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거나 큰 상해·정신적 피해를 입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사건의 가해학생 보호자는 "피해학생이 사망했으니 우리 아이에게 가장 무거운 조치가 내려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반대로 피해학생 보호자는 "이렇게 큰 결과가 났는데 조치가 왜 이렇게 가볍냐"고 다툽니다. 본 글은 피해학생의 사망이나 중대한 피해라는 '결과'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수위(양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 판단 구조와 실제 사례를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피해의 결과가 얼마나 컸는지 그 자체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해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반성·화해 정도라는 세부기준으로 산정됩니다. 피해학생이 사망했더라도 그 결과와 가해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결과가 조치를 곧바로 무겁게 만들지는 않고, 다만 그 결과가 심각성이나 화해 정도에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는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가 중대한데도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게 산정되면 피해학생 측이 이를 다투어 조치가 가중되기도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가해학생에게 조치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합니다. 조치의 종류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17조 제1항에 아홉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서면사과(제1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제2호), 학교에서의 봉사(제3호), 사회봉사(제4호),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제5호), 출석정지(제6호), 학급교체(제7호), 전학(제8호), 퇴학처분(제9호)입니다. 제1호에서 제9호로 갈수록 가해학생이 받는 불이익이 커지고,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초등학교·중학교)에 있는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아홉 가지 중 어느 조치를 할지를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느냐입니다. 제17조 제1항은 그 세부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고,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는 조치를 결정할 때 고려할 요소로 다섯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제1호),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제2호),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의 화해 정도(제4호)입니다. 여기에 가해학생의 선도 가능성(제3호)과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제5호)를 더해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장관이 정한 세부기준 고시는 위 요소를 점수로 평가합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은 정도에 따라 없음(0점)부터 매우 높음(4점)까지로 매깁니다. 반면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는 방향이 반대여서, 반성과 화해를 충분히 할수록 낮은 점수가 되도록 매우 높음(0점)부터 없음(4점)까지로 매깁니다. 가해행위가 심각하고 지속적일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반성과 화해가 이루어질수록 점수가 내려가 조치가 가벼워지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다섯 항목에 매긴 점수를 합산해 아래 기준에 따라 조치 단계를 정합니다.
| 판정 점수 합계 | 기본 조치 |
| 1점 ~ 3점 | 제1호 서면사과 |
| 4점 ~ 6점 | 제3호 학교에서의 봉사 |
| 7점 ~ 9점 | 제4호 사회봉사 |
| 10점 ~ 12점 | 제5호 특별교육이수·심리치료 또는 제6호 출석정지 |
| 13점 ~ 15점 | 제7호 학급교체 |
| 16점 ~ 20점 | 제8호 전학 |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제2호)는 위 조치와 함께 부과되고, 퇴학처분(제9호)은 전학 대상에 해당하는 학생 가운데 선도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부과됩니다. 이처럼 다섯 항목에 매긴 점수를 더해 조치 단계를 정하는 방식을 판단 요소별 점수제라고 합니다. 이 점수제가 양정의 뼈대입니다.
여기서 피해의 '결과'가 어디에 들어가는지가 본 글의 핵심입니다. 세부기준의 다섯 항목에는 '피해 결과의 중대성'이라는 독립 항목이 없습니다. 피해학생이 사망했다거나 크게 다쳤다는 사정은 별도의 가산점이 아니라, 그 결과를 초래한 가해행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심각성)와 사후에 화해가 이루어졌는지(화해 정도)라는 항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됩니다. 결과 자체가 조치 단계를 자동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형사절차의 결과책임과 구별됩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가 적정한지를 법원이 심사할 때에는 재량행위(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일정한 폭을 맡긴 행위)에 대한 심사 방식이 적용됩니다. 여러 하급심은 학교폭력 조치에 관해 "교육장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를 할 것인지 여부는 교육장의 판단에 따른 재량행위에 속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는 학교폭력의 내용과 성질, 조치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치의 무게를 법원이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치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만 심사한다는 것입니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일반 법리는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4두37702 판결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
이 법리를 양정 문제에 대입하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법원은 "피해가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이르렀으니 조치를 더 무겁게 했어야 한다"거나 "결과에 비해 조치가 무겁다"는 판단을 독자적으로 내리지 않습니다. 심의위원회가 세부기준의 다섯 항목을 평가한 과정에 사실오인이 있었는지, 그 결과가 비례원칙(달성하려는 목적에 비해 조치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날 정도로 부당한지를 볼 뿐입니다. 그래서 피해 결과가 아무리 중대해도 세부기준 평가가 합리적 범위 안에 있으면 그 조치는 유지되고, 반대로 결과와 무관하게 점수 산정이 잘못되면 조치가 취소됩니다.
먼저 피해학생이 사망했는데도 그 결과가 조치를 무겁게 만들지 않은 사례를 보겠습니다. 이 유형은 가해행위와 사망 사이에 심의위원회가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거나, 가해학생에게 죽음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은 경우입니다.
서울행정법원 2024. 4. 24. 선고 2023구단74294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던 원고는 같은 반 피해학생이 과거 술·담배를 했다는 비행사실과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적인 메시지를 다른 학생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하고 관련 메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피해학생은 그 무렵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고, 유족의 신고로 심의위원회가 열려 원고에게 명예훼손·모욕에 해당하는 학교폭력을 인정하고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제3호)을 의결했습니다. 세부기준 점수는 심각성 낮음(1점), 지속성 낮음(1점), 고의성 없음(0점), 반성 정도 보통(2점), 화해 정도 보통(2점)으로 합계 6점이었습니다.
원고는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양정 판단에서 이 "이 사건 심의위원회는 원고의 이 사건 각 행위가 피해학생의 사망이라는 결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거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원고에 대한 조치 정도를 의결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고, 피해학생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위 조치 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단한 점입니다. 사망이라는 결과가 있었지만, 심의위원회가 그 결과를 조치를 무겁게 하는 근거로 삼지 않았고 그것이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조치는 어디까지나 가해행위 자체의 경중을 점수화해 정해졌고, 그 결과 6점에 해당하는 학교봉사가 적정하다고 본 것입니다.
같은 맥락의 사례가 서울행정법원 2024. 9. 5. 선고 2023구단71462 판결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부터 원고는 SNS를 통해 피해학생에 대한 험담과 이간질, 따돌림을 반복했습니다. 피해학생은 "제 모든 것의 원흉은 A"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습니다. 피해학생 아버지가 소송에 참가한 이 사건에서도 조치는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과 특별교육 3시간에 그쳤고, 세부기준 점수는 심각성·지속성·고의성 각 낮음(각 1점), 반성 정도 매우 높음(0점), 화해 정도 낮음(3점)으로 합계 6점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해학생)는 학교폭력 내용과 전후 정황에 비해 조치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에서 그 주장을 배척하면서, 심의위원회가 "원고에게 피해학생의 죽음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피해학생이 가해자를 자신의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사망에 이른 사안임에도, 조치는 가해행위 자체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사망이라는 결과는 오직 '화해 정도'가 낮게 평가되는 사정(끝내 사과와 화해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피해학생이 사망한 점)으로만 제한적으로 반영되었을 뿐, 조치 단계를 끌어올리는 독립 근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원칙은 이렇습니다. 피해학생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있어도, 심의위원회가 그 결과와 가해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고 가해행위 자체의 경중으로 조치를 정했다면 법원은 그 판단을 존중합니다. 가해학생 측으로서는 "피해가 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에 이르렀으니 무조건 무거운 조치가 나온다"는 전제가 반드시 맞지는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해의 결과가 세부기준 항목을 통해 조치에 반영되어 무거운 조치가 유지된 사례도 많습니다. 결과가 독립 가산점은 아니지만, 그 결과를 초래한 가해행위의 심각성이 크게 평가되거나 사망·중대 피해로 인해 화해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정이 화해 정도에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수원지방법원 2026. 5. 14. 선고 2025구합61111 판결의 사안을 보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가해학생 두 명은 피해학생에 대해 성적인 소문을 여러 차례 유포하고 "살아갈 이유가 없으니 죽으라"는 취지의 폭언을 했습니다. 피해학생은 그 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습니다. 원래 조치는 학교에서의 봉사 4시간(제3호)이었으나, 피해학생 부모의 행정심판 청구로 재결을 통해 출석정지 5일(제6호)로 가중되었고, 가해학생들이 이 가중재결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가중을 유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사망이라는 결과가 '화해 정도' 평가에 반영된 방식입니다. 법원은 피해학생이 사망했고 유족이 형사 고소를 통해 엄중한 처벌을 희망하는 상황임을 근거로 심의위원회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 타당성을 잃은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동시에 법원은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피해학생의 비극적인 선택에는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면서도, 가해행위 역시 피해학생이 자살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는 정도로 표현했습니다. 사망을 가해행위의 결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결과가 화해 정도라는 항목을 통해 조치 가중을 정당화하는 사정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부산지방법원 2019. 3. 28. 선고 2018구합25357 판결은 정신적 피해라는 결과가 심각성 평가에 반영된 사례입니다. 중학교 1학년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고 줄넘기로 때리며 신체 부위를 만지고 옷을 강제로 벗기는 등 성적 학교폭력을 저질렀습니다. 피해학생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아 1년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되었고 장기간 학교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접촉금지(제2호)와 출석정지 5일(제6호), 전학(제8호), 특별교육 20시간을 부과했고, 세부기준 합산은 17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에서 전학 등 조치를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해학생에게 가한 학교폭력의 정도와 기간, 피해학생이 받은 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해 각 항목의 점수를 부여한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습니다. PTSD라는 결과가 그 자체로 별도 점수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결과를 초래한 가해행위의 심각성이 매우 높게 평가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할 필요성이 크다고 인정되어 전학이라는 무거운 조치가 정당화되었습니다.
이 유형에서 확인되는 것은, 결과의 중대성이 '심각성'과 '화해 정도'라는 통로를 거쳐 조치에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피해가 크면 그 피해를 낳은 행위의 심각성이 높게 평가되기 쉽고, 피해가 회복 불가능한 정도이면 화해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화해 정도가 낮게 평가됩니다. 결과가 직접 조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기준 항목의 평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조치에 스며드는 구조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가해학생이 조치가 무겁다며 다툰 사례였습니다. 그러나 양정에 대한 다툼은 반대 방향으로도 일어납니다. 피해학생 측이 "피해 결과가 이렇게 큰데 조치가 지나치게 가볍다"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조치의 가중을 구하는 경우입니다.
대구지방법원 2023. 11. 9. 선고 2023구합20340 판결이 그 예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가해학생은 과도(길이 약 20cm)로 피해학생의 머리를 찌르고 쓰러진 피해학생의 복부와 머리를 발로 찼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학생의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피해학생은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처음에 전학(제8호)을 의결했으나, 피해학생 측이 행정심판을 청구해 재결로 퇴학처분(제9호)으로 가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가해학생이 퇴학재결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퇴학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가해행위로 자칫 피해학생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중대한 상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고 피해학생이 실제로 신체적 외상뿐 아니라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중대한 피해 결과가 심각성 평가에 반영되고, 여기에 가해학생이 종전 전학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정과 피해학생과의 분리 필요성이 더해져 퇴학이라는 최고 수위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본 것입니다. 피해 결과의 중대성이 피해학생 측의 다툼을 통해 실제로 조치를 가중시킨 사례입니다.
양정에 대한 사법심사가 가해학생에게 유리하게 작동한 사례도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6. 4. 22. 선고 2025구합61935 판결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가해학생이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피해학생에게 강도 높은 추행을 한 사안이 문제되었습니다. 원래 조치는 학교에서의 봉사 10시간(제3호)이었는데, 행정심판 재결로 출석정지 10일(제6호)로 가중되었고 가해학생이 이 재결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에서 재결을 취소했습니다. 추행의 심각성과 고의성이 높게 평가된 것 자체는 재량 범위 안에 있다고 보면서도, 화해 정도를 살펴보면 가해학생 측이 사과와 화해 노력을 계속해 사후에 일정한 합의에 이른 사정이 있는데도 화해 정도를 낮음(3점)으로 본 것은 과다하고 보통(2점)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점수를 바로잡으면 조치는 출석정지가 아니라 사회봉사에 해당하게 되므로, 가중재결은 세부기준 점수를 과다하게 산정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은 중대한 피해 결과가 있는 유형은 아니지만, 양정 판단이 세부기준 점수 산정의 오류를 이유로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가 크든 작든 법원의 심사는 결국 다섯 항목의 점수가 합리적으로 매겨졌는지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들과 같은 원리 위에 서 있습니다.
피해학생이 자살한 사건에서 보호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가해행위와 죽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느냐"입니다. 이 질문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절차에서 다르게 다루어지므로 구별이 필요합니다.
행정 양정, 즉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수위를 정하는 절차에서는 앞에서 본 것처럼 자살이라는 결과를 가해행위의 직접적 결과로 단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의위원회와 법원은 자살에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결과를 조치에 직접 전가하기보다 가해행위 자체의 심각성과 화해 정도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반영합니다. 가해학생에게 죽음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 아닙니다.
반면 민사 손해배상 절차에서는 인과관계가 배상 범위를 정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24318 판결은 집단 괴롭힘과 피해학생의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어떤 원인으로 통상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인정되는 관계)를 정면으로 판단했습니다.
초등학교 내에서 발생한 폭행 등 괴롭힘이 상당 기간 지속되어 그 고통과 그에 따른 정신장애로 피해학생이 자살에 이른 경우, 다른 요인이 자살에 일부 작용하였다 하더라도 가해학생들의 폭행 등 괴롭힘이 주된 원인인 이상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이 판결은 괴롭힘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그 고통과 정신장애로 피해자가 자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예측 가능하고, 다른 요인이 일부 작용했더라도 괴롭힘이 주된 원인이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교사와 학교(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사고 발생의 예측가능성(구체적 위험성)이 있었다면 보호·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진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가해학생 부모의 감독자책임(민법 제755조)과 교사·학교의 배상책임을 정하기 위한 법리입니다.
두 절차의 결과 취급이 다르다는 점이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민사 손해배상은 자살이라는 결과의 예견가능성과 인과관계를 따져 손해의 범위와 책임의 크기를 정하지만, 행정 양정은 결과가 아니라 가해행위 자체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화해로 조치를 산정합니다. 따라서 형사절차나 민사소송에서 인과관계가 문제된다고 해서 그 논리가 곧바로 학교폭력 조치의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학생 측이든 피해학생 측이든, 조치의 적정성을 다툴 때에는 인과관계 주장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세부기준의 각 항목이 어떻게 평가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양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가해학생 측과 피해학생 측 모두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조치 처분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두 경로가 열려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하는 절차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앞에서 본 사례들처럼 피해학생 측이 조치가 가볍다며 가중을 구하거나, 가해학생 측이 조치가 무겁다며 취소·감경을 구할 때 활용됩니다. 행정소송은 관할 행정법원에 제기하며,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가 원칙입니다.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재결서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합니다.
조치의 이행을 잠시 멈추고 싶을 때에는 집행정지(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판결이 날 때까지 정지시키는 제도)를 함께 신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학이나 출석정지처럼 즉시 이행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생기는 조치는 본안 소송과 별도로 집행정지 신청의 필요성이 큽니다. 다만 집행정지는 조치를 다툴 이유가 있다는 점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는 점을 소명해야 인용되므로, 양정 다툼의 구체적 근거를 초기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학교폭력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삭제되므로, 조치의 수위가 한 단계 달라지는 것이 학생의 진학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가 중대한 사건일수록 조치 단계를 결정하는 세부기준 점수 한두 항목의 평가가 실질적인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학교폭력으로 피해학생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사건에서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그 결과 자체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조치는 가해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반성·화해 정도라는 다섯 항목을 점수화해 산정되고, 피해 결과의 중대성은 이 항목들, 특히 심각성과 화해 정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됩니다. 그래서 사망이라는 결과에도 인과관계가 단정되지 않으면 조치가 무거워지지 않은 사례가 있는가 하면, 중대한 피해가 심각성과 분리 필요성에 반영되어 전학이나 퇴학까지 유지된 사례도 있습니다. 조치의 적정성을 다투는 쪽이 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결국 다툼의 초점은 세부기준 각 항목의 평가가 합리적이었는지에 모입니다. 본 글에서 살펴본 사례의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결과의 취급 | 대표 사례 | 결론 |
| 결과와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고 조치에 반영하지 않음 | 피해학생 사망에도 가해행위 자체로 학교봉사 5시간(6점) | 유지 |
| 결과가 심각성·화해 정도에 반영되어 가중 | 사망으로 화해 없음 인정해 출석정지 가중, PTSD로 심각성 인정해 전학 | 유지 |
| 세부기준 점수 산정 자체가 과다해 위법 | 화해 정도를 과다하게 평가한 가중재결 | 취소 |
본 글은 공개된 판결과 현행 법령을 토대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