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이 없는 단체대화방에서 한 성적 발언과 학교폭력의 성립

2026.07.07조회 286
피해학생이 없는 단체대화방에서 한 성적 발언과 학교폭력의 성립

남학생들끼리만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에 관한 성적 발언과 험담을 주고받았는데, 그 대화가 캡처되어 밖으로 알려지면서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사안이 있습니다. 이때 가해학생 측에서는 피해학생이 처음부터 그 대화방에 없었고 대화 내용을 알 수도 없었으므로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본 글은 피해학생이 인식하지 못한 폐쇄적인 대화에서 이루어진 성적 표현이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기준과, 인정된 사례와 부정된 사례, 그리고 성립이 인정되더라도 조치 수위를 따로 다투는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학생이 대화방에 없었고 내용을 몰랐다는 사정만으로는 학교폭력의 성립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주된 판단 경향입니다. 다만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소수 인원의 일회적이고 은밀한 대화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있고, 성립이 인정되더라도 가담 정도와 경위가 반영되지 않은 조치는 취소될 수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다툴 지점이 달라집니다.

밤에 방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학생

1. 학교폭력의 정의와 비공개 대화의 문제

가. 학교폭력의 정의는 열거된 유형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정의를 해석하면서, 학교폭력은 조문에 열거된 행위 유형에 한정되지 않고 이와 유사하거나 동질의 행위로서 학생의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는 제2조 제1의3호의 사이버폭력으로 별도 정의되어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 각 호와 같다.1.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1의3. "사이버폭력"이란 정보통신망(「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말한다)을 이용하여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따돌림, 딥페이크 영상 등(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얼굴ㆍ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성적 욕망 또는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ㆍ합성ㆍ가공한 촬영물ㆍ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말한다)을 제작ㆍ반포하는 행위 및 그 밖에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제1의2호, 제2호부터 제5호까지 생략)

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규정도 함께 있습니다

같은 법 제3조는 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과 반목을 학교폭력의 범주에 넣어 법률상 조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법원이 반복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공개 대화 사안은 넓은 정의 규정과 확대해석 경계 규정 사이에서, 그 대화가 피해학생에게 실제로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문제가 됩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3조(해석ㆍ적용의 주의의무)
이 법을 해석ㆍ적용하는 경우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다. 문제의 소재: 피해학생이 모르는 대화와 피해의 수반 여부

학교폭력의 정의는 피해의 발생을 요구할 뿐, 피해학생이 가해 행위를 그 자리에서 인식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해학생이 배제된 대화방에서의 발언은 그대로라면 피해학생에게 도달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발언이 정신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인지가 다투어집니다.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개념이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입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전파가능성이란 발언을 들은 상대방이 그 내용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옮길 가능성을 말합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공연성을 구성요건으로 하므로, 학교폭력의 명예훼손ㆍ모욕에도 이 요건이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함께 문제됩니다.

2. 판단의 기준이 되는 법리

가. 형사 판례의 전파가능성 법리

대법원은 형사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한 말이라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라고 하면서,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형사 명예훼손 사건에 관한 것이지만,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법원들이 비공개 대화의 공연성과 전파가능성을 판단할 때 같은 기준을 원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도15561 판결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전파가능성 법리의 핵심은, 들은 사람이 소수라는 사정만으로 은밀한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용을 옮기지 않으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관계가 있는지를 따진다는 데 있습니다.

나. 학교폭력 사건에서의 두 가지 접근

학교폭력 사건에서 하급심의 판단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학교폭력의 모욕도 형법상 모욕죄와 같은 의미이므로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되, 전파가능성 법리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학교폭력예방법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라는 용어를 쓰더라도 학교폭력을 형벌이 부과되는 범죄와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고 법이 공연성을 요구하지도 않으므로, 공연성이 없어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접근은 다르지만, 대화가 기기에 저장되어 전파될 수 있는 상태였다면 결론적으로 성립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실무상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어느 접근을 취하든 판단의 재료는 대화방의 구성원 수와 관계, 발언의 내용과 수위, 저장과 전파의 가능성, 실제 유출 경위입니다.

3.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사례

가. 남학생들만의 대화방에서 한 성적 발언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남학생들로 구성된 학급 단체대화방에서 여러 여학생에 관하여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표현과 욕설,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반복한 사안이 있습니다. 학생 측은 사춘기 남학생들끼리의 대화방은 본래 비속어와 성적 표현이 오가는 공간이었고 피해 여학생들은 대화방에서 배제되어 있어 발언을 인식할 수 없었으므로, 피해를 전제로 하는 학교폭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청소년들의 행동양식에 비추어 이러한 대화는 대화방 밖으로 언제든지 전파될 위험이 있고, 피해학생을 면전에서 직접 가해하는 방식과 피해학생을 배제한 곳에서 은밀하게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고 음란한 대화의 대상물로 취급하여 인격권을 침해하는 방식은 가해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피해학생들의 인격권과 명예에 대한 침해와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여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피해학생이 3명에 이르고 발언이 반복되었으며 다른 학생이 만류하는데도 계속한 점 등을 들어 강제전학을 포함한 조치도 지나치지 않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판단의 의미는, 피해학생이 그 자리에서 발언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이 피해의 부존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발언이 저장되고 전파될 수 있는 이상, 피해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적 대상화와 명예 침해는 이미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나. 일곱 명의 대화방에서 한 성적 비방

중학교 3학년 남학생 7명이 만든 SNS 단체대화방에서 대화방에 없는 같은 학교 학생 2명에 대한 욕설과 성적 비하 발언이 오간 사안에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학교폭력의 모욕은 형법상 모욕죄와 같은 의미이므로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해석을 전제하면서도, 대화방 참여자들이 내용을 퍼뜨리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였더라도 참여자들이 그 내용을 외부에 옮기지 않으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신분관계가 없고, 표현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은 성적인 욕설과 비방인 이상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학생 본인이 아니라 제3자가 대화 내용을 전해 들을 가능성이 있으면 충분하고, 피해학생이 대화 내용을 알게 된 경위에 위법이 있더라도 모욕 해당성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출석정지 10일 등의 조치가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대화방에 있었더라도 알림을 꺼 두고 메시지를 거의 확인하지 않은 학생 1명에 대해서는 심의 단계에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되었고, 법원도 그 학생이 모욕적 표현에 특별히 동조하지 않고 간혹 지켜보기만 하였다고 보았다는 점입니다. 대화방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발언에 가담하거나 동조하였는지가 개별적으로 평가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 그 밖의 같은 취지 판단

단체대화방이 아닌 사안에서도 같은 논리가 확인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친구의 집에서 단둘이 대화하며 같은 반 학생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였는데 상대방이 몰래 녹음하여 파일이 피해학생들에게 전달된 사안에서,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이 형사법과 동일한 용어를 쓰더라도 학교폭력을 범죄와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고 공연성을 요구하지도 않으므로 공연성이 없더라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모두 같은 반이어서 대화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특별교육 이수 조치를 유지하였습니다. 또한 여러 학생이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피해학생을 기망하고 조롱하는 상황을 공유하던 단체대화방에서 직접 가해 행위를 하지 않고 동조하고 비웃는 발언을 한 학생에 대해서도, 대화방이 가해 행위를 공유할 목적으로 개설된 점 등을 들어 그 동조 발언 자체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판결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함께 보는 학생들

4.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

가. 숙소에서 소수 인원이 나눈 은밀한 대화

반대 방향의 판단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이 교육여행 중 같은 방을 쓰게 되어 한밤중에 연예인에 관한 성적 취향을 이야기하다가 같은 반 여학생들의 외모를 언급하며 성적인 발언을 한 마디씩 주고받았고, 약 4개월 뒤 대화 가담자 중 1명이 추궁을 받아 당시 대화를 전하면서 신고에 이른 사안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발언이 굳이 유형화하면 명예훼손ㆍ모욕과 유사하지만, 피해학생들이 없는 자리에서 우연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진 일회적인 사적 대화여서 발언 자체만으로 직접 정신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았고, 다른 학생 앞이나 SNS 등 공개적 방식이 아니었으며 가담자 모두 공개될 경우 자신의 평판 하락을 우려할 처지여서 전파가능성도 없었고, 발언자들이 전달이나 피해 발생을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도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의 해석ㆍ적용 주의의무까지 근거로 들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서면사과와 출석정지 등을 취소한 1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화방이 아니라 숙소에서의 대면 대화라는 점에서 앞의 사례들과 구별됩니다. 문자 대화는 기기에 그대로 저장되어 언제든 전파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이지만, 말로 한 대화는 기록이 남지 않아 전파가능성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원이 3명에 그쳤고 발언이 각 한 마디 수준의 일회적인 것이었다는 사정도 결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같은 성적 발언이라도 매체와 인원, 반복성에 따라 성립 판단이 달라집니다.

나. 조치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뒷담화

피해학생이 없는 자리의 험담이 문제된 다른 사안에서, 법원은 뒷담화에 쓰인 표현이 또래 사이에서 비하의 의사 없이도 쓰이는 은어이거나 들은 고민을 제3자에게 전하며 다소 부정적인 어휘를 쓴 정도여서 법이 정한 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학교폭력이라고 평가하기 어렵고, 함께 문제된 메시지 전달과 공감 표시도 행위의 횟수와 정도, 동기를 종합하면 따돌림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해 지목 학생들에 대한 조치없음 결정이 유지되었습니다. 발언의 존재만으로 곧바로 학교폭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수위와 맥락이 조치를 정당화할 정도인지가 별도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사이버 공간의 행위가 문제되어 학교폭력 해당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처분이 그대로 유지된 비율이 약 69퍼센트로 나타나고, 처분이 취소되거나 일부 취소된 비율은 약 31퍼센트에 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공개 대화라는 사정만으로 성립을 부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경향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 학교폭력 해당성 다툼의 결과 분포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로, 사이버 행위의 학교폭력 해당성이 다투어진 사건의 결과 분포입니다.

판단 요소성립 쪽으로 기우는 사정불성립 쪽으로 기우는 사정
매체문자 대화방(저장·캡처·전달 가능)기록이 남지 않는 일회적 대면 대화
구성원다수 참여, 비밀을 지킬 특별한 관계 없음소수 인원, 공개 시 자신도 불리한 처지
표현성적 대상화·구체적 비하의 반복일회적·한 마디 수준, 또래 은어 정도
가담발언 주도·동조·조롱 가담알림을 꺼 두는 등 대화 불참

표: 비공개 대화 사안에서 학교폭력 성립 판단에 쓰인 요소의 정리

5. 성립이 인정되더라도 조치 수위는 따로 다툽니다

가. 가담 정도를 구별하지 않은 평가가 취소된 사례

성립과 조치 수위는 별개의 판단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중학교 동창들과 만든 SNS 단체대화방에서 여러 달에 걸쳐 여러 여성의 사진 공유와 성적 발언이 이루어졌고, 제3자가 구성원의 휴대전화를 열람하면서 내용이 피해학생들에게 알려진 사안에서, 법원은 대화 내용이 휴대전화에 그대로 남아 관리 여하에 따라 제3자에게 전파될 수 있었고 실제로 전파되었다는 점을 들어 학교폭력의 성립은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치 수위에 관하여는, 해당 학생이 참여한 대화가 특정되지 않았고 참여 횟수가 적으며 대화방을 주도한 다른 학생들과 동일하게 지속성을 높게 평가한 잘못이 있다는 점, 발언이 호응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 등을 들어 서면사과와 사회봉사 등 조치 전부를 재량권 일탈ㆍ남용(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맡긴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잘못 행사한 것)으로 취소하였습니다. 성립을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판정 점수의 각 항목이 그 학생의 실제 가담 정도를 반영하였는지는 별도로 다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가 반영되지 않은 사례

경위의 특수성이 조치 취소로 이어진 예도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상대 학생의 이름을 딴 계정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여러 달 받아 오다가 그 메시지를 상대 학생이 보낸 것으로 잘못 알고 단체대화방에 메시지 캡처를 올렸고 다른 학생들의 조롱이 이어졌는데,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는 제3의 학생이 상대 학생을 사칭하여 보낸 메시지로 밝혀진 사안에서, 항소심 법원은 캡처를 올린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학생 자신이 사칭 메시지의 피해자로서 오인에 이르게 된 특수한 경위와 하루 동안의 행위에 그친 점이 판정 점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정지 등 조치를 취소하였습니다. 이러한 재량 판단의 기준으로 법원이 원용하는 대법원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경찰공무원의 징계에 관한 사건이지만,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의 재량권 일탈ㆍ남용을 판단하는 일반 기준으로 학교폭력 사건에서도 원용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두20027 판결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6. 실무 대응

가. 유출 경위와 학교폭력 성립은 별개입니다

대화 내용이 무단 열람이나 몰래 한 녹음처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알려졌다는 사정은 성립 판단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법원은 피해학생이 대화 내용을 알게 된 경위에 위법이 있더라도 모욕 해당성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유출 경위의 문제는 그 유출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별도의 법적 책임 문제로 다루어질 수는 있어도, 이미 이루어진 발언의 학교폭력 평가를 되돌리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나. 다툴 때 확인할 것: 발언자 특정과 처분사유

비공개 대화방 사안에서 실제로 처분이 취소되는 지점은 성립 법리보다 사실인정과 조치 수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명이 참여한 대화방에서는 어느 발언을 누가 하였는지가 처분의 전제가 되므로, 캡처 자료에서 발언자가 특정되는지, 처분서에 적힌 처분사유가 실제 심의된 대화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단체대화방 사안에서 증거상 해당 학생의 발언으로 특정되는 것이 한 마디뿐이고 개인 대화방에서의 발언은 처분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되는 행위에 비해 전학 조치가 지나치다고 보아 취소한 판결이 있습니다. 또한 판정 점수의 심각성ㆍ지속성ㆍ고의성 평가가 대화방 전체의 행위가 아니라 그 학생 개인의 가담 정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조치 수위를 다투는 핵심 지점입니다.

다툴 지점확인할 자료
발언자 특정대화 캡처에서 각 발언의 계정·표시명이 본인으로 특정되는지
처분사유의 일치조치결정 통지서의 처분사유와 실제 심의된 대화의 일치 여부
개인별 가담 반영판정 점수 각 항목이 본인 발언의 횟수·수위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는지
유출 경위성립 다툼과 별개로 유출 행위자에 대한 책임 검토 자료

표: 비공개 대화방 사안에서 처분을 다툴 때의 확인 사항

거실 소파에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

7.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학생이 대화방에 없었고 내용을 전혀 몰랐는데도 학교폭력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문자 대화가 기기에 저장되어 언제든 전파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인다는 점을 중시하여, 피해학생이 그 자리에서 인식하지 못한 발언도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해학생을 면전에서 가해하는 것과 배제된 곳에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은 가해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본 판결도 있습니다.
Q. 대화방 구성원끼리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는데도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나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내용을 퍼뜨리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였더라도 참여자들이 이를 옮기지 않으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신분관계가 없고 표현이 전파되기 쉬운 성적 욕설과 비방이라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대로 소수 인원의 일회적 대면 대화로서 가담자 모두 공개되면 자신도 불리한 처지였던 사안에서는 전파가능성이 부정되었습니다.
Q. 대화가 무단 열람이나 몰래 한 녹음으로 유출되었는데 문제 삼을 수 없나요?
유출 경위의 위법은 학교폭력 성립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유출 행위 자체에 대한 책임은 별도로 다툴 수 있으나, 심의와 소송에서는 발언의 내용과 가담 정도, 조치 수위의 적정성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Q. 대화방에 있긴 했지만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가해학생이 되나요?
대화방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알림을 꺼 두고 메시지를 거의 확인하지 않은 학생을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판단이 있고, 반대로 직접 가해 행위를 하지 않았어도 조롱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 결국 개별 학생의 발언과 동조 여부가 기준이 되므로, 대화 기록에서 자신의 가담 부분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정리

피해학생이 없는 대화방에서 한 성적 발언은, 대화가 저장되고 전파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이상 피해학생이 당시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이 법원의 주된 경향입니다. 공연성 요건을 요구하는 판결도 전파가능성 법리로 이를 인정하고, 공연성이 필요 없다고 보는 판결도 있어 접근의 차이가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 기록이 남지 않는 소수 인원의 일회적 대화로서 전파가능성과 전달의 예견가능성이 모두 부정된 사안, 표현의 수위가 조치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사안에서는 성립이 부정되었습니다. 성립이 인정되는 사안이라도 발언자 특정, 처분사유와 심의 대상의 일치, 개인별 가담 정도의 반영은 별도의 다툼 지점이며, 실제로 이 지점에서 조치가 취소된 판결들이 있습니다. 본 글의 내용이 사안을 정확히 진단하고 다툴 지점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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