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던 자녀가 참지 못하고 상대를 때렸는데, 심의위원회가 그 경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무거운 조치를 내렸다면 부모로서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자녀에게 틱장애나 주의력 장애가 있거나, 행위 직후 스스로 신고하고 사과했는데도 이런 사정이 점수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조치의 판정 점수에서 행위의 동기와 경위가 어디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선행 괴롭힘과 우발성, 자진신고 같은 사정이 참작되어 조치가 취소된 사례와 같은 주장이 배척된 사례, 그리고 경위를 다투는 실무 방법을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선행 괴롭힘과 우발성, 자진신고 같은 행위의 경위는 별도의 점수 항목이 없더라도 고의성과 심각성, 반성과 화해, 선도가능성 평가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사정이므로, 심의위원회가 이를 살피지 않고 조치를 정했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발성은 행위 직전의 구체적인 계기가 있어야 인정되고, 이미 점수에 반영된 사정을 되풀이하거나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는 진술만으로는 조치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시행령 제19조가 정한 고려요소에 따라 정해집니다. 교육부 고시 별표는 그중 학교폭력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다섯 항목을 각 0점부터 4점까지 평가한 합계로 조치 구간을 정하고, 선도가능성과 피해학생 보호 필요를 고려하여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행위의 동기나 경위는 위 다섯 항목에 별도의 점수 항목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발적인 행위인지 계획된 행위인지는 고의성 평가의 근거가 되고, 선행 괴롭힘이라는 배경은 심각성과 고의성 평가에서 참작되어야 할 사정이 되며, 자진신고와 즉시 사과, 변상은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 나아가 가중·경감 단계의 선도가능성 판단에 반영됩니다. 결국 경위를 다투는 일은 어느 항목의 평가가 어떤 사정 때문에 잘못되었는지를 항목별로 짚는 작업이 됩니다. 경위가 아예 고려되지 않았거나, 항목과 관련 없는 사정으로 점수가 매겨졌다면 그 평가는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치의 선택은 교육장의 재량행위(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맡긴 행위)이므로, 법원은 조치가 옳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량의 한계를 넘었는지만 심사합니다. 대법원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제재적 행정처분의 위법 판단에 관하여 "재량권의 일탈ㆍ남용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재량권의 일탈ㆍ남용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행위에 이르게 된 모든 사정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과 불이익을 비교하라는 것이므로, 선행 괴롭힘이나 장애, 자진신고 같은 경위 사정은 이 형량에 들어가야 할 요소입니다. 다만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평가는 폭넓게 존중되는 경향이 있고, 재량권 일탈·남용은 처분을 다투는 쪽이 증명하여야 하므로, 경위를 주장하는 쪽이 그 사정을 뒷받침할 구체적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틱장애와 주의력 장애로 어릴 때부터 치료를 받아 온 중학교 2학년 학생이, 1학년 때부터 자신을 괴롭혀 온 상대 학생의 반에 찾아가 머리를 잡고 여러 차례 때린 사건이 있습니다. 상대 학생의 괴롭힘은 심의위원회도 인정한 것으로, 비아냥과 발 밟기, 안경에 자물쇠 채우기, 태블릿 화면을 거꾸로 해놓고 사과를 요구하며 놀리기 등이었고, 폭행 직전에도 목 부위를 잡아 상처를 내고 항의하는 학생에게 욕설을 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학생은 폭행 직후 스스로 교무실에 찾아가 자신의 행위를 알렸고, 상대의 치료비와 파손된 휴대전화 수리비를 전부 변상했습니다. 그런데도 심의위원회는 학생의 심각성을 매우 높음(4점), 고의성을 높음(3점)으로 평가하여 합계 10점을 매기고 경감을 거쳐 사회봉사 5시간을 의결한 반면, 오랜 기간 괴롭혀 온 상대 학생에게는 심각성 보통(2점), 고의성 낮음(1점)의 합계 9점에 경감을 거쳐 더 가벼운 학교봉사를 의결하였습니다.
법원은 두 학생의 관계와 괴롭힘의 정도, 폭행 직전의 도발까지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폭행은 그간의 괴롭힘 때문에 발생한 우발적인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동기에 있어서 참작할 여지도 많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어서 심의위원회에 대하여 "이 사건 위원회는 이 사건 폭행의 우발적 성격과 그 동기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고, 심각성, 고의성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정, 즉 주위 학생들이 공포심을 느꼈는지, 폭행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의 문제 해결이 가능했는지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고의성을 평가 하였다"고 지적하였고, 지속적으로 괴롭힌 상대 학생의 심각성과 고의성을 보통과 낮음으로 평가한 것과 비교하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았습니다. 자진신고와 반성, 전부 변상에 대하여는 "원고는 선도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보다 가벼운 조치를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교육 및 선도는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처분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당시 규칙상 졸업 후 2년까지 보존되는 불이익까지 고려하여 사회봉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
이 판결은 경위를 다투는 두 가지 논리를 보여 줍니다. 하나는 우발성과 동기처럼 항목 평가에 반영되어야 할 사정이 누락되었다는 지적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그 항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정(주변 학생의 공포심, 다른 해결 방법의 존재)으로 점수가 매겨졌다는 지적입니다. 항목별 평가 이유가 기재된 조치결정서를 확보하면 이 두 방향의 검토가 가능해집니다.
중학교 1학년과 이웃 학교 6학년이 토요일 아파트 풋살장에서 다툰 사안에서, 심의위원회는 상대 학생에게는 우발성과 피해 정도를 고려해 5점을 서면사과로 경감해 주면서, 정작 더 무거운 상해(5주 이상)를 입은 학생에게는 그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8점의 사회봉사 등을 의결하였습니다. 법원은 두 번째 다툼에서 상대가 먼저 폭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도 심의위원회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 쌍방 사안에서 경감 사유의 적용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자체가 취소 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사이의 사안에서 자치위원회(당시 제도)는 판정 점수를 6점으로 평가하고도 피해학생 측이 분리를 원한다는 이유로 13점부터 15점까지 구간에 해당하는 학급교체를 의결하였습니다. 법원은 6점은 교내선도 조치인 학교에서의 봉사에 해당하는 점수인데 교육환경을 바꾸는 학급교체까지 나아간 것은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학생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학급교체 부분만 취소하고 서면사과와 특별교육은 유지하였습니다 .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나이와 단체생활 부적응의 가능성, 특별교육을 통한 개선 여지가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반대로 경위 참작이 처분청 단계에서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 법원은 이를 존중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다투다 벌어진 사안에서 심의위원회는 우발적 발생과 사과(한 학생은 사건 직후, 다른 학생은 얼마 뒤 전화로 사과), 화해 의사를 반영해 4점과 5점의 낮은 점수로 서면사과와 학교봉사를 의결했고, 피해학생 측이 조치가 너무 가볍다며 상향을 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반성과 화해 정도는 주관적 요소가 커 전문가의 재량이 더욱 인정되는 영역이라며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 경위 참작은 가해학생 쪽에서만 쓰는 논리가 아니라 심의위원회 평가 전반에 공통되는 판단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기숙사에서 학생 여러 명을 모아 놓고 피해학생들에 대한 성적인 이야기를 한 고등학생이 우발적이고 일회적인 행위였다며 사회봉사 6시간을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우발적으로 피해학생들에 대한 성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고가 갑자기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우발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일회성이었다는 사정, 사과 편지를 쓴 사정, 관계 회복 노력은 이미 지속성 0점, 반성 높음, 화해 높음의 평가에 반영되었으므로 같은 사정을 들어 다시 감경을 요구할 수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 우발성 주장에는 행위 직전의 구체적 계기가 필요하고, 유리한 사정이 이미 점수에 반영되었다면 그 주장만으로 조치가 더 낮아지지 않는다는 두 가지 한계를 보여 줍니다.
상대가 허리를 툭툭 쳤다는 이유로 시작된 폭행이라도, 교실에서 그치지 않고 장소를 옮겨 계속되었다면 우발성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폭행 사건에서 법원은 "교실에서의 폭력행위에 그치지 않고 화장실로 피해학생을 끌고 가 계속하여 폭력을 가한 것을 보면 이 사건 학교폭력은 우발적이라기보다 다분히 고의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고, 경찰 조사에서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고 행위를 축소해 진술한 태도를 들어 진정한 반성인지도 의문이라고 하면서 전학 조치를 유지하였습니다 . 행위가 이어진 시간과 장소의 이동,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 태도가 우발성과 반성 평가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집단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상대의 조롱에 화가 나 물을 뿌리고 얼굴을 때린 학생이 정당방위를 주장한 사건에서, 법원은 물병을 던지고 얼굴과 머리를 때린 행위는 소극적 방어가 아닌 공격행위라며 정당행위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다만 도발과 우발성, 높은 반성과 화해는 고의성 낮음과 반성 매우 높음 등의 점수에 반영되어 가장 가벼운 서면사과에 그쳤고, 법원은 그 조치가 적정하다고 보았습니다 . 경위는 학교폭력 성립 자체를 막는 사유가 아니라 조치의 수위를 낮추는 사유로 작동한다는 구분이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체스 게임 시비 끝의 다툼에서 자기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며 맞대응했다가 화해 정도 평가에서 불리하게 반영된 사례도 있으므로 , 맞신고와 맞진단서 제출은 화해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참작이 인정된 사정과 배척된 사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정 | 참작이 인정된 경우 | 배척된 경우 |
|---|---|---|
| 우발성 | 선행 괴롭힘 + 직전 도발 등 구체적 계기가 있는 경우 | 갑자기 결심할 계기가 없는 경우, 장소를 옮겨 계속된 행위 |
| 선행 괴롭힘·도발 | 심각성·고의성 평가와 쌍방 형평 비교에 반영 | 공격 행위의 정당화(정당행위) 근거로는 불인정 |
| 자진신고·사과·변상 | 반성·화해 점수와 선도가능성(경감) 근거 | 이미 점수에 반영된 경우 중복 감경 불가 |
| 조사 진술 태도 | 잘못 인정 + 경위 설명은 반성 평가에 유리 | 책임 전가·축소 진술은 반성 부정의 근거 |
표: 경위 관련 사정이 조치 양정에서 인정 또는 배척된 기준.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조치의 양정이나 재량권 일탈·남용이 쟁점이 된 행정소송에서 청구가 기각된 비율이 약 77퍼센트로, 학교폭력 행정소송 전체의 기각 비율(약 67퍼센트)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처분이 전부 취소된 비율은 약 16퍼센트, 일부 취소는 약 5퍼센트입니다. 심의위원회의 점수 평가가 폭넓게 존중되는 만큼 양정만 다투는 소송의 승소율은 낮은 편이지만, 본 글의 사례들처럼 경위 누락, 관련 없는 사정에 의한 평가, 쌍방 불균형, 점수 구간을 벗어난 조치와 같은 구체적 위법 사유를 짚은 사건에서는 취소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조치 양정과 재량권이 쟁점이 된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결과 분포입니다.
행정심판과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안에 시작하여야 합니다. 양정 다툼의 재료는 항목별 평가 이유이므로, 조치결정 통지서와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하여 각 항목의 점수와 그 이유, 상대 학생에 대한 평가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준비의 기초가 됩니다.
선행 괴롭힘이 있었다는 일반적 호소보다, 그 사정이 어느 항목의 평가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짚는 주장이 효과적입니다. 선행 괴롭힘과 직전 도발의 증거(메시지, 목격 진술, 상담 기록, 상대의 인정 진술)는 우발성과 고의성 평가의 재료가 되고, 상대 학생에 대한 항목별 평가와의 비교는 형평 위반의 재료가 됩니다. 대표 사례처럼 심의위원회가 항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정으로 점수를 매겼는지도 조치결정서의 평가 이유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장애나 치료 이력이 있다면 진단서와 치료 기록으로 행위 당시의 상태를 소명하는 것이 동기 참작과 선도가능성 판단에 연결됩니다.
자진신고, 즉시 사과, 치료비 변상은 반성과 화해 항목에서 유리한 평가의 근거가 되지만, 이미 반영된 사정을 소송에서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감경이 되지 않으므로, 소송 단계에서는 반영되지 않은 사정과 잘못 평가된 항목을 찾아야 합니다. 조사와 심의에서 책임을 상대에게 미루거나 행위를 축소하는 진술은 반성 부정의 근거로 쓰이므로, 잘못은 인정하되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쌍방 사안에서 맞신고와 자기 상해진단서 제출은 필요한 방어 수단이지만 화해 평가에는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으므로, 피해 구제와 화해 국면 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 확인 항목 | 내용 |
|---|---|
| 불복 기간 |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행정심판·취소소송 제기 |
| 자료 확보 | 정보공개청구로 조치결정 통지서와 심의위원회 회의록 확보 |
| 항목 검토 | 항목별 점수와 평가 이유, 상대 학생 평가와의 비교 |
| 증거 준비 | 메시지·목격 진술·상담 기록, 장애·치료 이력의 진단서와 치료 기록 |
| 진술 태도 | 잘못은 인정하되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 책임 전가·축소 진술 지양 |
| 쌍방 대응 | 맞신고·맞진단서의 화해 평가 불이익을 고려한 우선순위 결정 |
표: 조치 양정을 다투기 전 확인할 사항 체크리스트.
행위의 동기와 경위는 판정 점수의 독립 항목은 아니지만, 우발성은 고의성에, 선행 괴롭힘은 심각성과 형평 비교에, 자진신고와 사과, 변상은 반성과 화해, 선도가능성에 반영되어야 할 사정입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누락하거나 항목과 관련 없는 사정으로 점수를 매긴 평가, 쌍방 사안에서 한쪽에만 경감을 적용한 평가, 점수 구간을 벗어난 조치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취소하는 한편, 구체적 계기가 없는 우발성 주장이나 이미 점수에 반영된 사정의 중복 주장, 책임 전가형 진술은 배척하고 있습니다. 통지를 받았다면 90일 안에 조치결정서와 회의록을 확보하여 항목별 평가의 근거를 검토하고, 경위 사정을 항목별로 연결한 주장과 증거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