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친구를 놀리거나 모욕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를 당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나쁜 뜻 없이 한 말과 행동이 학교폭력으로 판단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심의 결과 학교에서의 봉사나 사회봉사 같은 조치가 나오면,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처분을 다투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본 글은 모욕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학교폭력 판단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그리고 봉사 조치의 수위를 비례원칙으로 다투어 취소된 사례와 유지된 사례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모욕하거나 놀릴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 학교폭력 인정을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속마음이 아니라 행위의 모습과 피해의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치의 수위를 다투는 단계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상호 장난 관계, 심의 전의 합의와 처벌불원, 일부 행위의 사실오인, 다른 학생과의 형평 같은 사정이 참작되어 가장 가벼운 축에 속하는 봉사 처분조차 비례원칙 위반으로 취소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17조 제1항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서면사과(제1호)부터 퇴학처분(제9호)까지 아홉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봉사(제3호)는 학교 안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조치이고, 사회봉사(제4호)는 외부 기관과 연계하여 학교 밖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조치로 한 단계 더 무겁습니다. 두 조치 모두 접촉금지(제2호)나 특별교육(제5호)과 함께 부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조치가 나오는지는 판정 점수로 정해집니다. 판정 점수란 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과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다섯 요소를 각 0점에서 4점까지 평가하여 합산한 총점을 말합니다. 교육부 고시의 세부기준에 따라 총점 구간별로 조치가 정해지는데, 실제 판결에 나타난 예를 보면 총점 4점에서 6점 구간은 학교에서의 봉사, 7점에서 9점 구간은 사회봉사에 해당합니다.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은 정도가 높을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반성과 화해는 반대로 정도가 높을수록 점수가 낮아지는 역채점 구조입니다.
| 판단 요소 | 채점 방향 | 비고 |
|---|---|---|
| 심각성·지속성·고의성 | 정도가 높을수록 점수 상승(각 0~4점) | 행위에 대한 평가 |
| 반성 정도·화해 정도 | 정도가 높을수록 점수 하락(각 0~4점) | 사후 태도에 대한 평가 |
| 총점과 조치 구간 | 4~6점 학교에서의 봉사, 7~9점 사회봉사 | 선도가능성 등으로 가중·경감 가능 |
표: 판정 점수의 구조와 봉사 조치 구간(실제 판결에 나타난 기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재량행위입니다. 재량행위란 법이 행정청에 판단의 여지를 맡긴 행위를 말하며, 어떤 조치를 할지는 심의위원회와 교육장의 판단에 속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조치가 다소 무겁다는 이유만으로 취소하지 않고,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를 심사합니다. 대법원은 그 한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 일반에 관하여 "행정청의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사실오인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졌거나 비례의 원칙 또는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되므로 그 취소를 면치 못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조치를 다투는 소송에서도 이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어, 법원은 사실오인이 있었는지, 처분이 행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원칙에 어긋나는지, 다른 학생과의 형평에 반하는지를 심사합니다.
“행정청의 재량행위라 하더라도 사실오인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졌거나 비례의 원칙 또는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되므로 그 취소를 면치 못한다”
사실오인이란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을 잘못 인정한 것을 말하고, 비례원칙이란 조치로 달성하려는 목적에 비해 당사자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면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봉사 조치는 아홉 가지 조치 가운데 가벼운 축에 속하기 때문에 비례원칙 위반이 인정되기 쉽지 않지만, 아래에서 보듯 실제로 취소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법원은 교육 전문가인 교육장이 교육 목적으로 한 조치의 결과를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도 함께 유지하고 있으므로, 어느 사정이 어느 단계에서 참작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학교폭력 해당성을 가해학생의 내심의 의도가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인 모습과 피해의 실질로 판단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기 초부터 같은 반 학생에게 여러 차례 욕설과 조롱 섞인 말을 하고, 노래에 그 학생의 이름을 넣어 놀리고,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휴대폰을 빼앗아 한동안 돌려주지 않은 사안에서, 가해학생 측은 욕설이 위협이나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부적절한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것이고 친해지려는 서툰 표현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폭력은 행위의 양태와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 등 객관적인 실질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행위가 무례하고 집요하며 피해학생에게 상당한 굴욕감을 주는 모욕 행위라고 보아 사회봉사 25시간 등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친한 친구 사이의 장난이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안에서 가해학생은 신체 접촉 행위가 예전부터 친구들과 놀던 습관이었고 상대가 그만하라고 하자 멈추고 사과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본인 스스로 심의 과정에서 그런 행동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었다고 인정한 점을 들어, 그때그때 멈췄더라도 다음에 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잔디를 뽑아 던진 행위나 욕설도 당시 두 학생이 대립하는 관계였던 맥락을 고려하면 불쾌감과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판단하여, 사회봉사 10시간 등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지속성과 관계의 맥락 앞에서 설득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모든 발언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발언의 맥락상 조롱이나 소외의 의도를 인정하기 어려우면 그 부분은 처분사유에서 제외됩니다. 반장인 피해학생을 단체 채팅방에서 험담한 사안에서, 법원은 눈치를 주라는 취지의 반복된 메시지와 교실에서의 조롱 발언은 의도를 가지고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은 학교폭력으로 인정하면서도, 팔로우를 취소했는지 묻는 메시지는 다른 학생들의 답변 내용에 비추어 단순한 질문일 뿐 피해학생을 소외시키려는 의도로 단정하기 어렵고, 특정 별명을 부른 행위는 피해학생이 아닌 제3자를 지칭한 것이어서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
같은 취지에서, 서로 맞신고한 사안에서 한쪽 학생의 행위는 학교폭력으로 인정하면서 다른 쪽 학생이 체육복 안을 들여다보았다는 행위는 상대가 먼저 걸어온 장난에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판결도 있습니다. 법원은 행위의 횟수와 내용, 심의에 이르게 된 경위를 고려하면 교우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불과하고, 모든 갈등을 학교폭력으로 의율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 결국 의도 부인 주장의 성패는 말 자체가 아니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반복되었는지, 당사자 관계가 어떠했는지라는 객관적 사정에 달려 있습니다.
평소 서로 장난을 주고받던 중학교 2학년 동급생 사이에서 외모 비하 발언, 뒤통수 때리기, 정강이 차기 등 13개 행위가 신고되어 그중 9개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고 학교에서의 봉사 6시간 처분이 내려진 사안이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심각성 낮음 1점, 지속성 보통 2점, 고의성 낮음 1점, 반성 없음 0점, 화해 없음 0점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법원은 대부분의 행위는 상대가 먼저 장난을 걸었는지와 무관하게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상대 학생이 시야를 계속 가리자 머리를 밀었을 뿐인 행위 하나는 폭행으로 볼 수 없어 사실오인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피해학생 스스로 심의에서 다른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에 이 학생의 행위까지 오해하여 신고했다고 진술한 점과 시기에 따라 장난의 정도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점을 들어 심각성을 없음으로, 지속성을 낮음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어 처분이 인정되는 처분사유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았고, 심의 전에 이미 원만히 합의하고 처벌불원서가 제출된 점과 심의에서 보인 반성 태도에 비추어 더 가벼운 조치로도 교육과 선도가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학교생활의 모든 갈등을 학교폭력예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도 들어, 봉사 6시간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 처벌불원서란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서면으로, 화해 정도 평가에 직접 반영되는 자료입니다.
앞서 본 단체 채팅방 험담 사안에서는 일부 발언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었는데도 처분 전체가 취소되었습니다. 법원이 든 사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는 행위까지 처분사유에 포함되었고 그 잘못이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의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심의의 기초가 된 채팅방 대화 자료가 이를 제보한 학생이 자기 발언을 지우고 편집한 것이었고, 정작 훨씬 심한 모욕성 발언을 한 그 학생은 아무 조치도 받지 않아 사안 전체가 정확히 파악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셋째, 훨씬 심각한 내용의 메시지를 쓴 다른 학생과 같은 조치를 받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형평의 문제입니다. 법원은 여기에 사회봉사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원칙적으로 졸업 후 2년이 지나야 삭제되는 불이익까지 고려하여, 사회봉사 5시간과 특별교육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
한편 판정 요소의 평가 오류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합니다. 피해학생 측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고 다투는 소송에서도 법원은 심각성, 고의성, 반성, 화해 정도의 평가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지를 같은 방식으로 심사하므로, 비례원칙은 처분이 지나치게 무거울 때뿐 아니라 지나치게 가벼울 때에도 적용되는 기준인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동급생을 두고 불쌍하다며 비웃고, 자리를 바꿔 달라는 다른 학생에게 상대를 낮잡는 말을 하고, 시험을 못 본 상대를 쳐다보며 비웃은 사안에서, 학생 측은 모욕을 주려고 의도한 행위가 아니고 고의성과 지속성이 없으며 반성하고 있으므로 학교에서의 봉사 2시간 등 처분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학생의 일관된 진술과 가해학생 본인이 심의에서 의도적으로 한 행위였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모욕을 주려는 행위로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심의위원회가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을 각 낮음 1점, 반성 높음 1점, 화해 보통 2점, 총점 6점으로 평가하여 그 구간에 해당하는 학교에서의 봉사를 부과한 이상 고시 기준에 부합하여 재량권 일탈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처분이 고시가 정한 점수 구간대로 이루어졌다면, 그 채점 자체를 흔들 사정이 없는 한 취소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서 본 사회봉사 25시간 사안에서 법원은 판정 점수 평가를 항목별로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가해학생이 심의위원회에서 지금도 그때 행동을 친해지려던 장난으로 생각한다고,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피해학생이 기분 나빠 해서 이 자리에 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반성 정도 평가에 그대로 반영하였습니다 .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을 심의 단계에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면, 해당성 다툼에서도 지고 반성 점수에서도 불리해지는 이중의 부담이 생기는 것입니다. 또 총점 10점이 나왔는데도 피해학생 보호의 필요와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 등이 고려되어 오히려 감경된 조치를 받은 사안에서는, 이미 감경을 거친 조치이므로 비례원칙 위반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 구분 | 취소된 사례의 사정 | 유지된 사례의 사정 |
|---|---|---|
| 사실인정 | 일부 행위 사실오인, 편집된 증거로 심의 | 본인 진술·일관된 피해 진술로 인정 |
| 점수 평가 | 탈락 사유가 채점 전반에 영향 | 고시 구간에 부합, 감경까지 거침 |
| 참작 사정 | 심의 전 합의·처벌불원서, 상호 장난 관계, 형평 | 심의에서 잘못 없다는 태도로 일관 |
표: 봉사 처분의 취소와 유지를 나눈 사정의 대비
전국 법원의 봉사 조치가 포함된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유지된 경우가 약 67퍼센트로 가장 많고 처분이 취소된 경우는 약 19퍼센트로 나타납니다. 봉사 조치는 가벼운 축에 속하는 만큼 취소가 쉽지 않지만, 다섯 건 가운데 한 건 정도는 처분이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봉사 조치가 포함된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분포
실무적으로는 다투는 지점을 정확히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해당성 단계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발언이나 행위별로 맥락상 조롱·소외의 의도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을 골라 그 부분의 처분사유 제외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인정된 행위 중 일부라도 빠지면 그 오류가 점수 평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로 처분 전체의 취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심의 단계의 태도가 반성 점수를 좌우하므로, 사실관계를 다투더라도 인정되는 부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분리하여 표현해야 합니다. 셋째, 합의와 처벌불원서는 심의 전에 제출되어야 화해 정도 평가에 반영되므로 시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처분 취소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참작 사정이나 사실오인과 결합할 때 비로소 비례원칙 위반의 근거가 됩니다. 넷째, 심의 자료가 편집되거나 일방의 진술에만 기초하지 않았는지, 함께 신고된 다른 학생과의 조치 형평이 맞는지도 취소 사유가 된 사정들입니다.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은 학교폭력 해당성 단계에서는 통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행위의 양태와 피해의 객관적 실질로 판단하고, 반복성과 당사자 관계의 맥락이 의도 부인을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봉사 조치의 수위를 다투는 단계에서는 같은 사정들이 다시 참작됩니다. 개별 행위의 사실오인, 심의 전의 합의와 처벌불원, 상호 장난 관계, 편집된 심의 자료, 다른 학생과의 형평은 실제로 봉사 처분을 취소시킨 사정들입니다. 반대로 처분이 고시의 점수 구간에 부합하고 심의에서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면 처분은 유지됩니다. 그러므로 봉사 처분을 받았다면 해당성 부인에 매달리기보다, 행위별 처분사유의 성립 여부와 판정 점수의 채점 근거, 심의 절차와 자료의 공정성, 형평의 문제를 순서대로 짚어 다툴 지점을 고르고, 심의 단계에서부터 반성과 다툼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이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