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반 학생들의 무기명 진술서만으로 학교폭력 가해가 인정될 수 있는지

2026.02.22조회 607
반 학생들의 무기명 진술서만으로 학교폭력 가해가 인정될 수 있는지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학교는 같은 반 학생들을 상대로 목격한 내용을 적게 합니다. 이때 학생들이 보복이나 불이익을 걱정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작성하는 무기명 진술서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해로 지목된 학생은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진술서를 어떻게 믿느냐"고 다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이 다투어집니다. 본 글은 반 학생들의 무기명 진술서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에 그 증명력이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배척되는지를 실제 판례를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기명 진술서도 학교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학생의 진술이 나란히 존재하고 전체적으로 내용이 일치하며, 목격했다는 학생이 허위로 진술할 이유가 없다면 그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진술이 소수에 그치고 서로 어긋나거나, 사건에서 한참 지나 작성되고 작성자를 전혀 알 수 없다면 그 증명력은 부정됩니다.

무기명 진술서 증명력 대표 이미지

1. 무기명 진술서의 증거로서의 성격

가. 무기명 진술서가 만들어지는 이유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면서 같은 반 학생이나 목격한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를 진술서로 받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가해로 지목된 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고, 사실대로 진술하였다가 보복이나 따돌림을 당할 것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들이 솔직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이름을 적지 않는 무기명 방식으로 진술서나 설문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명 진술서가 나중에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출됩니다. 문제는 가해로 지목된 학생이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진술서를 어떻게 믿느냐"고 다투는 경우, 이 진술서가 증거로서 얼마나 힘을 가지는지입니다.

나. 무기명 진술서도 증거가 된다

학교폭력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제출된 여러 증거를 종합해 가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때 어떤 증거를 얼마나 믿을 것인지는 법원이 자유로운 심증으로 정하는데, 이를 자유심증주의라고 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자유심증주의)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학교폭력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 분포

[데이터]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민사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이며, 전체 사건을 집계한 통계는 아닙니다.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민사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청구가 전부 또는 일부 받아들여진 경우가 약 69퍼센트에 이릅니다. 무기명 진술서를 비롯한 여러 증거로 가해 사실이 인정되면 상당수 사건에서 배상이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자유심증주의에 따르면, 증거가 작성자의 이름이 적힌 것이어야만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기명 진술서도 하나의 증거이고, 그것을 믿을 수 있는지는 그 내용의 구체성과 일관성,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 등을 따져 법원이 판단합니다. 다만 무기명 진술서는 작성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아 그 진술을 법정에서 다시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므로, 법원은 그 신빙성을 다른 진술이나 정황과 함께 신중하게 살핍니다. 결국 무기명이라는 형식 자체가 증거능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진술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가 관건입니다. 이처럼 어떤 증거가 사실을 인정하는 데 얼마나 힘을 갖는지를 증명력이라고 합니다. 이는 목격한 학생이 법정에 직접 나와 증언하지 않더라도, 그가 미리 작성한 무기명 진술서가 다른 정황과 함께 신빙성 있게 뒷받침되면 가해 사실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 학교폭력 사실인정은 고도의 개연성이면 충분하다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을 이해하려면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그 정도까지 요구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 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하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65331 판결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 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하고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

여기서 고도의 개연성이란 통상적인 사람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그 사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즉 학교폭력 손해배상에서 가해 사실은 형사재판처럼 완벽하게 증명될 필요는 없고, 여러 증거를 종합해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충분합니다. 이 점이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전제가 됩니다. 무기명 진술서 하나만으로 완벽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른 증거와 종합해 고도의 개연성에 이르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같은 행위를 두고 형사에서는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나 불기소가 나더라도, 민사 손해배상에서는 무기명 진술서를 비롯한 여러 증거를 종합해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가해 사실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의 사건에서도 일부 혐의는 형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었으나, 민사에서는 무기명 진술서 등을 근거로 배상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형사에서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민사상 책임까지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3. 무기명 진술서로 가해가 인정된 사례

가. 반 학생 22명의 무기명 진술서로 성적 괴롭힘을 인정한 사례

한 중학생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성적인 의미가 담긴 춤과 놀림을 지속적으로 당했다는 사건이 있습니다. 가해로 지목된 학생들은 "단순히 유행하던 춤을 추었을 뿐"이라고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반 학생 22명이 작성한 무기명 자필 진술서 중 두 명의 학생이 그 성적인 춤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이 이 무기명 진술서를 믿은 근거가 눈여겨볼 만합니다.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학생들이 가해학생과 같은 반 동급생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허위로 목격 사실을 지어내 진술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오히려 같은 반 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하면 자신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도 목격 사실을 진술하였다면, 그 진술은 믿을 만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목격한 적 없다"는 다른 학생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같은 반 동급생을 감싸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가해학생들에게 위자료 800만 원 등의 배상을 명하였습니다.

반면 같은 판결에서 다른 가해 주장은 배척되기도 하였습니다. 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폭행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22명의 무기명 진술서 어디에도 그 폭행을 목격하였다는 학생이 없고 달리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소독약을 물총처럼 쏘았다는 주장 역시 객관적 증거가 없어 배척되었습니다. 같은 무기명 진술서라도 목격 진술이 있는 행위는 인정되고, 목격 진술이 없는 행위는 배척된 것입니다. 이는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이 그 안에 담긴 진술의 유무와 내용에 따라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진술서와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

나. 25명의 익명 진술이 일치한 따돌림 사건

무기명 진술이 다수 존재하고 그 내용이 전체적으로 일치하면 신빙성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따돌렸다는 이유로 서면사과 처분을 받고 그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학교의 사안조사 보고서에는 목격한 학생 25명의 진술이 모두 익명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익명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그 처분을 유지하였습니다.

법원은 익명 진술 25명의 내용이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으나 전체적인 상황에 관하여는 서로 일치하는 점, 그중에는 원고에게 유리한 진술과 불리한 진술이 함께 있는데 유리한 진술만 신뢰하고 불리한 진술은 믿지 않을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수의 익명 진술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고 전체적으로 내용이 일치한다면, 이름이 적혀 있지 않더라도 그 진술을 믿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익명 진술 중에 원고에게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이 함께 섞여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진술이 한쪽으로만 몰려 있었다면 편향을 의심할 수 있으나, 유리한 진술과 불리한 진술이 함께 있는데 유리한 것만 믿고 불리한 것은 배척한다면 그러한 태도야말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법원이 익명 진술 전체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도 이러한 균형을 고려한 것입니다.

다. 다른 증거를 보강하는 역할을 한 경우

무기명 진술서는 단독으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증거를 보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 사건에서는 피해학생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과 가해학생 자신의 상당 부분 인정이 있었고, 여기에 익명 학생의 확인서가 특정 행위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더해져 가해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이처럼 무기명 진술서는 그 자체로 또는 다른 증거와 결합해 가해 사실 인정에 쓰입니다.

4. 무기명 진술서가 배척된 사례

가. 익명성과 불일치, 뒤늦은 작성으로 배척된 사례

무기명 진술서라고 해서 언제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술이 소수에 그치거나 서로 어긋나고, 작성 시기와 작성자에 문제가 있으면 그 증명력은 부정됩니다.

한 학생이 장애가 있는 학생을 비하하였다는 이유로 조치를 받고 그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무기명 설문조사와 익명 목격 확인서의 신빙성을 모두 부정하고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법원이 배척한 이유는 구체적이었습니다. 무기명 설문조사는 익명으로 이루어진 데다 단답형이었고 그 결과마저 서로 일치하지 않았으며, 익명의 목격 확인서는 처분일로부터 두 달 이상 지난 뒤에 작성되었고 작성자의 인적 사항이 확인되지 않아 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설문의 응답이 통일되지 않아 누가 무슨 행위를 하였는지가 진술마다 달랐다는 점이 신빙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사정이 되었습니다.

나. 인정과 배척을 나누는 사정

이 판결을 앞의 인정 사례들과 나란히 놓으면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을 좌우하는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인정된 사건들에서는 다수의 진술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고 내용이 일치하였으며 목격 시기와 가까운 때에 작성되었습니다. 반면 배척된 사건에서는 진술이 소수이고 서로 어긋났으며 사건에서 한참 지나 작성되었습니다. 무기명이라는 형식이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서로 부합하며 신빙성 있게 뒷받침되는지가 증명력을 정합니다. 또한 무기명 진술서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보다, 피해학생의 구체적 진술이나 가해학생 자신의 인정, 다른 객관적 정황과 함께 있을 때 그 증명력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점도 확인됩니다. 이러한 판단 구조를 이해하면 무기명 진술서를 둘러싼 다툼에 한층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5. 무기명 진술서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

앞의 사례들을 종합하면, 법원이 무기명 진술서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살피는 요소는 대체로 일정합니다. 진술이 여러 개 존재하고 서로 부합하는지, 목격하였다는 학생이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있는지, 진술이 목격 시기와 가까운 때에 이루어졌는지, 다른 증거와 부합하는지가 중심적인 판단 요소입니다. 아래 표는 인정과 배척을 나눈 사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판단 요소증명력이 인정되는 경우증명력이 배척되는 경우
진술의 수여러 학생의 진술이 병렬적으로 존재진술이 소수에 그침
내용의 일치전체적으로 서로 내용이 일치진술이 서로 어긋남
진술의 형식과 동기서술이 구체적이고 거짓 진술할 이유가 없음단답형 설문 등 형식이 부실하고 구체성이 없음
작성 시기사건과 가까운 때에 작성사건에서 한참 지나 뒤늦게 작성

표: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을 나눈 판단 요소

이 기준은 실무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목격한 학생들의 진술을 되도록 사건과 가까운 시기에,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가해로 지목된 측으로서는 진술이 소수이거나 서로 어긋나는 점, 뒤늦게 작성된 점 등을 들어 그 신빙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나아가 무기명 진술서의 신빙성을 다툴 때에는 그 진술의 형식과 작성 경위도 살펴야 합니다. 단순히 이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신빙성을 부정하기 어렵지만, 진술이 단답형에 그치거나 구체적인 상황 묘사가 없고 사건이 있은 지 오래되어 기억이 흐려진 뒤에 작성되었다면 그 점을 근거로 증명력을 다툴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피해학생 측은 진술이 구체적인 정황을 담도록 하고 여러 목격 학생의 진술을 함께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학교의 사안조사 단계에서 정리된 진술 자료가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조사 과정에서부터 진술을 꼼꼼히 남겨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6. 가해가 인정된 경우의 배상 책임

법원 청사

가. 성적 괴롭힘과 지속적 괴롭힘의 위자료

무기명 진술서 등으로 가해 사실이 인정되면,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가 인정됩니다. 특히 성적인 놀림이나 지속적인 괴롭힘은 피해학생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주므로 상당한 위자료가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학생이 오랜 기간 성별과 관련된 조롱을 반복한 사건에서, 법원은 그 행위가 단순한 장난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피해학생이 우울 장애와 자살 시도에 이르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보아, 가해학생들과 부모에게 위자료 700만 원과 치료비 등의 배상을 명하였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주는 놀림과 집단적인 괴롭힘을 당한 다른 사건에서도 가해학생 측에 위자료 500만 원의 배상이 인정되었습니다.

성적 괴롭힘은 특히 지속성과 집단성이 더해지면 피해가 커집니다. 위 사건들에서 피해학생들이 우울 장애나 자해에 이른 것도 놀림이 일회적이지 않고 오랜 기간 여러 명에게서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위자료를 정할 때 괴롭힘의 기간과 빈도, 피해의 정도, 가해자의 수와 사건 이후의 태도 등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피해가 지속적이고 심각할수록 위자료도 높게 정해집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면 그 치료비도 학교폭력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재산상 손해로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 미성년 가해자와 부모의 책임

가해학생이 미성년자인 경우 그 부모도 함께 배상책임을 집니다. 가해학생이 어려 책임능력이 없으면 부모가 감독의무자로서 배상책임을 지고, 책임능력이 있는 나이라면 가해학생 본인이 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지되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이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으면 부모도 함께 책임을 집니다. 책임능력이란 자기 행위가 위법하여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대체로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그 손해가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부모가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으므로, 자녀가 다른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도할 감독의무를 부담합니다.

민법 제913조(보호, 교양의 권리의무)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

부모가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은 자녀가 어떤 학교폭력을 저질렀는지와 별개로, 자녀에 대한 일상적인 지도와 조언을 게을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을 세심히 살피고 타인을 괴롭히지 않도록 지도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감독의무 위반의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미성년 가해학생 본인에게 배상할 자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의 배상책임은 피해학생이 실제로 배상을 받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앞의 성적 괴롭힘 사건에서도 가해학생 본인과 부모가 함께 위자료를 배상하였습니다. 따라서 무기명 진술서 등으로 가해 사실이 인정되면, 피해학생은 가해학생과 그 부모를 함께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누가 썼는지 모르는 무기명 진술서도 학교폭력의 증거가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이 여러 증거를 종합해 사실을 판단하므로, 작성자의 이름이 적혀 있어야만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학생의 무기명 진술이 나란히 존재하고 내용이 전체적으로 일치하며 목격했다는 학생이 허위로 진술할 이유가 없다면, 그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되어 가해 사실의 증거가 됩니다.
Q. 무기명 진술서가 있으면 무조건 가해로 인정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술이 소수에 그치거나 서로 어긋나고, 사건에서 한참 지나 작성되었거나 작성자를 전혀 알 수 없으면 그 증명력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무기명 설문과 익명 확인서가 익명성과 내용의 불일치, 뒤늦은 작성 등을 이유로 배척되어 처분이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무기명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진술의 구체성과 일치, 신빙성이 관건입니다.
Q. 학교폭력 손해배상은 형사재판처럼 확실하게 증명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지만, 민사 손해배상은 여러 증거를 종합해 통상적인 사람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충분합니다. 따라서 형사에서 무혐의나 불기소가 되었더라도 민사에서는 무기명 진술서 등을 종합해 가해 사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가해 사실이 인정되면 누구에게 배상을 청구하나요?
가해학생 본인과 그 부모를 함께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해학생이 어려 책임능력이 없으면 부모가 감독자로서, 책임능력이 있으면 가해학생 본인과 함께 부모가 감독의무 위반을 이유로 배상책임을 집니다. 성적 괴롭힘이나 지속적 괴롭힘처럼 피해가 큰 경우에는 상당한 위자료가 인정되고, 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도 증명되면 함께 인정됩니다.

8. 정리

반 학생들의 무기명 진술서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이 여러 증거를 종합해 사실을 판단하고, 그 증명은 형사재판처럼 엄격할 필요 없이 고도의 개연성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학생의 무기명 진술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고 전체적으로 내용이 일치하며, 목격했다는 학생이 허위로 진술할 이유가 없다면 그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되어 가해 사실의 근거가 됩니다. 이는 학교폭력이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목격한 학생이 보복을 두려워하는 현실에서, 진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무기명 방식이 증거로서의 가치까지 잃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기명 진술서라고 해서 언제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술이 소수에 그치거나 서로 어긋나고, 사건에서 한참 지나 작성되었거나 작성자를 전혀 알 수 없으면 그 증명력은 부정됩니다. 결국 무기명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서로 부합하며 신빙성 있게 뒷받침되는지가 증명력을 정합니다.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목격 진술을 사건과 가까운 시기에 구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해로 지목된 측으로서는 진술의 소수성과 불일치, 뒤늦은 작성 등을 다투는 것이 대응의 핵심입니다. 가해 사실이 인정되면 가해학생과 그 부모가 함께 위자료 등을 배상하게 됩니다.

본 글은 학교폭력에서 무기명 진술서의 증명력과 손해배상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와 판례를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갖추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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