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의 책임은 두 측면에서 문제됩니다. 하나는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보호할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사고가 벌어진 뒤에 이를 제대로 조사하고 조치할 의무입니다. 그런데 학교가 사고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 글은 학교가 학교폭력을 방치하거나 사고 이후 축소·은폐한 경우에 학교와 교사가 지는 손해배상책임을 살펴보고, 특히 공립학교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이 왜 까다로운지를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교가 학교폭력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사고 후 진술을 축소하도록 유도하는 등 사실을 왜곡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며, 공립학교라면 그 배상은 원칙적으로 교사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합니다. 다만 교사 개인을 직접 상대로 청구하려면 그 교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까지 증명해야 하고, 처리가 다소 미흡했다는 정도의 경과실만으로는 개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교사는 학생을 물리적 위험에서 보호할 의무만 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사실과 다른 부당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도 집니다. 따라서 학교폭력이 벌어진 뒤에 교사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하도록 유도하면, 그 자체가 별도의 보호의무 위반이 됩니다.
전학생인 원고가 여러 학생에게 폭행과 강제추행 등을 당해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생활지도부장이 경찰 수사를 앞두고 가해학생들을 모아 "때렸다고 하지 말고 툭툭 쳤다고 말하라", "성추행은 만졌다고 하지 말고 스쳤다고만 해라"는 취지로 진술을 축소하도록 종용하였습니다. 법원은 교사의 학생 보호의무가 신체적 안전 보호에 그치지 않고 사실과 다른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까지 포함한다고 보면서, 생활지도부장이 오히려 사실을 왜곡·축소하도록 유도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하여 그 교사에게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배상액은 피해학생 본인에 대한 위자료와 부모에 대한 위자료로 나누어 정해졌습니다. 다만 이 사안에서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교장과 교감, 담임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진술을 축소하도록 종용한 구체적인 발언이 특정되었기 때문에 그 발언을 한 교사에 대해서만 책임이 인정된 것입니다.

학교가 학교폭력을 방치하였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려면, 먼저 그 폭력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교장이나 교사의 보호·감독의무가 미치는 범위와 그 책임이 인정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교장이나 교사는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지는 것이나 이러한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는 학교 내에서의 학생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에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하며, 그 의무의 범위 내의 생활관계라고 하더라도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교장이나 교사는 보호·감독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
위 판시는 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15258 판결의 내용입니다. 여기서 예견가능성이란 사고가 발생할 구체적 위험성을 미리 알 수 있었는지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그 예견가능성을 교육활동의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과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폭력이 반복되어 학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방치 책임이 인정되기 쉽고, 예측하기 어려운 우발적 사고였다면 방치를 이유로 한 책임은 부정되기 쉽습니다.
학교가 학교폭력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립학교 교사는 공무원이므로, 교사의 직무상 과실로 손해가 발생하면 그 교사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집니다.
담임교사가 학생이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알고도 격리나 담임교체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안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담임교사가 피해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피해가 반복되고 있었으므로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아 담임교사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에 국가배상책임을 물어 피해학생의 위자료를 인정하였습니다. 방치 책임은 폭력의 반복성, 피해학생의 취약성, 발생 장소와 상황, 학교가 취할 수 있었던 조치의 구체성 등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폭력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이어졌는데도 학교가 이를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예견가능성과 방치가 함께 인정되어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학교가 사실을 알기 어려웠거나, 인지한 뒤 분리·상담·심의 요청 등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하였다면 방치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공립학교 교사가 공무원인 결과, 교사 개인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교사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공무원 개인의 책임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과 단서 및 국가배상법 제2조의 입법취지에 조화되는 올바른 해석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 일반에 관한 것으로, 공무원인 공립학교 교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 본문과 단서 및 국가배상법 제2조의 입법취지에 조화되는 올바른 해석이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쉽게 결과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한 경우를 말합니다. 반대로 경과실이란 통상의 주의를 다하지 못한 정도의 가벼운 부주의를 말합니다.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공립학교 교사에 대한 청구에서 대응이 다소 미흡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경과실에 그쳐 교사 개인의 책임이 부정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배상만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립학교 교사의 대응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경과실에 그치면 교사 개인에게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구해야 합니다.
학교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다는 주장은 그 고의나 중과실이 증명되지 않으면 교사 개인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피해학생 측이 학교가 은폐·축소하고 합의를 종용하며 증거를 누락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공립학교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려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자치위원회 소집이 다소 지연되거나 구성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이를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나 그에 준하는 중대한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하여 교사 개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의 진술 종용 사례에서 교사의 책임이 인정된 것은 "때렸다고 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종용 행위가 특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행위가 드러나면 고의로 평가할 수 있지만, 막연히 은폐·축소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고의나 중과실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절차를 지연하거나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과, 사실을 적극적으로 왜곡하도록 유도한 것은 평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처리 과정의 흠에 가깝고 후자는 보호의무를 정면으로 어긴 행위에 해당합니다. 이 차이가 교사 개인의 책임을 다툴 때의 관건이 되고, 따라서 은폐·축소를 주장하려면 누가 언제 어떤 발언이나 행위로 사실을 왜곡하려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구분 | 교사 개인 책임 인정 | 교사 개인 책임 부정 |
|---|---|---|
| 대응의 성격 | 진술을 축소하도록 구체적으로 종용 | 자치위 소집 지연 등 처리 미흡 |
| 고의·중과실 | 종용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됨 | 경과실에 그쳐 고의·중과실 부정 |
| 청구 상대 | 교사 개인에게 손해배상 | 지방자치단체에 국가배상 |
표: 교사 개인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와 지방자치단체 국가배상으로 가는 경우의 대비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민사 손해배상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청구가 전부 또는 일부 인용된 경우가 약 69퍼센트로 나타납니다. 다만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한 청구에서는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증명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청구 대상과 증명 대상을 정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관련 민사 손해배상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분포
학교의 책임을 물을 때에는 청구 상대를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공립학교의 방치나 처리 과실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고, 교사 개인에게 청구하려면 그 교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학교법인이나 교사 개인을 상대로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 쟁점 | 확인·준비할 자료 |
|---|---|
| 방치 | 피해를 알린 정황, 반복성, 학교가 취한(취하지 않은) 조치 |
| 축소·은폐 | 진술 종용의 구체적 발언, 목격자, 녹취 |
| 청구 상대 | 공립(지자체)인지 사립(법인·교사)인지, 개인 책임의 고의·중과실 |
| 손해 | 치료비 영수증, 진단서, 정신적 피해 자료 |
표: 학교의 책임을 다툴 때의 쟁점과 자료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시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사립학교의 학교법인이나 교사 개인을 상대로 한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다만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시효의 기산이나 진행에 특칙이 적용될 수 있고, 은폐로 인하여 피해나 가해자를 뒤늦게 알게 된 사정도 기산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기산점은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확인하여야 합니다. 학교가 사실을 축소·은폐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 경위를 뒤늦게 알게 되는 일이 많으므로, 시효가 지났는지를 미리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책임은 사고를 예방·보호할 의무뿐 아니라 사고 이후 이를 제대로 조사하고 조치할 의무에도 미칩니다. 교사가 진술을 축소하도록 종용하는 등 사실을 왜곡하면 그 자체가 보호의무 위반이 되고, 학교가 폭력을 알고도 방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공립학교 교사 개인에게 직접 책임을 물으려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므로, 진술 종용의 구체적 발언처럼 고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없으면 교사 개인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청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학교의 책임을 다툴 때에는 청구 상대가 지방자치단체인지 교사 개인인지를 먼저 정하고, 방치나 축소·은폐의 구체적 정황과 손해를 증명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이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