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해 신고했는데 심의위원회가 '조치없음(학교폭력 아님)'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피해학생 측은 그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이 졸업하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하면, 이제 와서 다툴 실익이 남아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본 글은 피해학생이 '조치없음' 결정을 다툴 수 있는 근거와, 가해학생이 졸업·진학한 뒤에도 소를 유지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를 실제 판결로 살펴봅니다. 이 쟁점에 관하여는 하급심의 판단이 나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해학생 측도 '조치없음' 결정에 대하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고,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재전학 금지나 학교생활기록부상 불이익처럼 남는 이익이 있다면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학생이 이미 졸업하여 학생 신분을 잃은 경우에는 조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소가 각하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이른 시기에 불복 여부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상해, 폭행, 명예훼손·모욕,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심의위원회가 신고된 행위를 심의한 결과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조치없음' 결정을 합니다. 이는 피해학생 측에서 보면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상대 학생에 대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가 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측에게도 불복 수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장이 내린 조치에 이의가 있는 피해학생이나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여기에는 '조치없음' 결정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피해학생 측은 '조치없음'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집니다. 문제는 소송 중에 학생들이 졸업하거나 진학한 경우 소의 이익이 유지되는지입니다.
소의 이익이란 그 소송으로 실제로 보호받을 만한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를 말합니다. 이는 본안 판단에 앞서 갖추어야 할 소송요건의 하나이므로, 이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분사유의 당부를 따지기 전에 소가 각하됩니다.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와, 처분의 효과가 소멸한 뒤에도 취소로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를 함께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처분의 효과가 소멸한 뒤에도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밝혀 왔습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가 제소 당시에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였는데, 소송계속 중 해당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에 처분이 취소되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도,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협의의 소의 이익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정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가 제소 당시에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였는데, 소송계속 중 해당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에 처분이 취소되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도,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생이 졸업하거나 진학하면 처분의 효과가 사실상 소멸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회복할 법률상 이익이 남아 있는지가 소의 이익의 관건이 됩니다.
초등학생인 피해학생이 상대 학생의 욕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였으나 심의위원회가 '조치없음'으로 결정하자, 피해학생 측이 그 취소를 구한 사안입니다. 소송 중 피해학생은 졸업해 중학교에 진학하였고 상대 학생도 전학한 뒤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상대 학생 측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법원은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종전의 자치위원회와 학교의 장 구조에서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와 교육장 구조로 바뀐 이상,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더라도 조치를 하는 행정청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고, 학교폭력이 인정되면 가해학생은 피해학생 소속 학교로 다시 전학 올 수 없어(제17조 제14항) 분리가 보장되며, 학교폭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피해학생은 스스로 이사하지 않는 한 상대 학생과 같은 상급학교를 계속 다녀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러한 불이익은 단순한 사실상의 이익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조치의 종류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 불이익이 재처분으로 수반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 피해학생은 상대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조치없음'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대로 소의 이익을 부정한 판결도 있습니다. 중학생인 피해학생이 상대 학생의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였으나 '조치없음'으로 결정되자 그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소송 중 피해학생과 상대 학생이 모두 그 중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법원은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는 대부분 해당 학교에 소속되어 있음을 전제로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고, 조치를 받을 학생이 졸업으로 학생 신분을 잃으면 원칙적으로 조치의 효력은 소멸한다고 보았습니다. 피해학생이 '조치없음' 결정을 취소하려는 목적은 상대 학생에게 조치가 내려지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가해학생이 졸업한 경우 조치가 가능한지와 그 집행 방법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고 조치가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는 이상, 결정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졸업한 상대 학생에게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하여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조치의 성격상 졸업으로 효력이 소멸하면 소의 이익이 없다는 법리는 다른 사안에서도 확인됩니다. 가해학생이 자신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의 취소를 구하던 중 전학하고 졸업한 사안에서, 법원은 서면사과 조치가 학생 신분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졸업으로 효력이 소멸하였고 학교생활기록부에서도 삭제되었으므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유가 단순히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판단이 나뉘는 사례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학생이 여전히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조치가 가능한 상태인지에 있습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한 경우에는 학생 신분이 유지되고, 심의위원회와 교육장이 조치의 주체인 현행 구조에서는 진학한 뒤에도 조치를 할 행정청이 남아 있으며, 재전학 금지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처럼 결정의 취소로 회복될 수 있는 이익이 남습니다. 반면 졸업으로 학생 신분을 잃으면 가해학생에게 조치를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이를 집행할 별도의 규정도 없어,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실현할 이익이 남지 않는다고 보게 됩니다. 결국 진학인지 졸업인지, 그리고 그 시점에 조치가 여전히 가능한지가 소의 이익을 좌우하는 기준이 됩니다.
| 구분 | 소의 이익 인정 | 소의 이익 부정(각하) |
|---|---|---|
| 근거 구조 | 심의위원회·교육장 구조라 진학해도 행정청 동일 | 조치는 학생 신분 전제, 졸업하면 조치 불가 |
| 남는 이익 | 재전학 금지·분리, 학생부 불이익, 피해학생 보호 | 회복할 법률상 이익 없음, 명예 회복은 사실상 이익 |
| 학생 상태 | 상급학교 진학(학생 신분 유지) | 졸업 |
표: 졸업·진학 후 소의 이익에 관하여 판단이 나뉜 사례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해 보면, 각하로 끝난 사건이 약 8퍼센트로 나타납니다. 처분사유의 당부를 따지기 전에 소의 이익 같은 소송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각하되는 경우가 일정 부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전국 법원의 학교폭력 행정소송 판례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분포
소의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더라도, 신고된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증거로 따로 판단됩니다. 앞의 소의 이익을 인정한 사안에서 법원은 본안에서는 상대 학생이 "망해라"는 욕설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피해학생이 최초 신고 때에는 그 말을 언급하지 않다가 나중에 진술한 점, 목격 학생들의 진술이 상황과 시점에서 서로 맞지 않는 점, 당시 학생들 사이의 거리가 상당하였고 마스크를 착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상대 학생이 아닌 제3자의 행위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결국 '조치없음' 결정이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 피해학생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즉 소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과 실제로 학교폭력이 인정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학생 측으로서는 소를 유지할 수 있는지와 별개로, 신고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진술의 일관성과 목격자 진술,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함께 준비하여야 합니다.

피해학생 측의 불복 수단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입니다. 두 절차 모두 조치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거나 제기하여야 하고,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부터 90일을 다시 계산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학생의 졸업·진학으로 소의 이익이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결정을 받으면 되도록 이른 시기에 불복 여부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조치없음' 결정은 상대 학생에게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성격의 결정이어서 그 효력을 멈추는 집행정지로는 실익을 얻기 어려우므로, 본안에서 결정의 취소를 구하면서 소의 이익이 남아 있는 시기 안에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 쟁점 | 확인할 사항 |
|---|---|
| 원고적격 | 피해학생 측의 불복 근거(제17조의2·제17조의3) |
| 소의 이익 | 가해학생의 진학·졸업 여부, 재전학 금지·학생부 불이익 등 남는 이익 |
| 본안 | 신고 행위의 증명(진술 일관성, 목격자, 정황) |
| 시기 | 결정을 안 날부터 90일, 졸업 시기와의 관계 |
표: '조치없음' 결정을 다툴 때의 쟁점과 확인 자료
피해학생 측은 '조치없음' 결정에 대하여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고, 그 원고적격은 학교폭력예방법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송 중 학생이 졸업하거나 진학하면 소의 이익이 유지되는지가 문제되고, 이에 관하여는 하급심의 판단이 나뉩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재전학 금지와 학생부 불이익 등 남는 이익을 근거로 소의 이익을 인정한 판결이 있는 한편, 조치가 학생 신분을 전제하므로 졸업하면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각하한 판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조치없음' 결정을 받았다면 가해학생의 진학·졸업 시기와 남는 이익을 함께 살펴 되도록 이른 시기에 불복 여부를 정하고, 소의 이익과 본안의 증명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이 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변호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