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여러 학생이 함께 저지른 학교폭력의 공동불법행위 책임과 부모의 배상책임

2026.05.15조회 575
여러 학생이 함께 저지른 학교폭력의 공동불법행위 책임과 부모의 배상책임

자녀가 여러 학생에게 함께 괴롭힘을 당했는데 정작 배상을 청구하려니 누구에게 얼마를 물어야 할지, 직접 때린 학생만 책임지는지 아니면 옆에서 거들거나 지켜본 학생과 그 부모까지 함께 책임지는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가해학생 측에서는 자녀가 일부 행위에만 가담했는데도 전체 피해를 혼자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부모까지 배상해야 하는지를 걱정합니다. 본 글은 여러 학생이 함께 가한 학교폭력에서 각 가해학생과 그 부모가 피해 전부에 대해 연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지, 직접 때리지 않은 학생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부모의 책임은 어떤 요건에서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부정되거나 제한되는지를 판례를 통해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러 학생이 관련공동성이 있는 행위로 한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하면 서로 공모하거나 미리 의사를 맞추지 않았더라도 공동불법행위가 되어 각자가 피해 전부에 대해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지고, 직접 때리지 않고 부추기거나 망을 본 학생도 책임질 수 있으며, 책임능력이 있는 가해학생의 부모도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으면 자녀와 함께 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매번 전원이 함께한 것이 아니라 가담자가 그때그때 달라 하나의 공동행위로 묶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해학생별로 책임이 나뉘고,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이 증명되지 않으면 부모 책임은 부정되며, 피해자에게도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된 사정이 있으면 그만큼 배상액이 제한됩니다.

여러 학생이 오가는 학교 복도에 혼자 서 있는 학생

1. 학교폭력의 민사 손해배상과 공동불법행위

가. 형사·행정 절차와 별개인 민사 배상책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육청의 심의위원회가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나 전학 등의 조치를 하고, 형사적으로는 소년보호처분이나 형사처벌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나 처벌과 별개로, 피해학생과 그 부모는 가해학생과 그 부모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사 배상책임의 근거는 민법 제750조입니다. 고의나 과실로 위법하게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피해학생이 입은 치료비 같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배상의 대상입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여러 명이 함께 가한 경우의 공동불법행위

학교폭력은 한 학생이 아니라 여러 학생이 함께 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적용되는 것이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입니다.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고,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를 부추기거나 도운 사람도 공동행위자로 봅니다. 여기서 연대책임이란 여러 배상의무자 각자가 피해자에게 손해 전부를 배상할 의무를 지고, 피해자는 그중 누구에게든 전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피해자로서는 가해학생 여럿 가운데 배상 자력이 있는 사람에게 전액을 청구할 수 있어 두텁게 보호됩니다.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②공동 아닌 수인의 행위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전항과 같다.③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

2. 관련공동성: 공모나 공동 인식이 없어도 성립합니다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가해학생들의 행위 사이에 관련공동성(여러 사람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서로 관련되어 하나의 손해로 이어지는 관계)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해학생들이 미리 짜거나 서로의 행위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관련공동성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는 수인의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성립하고, 행위자 상호 간에 공모는 물론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고, "그러한 공동의 행위는 불법행위 자체를 공동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횡령행위로 인한 장물을 취득하는 등 피해의 발생에 공동으로 관련되어 있어도 인정될 수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는 수인의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성립하고, 행위자 상호 간에 공모는 물론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법리에 따르면 공동불법행위는 물리적인 폭행을 직접 한 학생에게만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 항소심은 동급생 여러 명이 한 피해학생을 두고 페이스북에 험담하는 글을 올려 이를 공론화하고, 그 글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며, 학교 안에서 모욕적인 말을 반복하고, 따돌리며, 마지막에는 불러내어 폭행한 사안에서, 게시글을 올린 학생, 댓글로 동조한 학생, 말로 모욕한 학생, 폭행한 학생의 행위가 서로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하나의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직접 손을 대지 않았더라도 괴롭힘에 가담한 행위가 피해의 발생에 함께 관련되어 있으면 공동불법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 직접 때리지 않은 학생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그렇다면 현장에서 지켜보거나 거들기만 한 학생은 어디까지 책임을 지는지가 문제됩니다. 법원은 여러 사람이 폭력행위의 현장에서 일부는 직접 폭행을 하고 나머지는 현장을 둘러싸고 위세를 부린 경우, 직접 폭행을 하지 않은 나머지 사람에게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이 방조자를 공동행위자로 보기 때문인데, 방조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실제로 직접 폭행을 하지 않은 학생에게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 동급생들이 피해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하며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는 동안, 도와주거나 신고하기는커녕 그 무리를 계속 따라다니며 부추기고 망을 보았고 피해학생에게 욕설까지 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학생이 직접 폭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폭행을 용이하게 한 가담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그 학생과 부모에게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단순히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한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행위 당시 함께 있었더라도 폭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이를 말린 학생도 있었던 사안에서, 이들이 다른 학생의 불법행위를 직접·간접적으로 용이하게 하였다거나 그럴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들과 그 부모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방조에 의한 책임은 그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추김, 망보기, 둘러싸고 위세를 부려 피해자가 벗어나기 어렵게 한 행위처럼 폭행을 실제로 용이하게 한 사정이 있어야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고, 그런 사정 없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3. 여러 가해자가 전부 연대책임을 지는 경우

가. 집단 폭행에서 가해학생과 부모 전원의 연대책임

여러 학생이 한 피해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한 사건에서 가해학생들과 그 부모가 함께 연대책임을 진 예가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학생 네 명이 피해학생이 자신들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한 학생은 걸레봉으로 위협하고 피해학생의 등에 올라타 어깨를 누르며, 다른 학생은 솔방울을 던지고 딱밤으로 머리를 때리고, 또 다른 학생은 담배갑으로 뺨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함께 폭행하여, 피해학생이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와 적응장애 등을 입은 사안입니다.

법원은 이 집단 가해행위를 하나의 공동불법행위로 인정하였습니다. 나아가 각 가해학생이 당시의 연령과 교육 수준에 비추어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단할 지능, 즉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고, 그 부모들도 자녀가 학교 등에서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지도·조언할 보호·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가해학생들과 부모들이 공동하여 피해학생과 그 부모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판결이 모든 피고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우지 않고 각 가해학생이 실제로 가담한 행위의 범위에 따라 연대의 범위를 달리 정했다는 것입니다. 여러 명이 관련되면 각자가 피해 전부에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구체적 범위는 각자가 어느 행위까지 함께했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나. 지속적 괴롭힘을 하나의 연속된 행위로 본 사건

가해행위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에도 이를 하나의 연속된 공동불법행위로 평가한 사건이 있습니다. 동급생 여러 명이 약 8개월에 걸쳐 피해학생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반복적으로 올리고, 학교 안에서 모욕적인 말을 하며 따돌리고, 마지막에는 불러내어 폭행한 사안에서, 법원은 복수의 가해학생이 같은 피해학생을 상대로 학교 안팎에서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으로 여러 차례 반복해 학교폭력을 가한 경우라면 그 환경의 특징과 피해의 내용을 고려하여 각 가해행위의 위법성이나 관련공동성을 더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가해학생들의 모욕적 언동과 따돌림은 서로의 가해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를 인식하면서도 지속된 것이어서 일련의 연속된 행위로 평가해야 하고, 각 행위 주체마다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단발적이고 일회적인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해학생들의 각 가해행위는 서로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가해학생 여러 명과 그 부모들이 하나의 손해액에 대해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하였습니다.

저녁 무렵 학교 운동장 구석에 모여 있는 학생들의 실루엣

4. 관련공동성이 부정되어 책임이 나뉘는 경우

반대로, 여러 가해학생이 있더라도 매번 전원이 함께한 것이 아니라면 전원에게 전부 연대책임을 지우지 않고 가해학생별로 책임을 나눈 사건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여럿이 피해학생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실내화를 빼앗아 건물 밖으로 던지며,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가리고 때리는 등 여러 차례 폭력을 가하여 피해학생이 약 2개월간의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피해학생 측은 가해학생들의 부모 전원이 손해 전액을 연대하여 배상해야 한다고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앞서 본 것처럼 현장을 둘러싸고 위세를 부린 학생에게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가해학생들이 매번의 학교폭력을 항상 전원이 함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여러 차례의 가해행위마다 가담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각 행위마다 누가 가담하고 누가 빠졌는지를 일일이 가려 여러 묶음의 공동불법행위로 나누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가담자가 매번 달라지면 가해학생 수가 늘어날수록 성립 가능한 조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를 낱낱이 분류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법원은 피고들 전원에게 손해액 총액의 연대지급을 명하는 대신, 각 가해학생별로 책임질 부분을 정하고 이를 각 가해학생의 부모 두 명씩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부모 쌍마다 별개로 배상액을 부담하고 부모 쌍 사이에는 연대관계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나누어도 피해자가 배상을 받는 데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나중에 가해자들 사이에서 서로 정산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준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여러 명이 관련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전원이 전부를 연대책임 지는 것은 아니고, 각자가 실제로 가담한 범위가 책임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단입니다.

5. 가해학생 부모의 배상책임

저녁 식탁에서 서류를 두고 상의하는 부모

가. 책임능력이 있는 학생의 부모도 책임을 집니다

미성년자라도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판단할 지능이 있으면 책임능력이 인정되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집니다. 통상 중학생 정도의 나이면 책임능력이 인정됩니다. 그런데 자녀에게 책임능력이 있으면 부모는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으면 별도로 배상책임을 집니다. 대법원은 그 요건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1994. 8. 23. 선고 93다60588 판결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부모는 민법 제913조에 따라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므로, 자녀가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않도록 지도하고 감독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특히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성년자라면 부모의 전면적인 보호·감독 아래 있어, 자녀가 책임능력이 있더라도 부모의 영향력은 여전히 큽니다. 그래서 법원은 부모가 자녀에게 다른 학생을 괴롭히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지도·조언할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되면, 부모도 민법 제750조와 제760조에 따라 자녀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봅니다. 나아가 학교폭력 신고나 학교의 사과 자리 등을 통해 자녀의 가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이후에 가해가 계속된 경우에는,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 과실이 넉넉히 인정됩니다.

나. 부모의 책임은 피해자가 감독의무 위반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부모의 책임이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능력이 있는 자녀의 부모에게 배상책임을 물으려면,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였다는 사실과 그 위반이 피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청구하는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감독의무자가 배상책임을 지려면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061 판결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이 증명이 부족하면 부모에 대한 청구는 기각됩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두 명이 같은 학년 학생을 교실 앞에서 폭행하여 골절 등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피해학생 측은 가해학생들의 부모에게 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부모에 대한 청구가 전부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가해학생들이 만 16세로 책임능력이 있어 부모가 책임능력 없는 자녀의 감독자로서 지는 책임(민법 제755조)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어 부모 자신의 과실을 근거로 한 책임에 대해서는, 가해학생들에게 평소 난폭한 성향이나 전과가 없었고, 오히려 피해학생이 상당 기간 가해학생 중 한 명을 괴롭혀 온 과정에서 이를 말리려는 학생들과의 마찰로 사건이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였고 그로 인해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은 자녀와 동거한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반 사실과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판단입니다.

다. 책임능력이 없는 어린 학생의 경우

가해학생의 나이가 어려 책임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근거 조문이 달라집니다. 이때는 민법 제755조에 따라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부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다만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책임능력이 있는 학생의 부모 책임(민법 제750조)은 부모의 과실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 반면, 책임능력이 없는 학생의 부모 책임(민법 제755조)은 부모가 스스로 감독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해야 면책된다는 점에서 증명의 부담이 반대로 놓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①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6. 이혼·별거 가정에서 비양육 부모의 책임

부모가 이혼하여 한쪽이 친권자·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함께 살지 않는 다른 부모(비양육친)에게도 자녀의 학교폭력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비양육친에게는 감독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친권과 양육권이 없어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민법 제913조가 적용되지 않고, 이혼한 부모에게 자녀와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이 있거나 양육비를 분담할 의무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의 근거가 되는 일상적 감독의무까지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가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도 있습니다. 비양육친이라도 자녀와 자주 만나며 실질적으로 공동 양육자에 준하는 정도로 지도·조언하며 보호·감독해 왔거나, 면접교섭 등을 통해 자녀가 가해행위를 할 것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막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으면 책임은 부정됩니다. 위 사건에서도 이혼 후 자녀와 따로 살아온 비양육 부모에 대하여, 가해행위 당시 자녀를 보호·감독하고 있었거나 가해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혼인 외에 태어난 자녀를 뒤늦게 인지한 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항소심은 학교폭력이 있은 뒤에야 자녀를 인지하여 친권자가 된 아버지에 대하여, 인지의 효력이 출생 시로 소급하더라도 그것은 법률상 친자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일 뿐 자녀를 실제로 양육·감독하는 권리와 의무에까지 소급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인지 전에 발생한 가해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이혼·별거 가정의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비양육 부모에게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책임의 관건이 됩니다.

7. 책임의 제한과 공제

가. 피해자 측의 사정에 따른 책임 제한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배상액이 언제나 손해 전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사정도 원인이 되었다면, 그만큼 가해자의 책임이 제한됩니다. 앞의 집단 폭행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학생이 다른 학생과 싸움을 하게 된 뒤의 가해행위에 관하여는 피해학생이 그 싸움에 가담한 점이 손해 발생과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가해학생 측의 책임을 6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앞의 지속적 괴롭힘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해학생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여 가해학생 측의 책임을 70퍼센트로 제한하였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의 장난에 화가 나 찾아가 먼저 때리면서 싸움으로 번진 점을 참작하여 책임을 70퍼센트로 제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책임 제한은 피해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의미라기보다,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여러 사정을 종합해 배상 범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나. 형사 합의금과 공제회 지급액의 공제

배상액을 정할 때에는 피해자가 이미 받은 돈도 함께 고려됩니다. 가해학생 측이 형사 사건에서 지급한 합의금이나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받은 치료비는 손해를 이미 일부 회복한 것이므로 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특히 공동불법행위자들은 부진정연대채무(여러 사람이 각자 전액을 배상할 의무를 지되, 그중 한 사람이 갚으면 그 범위에서 다른 사람의 의무도 함께 소멸하는 관계) 관계에 있어, 그중 한 사람이나 그 부모가 지급한 합의금은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도 공동으로 배상을 면하게 하는 효력이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 점을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는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있어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의 변제는 변제된 금액의 한도내에서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를 위하여 공동면책의 효력이 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1982. 4. 27. 선고 80다2555 판결

부진정연대채무관계에 있는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있어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의 변제는 변제된 금액의 한도내에서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를 위하여 공동면책의 효력이 있다

이 법리에 따라, 소송의 피고가 아닌 다른 가해학생 측이 낸 합의금도 피고의 배상액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한 항소심은 피해학생의 위자료를 2,000만 원으로 인정한 뒤, 다른 가해학생들의 부모가 지급한 형사 합의금 1,350만 원 전액이 그 위자료에 대한 변제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공제하고, 피고들이 지급할 금액을 650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다만 공제가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해학생 전원의 연대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각자의 책임이 분리된 사건에서는, 일부가 낸 돈이 어느 범위에서 다른 가해자의 책임까지 면하게 하는지를 가릴 수 없어 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예도 있습니다. 학교폭력의 민사 배상을 다툴 때에는 이미 지급받았거나 지급한 금액과 그 성격을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쟁점판단의 기준
전부 연대책임여러 가해행위가 서로 관련된 하나의 연속된 공동불법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각자 피해 전부에 연대책임
직접 가담 않은 학생부추김·망보기·위세로 폭행을 용이하게 하면 방조로 책임, 단순 동석만으로는 부정
책임의 분리매번 가담자가 달라 하나의 공동행위로 묶기 어려우면 각자 가담 범위로 분리
부모 책임책임능력 있는 학생은 부모 과실을 피해자가 증명(제750조), 없는 학생은 감독자책임(제755조), 비양육친은 원칙적 부정
책임 제한·공제피해자 측 사정에 따른 비율 제한, 형사 합의금·공제회 지급액 공제

표: 여러 학생이 가한 학교폭력의 공동불법행위 책임 판단

관련 손해배상 사건의 결과 분포 그래프

[데이터] 전국 법원의 관련 판례 중 학교폭력 민사 손해배상 사건 일부를 분석해 보면, 배상책임이 전부 또는 일부 인정된 경우가 약 69퍼센트로 대부분이고, 청구가 전부 기각된 경우는 약 29퍼센트입니다. 인정된 사건에서도 대부분 일부 인용으로, 책임 제한과 공제를 거쳐 실제 인용액이 청구액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8. 자주 묻는 질문

Q. 여러 명이 함께 괴롭혔는데 그중 한 학생에게만 전액을 청구할 수 있나요?
가해학생들의 행위가 하나의 공동불법행위로 인정되면, 각자가 피해 전부에 대해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지므로 그중 배상 자력이 있는 한 사람에게 손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 학생은 나중에 다른 가해학생들에게 각자의 부담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번 가담자가 달라 하나의 공동행위로 묶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해학생별로 책임이 나뉘어, 각자가 가담한 범위만큼만 청구할 수 있게 될 수 있습니다.
Q. 직접 때리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거나 거들기만 한 학생도 책임을 지나요?
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데에 서로 공모하거나 공동의 인식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보며, 현장을 둘러싸고 위세를 부리거나 괴롭힘을 부추기고 망을 본 학생도 폭행을 용이하게 하였다면 공동불법행위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단순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가 실제로 폭행을 용이하게 하였는지가 책임의 기준이 됩니다.
Q. 가해학생의 부모에게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중학생 정도로 책임능력이 있으면 부모는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될 때 자녀와 함께 배상책임을 지고, 자녀가 어려 책임능력이 없으면 부모가 감독자로서 책임을 집니다. 다만 책임능력이 있는 자녀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그 위반이 피해와 인과관계가 있음을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하고, 이 증명이 부족하면 부모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가해가 계속되었다면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Q. 부모가 이혼해서 따로 사는 경우, 함께 살지 않는 부모에게도 청구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이혼으로 친권과 양육권이 없는 비양육 부모에게는 자녀에 대한 일상적 감독의무를 인정하기 어렵고, 면접교섭권이나 양육비 분담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 배상책임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양육 부모가 실질적으로 공동 양육자에 준하여 자녀를 지도·감독해 왔거나, 자녀의 가해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가해학생이 형사처벌이나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으면 민사 배상은 따로 청구하지 않아도 되나요?
형사처벌이나 소년보호처분, 교육청의 조치는 민사 손해배상과 별개의 절차입니다. 이러한 처분을 받았더라도 피해에 대한 배상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의 손해는 민사 소송으로 따로 청구해야 합니다. 다만 형사 사건에서 이미 합의금을 받았다면 그 금액은 민사 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9. 정리

여러 학생이 함께 가한 학교폭력에서는 가해학생들이 미리 공모하거나 서로의 행위를 알지 못했더라도,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관련되어 하나의 손해로 이어지면 공동불법행위가 되어 각자가 피해 전부에 대해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직접 때린 학생뿐 아니라 부추기거나 망을 보고 둘러싸 위세를 부린 학생도 책임질 수 있지만, 단순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책임능력이 있는 학생의 부모는 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증명되면, 어린 학생의 부모는 감독자로서 자녀와 함께 배상책임을 지며, 이혼하여 따로 사는 비양육 부모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매번 가담자가 달라 하나의 공동행위로 묶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해학생별로 책임이 나뉘고, 피해자 측의 사정이 손해에 원인이 되었으면 책임이 제한되며, 이미 받은 형사 합의금이나 공제회 지급액은 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피해 회복을 위한 민사 소송을 준비할 때에는 각 가해학생이 실제로 가담한 범위, 부모의 감독 정도와 양육 관계, 이미 오간 금액을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 관하여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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