치는 재량행위입니다. 재량행위란 법이 행정청에 판단의 여지를 맡긴 행위를 말하고, 법원은 그 판단을 폭넓게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대법원은 불확정개념이 많은 행정처분의 재량 심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개발행위허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는 사정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의 하급심들도 이 법리를 원용하여, 심의위원회 조치의 위법은 처분을 다투는 학생 측이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는 사정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때 그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의 문제입니다. 절차 하자를 주장할 때에도 통지가 없었다거나 의견진술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사정을 다투는 쪽이 구체적으로 보여야 하므로, 심의 단계의 통지서와 제출 서면을 남겨 두는 것이 소송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익명 채팅방에서 여학생 세 명에게 음란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 전학과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사안이 있습니다. 학생 측은 이 행위가 학교에 알려지면서 자신이 입은 명예훼손과 모욕 피해도 함께 심의할 수 있도록 회의를 일주일 연기하거나 한 번 더 열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되었고, 이를 절차 위법으로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학교폭력 행위와 명예훼손 피해는 당사자가 다른 별개 사안이므로 동시에 심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별도의 회의에서 심의했다고 하여 불공정한 결과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회의 전날 참석통지서와 진술의견서를 교부해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보아 절차 주장을 배척하고,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같은 유형으로, 단체 채팅방에 음란한 사진을 게시한 행위에 대한 조치가 유지된 사례도 있습니다 .
한편 쌍방의 잘못이 모두 인정되면 양쪽 모두 조치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방과 후 싸움으로 서로 다친 사안에서 학생 측은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움에 응했고 일방적으로 맞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스스로 싸움 실력을 과시한 도발적 언동과 싸움 초반의 대등한 경과, 오히려 상대가 더 크게 다친 점을 들어 오로지 피해자라고 볼 수 없다며 이 학생에 대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하였습니다 . 맞피해 주장은 자신의 가해 책임을 지우는 수단이 아니라 별도 사건의 성립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세 건의 맞물린 신고를 한 심의위원회가 같은 날 함께 심의한 사례도 있습니다. 학급 단체대화방을 둘러싼 갈등에서 한 학생이 여러 학생을 신고하고, 신고당한 학생들과 또 다른 학생이 그 학생을 맞신고한 사안에서, 심의위원회는 세 신고를 같은 날 심의해 사안별로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나누어 의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참석 안내서를 두 차례 교부하고 심의 당일 신고 사안을 설명한 뒤 다른 부분이 있으면 말하고 추가 자료를 내라고 요구하며 구체적인 질의응답을 진행했으므로 충분한 의견진술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보았습니다 . 병합이든 분리든 심의 방식 자체는 위법 사유가 아니고, 안내와 설명, 질의응답이라는 실질이 절차 판단의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판결에는 맞피해 신고와 관련해 눈여겨볼 판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자신의 맞신고에 대해 상대방의 학교폭력이 인정되지 않아 조치없음 결정이 내려진 부분에 관하여, 법원은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가해학생 조치와 별개의 규정이고 피해는 졸업으로 해소되지 않으며 상급학교 배정에서의 분리 같은 실제적 필요도 있으므로, 두 학생이 모두 졸업한 뒤에도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맞피해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졸업 후에도 다툴 길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심의 기일에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도 절차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학을 간 학생에 대한 심의에 학생과 보호자가 출석하지 않은 채 조치가 의결된 사안에서, 법원은 의견진술 기회 조항이 출석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위원회가 약 2주 전에 개최를 통지하면서 출석이 어려우면 서면진술의견서를 내라고 안내했으며 실제로 서면 의견이 제출되어 참작되었으므로 절차 위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서면진술의견서로 방어권을 행사하고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실무에서 필요한 대응인 이유입니다.
| 주장 | 법원의 판단 |
|---|---|
| 내 피해도 같이 심의해야 한다 | 당사자가 다른 별개 사안은 동시 심의 의무 없음, 분리 심의가 불공정을 낳지 않음 |
| 회의를 연기해 달라 | 의견진술 기회는 출석을 요건으로 하지 않음, 서면진술 경로가 안내·활용되면 적법 |
| 절차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는가 | 참석 통지·사안 설명·추가 자료 요구·질의응답이 있으면 의견진술 기회 인정 |
표: 병합 심의·연기 요청 관련 주장과 법원의 판단
앞의 익명 채팅방 사안에서 학생 측은 출석정지의 기간이 전학조치 이행 완료일까지로 정해져 사실상 기한이 없다는 점도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일반 징계로서의 출석정지를 1회 10일 이내로 제한하는 것과 달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는 출석정지의 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전학 이행 완료일이라는 종기가 지나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전학과 연동된 구체적인 종료 조건이 있는 한, 날짜로 기간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간 제한이 없다는 것이 기간을 알 수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담임교사가 가정방문에서 출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말하고 출석정지라는 표현도 기간도 알리지 않았으며, 학부모가 자숙의 의미로 스스로 결석시키는 것으로 이해한 사안에서, 법원은 처분서에 출석정지의 시작일과 전체 기간이 특정되지 않았고 적법한 통지도 없었다고 보아 출석정지와 함께 병과된 조치까지 전부 취소하였습니다. 학교장 긴급조치에 대한 자치위원회(현행 심의위원회에 해당)의 사후 추인(이미 이루어진 조치를 사후에 승인하는 것)도, 긴급성과 조치의 적정성이 실질적으로 논의된 증거가 없으면 위원들이 이의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통지 하자의 효과는 출석정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함께 병과(둘 이상의 조치를 하나의 처분으로 함께 부과하는 것)된 특별교육 등 부수 조치까지 하나의 처분으로 묶여 있다고 보아 전부를 취소하였습니다 . 통지와 기간 특정의 하자가 처분 전체를 무효로 돌릴 수 있는 강력한 다툼 지점인 이유입니다.
법에 근거가 없는 무기한 출석정지가 위법하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학생이 사회봉사 조치를 이행하지 않자 학교가 교내 운영계획을 근거로 이행할 때까지 무기한 출석정지를 명한 구법 시절의 사안에서, 법원은 상위 법령의 위임 없이 교사가 작성한 교내 운영계획은 징계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조치 불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새로운 징계는 법에 규정이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며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 결국 출석정지를 다툴 때의 실질 쟁점은 기간의 길이보다, 시작일과 종료 조건이 처분서에 특정되어 적법하게 통지되었는지, 그리고 법이 정한 근거와 절차를 갖추었는지입니다.
| 구분 | 적법하다고 본 사례 | 위법하다고 본 사례 |
|---|---|---|
| 기간의 형태 | 전학조치 이행 완료일까지(구체적 종료 조건) | 시작일·전체 기간 미기재, 근거 없는 무기한 |
| 통지 | 처분서로 기간·근거·불복 방법 통지 | 교사의 구두 언급 등 비공식 전달 |
| 근거 |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의 조치 | 상위 법령 위임 없는 교내 운영계획 |
표: 출석정지의 기간·통지·근거를 둘러싼 판단의 대비

앞의 익명 채팅방 사안에서 학생 측은 학교 생활지도규정의 징계양정기준상 이 행위는 교내봉사나 사회봉사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1항이 학교폭력의 가해학생 조치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 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학교폭력을 사유로 한 조치에는 학교폭력예방법과 그 시행령이 적용되고, 학칙의 일반 징계기준은 학교폭력이 아닌 비행에 적용될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 학칙에 가벼운 징계 단계가 있다는 사정은 학교폭력 조치의 수위를 낮추는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국 법원의 출석정지 조치가 문제된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유지된 경우가 약 68퍼센트, 취소된 경우가 약 18퍼센트로 나타납니다. 절차와 통지의 하자는 이 취소 사례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유이므로, 심의 단계에서부터 통지서와 처분서의 기재를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출석정지 조치가 문제된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분포
첫째, 맞피해가 있다면 병합 심의를 요구하기보다 즉시 별도의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해야 합니다. 병합 여부는 심의위원회의 재량이고 분리 심의는 위법이 아니므로, 내 피해 사건이 심의 대상으로 성립되어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둘째, 연기 요청이 거부될 것에 대비해 서면진술의견서를 준비해야 합니다. 출석하지 못해도 서면 의견이 제출·참작되면 절차 하자 주장은 통하지 않고, 반대로 서면 경로조차 안내되지 않았다면 그 사정이 다툴 거리가 됩니다. 셋째, 처분서를 받으면 출석정지의 시작일과 기간, 종료 조건이 특정되어 있는지, 근거 조항과 불복 방법이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나 문자로만 전달된 출석 제한은 적법한 통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넷째, 학칙의 징계기준을 근거로 조치 수위를 다투는 것은 학교폭력 사안에서는 통하지 않으므로, 판정 점수의 각 항목 평가와 절차의 하자에 집중하는 것이 실질적입니다.

내 피해도 함께 심의해 달라는 요청이나 회의 연기 요청이 거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전학 처분의 절차 위법을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별개 사안의 분리 심의를 적법하다고 보고, 참석 통지와 사안 설명, 서면진술을 포함한 의견진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절차 다툼의 실익이 큰 지점은 오히려 출석정지의 기간과 통지입니다. 전학 이행 완료일 같은 구체적 종료 조건이 있으면 기간 제한이 없는 학교폭력예방법 아래에서 적법하지만, 시작일과 기간이 처분서에 특정되지 않았거나 교사의 구두 전달로 갈음된 경우, 법적 근거 없는 무기한 출석정지의 경우에는 처분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쌍방 사건에서는 맞피해를 별도 신고로 성립시키고, 서면진술의견서로 방어권 행사를 기록하며, 처분서의 기간·근거·통지의 하자를 점검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이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