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소등 문제로 말다툼을 했거나, 서로 놀리다가 감정이 상해 욕설을 주고받은 일로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도 똑같이 욕을 했는데 우리 아이만 조치를 받았다는 상담도 적지 않습니다. 본 글은 학생 사이의 경미한 다툼이 어디까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지, 그런 사안에서 조치가 어떻게 정해지고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어떻게 남는지를 실제 판결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 학교폭력이 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은 발생 경위와 관계, 피해의 정도를 따져 신중하게 판단하지만, 경미한 다툼이라도 상대에게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고 선도할 필요가 인정되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 사안에는 판정 점수를 매기지 않고 접촉금지처럼 가벼운 조치가 부과되기도 하고, 서면사과부터 학교에서의 봉사까지의 조치는 원칙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적지 않습니다. 다만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조치가 기재되고, 같은 학교급에 다니는 동안 다시 조치를 받으면 이전 조치까지 함께 기재됩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26. 6. 2. 시행 기준)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정의가 넓기 때문에 법은 별도로 해석·적용의 주의의무를 두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학교폭력 개념의 확대해석으로 지나치게 많은 가해학생을 만들어내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보고,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그 발생 경위와 행위의 구체적 양태, 성질과 피해 정도, 피해학생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인 학생의 입장에서 피해 발생의 여지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지를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겪는 모든 갈등이나 교우관계의 어려움까지 법률상 조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미한 사안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정신적 피해의 정도입니다. 놀림이나 장난도 당하는 쪽에서는 기분이 상하기 마련인데, 그 정도면 모두 학교폭력인지가 문제됩니다.
이에 관하여 한 법원은 학생들 사이의 일상적인 놀림이나 장난의 경우에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거나 짜증을 느낄 수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정신적 피해는 상대방에게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상대 학생이 짜증나고 싫다는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는 보이지만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한편 반대 방향에서, 형법상 범죄가 되어야만 학교폭력이라고 볼 것은 아니라는 기준도 확립되어 있습니다. 한 법원은 가해학생의 행위가 반드시 형법상의 범죄구성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여야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고, 객관적으로 피해학생의 신체·정신 또는 재산에 피해를 줄 만한 유형적인 행위가 있고 그 의미와 정도가 피해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가해학생에 대한 교화·육성이 필요할 정도로 가볍지 않으며 피해학생이 실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 학교폭력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조치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그 처분사유가 있다는 점은 처분을 한 행정청이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책임이란 어떤 사실이 끝내 분명해지지 않았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누가 지는지를 정한 원칙을 말합니다. 다만 처분청이 일정 수준까지 증명하면 그 다음은 다투는 쪽의 부담이 됩니다.
대법원은 "항고소송에서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지만, 처분청이 주장하는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한 경우 그 처분은 정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항고소송에서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지만, 처분청이 주장하는 당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한 경우 그 처분은 정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상대방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경미한 사안에서 이 배분이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처분청이 행위의 존재와 그것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수긍할 만한 정도로 증명하지 못하면 처분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바로 다음 장에서 볼 두 취소 사례가 그런 경우입니다. 다만 처분청이 행위와 그 해당성을 일응 증명한 뒤에는 서로 주고받은 대응이었다거나 관계의 맥락상 괴롭힘이 아니었다는 사정을 학생 측이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생깁니다.
중학생들이 서로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먼저 다른 두 학생을 언어폭력으로 신고하자 상대 측이 맞신고를 했고, 그 결과 먼저 신고한 학생도 서면사과 조치를 받았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법원이 인정한 발언은 상대의 운동 종목 이름을 성적인 단어로 바꾸어 부르며 비하한 말과 그 종목을 하면 키가 안 큰다는 취지의 조롱이었습니다. 이 학생 역시 상대로부터 자신의 종목을 두고 게이 스포츠라는 등 같은 방식의 비하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학생이 상대와 온전히 대등한 교우관계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상대로부터 단순한 장난의 수준을 넘는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의 계속되는 시비와 조롱에 대항하여 감정적으로 욕설을 하거나 순간적인 분노를 표시한 것에 불과해 보일 뿐, 미성숙한 언어습관을 넘어 언어폭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행위들은 또래 학생들 사이의 갈등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언행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법률상의 조치를 가하여야 할 정도의 가벌성 있는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눈여겨볼 것은 같은 욕설이라도 누가 먼저 시작했고 두 학생이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가 결론을 좌우했다는 점입니다. 상호 욕설이라는 외형만 보면 쌍방 가해로 보이지만, 법원은 그 안의 힘의 방향을 따졌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 두 명 사이의 사건도 같은 맥락입니다. 반에서 가장 작은 편이던 학생이 가장 큰 편이던 학생에게 등에 뭘 붙였다고 놀리고 도망가자, 상대가 금속 보온병을 던져 그 학생의 뒤통수가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상대 측이 평소 지속적으로 놀리고 괴롭혔다며 맞신고를 했고, 같은 날 연달아 열린 두 개의 심의에서 놀린 학생도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특별교육 조치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앞서 본 정신적 피해의 정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 뒤, 이 학생이 상대와 동등하거나 우월한 지위에서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이지 않고 장난의 형식을 빌려 관심이나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심의에서의 진술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짚었는데, 심의에서의 발언은 사후적으로 정제되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학교폭력 해당 여부나 피해의 정도는 당사자의 주관적 진술이나 행위 그 자체뿐 아니라 전체적이고 객관적인 상황과 맥락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신고의 동기에 관한 판시도 인상적입니다. 법원은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상대가 보온병을 던진 일로 조치를 받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상대 측에서 이 학생의 평소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문제 삼았을지 의문이 든다고 하였고, 이 학생이 다른 친구들보다 상대에게 그런 행위를 자주 한 것은 상대 역시 이 학생에게 그런 행위를 자주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학교폭력의 정도에 이르지 않는 장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여 처분을 모두 취소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앞으로 장난의 정도가 심해지거나 그로 인해 친구들이 느끼는 불쾌감이 심화될 경우에는 그런 행동 역시 학교폭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단서를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취소되었다고 해서 같은 행동이 언제나 허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 방향의 판결을 보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다른 생활실에 사는 친구와 수학 공부를 하려고 기숙사 생활실을 찾아갔다가, 소등 시간인 밤 12시 30분을 넘겨서까지 불을 끄지 않아 그 방에 사는 학생과 갈등이 생긴 사건입니다. 사감이 오자 이 학생은 방 이동 금지 규정 위반이 들통날까 봐 숨었는데, 그 방 학생이 사감에게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 벌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방을 찾아가 왜 말했느냐고 따졌고 그 과정에서 언쟁이 벌어졌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구체적입니다. 같은 방에 살던 다른 학생이 그날 비방과 욕설이 있었다는 학생확인서를 썼고, 기숙사 3층에 있던 학생이 5층의 언쟁 소리가 3층까지 들릴 정도였다고 진술했으며, 다음 날 두 학생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서로를 향한 거친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방 학생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발현되어 응급실에 갔습니다.
법원은 이 학생의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점, 이전에도 소등 시간을 넘겨 그 방에 머무르는 일이 자주 있어 상대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사건 이후에도 메시지를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 따질 정도로 상대를 압박한 점을 들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이 상호 욕설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법원은 그 방 학생도 심의에서 자신이 욕설과 부모에 대한 비하를 했다고 인정하였고 서로 욕설을 주고받을 정도로 크게 싸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학생의 행위는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같은 판결은 왜 경미한 사안도 학교폭력이 되는지를 법 구조로 설명합니다. 조치별 세부기준은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반성 정도, 화해 정도의 합계가 1점에서 3점에 불과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도 서면사과 등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고, 접촉금지처럼 점수화 없이도 부과할 수 있는 조치를 따로 두고 있으며, 1호부터 3호까지의 조치는 원칙적으로 학교생활기록에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런 규정을 종합하면, 다수의 학생이 한 학생을 따돌리거나 폭행하는 무거운 학교폭력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미한 형태의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의한 학교폭력도 피해학생에게 정신적 피해가 발생하여 보호 필요성이 있고 가해학생을 선도하고 교육할 필요성도 인정된다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되, 다만 그런 경미한 사안의 가해학생에게는 가해 정도에 부합하는 낮은 정도의 조치를 하여 선도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려는 것이 법의 취지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즉 법은 경미한 다툼을 학교폭력에서 빼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보되 조치를 가볍게 하고 기록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앞의 2장 사례들이 취소된 것은 조치가 무거워서가 아니라 그 행위가 상대에게 심리적 고통을 줄 정도에 이르지 않았거나 대항적 성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쌍방이 부딪혔는데 자신만 조치를 받았다는 형평 주장은 자주 제기됩니다. 그 판단 기준은 헌법상 평등원칙입니다.
대법원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법령을 적용할 때뿐만 아니라 입법을 할 때에도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 근거를 둔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법령을 적용할 때뿐만 아니라 입법을 할 때에도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핵심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가 금지된다는 점입니다. 두 학생의 행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 조치가 달라도 차별이 아닙니다.
한 사건에서 학생은 자신이 상대의 코를 머리로 들이받고 몸싸움을 한 일로 서면사과와 접촉금지, 특별교육 2시간 조치를 받은 반면, 자신이 신고한 상대 학생들의 행위, 즉 허벅지를 간지럽히거나 주무르고 팔을 때린 행위에는 조치 없음 결정이 내려진 것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팔을 때렸다고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허벅지를 간지럽히거나 주무르는 행위는 학생들의 성별과 나이, 관계, 발생 경위와 정도, 평소 그 행위에 대해 같은 학급 학생들이 보인 태도와 인식을 고려하면 학교폭력으로 다루어야 할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불합리하게 차별적으로 취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집단 사안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여러 학생이 관여한 사건에서 혼자만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이 형평을 다투었으나, 법원은 다른 학생들은 폭행만 하고 갈취는 하지 않았거나 갈취 금액이 적고 선배가 시켜서 한 것인 반면 이 학생은 가해행위 대부분을 주도하고 행위를 은폐하려고 거짓말까지 시켰다는 차이를 들어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앞의 2장에서 본 두 판결은 같은 형평 문제를 해당성 단계에서 해결했습니다. 조치의 경중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나온 대항적 욕설이라거나, 체격과 지위에 비추어 우월한 위치에서 한 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그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이 구별은 중요합니다. 상대도 잘못했으니 나도 봐 달라는 주장은 형평 문제로 다루어져 대부분 배척됩니다. 반면 서로 주고받은 대응 중 내 행위는 상대의 선행 행위에 대한 반응이었고 관계의 맥락상 괴롭힘이 아니었다는 주장은 해당성 문제로 다루어져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다투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가해학생 조치는 보통 다섯 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합산한 뒤 그 구간에 따라 정해집니다. 판정 점수란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과 반성 정도, 화해 정도에 각 0점에서 4점을 부여해 합산한 점수로, 1점에서 3점이면 서면사과, 4점에서 6점이면 학교에서의 봉사와 같이 구간별로 조치가 대응합니다.
그런데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는 이 방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세부기준 고시는 이 조치를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심의위원회가 판단하는 경우 기간을 정하여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 법원은 피해학생 측이 가해학생의 조치가 너무 가볍다며 다툰 사건에서 이 구조를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세부기준 고시의 별표가 기본 판단 요소에 관하여 구체적인 점수를 책정해 놓았으나 접촉금지 조치와 특별교육 이수 조치에 관하여는 별도로 점수를 책정하지 않고 각각 피해학생의 보호에 필요하다고 의결할 경우, 가해학생 선도·교육에 필요하다고 의결할 경우를 판단 요소로 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점수 합산 방식으로 조치를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절차상 위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고,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정할 때에는 단순히 점수 합산에 의한 정량적 평가를 하기보다는 기본 판단 요소와 부가적 판단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어떤 것이 가해학생을 위한 적절한 조치인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의 기숙사 사건에서도 심의위원회는 점수를 산정하지 않고, 두 학생이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하여 재발을 막고 상대의 마음이 아물 수 있도록 여유를 주기 위해 접촉금지와 특별교육만을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사안의 경위와 두 학생의 관계, 선도와 보호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어떤 조치에서든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학 조치가 문제된 사건에서 법원은 재량권 일탈·남용, 즉 법이 행정청의 판단에 맡긴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 범위 안에서도 목적에 어긋나게 판단하였는지를 따지려면 각 항목 점수를 어떻게 판정하였는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심의 기구가 점수를 따로 판정하는 절차를 누락하였다며, 이를 처분을 취소할 정도에 이르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보았습니다. 그 근거로 이 고시가 행정청이 스스로 마련한 것이 아니라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을 받아 만들어진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어서 대외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 예견가능성과 형평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점수 판정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두 판결을 놓고 보면 조치의 종류가 기준이 됩니다. 접촉금지나 특별교육처럼 애초에 점수 구간이 대응하지 않는 조치만 부과할 때에는 점수를 매기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 전학처럼 점수 구간에 대응하는 조치를 하면서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자녀가 받은 조치가 어느 쪽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편 고시의 성질 자체를 달리 본 판결도 있습니다. 여러 학생이 관여한 집단폭행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이 가해학생들의 조치가 가볍다며 다투자, 법원은 세부기준 고시의 별표가 행정청의 내부 사무처리준칙으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심의 기구가 그에 따른 판정 점수를 판단하지 않은 것만으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내부 사무처리준칙이란 행정청이 스스로 정한 업무처리 기준을 말하고, 앞의 판결이 말한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이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을 받아 만들어져 국민에게도 효력이 미치는 규정을 말합니다. 같은 고시를 두고 성질 판단이 달라진 것이어서, 점수 판정을 다툴 때에는 조치의 종류와 함께 이 쟁점도 짚어야 합니다.
접촉금지는 기간을 정하여 부과합니다.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들에서도 학년말이나 졸업일까지로 정해진 예가 확인됩니다.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가해학생들의 조치가 가볍다며 다툰 사건에서, 법원은 심판 범위를 정리하면서 이 조치가 가해학생이 해당 학교에 재학 중임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조치를 취소하고 다시 처분하더라도 그 종기를 졸업일 이후까지로 연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치의 효력은 학교라는 생활공간을 전제로 인정됩니다.
경미한 사안에서 학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기록입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2026. 3. 11. 시행 기준)은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에 해당하는 1호부터 3호까지의 조치는 원칙적으로 학교생활기록에 적지 않도록 하고, 두 가지 경우에만 적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경우가 실무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경미한 조치를 받은 학생이 같은 학교급에 다니는 동안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다시 조치를 받으면, 새 조치뿐 아니라 이전에 받았던 조치까지 함께 기록됩니다. 처음 조치를 받을 때는 기록에 남지 않았던 것이 뒤의 사건 때문에 소급해서 올라오는 구조입니다.
앞의 기숙사 사건이 바로 이 경우였습니다. 그 학생은 접촉금지 조치를 받았으므로 원래는 기록에 남지 않았으나, 이후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별도의 조치를 받으면서 두 조치가 모두 기록되었습니다. 그 학생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 처분이 기록에 남게 된 이유는 이 처분 자체가 아니라 뒤의 처분 때문이라는 점, 이 규정은 경미한 학교폭력이라도 반복되면 기록에 반영하여 재발을 막으려는 취지라는 점, 이 조치는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므로 불이익이 시간적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들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삭제 시기는 조치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한 법원은 초등학생에 대한 전학 조치가 문제된 사건에서, 그 기록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4년 후에는 삭제되므로 학생이 주장하는 대학 입시 등의 불이익과는 상관없어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치를 이미 이행했더라도 기록이 남아 있다면 취소를 구할 실익이 인정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률상 이익이란 법이 보호하는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고, 명예 회복처럼 사실상의 이익에 그치는 것과는 구별됩니다. 서면사과를 이행하고 접촉금지와 학급교체가 사실상 효력을 잃은 사건에서도 법원은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아 있는 조치 기재로 인하여 여전히 침해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 항소심은 그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기록이 장차 삭제될 예정인 것과 별도로 지금 취소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초·중등교육법이 조기진급과 조기졸업의 가능성을 열어 둔 점, 상급학교가 신입생 선발 기준을 정할 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 생활기록부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을 들어 이는 사실상 불이익을 넘어서는 법률상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위 두 판결은 1호부터 3호까지의 조치를 원칙적으로 기재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 들어오기 전이거나 그 적용을 받지 않는 사안이었다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현재는 경미한 조치라면 애초에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다툴 실익은 앞서 본 재차 조치의 소급 기재 가능성이나 조치 자체의 존재를 다투는 데에서 나옵니다.

경미한 사안은 한참 지난 뒤 다른 사건과 함께 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정에 대한 법원의 평가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앞의 두 취소 사례에서 법원은 뒤늦은 신고의 동기를 학생 측에 유리하게 평가했습니다. 상대가 조치를 받게 되지 않았다면 문제 삼았을지 의문이 든다거나, 맞신고한 학생이 억울해서 신고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반대로 불리하게 본 판결도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단체대화방에서 피해학생의 나체사진을 화면공유로 유포한 행위가 3년 5개월 뒤 신고된 사건에서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이 발생 시점을 한정하지 않고 제척기간이나 공소시효와 같은 시간적 한계를 설정한 규정도 없다고 하면서, 최초 유포 행위로부터 신고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은 행위의 불법성을 희석시키기보다 오히려 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단을 좌우하는 것은 신고가 늦어진 이유입니다. 상대가 조치를 받자 대응하기 위해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면 신고 동기가 의심받지만, 피해를 뒤늦게 알았거나 그동안 피해가 이어진 경우라면 시간의 경과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앞의 기숙사 사건에서도 법원은 상대가 곧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해서가 아니라 재발 방지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하여, 신고 지연을 학생 측에 유리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가해학생이 특별교육을 이수하면 보호자도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 보호자 특별교육 처분만 따로 떼어 취소를 구하는 청구는 대부분 각하됩니다. 각하란 본안 판단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 자체를 부적법하다고 보아 물리치는 결정입니다.
한 항소심은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과거에는 보호자를 함께 교육받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행정청의 재량으로 정하게 하던 것을 법 개정으로 의무화하였으므로, 보호자에 대한 조치의 적법성을 판단하려 해도 가해학생에 대한 특별교육 조치의 적법성 외에는 독자적으로 고려할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의무를 부담하고 불이행 시 제재를 받는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보호자이지 학생 본인이 아니므로, 학생은 그 처분에 관하여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데 불과하여 취소를 구할 법률상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앞의 기숙사 사건에서도 보호자 특별교육 부분은 같은 이유로 각하되었습니다.
다만 보호자 본인이 원고가 되어 다투는 것은 별개입니다. 앞서 본 초등학생 사건에서는 학생과 부모가 함께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하였고, 학생에 대한 조치가 취소되면서 부모에 대한 보호자 특별교육 처분도 함께 취소되었습니다.
경미한 조치라도 대학 입시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기숙사 사건에서 법원은 이런 불이익이 처분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의 입시정책에 따른 간접적 불이익에 불과하고, 그 학생에게만 발생하는 불이익이 아니라 대학 입시를 예정하고 있는 모든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발생하는 것이며, 이런 불이익을 이유로 학교폭력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른 사건에서도 진학 불이익 주장은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라는 공익적 필요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척되었습니다.
입시 불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투어야 할 것은 불이익의 크기가 아니라 그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조치가 행위에 비해 무거운지입니다.
아래는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에서 경미성과 관련해 제기된 주장과 그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 주장의 내용 | 결과 | 판단의 근거 |
|---|---|---|
| 상대의 시비에 대항한 감정적 욕설이다 | 인정 | 대등한 교우관계가 아니었고 언어폭력의 의도가 인정되지 않음 |
| 그 나이 학생들의 장난 수준이다 | 인정 | 짜증을 느꼈을 뿐 심리적 고통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음 |
|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쌍방 다툼이다 | 배척 | 상호 욕설을 인정하면서도 상대가 응급실에 갈 정도의 피해를 입음 |
| 상대는 조치 없음인데 나만 조치받아 형평에 어긋난다 | 배척 | 상대의 행위는 학교폭력으로 다룰 정도라 단정할 수 없어 차별이 아님 |
| 판정 점수를 매기지 않고 조치했으므로 위법하다 | 조치별로 다름 | 접촉금지·특별교육은 점수 항목이 없으나 전학은 점수 누락이 하자 |
| 기록에 남아 대학 입시에 불이익하다 | 배척 | 각 대학의 입시정책에 따른 간접적 불이익에 불과 |
표: 본 글에서 살펴본 판결에서 경미성과 관련해 제기된 주장과 그 판단 결과.

[데이터] 본 글에서 살펴본 학교폭력 조치 관련 판결의 결론을 주문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처분이 그대로 유지된 경우가 약 62퍼센트, 처분이 취소되거나 일부 취소된 경우가 약 38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청구의 일부만 각하되고 나머지가 기각된 사건은 유지로, 일부라도 처분이 취소된 사건은 취소로 계상하였습니다. 소표본이므로 전체 경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들 사이의 다툼이 모두 학교폭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개념의 확대해석으로 지나치게 많은 가해학생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계하면서, 일상적인 놀림에서 느끼는 짜증과 심리적 고통에 이르는 피해를 구별하고, 두 학생이 대등한 관계였는지와 누구의 행위가 먼저였는지를 따집니다. 대항적 성격의 욕설이나 우월하지 않은 지위에서 한 장난이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판결들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경계를 넘으면 한 차례의 말다툼도 학교폭력이 됩니다.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상대가 실제로 고통을 겪었고 선도할 필요가 인정되면 그렇습니다. 법은 이런 사안을 학교폭력에서 빼는 대신, 판정 점수를 매기지 않고 접촉금지 같은 가벼운 조치만 부과하며 기록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주의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다투는 위치입니다. 상대도 잘못했다는 형평 주장보다 그 행위가 애초에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해당성 주장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큽니다. 다른 하나는 기록의 구조입니다. 경미한 조치는 지금 기록에 남지 않지만 같은 학교급에 다니는 동안 다시 조치를 받으면 이전 조치까지 함께 올라옵니다. 가볍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가기 전에 이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본 글은 공개된 판결을 토대로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자료를 갖추어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