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받은 학교폭력 조치가 얼마 뒤 다른 내용으로 바뀌거나, 이미 봉사시간을 이행했는데 교육청이 다시 처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이미 끝난 일을 왜 다시 문제 삼는지, 한 번 내려진 처분을 뒤집는 것이 허용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본 글은 착오나 하자로 잘못 내려진 학교폭력 처분을 처분청이 스스로 취소하고 다시 처분하는 것이 적법한지, 그것이 신뢰보호 원칙이나 이중처분 금지에 어긋나는지를 실제 판결과 현행 법령을 근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처분청은 위법하거나 하자가 있는 학교폭력 처분을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도 스스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취소로 얻는 공익과 상대방이 입는 신뢰보호 침해를 비교형량해야 하고, 이미 이행한 부분이 새로 내려진 처분에 반영되어 과도한 불이익이 없다면 직권취소는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재처분의 근거가 되는 학교폭력 사실 자체가 증명되지 않으면 그 처분은 취소됩니다.

행정청이 한번 내린 처분을 스스로 없애는 방법에는 직권취소와 철회가 있습니다. 직권취소란 처분에 성립 당시부터 하자(위법하거나 부당한 사정)가 있을 때 행정청이 별도의 신청이나 불복 없이도 그 처분의 효력을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철회는 처분 자체는 적법하게 성립했으나 이후의 사정 변화로 더 이상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장래를 향하여 효력을 없애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문제되는 상황은 대개 처분이 처음부터 잘못 내려진 경우이므로 직권취소가 쟁점이 됩니다.
여기서 하자란 처분이 법령을 위반했거나 심의위원회의 의결과 다르게 이루어진 것과 같이 처분의 내용이나 절차에 흠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특정 조치를 의결하여 교육장에게 요청하였는데 교육장이 그와 다른 조치를 결정하였다면, 그 결정은 의결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어서 하자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자가 있는 처분은 그대로 두면 위법한 상태가 유지되므로, 처분청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생깁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착오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상대 학생의 신고로 심의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심의위원회는 사회봉사 18시간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육장은 착오로 그 요청과 다르게 교내봉사 6시간 등을 포함하는 처분(이하 제1처분)을 하였다가, 오류를 인지하고 학생에게 잘못되었음을 알린 뒤 다시 의결대로 사회봉사 18시간 등의 처분(이하 제2처분)을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학생 측은 두 가지를 다투었습니다. 첫째, 제1처분이 착오로 이루어졌더라도 그것만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므로 직권취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미 제1처분을 모두 이행하여 그 존속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는데도 이를 취소하는 것은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둘째, 제1처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같은 사유로 내려진 제2처분은 이중처분이라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이 두 쟁점과 함께, 재처분의 근거가 된 학교폭력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의 문제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행정청이 자신이 내린 처분을 스스로 취소하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지가 먼저 문제됩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처분청에게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도 직권취소 권한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처분청의 직권취소 권한에 관하여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이 판시는 두 가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처분청이 하자 있는 처분을 스스로 취소하는 데에 별도의 법률 규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는 처분(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취소로 얻는 공익과 상대방이 입는 불이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익적 행정처분이란 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처분을 말하는데,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더 가벼운 조치를 받은 상태가 그 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므로, 이를 더 무거운 조치로 바꾸는 직권취소가 수익적 처분의 취소와 유사한 이익형량 문제를 낳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현재 행정기본법에도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행 행정기본법 제18조(2021. 9. 24. 시행)는 행정청이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소급하여 취소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당사자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공익과 비교형량하도록 규정합니다.
앞의 사건에서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사회봉사 조치를 요청하였는데도 교육장이 그와 다른 교내봉사 조치를 포함한 제1처분을 한 이상 제1처분에는 하자가 존재함이 분명하고, 제2처분에는 제1처분을 직권취소하는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하자 있는 제1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처분청이 자신의 착오를 바로잡기 위하여 잘못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직권취소가 항상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처분의 존속을 신뢰하여 이미 행동을 하였다면, 그 신뢰를 무시하고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위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수익적 행정처분을 직권취소할 때 취소로 얻는 공익과 상대방의 신뢰 침해를 비교형량하여, 공익상 필요가 상대방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미 이루어진 인가를 직권취소한 처분이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취소로 얻는 공익이 상대방의 기득권 침해를 정당화할 만큼 강한지를 구체적으로 따져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4두46119 판결).
이 비교형량에서 결정적인 것은 취소되는 처분의 하자가 누구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상대방이 그 처분을 신뢰하여 입은 불이익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입니다. 처분의 하자가 상대방이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신청한 데에서 비롯되었다면 상대방의 신뢰는 보호가치가 낮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고 이미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였다면 신뢰보호의 필요가 큽니다.
신뢰보호 원칙이 적용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신뢰보호 원칙이란 행정청의 언동을 신뢰한 국민의 정당한 기대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그 적용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 요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기초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한다”
이 요건 중에서 학교폭력 처분의 직권취소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것은 둘째 요건인 귀책사유의 부존재와, 상대방이 신뢰에 기초하여 실제로 불이익을 입었는지입니다. 처분이 처음부터 착오로 잘못 내려진 것이라면, 그 착오의 위법성을 상대방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신뢰의 보호가치가 줄어듭니다. 이러한 취지는 현행 행정기본법 제12조(2021. 3. 23. 시행)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앞서 본 착오처분 사건에서 학생 측은 제1처분을 모두 이행하여 그 존속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었으므로 직권취소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학생이 이미 이행한 교내봉사 시간이 제2처분에 따른 사회봉사 시간으로 인정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직권취소로 인하여 학생에게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판단은 신뢰보호 주장이 성립하려면 신뢰에 따른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미 이행한 부분이 새로운 처분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이중으로 부담하지 않게 되었다면, 처분이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보호받을 신뢰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만약 이미 이행한 조치가 새 처분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아 상대방이 같은 부담을 두 번 지게 된다면, 그때에는 신뢰보호와 비례원칙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착오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처분하면 같은 사유로 두 번 처분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중처분이 성립하려면 선행 처분이 취소되지 않고 유효하게 남아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중징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이 모두 징계처분의 성질을 가지고, 선행 징계처분이 취소됨이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었으며, 두 처분의 징계혐의사실이 동일할 것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두10902 판결).
앞의 착오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제1처분이 적법하게 직권취소되었으므로 제2처분이 이중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선행 처분이 이미 효력을 잃은 이상 남아 있는 처분은 하나뿐이어서 두 번 처분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중처분의 요건은 하나의 사안을 여러 조치로 나눈 경우와도 구별됩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 사이의 다툼에서 여러 학생이 서로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별로 사안을 나누어 한 학생에게 두 건의 서면사과 조치를 한 사건에서, 그 학생 측은 하나의 사실관계를 나누어 두 번 처분한 것이 일사부재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각 사안이 피해학생과 행위 내용이 서로 달라 동일한 하나의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중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피해학생에 대한 별개의 행위는 각각 별도의 처분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직권취소가 적법하더라도, 다시 내려진 처분이 유지되려면 그 처분의 근거가 되는 학교폭력 사실이 실제로 존재해야 합니다. 실제로 학교폭력 조치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사유 부존재나 재량권 일탈·남용 등을 이유로 처분이 취소되는 사건은 아래 분포에서 보듯 일정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앞서 본 착오처분 사건에서 재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은 학생이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절취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학생이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챙겨주려고 들고 있다가 돌려주는 것을 잊고 집에 가져갔을 뿐이고, 상대방이 연락하자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음을 알렸으며 사용한 내역도 없는 점, 형사사건에서도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증명되지 않아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점 등을 들어, 절취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재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단은 직권취소가 적법하다는 것과 재처분이 유지된다는 것이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 줍니다. 처분청이 잘못된 처분을 바로잡아 다시 처분할 수는 있으나, 그 재처분 역시 학교폭력 사실이 증명되어야 유지되고,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취소됩니다.
처분사유 부존재로 처분이 취소된 사례는 다른 판결에서도 확인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상대방의 야구 글러브를 동의 없이 사용하다 분실하였고 찾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는 이유로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으나, 병행된 형사고소에서 절도의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건입니다. 법원은 처분청에게 그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함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강압적 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것과 이를 고의로 빼앗은 것은 다르며, 후자가 증명되지 않으면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처분이 이미 취소되어 소멸한 뒤에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의 이익이란 소송을 통해 실제로 회복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을 말하는데, 이것이 없으면 법원은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소를 각하합니다. 각하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청구의 당부를 따지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이미 취소된 처분을 대상으로 한 소송에 관하여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그 처분은 취소로 인하여 그 효력이 상실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한 취소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행정처분이 취소되면 그 처분은 취소로 인하여 그 효력이 상실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한 취소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앞서 본 착오처분 사건에서도 제1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부분은 제1처분이 이미 직권취소되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었고, 실제로 다투어진 것은 제2처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처분이 바뀐 사건에서는 어느 처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지가 중요합니다.
소의 이익은 학생이 졸업하여 처분의 효력이 사실상 소멸한 경우에도 문제됩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가볍다며 그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그 학생이 해당 학교의 학생이라는 신분을 전제로 하는데 이미 졸업하여 조치를 집행할 방법이 없으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처분을 다투려면 그 처분이 아직 효력을 가지고 있고 다툴 실익이 남아 있는 동안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처분이 직권취소되고 다시 처분이 내려진 경우, 불복은 기존 처분이 아니라 새로 효력을 가지는 재처분을 대상으로 하여야 합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는데, 이때 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처분은 재처분입니다. 착오처분이 취소되기 전에 그 취소만 다투다가 재처분에 대한 불복 기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재처분의 통지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기간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기재되는데, 착오처분이 직권취소되면 그 기재의 근거가 없어지므로 재처분의 내용에 맞추어 정정되어야 합니다. 재처분이 처분사유 부존재로 취소되어 조치 자체가 없어진 경우에는 그 기재도 삭제되어야 합니다. 다만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의 정정이나 삭제는 조치의 취소와는 별개의 절차이므로, 조치를 다투어 취소받는 것과 기재를 바로잡는 것을 함께 챙겨야 실질적인 구제가 이루어집니다.
재처분을 할 때 처분청이 의견진술 기회 부여 등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지도 실무에서 문제됩니다. 앞의 착오처분 사건처럼 심의위원회의 의결은 이미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교육장이 그 의결을 집행하는 처분만 잘못한 경우라면, 재처분은 종전 의결에 근거하므로 심의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재처분이 새로운 사실이나 다른 조치를 근거로 하는 것이라면 그에 맞는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고, 이를 생략하면 절차상 하자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처분이 잘못 내려졌을 때 처분청은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어도 그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처분을 취소할 때에는 취소로 얻는 공익과 상대방의 신뢰 침해를 비교형량해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현행 행정기본법 제18조와 제12조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이행한 부분이 새 처분에 반영되어 과도한 불이익이 없다면 직권취소는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선행 처분이 적법하게 취소된 이상 재처분은 이중처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직권취소가 적법하다는 것과 재처분이 유지된다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재처분의 근거가 되는 학교폭력 사실은 처분청이 증명하여야 하고, 절도의 고의처럼 핵심적인 사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재처분은 처분사유 부존재로 취소됩니다. 또한 이미 취소되어 소멸한 처분이나 졸업으로 효력을 잃은 처분을 대상으로 한 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므로, 처분이 바뀐 사건에서는 어느 처분을 대상으로 언제 다툴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분의 내용이 바뀌거나 재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직권취소의 적법성, 신뢰보호, 처분사유의 존부를 함께 검토하여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처분의 직권취소와 신뢰보호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와 실제 판결을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