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조사는 종전에 학교 교사가 맡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교육지원청이 위촉한 전담조사관이 담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은 학생과 보호자 가운데에는, 조사관이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보여 주지 않았다거나, 조사 결과를 알려 주지 않았다거나, 보호자를 동석시키지 않은 채 조사했다거나, 확인서를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게 했다며 조사가 위법하다고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의 조사 절차와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처분을 취소할 사유가 되는지를 실제 판결을 통해 정리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증표 미제시나 조사 결과 미통보, 보호자 동석 없는 조사와 같은 형식적 흠만으로 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그 흠이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조사관이 학생에게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도록 강요하여 확인서를 받았거나, 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가 제대로 특정되지 않아 학생이 방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경우에는 처분을 다툴 수 있습니다.
교육감이나 교육장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사후조치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관계 직원을 지정하거나, 조사·상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학교폭력 조사·상담자로 위촉하여 사안조사를 하게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전담조사관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11조의2 제4항이 그 근거이며, 조사·상담자의 위촉과 운영에 관한 규정은 2025년 1월 개정으로 정비되었습니다.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원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더하여 사안조사까지 맡던 데 따른 부담과 민원을 줄이고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조사관은 관련 학생과 목격자 면담, 확인서 작성, 자료 수집 등의 사안조사를 맡아 그 결과를 학교와 심의 절차에 넘깁니다.
조사·상담을 하는 관계 직원과 조사·상담자는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보여 주어야 하며, 그 조사 등의 결과는 학교의 장과 보호자에게 통보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조사 절차나 방법에 형식적인 흠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분이 위법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절차상 하자란 처분에 이르는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법령이 정한 방법이나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그러한 흠이 있더라도 그것이 학생과 보호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였는지를 함께 봅니다. 방어권이란 자신에게 불리한 처분을 다투기 위하여 사건 내용을 알고 그에 대하여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증표를 보여 주지 않았거나 조사 결과를 따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형식적 사정은, 그로 인하여 실제로 방어에 지장이 생겼다고 볼 수 없으면 처분을 취소할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사관이 허위의 진술을 강요하여 조사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해쳤거나,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아 학생이 방어할 수 없었던 경우처럼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때에 비로소 위법이 인정됩니다.
학교폭력 사안조사도 학생에게 불이익한 처분으로 이어지는 행정작용의 한 과정이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의 원칙이 형사절차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고 밝혀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헌법조항에 규정된 형사절차상의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작용으로서 기본권제한과 관련되든 관련되지 않든 모든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적법절차의 원칙은 헌법조항에 규정된 형사절차상의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작용으로서 기본권제한과 관련되든 관련되지 않든 모든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다만 적법절차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하여 그로부터 곧바로 보호자 동석과 같은 개별적인 절차상 권리가 도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권리가 인정되려면 법률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학교폭력예방법령에는 사안조사에 보호자를 반드시 동석시켜야 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결국 조사 절차의 적법성은 형식이 아니라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인 원고가 같은 반 학생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의 사유로 서면사과와 접촉 금지, 학교 봉사, 특별교육 등의 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원고 측은 전담조사관이 보호자를 분리한 채 일부 내용을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게 하였고,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보여 주지 않았으며, 조사 결과도 통보하지 않아 조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학생이 작성한 확인서에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표현으로 보기 어려운 기재가 일부 있으나, 이는 조사관이 학생이 작성한 내용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보완하게 한 것으로 보이고 행위 내용 자체를 허위로 기재하게 할 동기가 없었던 점, 그 확인서가 며칠 뒤 보호자에게 전달된 점 등을 들어 조사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증표 제시와 통보에 관한 절차도 준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심의 참석 안내에 문제 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학생과 보호자가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던 점에서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같은 무렵 비슷한 쟁점이 다루어진 다른 사건에서도, 초등학생인 가해학생을 보호자 동석 없이 조사하고 확인서를 받아쓰게 하였다는 주장이 배척되었습니다. 법원은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서 학교폭력 사안조사 과정에 보호자 등 신뢰관계 있는 사람이 동석할 권리가 곧바로 도출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권리를 인정하려면 입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학교폭력예방법령에는 그런 근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확인서가 조사관의 도움을 받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더라도, 여러 사정에 비추어 조사관이 허위의 자백을 강요하여 위법한 조사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처분을 유지하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 주장 | 법원의 판단 |
|---|---|
| 증표 미제시 | 그 사정만으로 방어에 지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 |
| 조사 결과 미통보 | 통보 절차가 준수된 것으로 보고 배척 |
| 보호자 동석 부재 | 동석 권리를 인정할 법령상 근거 없음 |
| 확인서 받아쓰기 | 허위 자백 강요에 이르지 않으면 위법 아님 |
표: 전담조사관 조사 절차·방법에 관한 주장과 법원의 판단.
조사나 그 앞 단계에서 흠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뒤따르는 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앞 단계의 절차상 하자가 뒤의 처분으로 승계되는지의 문제인데, 학교폭력 조치는 학교의 자체해결이 아닌 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기초로 이루어지므로, 그 앞 단계인 전담기구나 사안조사의 흠이 심의위원회의 의결에 반드시 구속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원고가 1학년 학생의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의 사유로 접촉 금지와 학교 봉사, 특별교육 등의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원고는 조사와 전담기구 단계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그러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있더라도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기초로 이루어진 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고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보호자 특별교육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되었습니다).
이는 조사 단계의 절차 하자를 다툴 때, 그 하자가 심의와 처분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사에 흠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사실관계가 잘못 인정되었거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는 점까지 이어져야 처분을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사의 흠 자체가 아니라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하자가 인정되면 처분이 취소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원고가 상대 학생과 서로 신고한 사건에서, 원고는 전담교사가 위압과 폭언으로 사실과 다른 확인서를 작성하게 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확인서의 내용에 비추어 원고가 강압적인 조사를 받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가 "학기 중 다수의 신체 폭력과 욕을 함"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그 일시와 장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원고가 심의 과정에서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던 점을 들어, 그 처분사유에 관한 부분은 행정청이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한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 학교 봉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조사 방법에 관한 형식적 주장은 배척되었지만, 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가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점이 취소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조사 방법의 형식적 흠과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하자는 취소 여부에서 서로 다르게 다루어지므로, 어느 쪽을 다투는지에 따라 밝혀야 할 점도 달라집니다.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어 청구가 기각된 경우가 약 67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처분이 취소된 경우는 약 19퍼센트로 나타납니다. 조사 절차나 방법의 흠을 이유로 한 주장은 그 가운데에서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행정소송 결과 분포.
학교폭력 조치에 불복하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조사 절차를 다투려면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합니다. 조사관이 증표를 제시하였는지, 조사 결과가 학교와 보호자에게 통보되었는지, 확인서가 학생의 진술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아니면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게 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확인서의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다른지를 살펴봅니다. 아울러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가 일시와 장소,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조사에 흠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사실인정을 그르치거나 방어에 실질적으로 지장을 주었다는 점을 함께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사 관련 확인서와 사안조사 보고서, 심의위원회 회의록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습니다.
| 확인 항목 | 살펴볼 내용 |
|---|---|
| 조사 방법 | 확인서가 학생의 진술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
| 확인서 내용 | 기재된 사실이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는지 |
| 처분사유 특정 | 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가 일시·장소·내용까지 특정됐는지 |
| 실질적 영향 | 그 하자가 사실인정·방어권에 준 영향 |
표: 전담조사관 조사 절차를 다툴 때 확인할 항목.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사안조사를 하면서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고 조사 결과를 학교와 보호자에게 통보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증표를 보여 주지 않았거나 조사 결과를 따로 알려 주지 않았다는 형식적 사정만으로는 조사나 처분이 위법해지지 않고, 보호자를 동석시키지 않았다는 것도 그 자체로는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이 행정작용에도 적용되지만, 그로부터 개별적인 절차상 권리가 바로 도출되지는 않습니다. 확인서를 조사관이 다듬은 정도는 문제 되지 않으나, 학생이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도록 강요하였거나 처분의 근거가 된 행위가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면 위법으로서 처분을 다툴 수 있습니다. 조사 단계의 흠은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기초로 한 처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조사를 다투려면 그 흠이 사실인정이나 방어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함께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리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