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이 심의위원회에 회부되면 관련 학생과 보호자의 진술, 심의 내용, 개인정보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됩니다. 처분을 받은 학생 측에서는 심의 과정에서 자신이나 자녀의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졌다거나, 피해학생들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참석시켜 무관한 내용까지 알게 되었다며 비밀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처분을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러한 사정이 법이 금지하는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배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심의 과정의 비밀유지의무가 무엇을 금지하는지, 어떤 경우에 그 위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실제 판결을 통해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심의 과정에서 피해학생들을 분리하지 않았다거나 실질적 보호자에게 자녀 본인에 관한 사실을 알렸다는 사정만으로는 비밀누설금지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학생의 개인정보나 심의 발언 내용이 자격 없는 제3자에게 알려졌고, 그 누설이 심의와 처분의 판단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점까지 밝혀진다면 처분을 다투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였던 사람은 그 직무로 인하여 알게 된 비밀이나 가해학생, 피해학생, 신고자, 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여서는 안 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1조가 이 비밀누설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같은 조는 심의위원회의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비밀누설이 문제 되려면 먼저 무엇이 비밀인지가 정해져야 합니다. 법은 비밀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시행령은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 심의와 의결에 관한 개인별 발언 내용, 그 밖에 외부로 누설될 경우 분쟁당사자 사이에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명백한 사항을 비밀로 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2026. 1. 2. 시행 기준) 제33조가 이를 규정합니다.
비밀누설이란 이러한 사항을 그것을 알 자격이 없는 외부에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어떤 행위가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가 위 각 사항을 외부에 알린 것인지에 따라 판단되고, 단순히 심의 절차의 운영이 미흡하였다거나 관계자에게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 곧바로 누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누설이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처분을 취소할 사유가 되는 것은 구별됩니다. 비밀누설 자체는 별도로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곧바로 심의를 거쳐 내려진 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을 다투는 사유가 되려면, 그 누설로 인하여 심의와 처분의 판단이 왜곡되었거나 학생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등 처분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방어권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다투기 위하여 사건 내용을 알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구별은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비밀누설이 의심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인정이나 심의 절차의 공정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히지 못하면 처분을 취소하는 사유로는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원고가 같은 반 학생들을 비하하는 말을 반복하여 사회봉사 5시간과 접촉 금지, 학생과 보호자의 특별교육 등의 처분을 받은 사안입니다. 원고 측은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들을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입장시켜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피해학생 본인의 심의와 무관한 내용까지 다른 학생들이 알게 되었으므로 비밀누설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쟁점은 심의 과정에서 피해학생들을 분리하지 않은 것이 법이 금지하는 비밀누설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심의위원회가 피해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법이 정한 직무로 인하여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나 가해학생, 피해학생, 신고자, 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누설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심의 절차의 운영 방식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것과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였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므로, 분리하지 않은 것 자체를 누설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해학생인 원고가 위원 중 한 사람이 회의 전에 자신의 양부에게 가해행위와 위원회 회부 사실을 알린 것이 비밀누설이라고 주장하며 사회봉사 5시간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입니다. 제1심에 이어 항소심도 그 상대방이 원고의 양부이자 실질적인 보호자이고 고지한 내용이 원고 본인의 가해행위와 회부 사실이라는 점에 비추어, 관련 법령이 금지하는 비밀을 누설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가해학생으로 낙인찍혀 처분을 받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고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현행 심의위원회 체계로 개편되기 전의 자치위원회 사건이지만, 실질적 보호자에게 자녀 본인에 관한 사실을 알린 것을 금지되는 누설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은 지금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들이 보여 주는 기준은, 비밀유지의무 위반은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자격 없는 외부에 알린 경우에 문제 되는 것이지, 심의 절차의 운영이 미흡하였다거나 보호자에게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무엇이 비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알 자격이 없는 누구에게 알렸는지가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 주장 | 법원의 판단 |
|---|---|
| 피해학생 분리 미흡 |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음(배척) |
| 실질적 보호자에게 고지 | 금지되는 누설 아님, 낙인 아님(배척) |
표: 비밀유지 위반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어 청구가 기각된 경우가 약 67퍼센트에 이릅니다. 비밀유지의무 위반과 같은 절차상 하자 주장도 그 가운데에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 하자가 심의와 처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행정소송 결과 분포.
비밀누설금지의무와 함께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위원들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학생과 보호자의 개인정보와 발언 내용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심의위원회의 전신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회의록에 대하여도 그것이 정보공개법상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회의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의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회의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의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에 해당한다”
이 판결은 학교폭력예방법이 회의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정한 취지 등을 근거로, 관계가 없는 사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은 나아가 회의록이 공개될 경우 위원들이 외부의 영향이나 부담을 의식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내기 어려워지는 등 심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비공개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는 회의의 비공개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위원들의 자유로운 심의와 관련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임을 보여 줍니다.
다만 회의가 비공개라고 하여 처분을 받은 학생 측이 심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의 비공개는 관계가 없는 제3자의 정보공개청구에 관한 것이고, 사건의 당사자인 학생과 보호자에게는 별도의 열람 통로가 열려 있습니다. 피해학생, 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회의록의 열람이나 복사를 신청하면, 학생과 그 가족의 성명,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위원의 성명 등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합니다. 즉 다른 학생이나 위원의 이름과 같은 개인정보는 가려지지만, 어떤 행위가 문제 되어 어떤 근거로 조치가 정해졌는지와 같은 심의의 내용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처분을 다투려는 학생 측이 자신의 방어를 위하여 심의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관련자의 개인정보는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회의록은 처분의 이유와 판정의 근거를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처분에 불복할 때에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회의록의 열람이나 복사를 신청하여 심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학교폭력 조치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비밀유지의무 위반을 처분의 절차상 하자로 다투려면, 문제 삼는 행위가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자격 없는 외부에 알린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심의 절차의 운영이 미흡하였다거나 보호자에게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는 누설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개인정보나 심의 발언 내용이 무관한 제3자에게 알려졌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알려졌는지, 그로 인하여 처분의 판단에 영향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또한 비밀누설은 그 자체로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곧바로 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을 다투려면 그 누설이 심의와 처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점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 확인 항목 | 살펴볼 내용 |
|---|---|
| 누설된 내용 | 개인정보·심의 발언 등 비밀에 해당하는지 |
| 알려진 상대방 | 자격 없는 외부인지, 보호자 등 관계자인지 |
| 처분에 준 영향 | 심의·판정에 실질적 영향을 주었는지 |
| 회의록 | 개인정보 제외 열람·복사로 근거 확인 |
표: 비밀유지 위반을 다툴 때 확인할 항목.

학교폭력 심의 과정의 비밀누설금지의무는 직무로 알게 된 비밀이나 학생, 신고자, 고발자와 관련된 자료를 자격 없는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비밀의 범위는 학생과 가족의 개인정보, 심의와 의결에 관한 개인별 발언 내용, 외부로 누설되면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명백한 사항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심의 때 피해학생들을 분리하지 않았다거나 실질적 보호자에게 자녀 본인에 관한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는 비밀누설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관계 없는 사람에게는 회의록이 비공개대상정보가 되지만, 학생과 보호자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회의록의 열람이나 복사를 신청하여 처분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 위반을 처분의 취소 사유로 다투려면 그 누설이 심의와 판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점까지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처분이 취소되는 절차상 하자는 비밀유지 위반보다 심의위원회의 구성이나 제척 사유처럼 심의의 공정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